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다른 곳에서 짧은 소설 올리는 취미가 있었는데, 내 상황이 이렇게 변하다보니 정작 글이 1도 안써지더라 ㅋㅋㅋㅋㅋㅋ... 아니 보통 반대 아니냐?

여하튼 최근에 있던 일들. 소설로 치면 엽편소설쯤 된다 치자.



하나.

그거 하려고 입사했냐는 말에 아니라고 자연스럽게 반박했다.

근데 퇴근하면서 생각해보니까 그게 그냥 아니라고 한 게 아니었다. 

꽤 특이한 억양으로, 누가봐도 애교부리는 말투였다.


무의식적으로 그랬다는 걸 깨닫고 시발 뭐지? 라고 생각했는데, 받아들이는 사람조차 그걸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넘기고 있었다.

...나 대체 언제부터 그런 말투로 답했던거냐.... 돌겠네.


둘. 

반대로 그 쪽에서 애교부리는 듯한 말투로 말한 적이 있다.

위에 언급했던 것과 다른, 1:다수의 경우였는데 그걸 보면서 내가 한 생각은 '아니 왜 저게 어울림?'이었다.

....아니 진짜 왜 어울리시냐고요. 설명을 좀 해보십시오.


셋.

사수와 부사수 같은 관계도 아닌 그저 옆 부서의 직급 높은 사람과 막 입사한 사원(경력직)의 관계로 재정립되었지만, 그렇다 해서 크게 우... 우리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우리 사이가 변한 것은 특별히 없는 것 같다. 일단은.

그러니까, 저쪽이 날 놀려먹고 내가 씨익씨익대는 그런 관계라는 얘기다. 


흔히 말해 내가 '타격감이 좋다'는 쪽이라고 할 수도 있고, 그 쪽은 아마 동생같은 쪽으로 보는가본데 유감스럽게도 내 형제관계는 그렇지 않습니다.

여하튼, 얼마 전엔 그걸 좀 세게 받아쳤다가 스스로도 헉하고 놀랐던 적이 있었다.


아니, 아무리 편하다고 해도 그렇지, 분수도 모르고 그렇게 받아치나? 

일반적인 직장에선 절대 용인 가능한 반응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급하게 이북으로 관련 서적을 퇴근하면서 읽어내려갔다.


또, 그 놈의 장애가 문제였다.

조만간 이거 관련해서 주치의 아저씨한테 물어봐야 할 거 같다. 

약이 하나 더 추가되려나, 아니면 그냥 성격적으로 고치는 걸로 시도해보려나.

아마 후자일 확률이 클 거 같다. 아무리 놀려먹는 것에 화났다고 해도 순간적으로 욱한거지 그걸로 머리 끝까지 화났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으니까.

그저, 내가 그 사람을 너무 편하게 생각한 게 문제일 뿐이지.

다행히 다음 날 별 다른 반응이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미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경계선을 새로이 그려야 할 것 같다.

...얼마나 갈 지 모르겠지만, 주제파악은 해야지.


넷.

사회성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난, 지금 일하는 곳에 나오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편이었다.

그 속도는 보통 사람에 비해 기어가는 수준일 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나아가게 된 이유엔 그 사람이 있었다.


이름은 외우는 데 길게 걸리는 대신 얼굴은 기억하는 사람이라 조금씩 눈을 맞추려고 연습했다.

간혹 나오는 실수가 미안해서, 조금씩 무언가 주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분들에게도 돌리기도 했다)

그게 나중에 사정이 있어 음식을 가린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실수했다 싶었지만...


가능하면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조금 더 집중하려고 했고, 그렇게 느리게나마 나아갔다.

애시당초, 일개 알바가 저지른 일을 그 쪽의 손을 빌리면서까지 해결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그럼에도 때때로 나서거나 하는 경우가 있어서 내 머릿속이 복잡해지기를 여러번.

감사함보단, 오히려 죄책감만 늘어났다.


온전한 선의를 받아들이기엔 내 부족함을 알고 있어서.

'누가 와도 상관없다'고 말해도, 거기 일하는 모든 분들이 그렇지는 않을 거니까.

그러니까, 당신만 괜찮은 거 아닐까 그거.


내가 가게 되면 조금 더 신경써야 하잖아요 이 멍텅구리야. 내가 그걸 좋다고 받아들이겠냐?


다섯.

내가 먼저 뿌리기 시작한건지, 저 쪽에서 먼저 뿌리기 시작한건지 모호하지만 나는 나대로,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의 향이 있다.

그래서 비슷한 향을 맡거나 지나간 자리의 잔향을 맡으면 으레 떠올릴 수밖에 없다.


내 향도, 당신한테 그런 생각이 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