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랑국지 1섭 1위한 Rise(혹은 Rise up) 여단에서 1년 반 동안 있"었"다.


이 글에선 그 1년 반 동안의 전반적인 감상보단 이번 랑국지에 관한 행적과 감상을 풀 것이다.


예전에 언급했다시피 본인은 농부고 랑국지 기간이 농번기였던지라 너무 바빠서 톡방을 자주 확인하진 않았다.


6-7시 사이에 기상해서 밭에 나가서 일하고 7시에 해지면 저녁 먹고 좀 쉬다 창고 가서 새벽 2시까지 포장 일을 하다 잤으니 톡방 세부 내용을 확인할 틈은 별로 없었다.


그러다 랑국지 기간 들어서 어머니께 막타작하는 시간인 2130부터 2330까지 쉬겠다고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아 막타작을 했다.


첫주 동안은 그냥 내 계정 하나만 가지고 막타작에 참여했다. 가끔 피깎도 갔고.


그러다 이제 여단장이 톡에 시간이 안 되는 사람은 qr코드를 다른 사람에게 인도하라는 말을 한다.




사람들이 아이 봐야 돼요, 야근이에요 저마다 바쁘다고 이유를 대며 qr을 떠넘기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집에서 일하고 인정받은 쉬는 시간이 있다는 판단 하에 최대한 이타심을 발휘해서 자발적으로 고정으로 qr 2명을 받아서 막타작을 돌렸고 최대 5명까지 받아 봤다. 그러니까 최소 3배럭, 최대 6배럭이었다는 것이다. 위 스샷 작업 표시줄의 클라이언트 수를 보면 와닿을 것이다.




하는 내내 보병 전투차나 전차 내부에서 승무원이 드론 전투 차량 2-3대씩 굴려 전투를 수행한다는 미육군의 차세대 기갑 전술이 떠올랐다.



나는 랑국지 기간 중 최소 30일 이상을 이렇게 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호구가 따로 없었다. 정작 제일 바쁜 축에 속하는 나는 qr 받아서 대신 돌려 주고 저들은 자신의 일을 본다.




나 이외에도 저렇게 qr코드를 넘겨 받고 한 사람들이 수두룩 했다.




Rise의 1등 신화는 사실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아닌 이 이타심 넘치는 자발적 qr 수령자들에 의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단장도 부계 들고 했다는 건 인정한다.




소수의 정해진 분들이 qr을 받았고 나 포함 이분들은 랑국지를 해감에 따라 점차 고갈되어만 갔다.




나와 같이 여단을 나온 어느 한 분이 Qr 받은 사람들의 공헌도를 계산했는 데 난 7만점 정도였다고 한다.




나는 그래도 아직 20대에 소싯적 운동을 했었던지라 체력상 할만했다.


그냥 몬스터 좀 빨고 살면 됐으니까. 농번기에 한 3주 동안 몬스터 24개들이 박스 3개는 비운 거 같다.




랑국지 마지막 주 일요일 참여율은 저조했고 qr 돌리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참다 못 해 대리하는 사람들 시간은 시간 아니냐고 역정을 냈다. 여단장은 늘 그랬듯 그냥 참고 해보자는 말만 했다.



그리고 랑국지 종료 당일 시각 0001, 여단에서 최초로 이탈했다. 여단전 제압 보상도 받기 싫었을 정도로 염증이 느껴졌다.




상습적으로 무임승차하는 인원들도 싫었고, 딱히 뚜렷한 안건과 보상 없이 1위라는 목적과 달성에서 따라오는 자부심만 믿고 참으라는 여단장도 싫었다.


0001분에 나갔는 데 30분 뒤에 이렇게 인겜 메시지 보내던데 이게 나 나간 거 알고 붙잡으려는 건지 아님 나간 줄도 모르고 걍 달래려는 건진 모르겠다.

피곤해서 대꾸도 안 했다.


지금 많은 인원들이 이때의 염증으로 여단을 나가고 있다. 지금 한 30명 쯤 남았을 걸. 좀 있으면 여단전도 못 열게 될 것이다.



나는 Rise의 시공원정대를 소련 체르노빌 원전 붕괴에 빗대어 생각한다. 당면한 문제에 대해 수뇌부는 사실 보도를 완화하고 하위 인력들을 비인도적으로 갈아 넣는 수직하강 중앙통제식 문제 해결. 덕분에 체르노빌 원전 피해자는 기하급수적이다.


반면에 70년대 미국의 쓰리 마일 섬 원전붕괴 당시 미국은 사건이 발발하자마자 주민들을 대피시켰고 이로 인해 피해는 전무하다시피했으며, 대외적인 지원 하에 문제를 제대로 봉합했다. 나중엔 대통령이 방사선 차단 부츠 한 켤레 신고 현장 방문까지 했지.




혹시 안 본 사람들은 기회가 되면 HBO 시리즈인 "체르노빌"을 꼭 한 번 봐보길 바란다. 우린 방사능에 노출된 파편 쪼가리를 치우기 위해 옥상에 올라간 소련 장병들 "바이오로봇"이었다.



Rise 여단은 마치 1991년 소련이 그랬듯 서서히 몰락(Downfall)의 말로를 걷고 있다.





지금은 화기애애한 다른 여단 들어가서 재밌게 놀고 있다. 게임의 본질은 재미다. 여러분도 좋은 여단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오래오래 랑그릿사를 즐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