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1편  https://arca.live/b/lastorigin/9679372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2편  https://arca.live/b/lastorigin/9756344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3편  https://arca.live/b/lastorigin/9875022


※해당 작품은 픽션입니다. 이 작품의 설정은 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오르카 호의 모든 이들이 잠들기 몇 시간 전.


리리스와 헤어진 사령관은 닥터의 연구실 앞에 서 있었다.


평소라면 닥터는 이미 개인실에서 쉬고 있을 시간이지만 사령관은 망설임 없이

닥터가 준 마스터키를 호출 버튼 옆 열쇠 모양의 led 화면에 갖다 댔고 곧바로 띵-동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곧바로 방에 들어간 사령관은 방 중앙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으나 닥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의 이유로 자리를 비운 것이라 여긴 사령관은 그녀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의자와 수술대를 번갈아 보고 '수술대에서 잠시 쉴까?'라고 생각한 순간.


사령관은 갑자기 쏟아지는 졸음에 전신을 휘청거렸지만, 그 순간 혀를 씹음으로써 잠을 몰아냈다.


입안에 퍼지는 비릿한 혈 향을 느끼며 사령관은 조소했다.


지금 이 모습을 콘스탄챠나 아르망에게 들켰다면 절대 잔소리만으로 넘어가지 않을 테니까.


결국 서서 기다리기로 했고 들어온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실험실의 문이 열리며 닥터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상심이 가득 찬 시선만 봐도 나를 향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오늘까지야 오빠. 이후에도 고집 부리면 콘스탄챠언니하고 추기경한테 건의할 거야.

 손발을 묶어서 비밀의 방에 일주일간 감금시켜 달라고."


"...그건 좀 봐줬으면 하는데 하하."



말은 저렇게 해도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주는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저렇게까지 해주는데 내가 고집을 피우는 거 같아 미안할 따름이었다.



"요 며칠 동안 내 부탁을 들어줘서 고마워 닥터. 네 말처럼 오늘까지 아무런 소득이 없으면 깔끔하게 포기할게."


"...후 알겠어. 그럼 눈감고 수술대에 앉아봐."



그녀의 말에 따라 수술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던 와중 얼굴에 부드러운 무언가가 닿는 감촉에 눈을 떴다.


닥터의 손이 내 뺨을 어루만져주고 있...



"으갸갹!"



는게 아니라 작고 앙증맞은 두 손으로 내 볼을 양쪽으로 늘이고 있었다.


오리진더스트로 강화된 신체임에도 불구하고 닥터의 순수한 악력에 쭉쭉 늘어나 미세한 고통까지 일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닥터의 손아귀로부터 내 볼이 해방되었다


아으 아파라...


울상을 짓고 있을 내 표정과는 다르게 손을 탁탁 털고 있는 그녀의 표정이 조금은 후련해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순간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꼭 무사히 돌아와야 해, 오빠. 안 그러면 타이탄으로 볼을 집어버릴 거야."


"하하, 농담이지?"


"흥!"



등을 돌린 상태로 '나 삐졌어요.' 자세를 취한 닥터를 향해 머쓱하게 웃은 사령관은 뇌파 인식 헬멧을 쓴 상태로 수술대에 누웠다.


순식간에 졸음이 몰려오자 사령관은 조금 전과는 다르게 순순히 잠에 빠져들었다.


사령관의 정신이 나른해지면서 꿈의 세계에 돌입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자

닥터는 손에 쥔 하얀색 컨트롤러의 빨간 버튼을 꾹 눌렀다.


부디 이번에는 사령관 오빠가 별 탈 없이 돌아오기를.


-


-


인간님들이 내게 지어주신 이름은 레오나.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의 대장이자 지휘관인 나에게 주어진 사명은 피해를 최소화하고 완벽한 승리로 이끄는 것.


'전쟁에서 희생은 필수 불가결'을 모토로 살아온 나에게, 사령관의 전술은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어.


인간들을 위해 나머지들을 희생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멸망 전의 인류와는 다른, 자신을 혹사해 가면서 바이오로이드들을 구하는 그 마음이 날 반하게 만들었지. 


그런 그를 보며 나는 가끔 꿈속에서 자신을 책망하는 꿈을 꾸곤 해.



'내가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자매들의 희생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라고.


-


닥터의 기계를 통해 꿈에 침입한 사령관은 머리에 들려오는 사념으로 누구의 꿈인지 알아챘다.



'첫 번째는 레오나인가.'



지금 사령관이 서 있는 장소는 바람이 사납게 휘몰아치는 산속.


몸을 가눌기도 힘들 거 같은 이 환경에서 어딘가에 있을 꿈의 주인인 레오나를 찾아야 한다.


실제로 이런 장소에서 제한된 시간 내에 무언가를 찾으라 하면 터무니없겠지만 이곳은 꿈속 세계.


바람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닥터가 만들어 준 추적 장치로 충분히 길을 찾을 수 있다.



'장치가 가리키는 방향은 바람이 불어오는 앞쪽.'



그리 생각한 사령관은 기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모든 것을 베어버릴 기세로 불어오는 바람을 무시하며 걸어온 그는 바람이 잠잠해지자 지금 위치가 어디쯤인지 가늠하려 했다.


하지만 그때.


등 뒤에서 자신을 향해 덮쳐오는 싸늘한 살기 그리고 철컥하는 장전 소리가 그 행동을 저지했다.


조금이라도 허튼짓을 하면 뒤에 서 있는 자가자신을 향해 인정사정없이 발포할 것이라고, 온몸의 감각이 말해주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조용히 넘기고 레오나를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령관에게 총을 겨눈 자가 말했다.



"천천히 손들어. 그리고 뒤로 돌아."


"...!"



높낮이 없는 목소리 그리고 단호한 어조.


사령관은 직감적으로 뒤에서 자신을 조준하고 있는 이가 레오나 임을 확신했지만, 그는 찰나의 시간 동안 고민했다.



'지금 레오나와 만나는 게 맞는가?'



지금까지 사령관이 다른 이들의 꿈에 들어가 해결해온 방식은 꿈속에서 주저앉은 채 울고 있는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온기와 애정을 주고 대화를 나눔으로써 고민이나 트라우마를 해결해 주는 것 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안 들려?! 어서 손 올리고 뒤로 돌아!"



이 이상의 고민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사령관은 레오나의 말에 따라 양손을 편 채 팔을 어깨 위로 올리고 천천히 뒤로 몸을 돌렸다.


그렇게 서로 마주 본 순간 그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숨을 들이켰다.


멀쩡한 곳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로 여기저기 베이고 찢긴 채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그녀의 몰골은

의학에 조예가 없는 내가 봐도 중상자로 보였다.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그녀의 몸 상태에 말을 잃었지만 레오나는 내 얼굴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움직이는것 조차 힘들 것 같은 겉모습과는 다르게 레오나는 황급히 총을 거두었고

차려자세를 취한 그녀의 입에서 충격적인 말이 흘러나왔다.



"충성! 발할라 부대의 지휘 개체인 레오나가 사령관님을 뵙습니다!"


"...?!"



자신을 향해 경례하는 레오나를 본 사령관은 설마 자신의 얼굴이 드러났나 생각했지만


그녀가 평상시에 자신에게 보이는 태도를 지금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어찌 됐든 자신을 '침입자'가 아닌 '구성원'으로 인식해준 레오나 덕분에 꿈에 괴리감이 생기지 않은 건 다행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레오나가 꿈에서 깨어날 때까지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로 다른 꿈에 격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이상 지금 당장은 그녀의 꿈이 만들어낸 연극에 맞춰 연기하는 배우가 되어야 한다.



"...예는 거두게, 레오나. 현 상황은 어떻지?"


"예! 현재 철충이라 분류된 개체들이 산속에 여기저기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전방에 있던 스틸 라인 부대와 연락이 끊겨..."



불편한 몸 상태 에도 불구하고 아픈 기색 하나 없이 부동자세로 보고하는 레오나에게 존경심을 느낀

사령관은 냉정하게 현 상황을 분석하기로 했다.


스토커부터 네스트까지 사선을 넘나드는 전장을 조율하며

단련된 그의 상황판단력은 군사(軍師)로써 가히 경이로운 경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레오나가 말해주는 토막형태의 정보를 종합하여 지금 꿈속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철충이라 분류된 개체. 철충의 일방적인 학살. 그럼 이 꿈은 인류의 멸망 전에 레오나가 겪은 철충과의 전투인가?'


'하지만 오르카 호에 있는 레오나를 비롯한 발할라 부대원들은 멸망 후 복구된 개체일터 어떻게 이런 꿈을 꾸는 거지?'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이 많이 있었지만, 천천히 이 상황을 풀어 나가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 레오나의 경계심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필요성이 있었는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실행에 옮겼다.


레오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그는 사심을 가득 담아 '사령관'으로서 첫 번째 명령을 내렸다.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난다. 레오나 대장, 내 등에 업혀라"


"...예?"



그가 내린 첫 번째 명령으로 레오나는 순간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것이 아닌지 회로를 돌려보았으나

자신의 청각기관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점을 깨닫고 황당한 마음과 이해가 안 가는 시선으로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현실의 레오나한테서 볼 수 없던 신선한 반응에 입꼬리가 올라가려 했지만, 초인적인 안면근육의 조절로 간신히 참을 수 있었다.


그럴 필요 없다는 식으로 항의하는 레오나의 의견을 '명령'으로 가볍게 묵살하고 사령관은 다리를 굽혀 레오나에게 등을 보였다.



"어서."


"..."



두번의 재촉에 레오나는 어쩔 수 없이 사령관의 등에 기댔고 그녀가 업힌걸 확인한 사령관이 일어섰다


현실에서 그렇게 고고한 레오나가 지금 자신의 등에 업혀 있는 사실에 꿈이라지만 작은 희열감을 느끼며 사령관은 발걸음을 옮겼다.


꿈에서 느끼는 감각은 현실과 감히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해온 사령관이지만 꿈속에서의 그녀는 꽤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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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써야 할지 몰라서 도중에 두번 갈아치움 아 ㅋㅋ


첫번째 스토리- 꿈에 침입한 사령관이 발할라의 자매들에게 붙잡혀 그들의 기지로 이송되고 지하감옥에 갇혀 있던 레오나와 만남

>개연성 아작나서 중간에 휴지통으로 직행


두번째 스토리- 꿈에 침입한 사령관이 홀로 울고 있는 어린 모습의 레오나를 발견하고 위로하다 다음 꿈으로 넘어감

>너무 무난해서 레오나가 울고 있는걸 쓰자마자  휴지통으로 직행


세번째 스토리- 지금 올라온 것.


꾸준히 올릴테니 재밌게 읽고 갔으면 좋겠어. 그럼 라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