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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희 집으로 와주실래요?'


호랑이에게 계속 만나자는 문자를 했을 때, 가장 먼저 왔던 답장은 잠시 집으로 와 줄 수 있냐는 말이었다.

그냥 문자로 답해줘도 되는데 이렇게 불러내는걸 보면 뭔가 할 말이 있는게 아닐까?


그렇게 간단하게 준비를 마치고 전에 왔던 길을 그대로 되짚어 가다보니 어느샌가 호랑이의 집 문 앞에 도착했다.


왠지모를 들뜬 마음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신나게 걷다보니 생각보다 빨리 도착 했지만,

호랑이를 더 일찍봐도 나쁠건 없으니 나는 곧바로 집 앞에 도착했다고 연락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고리에서 절그럭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어... 들어오시겠어요?"


문 너머에 있는 호랑이는 처음 만났을 때 처럼 흰색 반팔티에 트렁크를 걸치고 나왔다.


처음 봤을 때는 거대한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 감탄섞인 긴장감이 먼저 들었지만

지금은 온 몸에 뻗친 털들과 우락부락한 근육들조차 그저 사랑스럽게만 느껴진다.


대략 일주일 만에 온 호랑이의 집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이전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나는 익숙하고도 자연스럽게 호랑이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제 2번째 방문이지만.


"그래. 생각은 좀 해봤어?"


쓸데없는 말을 늘여가며 시간을 잡아먹고 싶진 않으니 여기서 바로 본론.


"네... 그게... 그러니까..."


호랑이는 무엇이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고선 양손을 모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을 더듬고 있었다.


친구나 아는 사람이 저랬다면 답답함에 바로 짜증이 났겠지만 호랑이가 저러고 있으니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기다리면 끝이 없을 것 같네


"계속... 만나자는게 그... 그러니까..."


"사귀자고"


우물쭈물 하고 있는 호랑이에게 정곡을 찔러주니 호랑이는 눈에 띄게 얼굴을 붉히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꼼지락거리던 손가락을 더욱 빠르게 굴리기 시작했다.


진짜 귀엽다. 저 덩치에 저 소동물같은 애티튜드. 이게 눈에 콩깍지 씌였다고 하는건가.


"그... 그러니까..."


한창 손가락을 굴리던 호랑이가 어렵사리 입을 떼어냈다.


"저 같은 사람으로... 괜찮으시겠어요...?"


"무슨소리 하는거야?"


축 처진 귀와 꼬리, 한껏 깔아내린 눈, 쥐구멍에 들어갈듯한 목소리, 부들부들 떨고있는 온 몸의 털끝.

호랑이는 누가봐도 자신감 없어하는 모양새였다.


왜 이럴까.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는걸까. 이렇게 멋지고 섹시한 호랑이가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러는걸까.

조금 예상은 가지만 지금은 호랑이의 자신감을 높여줄 말이 필요했다.


그래서 꺼내든 내 할 말은 이거다.


"너같은 사람이라서 좋은거야"


내 말을 들은 호랑이는 숙였던 고개를 들고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나는 내 최고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 내가 지을 수 있는 최대의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와 눈이 마주친 호랑이는 점점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것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대로 눈을 질끈 감고는 팔을 들고 거칠게 눈을 비볐다.


아마 눈물을 참으려 하는거겠지.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호랑이는 팔로 눈을 가린 체로 숨을 크게 들이쉬고 천천히 내뱉었다.

그리고 팔을 내리며 다시 한번 더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 제 얘기를 좀 할게요."


딱히 더 해줄 말은 없으니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어려서부터 성격도 소심하고 말주변도 없어서 먼저 다가오는 사람이 아니면 친해지기가 어려웠거든요...

근데 아무래도 제가 보편적으로 말 걸기 편하게 생기진 않았으니 친구가 거의 없다시피 해요."


하긴 저런 인상으로 말없이 무표정으로 앉아있으면 쉽게 다가올 사람이 없긴 하겠네.

하지만 대형 육식종 사이에선 종종 있는 일인지라 아직까진 그렇게 문제가 될법한 내용은 없는것같다.


"근데 제가 성욕이 좀 센편이라... 성인 됬을때는 어떻게든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어서 없는 인맥 끌어모아서 소개팅을 몇 번 받았었는데...

중간까지는 잘 된것 같은데 항상 밤만 되면... 그... 다들 겁먹거나 도망가버려서..."


음.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자신감 없는 이유를 확실히 알 것 같네.

성격도 소심한데 그런식으로 퇴짜맞아버리면 충분히 상처가 될만하지.


"그래서 여자로는 안될 것 같아서 어플을 깔고 남자도 몇 명 찾아봤었는데 여자분들이랑 똑같이 다들 너무 커서 무섭다 그러고

겨우 만났던 상대는 제가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몰라서 무작정 넣었다가... 그.... 응급실로 가고..."


아... 왠지 모르게 응급실에서 의사와 호랑이 사이의 분위기가 예상이 가서 나까지 수치심이 느껴진다.


수인의 자지를 받느라 많이 넓혀놔서 다행이다. 안그랬으면 나도 영락없이 응급실로 갔겠지?


"그래서 저는 앞으로 영원히 못하겠구나 싶어서 어플도 삭제하고 그냥 딸딸이나 치면서 살 생각이었는데..."


"나한테 연락이 왔구나?"


"네.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퇴짜맞으면 그냥 영영 손으로 만족하려 했어요"


근데 어떻게 나랑 잘 됬네... 그러다 문득 한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다.


"너 나랑 처음만났을때 키스부터 갈기지 않았냐?"


이렇게 자존감 떨어지는 호랑이가 그런 당돌한 행동은 어떻게 한 것일까.

솔직히 나는 그때 얘가 워낙 섹시하게 생겨먹어서 학생때부터 여기저기 후리고 다니는 섹스폭격기쯤 되는줄 알았는데.


내 질문에 호랑이는 예상못했다는 듯 귀와 꼬리를 쫑긋 세우고는 나에게서 시선을 피하고 꾸물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 그건.... 제가 그 때 너무 참기 힘들정도로 좀 끓어올라서... 상대방을 흥분시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지않을까 했는데..."


"난 그런거 안해도 어떻게든 할거였는데"


"그땐 처음이니까 몰랐죠."


호랑이는 그렇게 말하며 미미한 웃음을 짓더니 금방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지금까지는 대딸이나 입으로 살짝 핥아졌던게 전부였는데 본격적으로 끝까지 해주셔서 저... 엄청 좋았어요 그 때... "


씨가 말라버리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쏟아부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감상일까.

나도 그 때를 생각하니 엉덩이가 저릿저릿하면서도 후끈후끈하다.


"근데... 저 때문에 죽을뻔한 사람도 있었는데 형이랑 하면서 정신줄을 놓아버리는 바람에..."


"맞아. 나 그때 진짜 죽는줄 알았다니까."


"하하... 네..."


어라. 농담으로 한 얘기였는데. 호랑이의 표정이 다크초콜릿을 먹은 마냥 씁쓸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뭔가 제 스스로도 통제가 안되니까 진짜 사람 죽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앞으로 형이랑 만날 일은 영영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것 치고는 떡치고 난 다음날 아침에 뭐 친절하게 이것저것 해주지 않았어? 보통 이쪽 세계는 연락 끊으려면 칼같이 끊는다고"


"저한테 잊지 못할 경험 한 번 하게 해주셨으니까 감사의 의미도 있고... 친구끼리 보통 다 그렇게 하지 않나요?"


세상에 어떤 친구가 아픈사람 밥까지 해주고 이마 핥으면서 유혹하고 그러냐고. 수인은 가치관이 다른가.

잠시만. 그렇다면 저 스윗함이 디폴트? 더더욱 사귀고 싶은걸.


"아무튼 그래서 형이랑은 앞으로 그냥 간단하게 연락이나 하면서 그냥 평범한 친구로만 지낼 줄 알았는데...

계속 만나자고 말씀하셨을 때... 저 너무 기뻤어요... 근데 제가 어떻게 형을 아프게 할지 몰라서 좀 무섭기도 하고..."


"내가 그런거 신경썼으면 너한테 사귀자고 말 하겠어? 나 이래뵈도 꽤 튼튼해서 섹스 몇 번 했다고 죽진 않아."


아직도 우물쭈물하고 있는 호랑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지금은 짧고 굵게 말하는게 좋겠지.

나는 걸터앉아있던 침대에서 일어나 내 앞에 서있는 호랑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나는 이제 너가 아니면 안될것같은데. 너는?"


호랑이는 내 말을 귀 기울여 듣더니 요전번 아침에 나를 설레게 만들었던 티 없이 맑고 순박한 미소를 있는 힘껏 지어냈다.


그래. 이거야. 내가 보고 싶었던건...


"저도... 저도 형이 아니면 안될것같아요...!"


호랑이의 고백이 끝나자마자 나는 있는 힘껏 호랑이의 품 속으로 뛰어들었다.


제 아무리 근육질 호랑이라도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사람은 막을 수 없었는지 나를 안고는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그렇게 어쩌다보니 왠지 내가 호랑이를 덮치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이 자세로 할만한건 아무래도 그거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해야지.


나는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호랑이의 얼굴에 가까이 가서 호랑이의 입에 내 입술을 맞댔다.


호랑이는 놀라서 입을 살짝 벌리고 있던터라 내 혓바닥이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호랑이의 입속에 천천히 혀를 집어넣고 호랑이의 송곳니, 혓바닥, 어금니 등등 맛보고 싶은 부분을 천천히 음미했다.


호랑이는 처음엔 당황한 듯 경직되어 있었지만 내 혓바닥의 움직임에 맞춰 호랑이도 천천히 혀를 굴리더니 서로의 입 속을 탐하기 시작했다.


"후우... 저번엔 너가 먼저 했었지? 이번엔 내 차례야."


"벌써 하셨으면서..."


"아무렴 어때"


나는 호랑이의 입과 연결되어 있는 침의 줄을 끊어내고 다시 한번 더 키스하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호랑이의 아랫배쪽에 앉아있던 나는 무언가 딱딱한게 내 등을 툭툭 건드리는 것이 느껴졌다.


"...벌써 섰어?"


내 밑에 깔려있는 호랑이는 안쓰러울 정도로 얼굴을 붉히고는 볼을 긁적였다.


"그.. 좋아하는 사람이랑 키스하면... 누구든 이렇게 된다구요..."


진짜 미치도록 귀엽다. 이런 호랑이랑 섹스하다가 죽으면 호상 아닐까?


"근데...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뭐?"


"저희... 처음 했던 날이 1일이에요? 아니면 오늘부터 1일이에요?"


그게 중요하구나...


그렇다면 뭐라 대답하는게 좋을까.


"오늘 밤새 떡치고 내일부터 1일로 하자."


이게 좋겠지.





달달한 연애씬 쓰기 졸라 어렵네요 시팔


이 다음은 나올 수도 있고 안나올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