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딘은 설레이는 마음을 감출수 없었다.

약 2년이 넘도록 전장에서 크리스와 함께 싸워오며 사랑을 키웠지만 크리스 그녀는 레딘에게 단 한번도 동침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레딘이 크리스의 막사로 들어가 은근슬쩍 어필을 해봐도

"오빠. 나 이런거 싫어하는거 알잖아... 오빠도 날 정말 사랑한다면 우리 결혼하고 하자.. 응? 오빠도 알겠지만 우리 집안이 대대로 여신교 신자라 혼전순결 지키고 싶어."

이러한 대답만 들려올뿐인지라 항상 시무룩하며 레딘이 그녀의 막사를 떠날뿐이었으나 오늘은 다르다.

드디어 그녀의 허락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후욱.. 후욱"

수천만의 마물과 대치했을때도
보젤과 마지막 전투를 치뤘을때도 차분했던 레딘의 심장이 요동치고 있었다.

"오빠.. 나 씻고 왔어."

긴장되어 땅바닥만 바라보고 있던 레딘의 귓가에 부드러운 크리스의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딘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한장의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있던 크리스가 보였다.

"크, 크리스..!!"

수건으로 몸을 가렸으나 윤곽진 그녀의 탐스러운 메론과 전투로 단련된 애플힙은 더이상 레딘의 정의의선서를 막을수는 없었다.

격하게 달려드는 레딘을 보고도 크리스는 혼전순결을 지킨 처녀답지 않은 반응으로 레딘의 목덜미를 끌어앉으며 침대에 두 사람의 몸이 포개졌다.

그리고 드디어 기대했던 레딘의 정의의 선서가 크리스의 날개옷에 들어가는순간 레딘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섹스란게.. 이런건가?'

정의의선서에서 느껴지는 공허함.
허무. 혼돈.

자신이 병사들에게 들어왔던 그 환상적인 관계와는 뭔가 달랐다. 열심히 선서를 휘둘러보았지만 크리스의 날개옷은 레딘의 모든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았다.

블랙홀

그렇다. 레딘은 이 느낌을 받은적이 있다.
보젤과의 마지막 전투에서 보젤의 필살기인 블랙홀을 맞아 잠시 이차원 허무의 세계로 날라갔을때 그때 느꼈던것과 지금 전혀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허무함을 느끼며 열심히 선서를 흔들던 레딘은
얼마 지나지않아 사정을 했고 잠시 바람을 쐬고온다는 핑계로 테라스에 나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혔다.

'아닐거야... 분명히 그녀도 처음이라고 했으니... 내가 믿어야만 한다. 또한 보젤의 저주에 의한 부작용일수도 있으니..."

잠시후 생각이 정리된 레딘은 관계 내내 무표정했던 표정을 지우고 밝게 웃으며 방에 조용히 들어왔다.
침대에 누워있을 크리스를 놀래켜 분위기 반전을 꾀함이었다.


털썩


그러나 그곳에는 레딘 자신이 알던 청초하며 도도하던 크리스는 없었다.

자신의 씨앗을 탐하며 게걸스럽게 물구나무를 서며 허리를 흔드는 괴물만이 있을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