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은 모르겠는데 대충 이랬을 거임 하여튼 그럴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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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못 보던 여성이군. 어느 가문의 여식이지?”

“자네, 아직도 모르는가? 이른바 마족의 여자라는 걸세.”

“마족의 여자…..아, 그 어둠의 무녀라고 했나.”

“아무리 우리 제국에 협조를 한다고 하지만, 염치를 알아야지. 이런 곳에까지 보란 듯이 얼굴을 비추다니.”

“하핫, 그러게 말이네. 마족들은 분위기라는 것을 모르는 족속들인가 보오.”


일부러 중심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서 있었는데도, 몇몇 인간들의 비아냥거리는 말소리가 버젓이 들려왔다. 그래봤자였다. 명목 상의 친선 파티. 명목 상의 참석. 그 어떤 소리를 들어도 상관없었다. 


- 어둠의 진영과 친선 파티? 큭큭큭, 제국도 의외로 쓸모없는 짓을 하는 군. 뭐어, 그래도 조금은 성의를 보이도록 할까. 다크프린세스, 잠깐 얼굴 정도는 비추고 오너라.


위대하신 어둠의 군주께서 이렇게 명하셨기에 이곳에 있을 뿐. 나는 들고 있던 잔을 입가에 가져갔다. 미지근한 술. 재료부터 시작해 보관법이며 내주는 방식 모든 것이 수준 이하임이 틀림없겠지만, 마른 목을 축일 정도는 되었다.


“저 여자, 우리랑 같은 인간이라던데…..”

“그런데도 마족의 편을 든다고? 독살스럽기도 하지.”

“장례식도 아니고, 새까만 드레스 차림이라니. 찬물을 끼얹는데도 정도가 있거늘.” 


저급 술을 한 두 모금 홀짝이는 동안에도 야유는 끊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환대는 바라지도 않았다. 이만큼 반응을 이끌어냈으면 슬슬 물러나도록 할까. 제국에 협력하는 마족의 존재를 알린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이상, 더는 어울리지 않는 드레스 차림으로 들러리처럼 서 있지 않아도 돼. 그렇게 판단하고 슬며시 파티장을 떠나려고 할 참에.


“잠깐 괜찮으실까요, 레이디.”


지금까지 화려한 파티장을 채우던 경박한 소리들과는 전혀 다른, 진중한 목소리가 이쪽을 불러세웠다.


“…..당신은.”


내뱉은 말 끝이 살짝 올라가려다 말았다. 방금 목소리의 주인은, 굳이 정체를 물어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무척 유명한 사람이었으니까. 이 제국 내는 물론이고, 대륙 전체에서도. 훤칠한 키. 수려한 용모. 선명한 금발이 인상적인 미남. 제국이 자랑하는 청룡기사단의 단장. 일명 대륙 최강의 기사. 


“대화를 청해도 되겠습니까?”

“어째서죠? 당신 같은 사람이. 굳이 그럴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


새하얀 정복 차림의 그는, 쌀쌀맞은 대답에도 개의치 않고 싱긋 미소지으며 말했다.


“쓸쓸한 얼굴을 하고 있는 듯 하여.”

“그런 적 없습니다.”


이 남자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머리 속에 작은 의문이 피어올랐을 무렵, 남자의 또다른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보면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청룡기사단장 레온입니다. 레이디, 괜찮다면 당신의 이름을 제게 가르쳐주시겠습니까.”

“…..다크프린세스라고 해두죠.”

“아, 당신이.”


다른 이들과 다르게 레온은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그 점이 이상해, 원래라면 이대로 떠나려는 것을 멈추고 말았다.


“저는 당신들이 흔히 마족의 여자라고 부르는 자입니다. 고명하신 청룡기사단장님이 그토록 마음을 쓰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협력자를 박정하게 대하는 것은 제국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입니다.”

“안됐군요. 이곳에는 제국의 명예를 더럽히는 자들이 셀 수 없이 많은 듯 하니.”


그러자 레온은 주변을 돌아보고는 굳은 얼굴을 했다.


“괜히 미안해하지 말아요. 인간들로서는 당연한 태도니까요.”

“허나…..”

“참 지루한 파티였어요. 주인의 명이 아니었다면 단 한 걸음도 안으로 디디고 싶지 않을 정도로…..이제 보니 피차 마찬가지로 보이네요. 당신의 정복차림은 꽤 근사하지만, 어울리지는 않아요.”

“어둠의 무녀는 독심술도 쓸 줄 아는가 보군요.”

“그 얼굴을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걸요.”

“하핫, 그렇습니까.”


레온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빨리 자리를 떠나고 싶은 이쪽의 의중을 눈치챘는지, 공손하게 작별을 고할 준비를 했다.


“그럼 안녕히. 다음에는 서로 어울리는 곳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네, 그래요.”


어울리는 장소. 그곳은 바로 전장이라는 것을 서로 직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