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그래서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무급으로?"

사장이 이상한 듯 펜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재차 물어보자 그 앞에 있던 백발의 소녀가 눈을 반짝이며 그렇다고 한다.

용병으로 살아온지 어연 30년.
남은 돈과 퇴직금으로 새로이 크게 창업해서 적지 않은 알바생들을 뽑아 알바비가 부담스런 그에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제안이었다.
 
뭔가 꺼림칙했으나 공짜 노예가 생겼으니 당장 불안한 자금은 그래도 줄였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루나 양, 서빙 알바 경험은 해본 적 있나?"

끄덕이며 식사만 제공해주면 된다고 하는 면접생.

'옳거니'

그는 오늘부터 알바 시작하면 된다며 계약서에 펜을 내민다.
초롱초롱한 눈빛을 내뿜으며 펜을 들고 서명한 루나는 혀를 낼름거리며 오픈 준비를 위해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

오픈시간이 다가왔다. 오픈한 지 며칠 되지 않았으나 훌륭한 음식으로 입소문이 나서 가게 앞엔 벌써 손님들이 줄을 서 있었다.

오픈으로 바꾸자마자 몰려드는 손님들을 반겨주는 아리따운 웨이트리스들은 손님들을 자리로 안내해주며 물을 따르고 주문을 받는 등 바삐 서빙을 이어갔다.

사장은 맛있게 먹는 손님들과 친절하고 빠르게 서빙하는 알바생들을 보며 흐뭇해하곤 다른 업무를 보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마감 시간이 다 되어서야 가게로 돌아온 사장은 별 일 없었는지 물어봤다.
음식이 적게 나온 거 같다는 몇 개의 컴플레인 빼고는 별 탈 없이 끝났다는 말에 음식이 적게 나올리 없어 주방에 확인하러 갔다.
거기서도 레시피따라 정량대로 줬다는 말에 그 손님들이 대식가라 그리 느꼈나 했다.

허나 며칠이 지나도 비슷한 컴플레인이 들어왔다. 그리고 손님이 기존보다 좀 줄었다.
예상보다 지출도 많이 나와 이상했다.

컴플레인을 좀 더 세세하게 체크하니 오징어 먹물 파스타의 면이 1/3 정도 줄었다거나 랍스타 순살 볶음은 기존보다 몇 점 빠진 거 같다는 것이었다.
또한 주문한 지 몇 십 분이 지나도 음식이 안나온다는 컴플레인도 나왔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그는 다음 날은 서빙과 주방을 예의주시해야겠다고 여겼다.

다음날, 오픈되고 나서 사장은 카운터 의자에 앉아 서빙을 지켜본다. 1시간 정도 지났으나 아직까진 별 이상이 없었다.
이번엔 주방을 둘러봤으나 주방에서 내온 음식의 양은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하며 다시 서빙을 보러 가는 찰나, 그 원인이 자신의 눈 앞을 지나갔다.

"루나!"

왜 불렀냐는 듯 사장을 향해 몸을 돌리는 루나. 그녀는 왼손엔 포크를 들어 서빙하는 음식을 옴뇸뇸하고 있었다.

"왜,,ㄱㅡ러심,,,니까 사장님?"

사장은 음식을 먹으며 빤히 자신을 바라보는 루나에 고함을 질렀다

"손님 음식에 손을 대면 어떡해!!!"

"그야,,, 사장님께서 식사 제공한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지금 이건 저의 식사입니다만?"

기가 찬 사장은 순간 그녀와 계약했던 순간을 기억했다. 급여 대신 식사제공... 그는 그게 무엇을 말한 것인지 깨닫고는 공포를 떠올렸다. 그러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넌 해고야!"

그의 말에도 아랑곳않고 음식을 마저 먹고 나서야 루나는 알겠다며 웨이트리스 옷을 반납하곤 가게를 나갔다.

그녀가 떠난 이후 거짓말처럼 컴플레인은 없어졌고 가게는 번창하였다.
허나 사장은 그녀가 떠날 때 중얼거린 그 한 마디가 아직도 뇌리에 박혀 그 이후론 오픈하면 가게를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맛있었는데... 다음엔 손님으로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