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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베릭은 사슬에 묶인 손을 뒤로한 채 땅바닥에 뺨을 대고 밥그릇을 바라보며 엎어져있었다.

향초가 꺼지고도 얼마인지 모를 시간이 지났지만 흑마법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향초가 꺼지자 시간감각이 무뎌졌다.

더군다나 기력을 회복하자 몸을 감싸던 열기는 사그라들었지만 허리를 감싼 슬라임이 움직임이 다시 시작됐다. 처음처럼 격렬하진 않았지만 통증은 더욱 선명했다. 온 몸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정수를 빼앗기는 듯한 감각에 낮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차라리 열 속에서는 이런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는데... 오히려...

"으읏" 그 느낌을 상상하자 앞섶이 다시 한번 부풀어올랐다. 슬라임은 때를 놓치지 않고 조였다 풀어주며 코베릭을 자극했다.

코베릭의 앞섶은 금새 사정에 이르며 시들었지만 정작 코베릭은 별 다른 쾌감을 느끼지 못했다. 코베릭의 정수는 코베릭에 의해 배출되기도 전에 요도 깊숙히 박힌 슬라임이 빨아들여버렸다.

"아..." 코베릭의 입에서 낮은 탄식이 새어나왔다. 어느 순간부터 계속 이런 식이다. 분명 사정했음에도 아무런 사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코베릭은 몸을 떨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타고 남은 향초와 탁자가 있을 위치를 바라보았다. 향초의 향기가 조금 남아있었다. 코베릭은 허겁지겁 숨을 들이쉬며 향을 빨아들였지만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미약한 향기가 쾌락으로 가득한 기억을 되새김질하는데에는 도움이 됐다. 고통을 피하기 위해 쾌락에 집중하자 코베릭의 신음이 코베릭의 신음이 점점 야릇하게 변해갔다. 만족감을 주지 않는 앞쪽 대신, 슬라임이 누를때마다 저릿한 감각이 들어오는 뒷쪽에 신경을 집중했다.

"흐읏.... 하..." 맑은 물에 한 방울 오수가 떨어진 것처럼, 생존을 위한 약간의 타협이 점차 커져가며 성기사의 모든 것을 더렵히고 있다. 처음엔 살기 위한 타협이었지만 이는 곧 고통을 피하기 위해 '타협'이 되었고, 매 순간 코베릭의 '타협'은 쾌락을 얻기 위한 '굴복'에 가까워져갔다.

"으읏, 하읏!" 슬라임이 뒷쪽의 어느 지점을 뭉근하게 긁듯이 자극하자 코베릭은 다시 한번 사정없는 절정을 경험했다. 짜릿함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감각. 코베릭은 앞 구멍이 막힌 이례로, 아니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절정 속에서 환희로 가득찬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결코 고결한 성기사의 것이 아닌 음탕한 창부의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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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생각보다 빨리 망가졌네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스튜어트가 돌아왔지만 코베릭은 스튜어트를 코 앞에 두고도 그저 엎드려서 숨을 헐떡일 뿐이었다. 

스튜어트는 엎어진 코베릭의 어깨 아래에 발등을 집어넣더니 의외의 힘으로 코베릭을 일으켜세워 앉혔다. 쇠사슬의 요란한 소리에 코베릭은 간신히 정신을 차려갔다. 코베릭은 흐릿한 눈으로 스튜어트를 바라봤다.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조금 늦어졌네요. 하지만 뭐, 코베릭 경은 혼자서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신 것 같지만요."

"으... 아..." 코베릭이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그저 낮은 신음소리만 새어나왔다. 스튜어트는 무심하게 탁자 위에 배낭을 올려 내용물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배낭에서 향초가 나오자 코베릭은 눈을 크게 떴다.

"아..! 으.. 아.." 코베릭은 무릎으로 기어 향초가 올려진 탁자 앞에 다가갔다.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기며 코베릭을 막아섰다. 코베릭은 더 이상 향초에 다가갈 수 없자 입을 벌리고 숨을 크게 헐떡였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먹이를 눈 앞에둔 개와 다를바가 없었다.

"크흐흐흐, 제 향초가 마음에 드셨나봐요." 스튜어트는 향초에 불을 붙이고는 코베릭의 앞으로 다가갔다. 코베릭은 조금이라도 더 향을 들이마시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런데... 이 향초, 뭘로 만들었는지 아시겠나요?" 스튜어트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코베릭을 향해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는 작은 상처가 나있었고, 그 상처 안에서 새까만 핏방울 새어나왔다.

"아.... 아아!!......" 그 검은 피의 향기를 맡자 코베릭의 숨이 거칠어졌다. 향초보다도 더욱 농후한 향기가 코 끝을 간질인다. 코베릭은 스튜어트의 손가락 끝에 닿고자 구속구를 더욱 강하게 당겼으나 목만 더욱 조일 뿐 한 뼘거리가 부족했다. 밥그릇의 죽을 먹을때와 마찬가지... 코베릭은 혓바닥을 내밀어 스튜어트의 손가락을 핥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전신을 덮치는 아찔한 열기 속에서 코베릭은 온 몸에 힘이 빠져 빈 밥그릇에 얼굴을 박으며 넘어졌다. 코베릭의 입에서 새어나온 침이 밥그릇의 바닥을 적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