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작정하고 지른 것은 아니었다.

좋아하는지도 모를 사람 때문에 입사를 한다 ㅋㅋ루삥뽕 같은 도박을 할 나이도 아니다.

이제 그렇게 어리지도 않으니, 계약서를 쓰고 입사를 한 지금도 언제든지 런칠 준비는 되어있다. 

그나마 일이 맞냐 아니냐는 알바로 나오면서 어느정도 경험해봤고 나 나름껏 해답을 찾은 상황이었다.

뭐, 제일 좋은 거라면 같은 파트로 배속되는 거지만 이미 인원 다 찬 것 정도는 얼마 전부터 알고 있었다.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다행인 건 다른 층으로 배치된 게 아니라 같은 층으로 배치되서 오며가며 볼 수는 있을 거란 거였다.

그걸로 위안을 삼는 나도 참 어지간하다 싶었는데... 하필이면 이번 주에 시간이 바뀌어서 정작 보진 못했다.

아마도 다음 주에는 직원 대 직원으로 볼 수 있으려나. 물론 파트가 다르기 때문에 내 직속 상사는 아니지만.


알바로 나오면서 온갖 파트에서 일해봤고 그 곳도 그 중 하나였던 곳이었다.

가증스럽게도 내 망해버린 공간지각력 때문에 개고생했던 곳이기도 하고, 내 증상을 모름에도 주변에 계셨던 직원분들과 같은 알바분들의 배려로 어떻게든 일을 해나갔다.

그리고 그것을 묵인한 것은, 또한 어떤 의미로 날 제일 도와줬던 건 그 사람이었다.


다소의 불편함을 감안하고 타인을 도와준다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님을 모를 나이는 아니다.

그렇기에 그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민폐를 끼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다.

아니, 생각했었다.


사람이 맞는 것과, 일이 맞는 것은 다르고 그 곳도 그런 곳이었다.

사람은 맞는데 일이 개같이 안맞으니 이대로 괜찮나? 싶었다.

아니, 괜찮으니 쓰는 건 아는데. 진짜 괜찮은 거냐고. 일개 알바한테 계약서 쓴 직원들까지 배려해주는 거 괜찮습니까?

그래서, 아마도 그 파트에서 자리가 비었다고 해도 지원을 했을 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알바랑 직원은 또 다르니까...


뭐, 이제와선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어쨌든, 입사를 하면서 사내메신저 공지에 내 이름이 올라오고, 그 사람이 올린 글도 볼 수 있게 됐다.

내 이름 확인했으려나. 난 당신이 올린 글 봤는데 말이죠.

이름 잘 못외운다고 장담한 탓에 내 이름 외우는 데 두 달은 걸린 것도 웃긴데, 그 이후로는 그냥 저항없이 xx님(직급 상관없이 이렇게 부르는게 회사 규정이다)이라고 불러대는 당신.

 '내 이름 외우지도 않는 사람 굳이 이름으로 불러줄 필요 있나?'싶다가 막상 내 이름 부르니까 갑자기 의식해버려서 그전까진 직책 아닌 직책으로 대부분 불렀다가 간신히 @@님이라고 이름으로만 부르게 된 나. (이렇게까지 부르기 전 톡방에서 온갖 ㄱㅈㄹ을 떤 장황한 과정은 생략한다)


마주치지 못한 채 말로 하지 못한 수많은 감정들은 내 안에 묻어두고, 그렇게 첫 출근날이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