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갤도서관 채널

코베릭은 이곳에 감금되고 처음으로 발소리 없이 스스로 눈을 떴다. 내가 눈을 뜨긴 한걸가? 보이는 거라고는 칠흑같은 암흑 뿐, 탁자와 향초는 커녕 자신의 몸조차 보이지 않았다. 달콤한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게 아무래도 향초가 꺼진 듯 했다.


열을 내며 날뛰다 쓰러진 탓에 감기라도 걸린건지 아직까지도 몸이 뜨거웠고 머리가 멍했지만, 코베릭은 일어나서 구속된 상태나마 몸을 움직이며 신체의 이곳저곳을 점검했다. 근육이 조금 쑤시고 배가 고프긴 했지만 아직까진 버틸만한 정도. 문득 스튜어트가 두고간 개밥그릇이 생각났지만 코베릭은 애써 무시하며 고개를 털었다. 


코베릭은 신체점검을 마치고 스튜어트가 나오던 통로 방향을 바라봤다.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에게 반격할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가령 이 쇠사슬을 이용해 공격할 수 없을까? 지금까지는 코베릭에게 다가오기 전 반드시 벽에 고정시켰지만 방심해서 고정시키지 않고 다가온다면 공격할 방법이 있을지 몰랐다. 다른 쇠사슬들은 공격을 허용하는 길이가 아니었지만 목걸이와 연결된 쇠사슬은 길이에 상당한 여유가 있었다. 잘하면 이걸로 그 자식의 목을 조를 수 있을지도...


그때 다시 한번 발소리가 들렸다. 스튜어트가 느긋한 걸음걸이로 동굴 안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발소리를 듣고 있자니 분노가 차오른 탓인지 몸이 더욱 뜨거워졌다. 코베릭은 아찔한 열을 무시하고 으르렁거리며 발소리가 나는 방향을 노려봤다. 암흑 속에서도 발소리는 또렷이 커져갔고, 어느 순간 발소리가 멈췄다.


"이런, 제가 조금 늦은 것 같네요." 스튜어트는 이 어둠 속에서도 앞을 보는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했다.

그는 어둠 속에서도 어제와 한치 다를 바없는 움직임으로 탁자위에 배낭을 올려두고는 향초를 꺼냈고, 손가락 끝에서 작은 불꽃을 만들어내더니 향초에 옮겨붙였다. 향초를 갈아끼운 그는 다 타버린 향초를 정리하더니 개밥그릇과 그에 담긴 음식물을 보았다.


"슬슬 배고프실텐데, 식사는 거르지 않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정성들여 만든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요." 스튜어트는 자신이 밥을 걸렀다는게 짜증났는지 지금까지와 달리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흑마법사가 준 음식 따위를 먹을 것 같나?" 코베릭이 스튜어트의 표정에서 미소를 지운데에 대한 작은 승리감에 젖어 말했다.

"식사는 하셨을 줄 알고 준비해온건데... 뭐 미리 사용한다고 문제 될건 없죠." 스튜어트는 배낭에서 어제와 비슷한 유리병을 꺼냈다. 검은 액체가 담긴 유리병. 그러나 어제와 달리 유리병을 뒤집어 내용물을 바닥에 쏟아버렸다. 코베릭이 긴장하며 액체를 바라보자 스튜어트의 입가에 미소가 돌아왔다.

"아무리 경건한 성기사라도, 식사 후에는 어쩔 수 없이 그... 생리활동을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걸 해결해드릴 친구입니다." 코베릭이 그렇게 말하고는 손가락을 튕기자 바닥에 쏟아진 검은 액체가 한곳으로 모이며 뭉치기 시작했다. 슬라임이다.


검은 슬라임이 서서히 코베릭 쪽으로 다가왔다. 코베릭이 뒷걸음질치자 스튜어트가 말했다. "너무 긴장할 필요 없습니다. 당신에게 해를 끼칠 아이는 아니니까요."


슬라임은 코베릭의 발치로 다가와 매달려왔다. 코베릭은 나름대로 저항했지만 구속된 상태로는 별 소용이 없었다.

"크읏..!" 슬라임은 천천히 다리를 타고 올라 허리 부근에 달라붙어 코베릭의 남성과 엉덩이를 감싸기 시작했다.

"역겨운 자식..." 코베릭이 스튜어트를 노려보며 말하자 스튜어트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치고는... 제법 기분 좋아 보이시는 군요." 스튜어트의 시선이 코베릭의 남성을 향해 꽃혔다. 코베릭은 무슨 뜻인지 의아해하며 슬라임이 달라붙은 자신의 남성을 보았다. 코베릭의 남성은 슬라임에 뒤덮힌채로 힘차게 발기해있었다.

"이, 이게 무슨..." 코베릭이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자 스튜어트는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비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그 아이는 그런 종류의 배설도 처리해줄테니까요. 어제 당신에게 새긴 문신 덕분에 당신을 해치지도 않을겁니다."

스튜어트가 무어라하건 코베릭은 허리를 흔들며 조금이라도 슬라임을 떼어내려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슬라임은 오히려 더 얽혀오며 코베릭의 남성을 단단하게 조여왔다.

"으..으읏..." 코베릭은 자신의 남성에 가해지는 압박감에 신음했고 스튜어트는 더 이상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작게 키득이는 소리를 냈다.

"큭... 푸흐흡... 아무래도 당분간은 외롭지 않으시겠네요. 잘됐어요. 저도 다음번에는 언제 찾아오게 될지 모르겠거든요." 

코베릭이 수치심 속에서도 간신히 적의와 분노를 긁어모아 스튜어트를 노려봤지만 스튜어트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배낭을 챙기기 시작했다.

"네.. 네놈! 흐앗!...."

코베릭이 무언가 소리치려던 순간 슬라임이 꾸물거리더니 뒷쪽의 구멍으로 침입하기 시작했다. 통증은 거의 없었으나 뒷쪽으로 무언가가 억지로 밀고 들어오는 낯선 감각에 코베릭은 신음소리를 참지 못했다.

슬라임은 계속해서 안쪽으로 밀고 들어왔고 앞을 압박당하며 뒤를 침범당하자 코베릭은 눈을 질끈 감으며 이 순간을 견뎌내려 했다. 그러자 슬라임은 앞 부분의 머리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코베릭은 밀려오는 사정감을 참기 위해 숨을 멈추고 이를 악물었으나, 그와 동시에 침입한 뒷쪽이 움직이며 코베릭의 깊숙한 곳을 지긋이 눌렀다. 코베릭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씨앗을 뿜어내고 말았다.

"제기랄... 네놈... 네놈을 반듯이..." 코베릭은 숨을 몰아쉬고 스튜어트를 노려보려했으나 스튜어트는 어느새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