점갤도서관 채널

당연한 설비이긴 하지만, 조교실 바로 옆에는 세척실이 있었다.


바로 온몸에 묻은 정액을 씻고 나오자, 방금 전과 다르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깨끗해진 침대가 사용자를 반겼다. 아까와 판이하게 다른 침대의 상태를 본 나는 경악하며 그곳에서부터 시선을 돌렸다.


곧 당연하다는 듯 원래의 복장으로 돌아와 있는 네코바가 벙 찐 나를 쳐다보고선「방 째로 세척할 수 있게 되어 있다고」라며 묻지도 않은 걸 자랑스럽게 알려주었다. 도대체 어떻게 「통째로」하는 것인지, 직접 그 과정을 보지 못한 것이 약간 유감스러웠지만, 세척의 목적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다시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깨닫고선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그럼 여기 앉아."


어디서 나왔는지는 신경 쓰지 않지만, 어느새 네코바의 옆에는 치과의자 같은 것이 놓여져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팔걸이 같은 것이 생각보다 조금 멀게 설치되어 있다는 것 정도일까.


"아, 아니야. 거기는 발을 올려놓는 곳이라고."


"뭐?"


굳이 여기에 팔 대신 발을 올리게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그래, 잘 보이네. 이제 고정시킬게."


네코바는 덤덤한 표정으로 의자 위에서 완전히 M자로 벌어진 나의 두 다리를 척척 고정시켰다.


"참고로, 이건 임산부가 출산할 때 쓰는 분만 의자를 개조한 거야."


「・・・」


산모가 이런 부끄러움을 딛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을까,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이유는 내가 곧 자신에게 닥칠 재난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그럼, 먼저 팔에 주사 놓을게." 


'네...'


이 수치스러운 짓에 순순히 따를 수 있는 것도 여기까지 오며 꽤나 담력이 길러진 덕분이다. 이런 내 모습에 감탄했는지, 네코바는 알고 싶지도 않은 지식들을 기쁘게 속삭였다.


"설명하자면 지금 들고 있는 건 고환에 주사하기 위한 진통제야, 그리고 이건 최신 전송 링거고."


"고환..이랑 링거? 그게 무슨 상관인데?"


"이 링거는 초소형의 전송 장치가 달린 나노 머신으로 신체에 직접 주사하지 않아도 약물을 보낼 수 있어. 아무래도 경구가 아닌 약도 많고, 그때마다 주사하면 팔이 무슨 마약 환자처럼 되어버리니까. 하지만, 이거라면 한 번만으로도 충분해."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 있었다고?!"


"히어로 협회라고 무조건 최신 기술을 시민에게 제공하지는 않지? 그리고, 가격도 엄청 비싸니까 아마 실용화가 되어도 일반 환자에게는 쓰지 않을 거야."


".. 반대로 생각하면, 주사 한 번 맞는 걸로 언제든지 약을 투여 당할 수 있는 입장이 되어버리는 거잖아. 무섭다고, 그런 건…”


"아마 그런 이유에서도 실용화되지 않는 거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나 밖에 조작할 수 없으니까 괜찮아."


"그래, 믿는다.."


"네, 그럼 따끔.. 아니, 많이 아프겠지만 히어로니까 참고 있어."


아니, 굵어 굵어! 주사기 바늘이 엄청 굵잖아! 애초에 이걸 바늘이라고 해야 할까, 두께도 대충 5밀리 정도는 돼 보이고, 끝의 모양도 조금 무서워 보이고.. 이래서야 작은 창이라고 해야 할지, 무기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으윽!!!"


"좋아, 끝. 대단한데? 용케 비명도 안 지르고."


"...히어로로서의 오기야."


라고 할까, 평상시의 활동으로 어지간히 베이거나 총에 맞아도 죽지 않으니까, 이 정도 찔린 정도로 꽥꽥거릴 수는 없지, 그것보다...


"주사 맞은 곳이 엄청 부어올랐는데, 이거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살갗도 조금 벗겨진 것 같고.."


"신체 복구용 나노머신도 들어가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봐."


확실히 순식간에 상처 부위가 아물어 간다. 부어오른 부분은 그대로이지만. 아마 이곳이 네코바의 말대로 전송용 나노 머신이 들어가 있는 곳이겠지.


"자, 그럼 다음은.."


영웅으로서의 오기가...


"고환에 놓을 차례네. 아, 참고로 이번에 찌르는 바늘도 같은 굵기야."


영웅으로서의 오기가! 지금 시험받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통제 덕분에 통증 자체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고환에 굵은 바늘을 푹 찌르는 모습은 실로 끔찍했었기에, 나로서도 자칫 무른 각오로 덤벼들었었다간 분명 졸도를 면치 못하였을 것이다. 

네코바는 눈을 감고 있어도 좋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그 편이 더 무서울 거라 생각한 나는 결국 그곳에 굵은 쇠바늘이 박혀, 원치 않는 이물이 주입되는 과정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봐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잠깐 동안의 악몽 같은 시간이 지난 후, 나는 나노머신으로 살짝 부풀어 오른 곳을 보며 이후 목욕탕에 갔을 때의 난처한 상황 따위를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다.


'아, 그건 한 달 정도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갈 거야.'


"정말로?!"


"이러니저러니 해도 원래는 의료용이니까, 역할이 끝나는 대로 분해되어 몸에 녹아들겠지."


"아무리 그래도 굳이 이쪽에까지 넣을 필요는.."


"팔을 통한 공급만으로는 절대 부족해서 말이야, 어쩔 수 없었어."


무엇이 부족하냐는 질문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아마도  방금 전, 네코바와의 수음에서 텅텅 짜내어졌던 정액을 회복시키기 위한 것일 테니.


"공급이라면.. 무슨 영양 같은 걸 말하는 건가?"


"그것도 있지만, 우선은 사정량을 한계까지 늘리기 위해서지. 잔량에 따라 자동 보급되기 때문에, 너는 지금 무슨 일이 있어도 시들지 않는 절륜 상태야! 평상시의 120%까지 올리고 있으니까!"


사람에 따라서는 꿈의 기계일 수도 있겠는데, 이거..


"그러고 보니 뭔가 좀 무겁다고 해야 하나..."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자, 그럼. 슬슬 준비해 볼까?"


네코바가 옆의 튜브 모양을 한 커다란 유리용기와 연결된 통 모양의 기계를 끄집어냈다. 


".. 느낌이 안 좋아."


"이건 착정기라고 하는데, 간단히 말해서 소젖을 짜는 물건이야. 아까 투여한 나노머신이 가득 채워 넣은 정액을 계속해서 전부 짜내기 위한 거지."


… 완전 악마가 따로 없구만.


"그래서, 이걸 하는 이유가 뭔데?"


"이제부터는 대량 사정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되니까. 너는 결국 녀석들에게 실신할 때까지 정액을 착정당할 테고, 그걸 생각해서라도 미리 의식을 유지하기 위한 연습을 해놔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거지."


"...지금도 충분히 못 해먹겠는데."


"괜찮아. 아까와는 다르고, 게다가 이제는 이런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잖아? 잠깐 기분 좋을 뿐이니까. 힘내, 히어로!"


네코바는 양손을 바짝 내밀고, 어린아이가 영웅을 응원하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정작 그 영웅은 응원자의 손에 쥐어져 있는 착정기를 보고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파블로프 효과로 유두도 개발할 예정이니까. 뭐, 일단은 알아만 둬.'


아마도 전극 같은 걸 매단다는 이야기겠지, 충분히 개발하면 남자도 유두로 느낄 수 있다는 건 알지만, 뭐가 어찌 되었든 내게 있어서 그닥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저기, 혹시 이걸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한 후유증이 남게 되는 건.."


"걱정 마, 엄청 민감해지기는 하겠지만, 니플 밴드라는 게 있어서 그걸 붙여 놓으면 자극받을 일은 거의 없을 거야."


머지않아 꽤 대담하게 변할 내 모습을 상상하며 역시 목욕탕은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중얼거리자, 네코바가 「 뭐, 그렇겠네. 」라며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아까 투여한 약에는 파블로프 효과를 굉장히 높여주는 효과가 있어. 그래서 쾌감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결국에는 전라의 남자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흥분하게 되지. 그러니 목욕탕은 당분간 안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얼마나?"


고등학생인 주제에 벌써 아저씨 같은 취미를 가졌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매일같이 하루 일과가 끝난 뒤 목욕탕에 들릴 정도로 따뜻한 탕 속에서 몸을 녹이는 것을 좋아했다.


"음.. 치료 경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게이들도 아무에게나 욕정하지는 않으니까, 적어도 그 정도는 돼야 하겠지? 그러려면 아마 3개월 정도는 걸릴 거고."


3개월이라... 목숨이 걸려있으니까 그 정도는 어쩔 수 없나.

...어? 아니 그보다, 지금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 지금 그 말은, 내가 게이가 되는 게 확정이라는 소리야? 그것도 영구적으로?!"


"정확히는 바이라고 할 수 있겠네. 뭐, 여자를 상대로도 흥분할 수 있으니까 문제는 없지 않을까? 겸사겸사 흥분할 수 있는 대상이 둘로 늘었다고 생각하면 편할 거야."


왠지 홈쇼핑 프로그램의 광고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나로서는 자신의 성적 취향이 강제로 바뀌어져버린다는 말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영웅에게는 냉정한 판단도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때였다. 나는 이것이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다시금 상기하며, 어떻게든 생리적인 혐오감을 이성으로 억눌렀다.


"그래서, 이제부터 이 모니터에 게이 비디오를 내보낼 테니 가능한 한 잘 봐둬. 원래라면 이런 편의성은 상상도 못할 호사거든. 사지를 결박당하고, 강제로 안구가 고정되어 주기적으로 안약을 공급받는 처지보단 이렇게 자발적으로 봐 주는 편이 훨씬 낫잖아? 자, 그럼 시간은 3시간, 사정 횟수는 100번을 목표로 가보자고!"


'3시간에.. 100번인가..."


앞으로 3시간 후면 나는 남자에게 흥분하는 몸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아니, 사실은 조금 있지만, 그렇다고 아예 여자에게 흥분할 수 없게 되는 건 아니잖아!


'좋아! 이렇게 된 이상, 확실히 눈에 새겨 주겠어!'


"그래 준다면 나야 고맙지. 그럼, 스위치 누를게."


네코바가 손의 랩탑 같은 기계를 찰칵, 하고 조작하자, 눈앞의 모니터에 터질 듯한 근육이 인상적인 프로레슬러 같은 체형의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별안간 헐벗은 티를 못내 안달인지, 부담스러울 정도로 온몸이 드러난 셔츠를 입고 침대에 앉아 있었다. 이쪽을 향해 무언가를 묻는 것 같기도 하였지만, 음성은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고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 것보다도, 지금은 사타구니에 부착된 기계가 우웅 우웅, 거리며 불온한 진동을 전신에 퍼트리는 것이 더욱 거슬렸다. 솔직히 그 때문인지, 화면 안의 내용은 전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의외로 꽤 좋은 거였구나, 이거…


불현듯 미지근한 감각이 고간의 주위를 가득 채웠다. 아마 체온에 맞게 데워진 로션일 테지만, 한 편으로는 바지에 실례를 범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여 좀처럼 불편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뒤이어, 곧 하체에서 끈적한 마찰음과 함께 달아오른 성기가 자극되기 시작했다.



실제로는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오나홀이 펌프의 압력을 조절하여 점도가 높은 로션을 기분 좋게 문지른다는 복잡한 동작을 하고 있는 거지만, 외부에서 본다면 원통 형의 무엇인가가 상하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밖에 모를 것이다. 어쨌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는 것만큼은 첫 경험인 나로서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어느새 내게 다가와 확인차「기분 좋아?」라고 묻는 네코바에게 대답하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입을 열 여유도 없이 순식간에 아찔한 절정이 몰아닥치기 시작했다.


"하으으으으으읏!!"


'아, 안되지, 안돼. 가버릴 때는 모니터를 봐야지, 나를 보면 나한테만 흥분하게 된다고!'


그게 결국 뭐가 다르다는 건지 차이점은 잘 모르겠지만, 여전히 목적은 달성해야만 했다. 나는 가까스로 쾌감에 뭍혀 흐릿해지는 이성을 붙잡고 모니터를 똑바로 응시할 수 있도록 유의했다. 곧 영상 속에 나오는 남자들은 하나둘씩 훌렁훌렁 옷을 벗기 시작했다. 나의 고간에 들러붙어 있는 기계는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전희 과정의 필요성을 느꼈는지, 사정 후의 남근을 위로하는 듯한 움직임으로 나를 애태워왔다.



"가슴의 전극이 따끔따끔거려, 왠지.. 기분 좋은 걸..." 


"응, 처음에는 그걸로 충분해. 조금 있다가 다시 올 테니까, 그때까지는 절대 방심하지 마!"



주체할 수 없는 쾌락에 당황한 오오카미가 모니터를 응시하자, 이번에는 남자들이 서로의 알몸을 핥는 장면이 비치고 있었다. 그것과 동시에, 다시금 고간의 기계가 천박하고도 질척한 소리를 내며 한 층 속도를 높여왔다. 영상 속 남자들의 건장한 신체를 보며 맞지 않게 영웅의 기질을 떠올리다 보면 예기치 않은 절정이 또다시 한번 찾아와 오오카미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약의 효과로 연달은 사정에 대한 괴로움은 없지만, 그래도 잔뜩 쌓여있을 때처럼 정신이 아찔해지는 사정을 하며 애써 흘러나오는 신음을 참아내고 탐스럽게 남자의 근육을 들여다보는 것은, 히어로의 정신을 지닌 그로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급적이면 소리내지 않는 게 좋겠지만.. 의외로 처음에는 눌러 죽이는 편이 평판이 좋을지도 모르겠네."


"하아.. 하... 평판, 이라고?"



"의뢰인에게 상황 보고를 위한 비디오를 보내다 의심받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거든. 물론, 괜찮은 장면만 잘 편집해서 찍을 거니 걱정은 마."


이 참상이, 빌런들에게까지 전해진다는 걸까… 


그러는 사이 속옷 위로 자신의 고간을 쓰다듬던 남자가 마침내 마지막 천 조각을 끌어내리자, 기세 좋게 발기한 성기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거기에 맞추어, 오오카미의 전신을 희롱하던 기계들 또한 점점 속도를 높여갔고, 그렇게 결국 오오카미는 얼마가지 않아 생면부지의 남자들에게 욕정하며 자신의 욕망을 비워내었다.




그로부터 3시간이 지난 후. 


오오카미는 남자의 솔로 자위 씬으로부터, 동성끼리의 끈적한 섹스 씬, 격렬한 교미와 난교, 야외 플레이 씬 등을 거친 뒤, 네코바의「특정한 경향에 성벽이 치우치면 좋지 않다.」라는 뜻에 따라 여러가지 연령이나 체형의 정사와 은밀한 부위를 보게 되었으며, 결국에는 목표치를 훌쩍 웃도는 130번의 사정을 경험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훨씬 잘해줬어! 역시 히어로는 다르구나, 이런 부분에서까지 남다를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그런 건 칭찬해 줘도 전혀 기쁘지 않아!"



일단 부정하기는 했어도, 어느 정도 네코바의 말도 들어맞는 곳이 있었다. 통합 130번의 사정을 거친 후 숨소리가 끊어질 듯 거칠어질지언정, 최소한 스스로 착정기와 다리의 고정을 떼어내며 대꾸할 만한 기력은 남아있었으니까. 


"그럼 성과 확인차 의사 정액을 전송해 볼까, 수치는 고환 내부 통상시의 70% 정도가 좋겠네."


네코바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기계에 커맨드를 입력하자, 울적한 기분이 급속히 가라앉아갔다. 빳빳하게 부풀어 있던 성기도 어느새 정상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고작 기계 하나로 성욕을 조작당하고 있다니, 꿈같은 이야기지만 직접 겪어보니 실로 무서운 일이었다. 



"이, 이봐, 잠깐만! 지금 뭐 하는 거야?!"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갑자기 네코바가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한다. 조금 전 비디오에서 본 것만 같은 광경에 나는 눈에 띄게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다.



"이제 와서 고작 이 정도로 부끄러워하면 안 되지, 게다가, 너만 벗은 모습을 보여주는 건 조금 불공평하잖아?" 



네코바는 그렇게 말하며 선반에서 라텍스 재질의 검은색 딜도를 꺼내들었다. 곧 윤활제가 잔뜩 발린 딜도의 흡판이 바닥에 고정되자, 네코바가 당연하다는 듯 그 위로 자신의 허리를 떨어트려 갔다.

날씬한 몸매의 네코바에 비해 딜도의 굵기는 제법 무리가 있어 보였지만, 네코바는 그런 내게 보란 듯 유연한 움직임으로 자신의 안에 끝까지 그것을 받아들여보였다.



"너.. 아프지도 않은 거야?"


"처음에는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이 정도 사이즈는 문제없어. 뭐, 네 것과 같은 크기기도 하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자연스럽게 네코바와 몸을 섞는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말았다. 같은 반 친구를 상대로 무슨 천한 생각을 하는가 싶기도 했기만, 네코바는 오히려 이런 반응을 유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 이제부터 설명해 줄 테니까 잘 봐."



네코바는 사무적인 말투로 욕망에 흐트러진 오오카미의 주의를 다잡으며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여갔다. 제법 이른 나이부터 자신의 신체를 이곳저곳 길들여온 네코바는 성적인 행위로부터 받는 쾌감을 조절하는 법도, 음란하게 숨을 헐떡이며 수컷의 본능을 자극해 타인을 욕정 시킬 수 있는 방법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지금, 오오카미에게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생각해 보면, 그로서도 수컷 앞에서 허리를 흔들며 한껏 고양된 숨을 내쉬는 것은 꽤나 오래간만의 일이었다. 



"직장의, 으읏.. 바로 옆에 전립선이 있으니까, 여기를 자극하면, 하아.. 금방.. 기분 좋아질 수 있어…"   



네코바가 기승위와도 같은 자세로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여간다.



"그렇게 말해도 잘 모른다고..."



'후우.. 어쩔 수 없네."



네코바의 예상대로, 오오카미는 똑바로 네코바의 치부를 응시하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직접 바깥쪽에서부터 짓눌러 몸이 사정한다고 오해하게 만드는 거야. 이제... 하아, 잘 알겠지..?"


타이밍 같은 건 나름대로 자신있었다. 드라이 사정으로 끝을 맺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비록 전신이 정액으로 더럽혀질지언정, 네코바는 오로지 그를 돕겠다는 일념 하나 만으로 거리낌 없이 절정을 받아들인다. 



지금 네코바가 쾌락에 허덕이는 모습은 타인을 흥분 시키기 위한 연기 따위가 아니었다. 필요에 따라서 억누르기도 하는 욕망을, 그는 지금 확실히 맛보고 있는 것이다.

네코바도 잘 알고 있었다. 조련사로 일하는 한, 쾌락에 젖은 자신의 모습은 조련 상대에게 손수 파고들 틈을 내보이는 것과 다름없으니 되도록이면 자신의 본모습은 감추는 것이 기본이라고. 

본래라면 신뢰할 수 있는 조련 상대 같은 건 있을 수 없을 터. 하지만, 네코바에게 있어서 오오카미는 결코 조련 대상 따위가 아니었다. 


받아들이는 쾌감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말인 즉, 비단 둔감해진다는 것만이 아닌, 역으로 내키는 때에 따라 얼마든지 민감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 말대로, 네코바는 반쯤 자의식의 통제를 벗어난 채, 쾌락만을 추구하는 움직임으로 허리를 들쑤시며 자신의 새하얀 모피를 온통 정액으로 더럽힐 때까지 사정을 멈추지 않았다.



오오카미 역시 눈을 부릅뜨고 그 광경을 주시하고 있었다. 친구의 몸으로 욕정해버리는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끼면서 말이다.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자 점차 제정신이 돌아온 건지, 네코바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자신의 정액에 범벅이 된 채로 오오카미를 향해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잘 보고 있었나보네, 그거."



네코바에게 지적받은 오오카미의 고간은 평소와는 다르게 잠잠하기는 커녕, 그 어느 때보다 빠른 고동에 맞춰 떨리기까지 하고 있었다.



"그, 그러니까 이건.."


"제대로 내 몸을 보고 흥분해 줬구나. 고마워." 



돌이켜보면 어느새 동성의 섹스 비디오에 대한 거부감도 완전히 사라진 채였다. 무언가 착잡한 표정을 짓는 오오카미에게 네코바가 격려 같지도 않은 격려를 해왔다.


"괜찮아! 여자를 상대로도 제대로 흥분할 수는 있으니까. 

그래서, 이쪽의 개발은 잘 됐으려나?"


"자, 잠깐, 기다려!"



정액투성이의 네코바가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광경은 실로 충격적이었지만, 결코 더럽거나 기분 나쁘다는 듯한 감각은 없었다. 오히려 욕정하는 쪽에 가까웠기 때문에, 오오카미는 다시금 죄책감으로 한 층 기가 꺾이는 것을 느꼈다. 

이런 오오카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네코바는 점점 그와의 거리를 좁혀만 갔다.




고양이 수인 특유의 가느다란 허벅지에서 흘러내리는 정액이 오오카미에게 묻었다. 그 미지근한 감각은, 몇 시간에 걸쳐 몸에 각인된 쾌감과 결부되는 것이었다.

오오카미는 벌써 잊고 있었지만, 네코바가 그의 양 유두에 붙여져 있던 전극을 정중히 떼어내자, 예기치 못한 쾌감이 신경을 타고 오오카미의 전신에 퍼졌다.



"-----!!!"


"음, 반응은 좋네. 이제 곧 편하게 해줄 테니까 기다려."



네코바의 음란한 손길에 유두를 자극당한 오오카미는 소리 없이 비명을 질렀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개발되지 않은 것 같았지만, 이래봬도 단기간에 제대로 성기 못지않은 역할을 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저항할 수도 없게 된 오오카미를 상대로, 네코바는 집요하게 그를 괴롭혔다.



"앗, 아아아아아앗!!!"



가슴에서부터 전해져오는 쾌감이 온몸을 휘젓고 다니자, 오오카미의 성기가 움찔거리는 것으로 이에 반응했다. 그의 귀두 끝에서는 조금 전의 네코바에 비하면 적지만, 충분한 양의 정액이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며 배꼽에 쏟아지고 있었다.


'큭, 으윽, 하아...'


오오카미의 거친 숨소리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성기를 만지지 않았음에도, 단지 남자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자신의 유두를 희롱하는 친구에게 욕정하여 사정했다는 것. 


불과 단 하루 만에, 오오카미는 그런 몸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