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 올리기 전에 별개로 찾아보다가 더 안올린 게 있어서 올리는 것들.
이제 진짜 끝이네.
하나.
시간 확인한다고 갑자기 내 휴대폰을 들여다 본 적이 있었다.
하필 그 상황이 친구들과 사용하는 메신저 앱이었고, 또 하필 그 상황이 그 사람 얘기 하던 중이라 놀라서 기겁했다.
화면 안 볼 거니까 그렇게 놀라진 말라고 하는데 아니 누가 안놀라냐고요;;; 갑자기 얼굴 들이미는데;;;;;
둘.
아마 간식을 처음으로 다른 분들한테 나눠드릴 때였던 모양이다.
대뜸 와서 자기도 달라고 하길래 "아니 저번에 드렸잖아요... 저 더 드리면 거덜나요;"하고 거절했더니 불만은 있는 얼굴이었지만 수긍하더라.
아니 그리고 애초에 그 때 알바였는데 직원이 알바한테 간식 삥뜯는게 말입니까 진짜?
셋.
여름에 일할 때 특정 시간대만 지나면 꼭 화이팅이니, 힘내자니 하며 지나갔었다.
아니 대체 왜저래? 하고 화장실 가보니까 어... 음.... 그런 말 나올 외형의 내가 있었다.
아니 근데 열이 많은 걸 어쩌라고 당신이 책임질 거냐고....
넷.
한참 장마일 때 그 사람이 너무 당당하게 우산을 안챙겨 왔었다.
아니 뭐 애초에 자차 있는 사람이니 차에서 가져오면 되긴 하지만...
나야 내가 안챙기면 내 몸이 큰일나는 사람이라 챙겨왔는데, 결국 내 우산 쓰고 같이 밥먹으러 갔다.
이젠 뭐 상관없는 얘기지만, 난 여자고 그 쪽은 남자다.
....보통 반대 아니냐?
다섯.
혼자 신규장비를 못쓰는 사람이라, 눈치보면서 구식장비를 쓰는데 '이래도 되나...?'하면서 주저할 때마다 그 사람이 "일 안해?"라고 놀려먹는 게 기본 패턴이었다.
거기에 다르게 대답하는 것도 나름대로 일이어서 고생했지, 음.
이젠 그럴 일 없겠구나.
여섯.
이름 처음 불렀을 때가 생각난다.
원래는 직급으로 불렀다가 (애초에 저 사람이 내 이름 기억하지도 못하기도 했고) 어느 순간 조심스럽게 이름으로 부르고 혼자 쪽팔려서 메신저에 비명 아닌 비명을 질러댔었다.
그러고서 한 보름은 더 지나서야 내 이름을 기억하기 시작했고, 마지막이었던 오늘도 그 이름을 부르며 인사했다.
이젠 그 목소리로 내 이름 들을 수 없겠네.
조금은 쓸쓸할지도.
일곱.
일하다 멍하니 쉬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잠깐 사무실에 들어갔다 나왔었다.
당연히 이 쪽을 볼 일이 없겠거니 해서 방심하고 있는데 갑자기 휙 돌아보더니 날 보고 웃고 들어갔다.
당황해서 "뭐에요?!"라고 외친 건 덤이다.
거진 반 년간 많은 일이 있었고, 일기로 기록하듯 남겨놓은 것들이 있어서 뒤져보니 이만큼이나 더 올릴 수 있더라.
이러고도 사랑이 아닌 애매한 경계선의 관계였다는 것도 참 우습지만.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네.
아마 이게 짝챈에 올릴 마지막 글일 듯. 여기까지 봐줘서 고마웠성....
여기 있는, 여기 올 짝붕짝순이들은 모두 이뤄지길 바라며 ㅃ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