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정리 : http://www.joara.com/literature/view/book_intro.html?book_code=1429365




 “일단은 상품입니다. 너무 그렇게는 하지 말아주세요.”

 아마미야의 손가락이 바이오로이드의 뺨을 잡아당기자 타케다는 말했다.

 “뭐 어때요. 여기서 받는 훈련에 비하면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이 아이들은 상품이 아닌 테스트베드에 불과하고요.”

 아마미야의 말이 맞았다. 여기서 훈련받는 바이오로이드들은 배치되기 위해 훈련을 받는 것이 아니었다. 배치될 바이오로이드에게 심을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훈련을 받는 것이었다.

 바이오로이드는 임무에 필요한 지식을 직접 훈련을 받는 것이 아니라 짜여진 프로그램을 통해 습득한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단순히 코드를 짠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다.

 “최소한 다른 상사의 괴롭힘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는 좋은 데이터는 얻겠네요.”

 타케다는 비꼬는 말투로 말하며 손짓으로 바이오로이드들을 해산시켰다. 아마미야에게 꼬집히던 바이오로이드도 다른 바이오로이드를 따라 숙소로 향했다.

 “뭐에요. 귀여워하는 것도 안되나요.”

 “귀여워할 수 있는 귀여운 바이오로이드는 회사에서 충분히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들은 병기에요. 총을 들고 쏘고 싸우는데 최적화된 바이오로이드잖아요.”

 타케다는 그렇게 말하고는 울타리에 몸을 기대었다.

 “그리고 나라에서 이 먼곳까지 겨우 시찰하려고 왔을 리가 없잖아요.”

 나라에서 이곳까지 오는 것은 보통 쉬운 것이 아니었다. 본사에서 오사카 공항까지 이동하고 니지마 공항까지 이동해 그곳에서 이 실험장까지 헬기를 타고 온 것이었다. 아무리 시간이 많고 돈이 많다고 한들 쉽사리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렇겠죠. 제가 관심있는 건 저 귀여운 아이들이 아니라 당신이에요.”

 아마미야는 그렇게 말하며 타케다를 유혹하려는 듯 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대었다. 서로의 숨이 느껴질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아마이야는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회사 중역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미모였다.

 “아무리 이런 외진 곳이라도 도쿄의 소식은 들리겠죠. 몇 달전 있었던 니혼바시 총격사건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아마미야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타케다의 턱을 살짝 잡았다. 타케다는 그런 아마미야에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말했다.

 “그 이야기말입니까? 훈련받고 있던 0식 4대를 데려가서 벌인 사건이요? 아마추어도 그런 짓은 안합니다. 저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일입니다.”

 “하지만 말이에요. 그 차에 있던 누군가가 우리의 일을 거의 알아낼 뻔했어요. 행동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이 자리가 아니라 법정이나 감옥에 있을 거에요. 당신이나 나나 법전 앞에 떳떳한 존재는 아니잖아요?”

 “당신의 목적이 아닌 수단이 잘못되었다는 겁니다. 대낮에 도쿄 한복판에서 총질이라니. 대체 돈을 얼마나 쓴 겁니까? 증거 인멸에, 뇌물에, 제대로 된 작전만 있었어도 절약할 수 있을 돈입니다. 그 돈이라면 저 바이오로이드에게 더 좋은 훈련을 시켜줄 수도 있겠죠. 저 같은 고문 하나가 아니라 블랙리버처럼 전문 팀을 만들 수도 있었을 테고요.”

 눈앞의 아마미야에게 타케다는 독설을 퍼부었다. 타케다는 은근히 그녀가 화를 내길 바랬지만 아마미야는 그것을 기대했다는 듯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담배연기를 빨았다. 타케다의 코끝에서 담배냄새가 느껴졌지만 타케다는 눈하나 깜짝이지 않았다.

 “그런가요? 그러면 정확히 무엇이 문제였는지 말해줄 수 있으신가요?”

 아마미야는 그렇게 말하며 타케다에게 더욱 다가왔다. 그런 아마미야에 상관하지 않은채 타케다는 말을 시작했다.

 “첫번째는 사용 총기입니다. 당시 사용된 총기는 0식 전투용 바이오로이드를 위해 개발된 신형 소총입니다. 실험용으로 개발되는 총기니 총기 등록이 되어있지 않아 추적이 어렵지만 동시에 조금의 정보만 있다는 출처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저라면 흔히 사용되는 AK 계열이나 AR 계열의 총기를 사용해 추적을 힘들게 만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차량안에서 사격했기 때문에 탄피는 외부로 나가지 않았어요.”

 아마미야의 말에 타케다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탄피가 아닌 발사된 탄환으로 추적이 가능한 겁니다. 수백발의 총알을 전부 주워오지 않는 이상 거리 어딘가에는 증거가 남을 수밖에 없는 거죠. 여기서 두번째입니다. 차량 내부에서만 사격한 거죠. 마피아입니까? 발렌타인 대학살이라도 재현하고 싶었던 겁니까? 아니죠. 차라리 그렇게 많은 총알을 쐈으면 목표라도 제압을 했어야죠. 목표물은 막상 도망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둘은 차량에서 사격을 하고 둘은 차량에서 내려서 교차사격을 가했어야죠. 아마 목표물은 엔진블럭 뒤에 숨어서 목숨을 건졌을 겁니다.”

 타케다는 아마미야에게 다가갔다. 이제 둘의 얼굴은 거의 닿기 직전까지 가까워졌다.

 “물론 노출될 위험성은 있었을 겁니다. 그정도야 각종 옷과 장구류로 꽁꽁 싸매면 됩니다. 덕분에 불쌍한 아이들만 물고기밥이 되었습니다. 도쿄만에 시체를 버리는 건 야쿠자들만으로 충분해요. 차라리 목표를 달성했다면 몰라도, 개죽음은 아무리 바이오로이드라도 아까운 죽음입니다. 왜냐고요? 그 넷이 빠진 빈틈을 메우느라 이쪽이 죽어나간다는 겁니다.”

 “그거에요.”

 아마미야는 더 이상 가까워질 거리도 없는 타케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자연스레 그녀의 입술이 타케다의 뺨에 닿았다. 아마미야의 입의 담배냄새 사이로 향수의 달콤한 향이 느껴졌다.

 “제가 원하는 건 당신 같은 사람이에요. 제가 한 일에 비판을 하면서도 제가 일을 시키면 자기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이죠. 저는 지금 그런 사람들을 찾고 있어요. 타케다씨,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셨나요?”

 “저 말입니까? 답은 항상 간단합니다. 최대한 조잡하게 만든 폭탄을 던지는 거죠. 총과 달리 폭탄은 추적할 수 없습니다. 경찰에게 아무 손을 쓰지 않아도 경찰은 수많은 테러조직을 조사하다가 포기할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아마미야는 만족한 얼굴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들었어? 아무래도 이 일에 딱맞는 인재를 찾은 거 같아.”

 그리고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이름 없는 바이오로이드를 돌아보며 말했다. 음흉하지만 동시에 매력적으로 아름다운 미소였다.

 “타케다씨. 전직 자위관으로 자위권에 대해 무엇이라 생각하시죠?”

 “자위권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해야할 힘입니다. 하지만 그 힘은 자신에게 위협이 될 상대보다 강력해야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법이지요.”

 “그거에요. 정말이지, 당신은 우리 일에 맞을 사람이에요. 타케다씨, 잠시 저희와 일을 하지 않으시겠어요? 뉴스를 보았다면 요즘 세상이 어떤지 잘 아시겠죠. 바이오로이드는 사람이다. 인권이 있는 존재다. 그런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하는 사람이야 바이오로이드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있었어요. 그런 말을 하는 정치인도 있어요. 하지만 일국의 자위관, 그것도 막료장이라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고 있죠. 우리의 바이오로이드를 납품받으면서 말이에요.”

 긴 말을 뱉은 아마미야는 담배를 빨아들였다.

 “우리는 우리를 지켜야 해요. 저들이 나라를 지킨다며 하는 짓이 우리를 없애려 한다면 우리는 역시 우리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무슨 사상이든 저는 돈을 주는 사람을 위해 일할 뿐입니다.”

 담배를 피우는 아마미야를 보며 타케다도 슬슬 담배가 말리던 상황이었다. 앞주머니에서 액상담배를 꺼낸 타케다는 그 담배를 입에 물었다.

 “제 앞에서는 그런 가짜는 안피워도 돼요.”

 아마미야가 손짓을 하자 이름없는 바이오로이드는 담배를 하나 꺼내 타케다에게 건네주었다. 타케다가 담배를 입에 물자 그 바이오로이드는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타케다는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며 말했다.

 “사실 몇 년 전이었으면 그런 제안에 거절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육지 바람이 그리워졌거든요. 가끔은 섬이 아니라 육지에서도 일을 해야 하는 모양입니다.”

 그렇게 말한 타케다는 무미건조한 얼굴로 몸을 일으키며 담배를 옆에 아무렇게 던졌다.

 “그리고 저는 연초담배가 싫어서 액상담배를 피웠습니다. 뭐, 오랜만에 피워서 좋았긴 합니다.”

 타케다는 주머니에서 다시 액상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럼 육지에서 뵙겠습니다.”

 숙소를 향해 걸어가는 타케다를 아마미야는 조용히 바라보았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자위대 있을 시절부터 좋지 않은 소문이 있던 사람입니다. 이런 일에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만…”

 이름없는 바이오로이드가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며 말했다. 아마미먀는 말 대신 담배파이프를 바이오로이드에게 내밀었다. 바이오로이드는 담배를 받아들어 자신의 입에 넣었다.

 “소문이 좋은 사람이 불명예 전역해서 이런 곳에서 일하면서 우리의 더러운 일을 맡아주겠어? 우리는 일을 잘하고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할 뿐이야. 바이오로이드든 인간이든 말야.”

 아마미야는 뒤를 돌아 헬리콥터를 향해 걸어갔다. 그때였다. 비가 그치기 시작하며 서쪽 수평선에 해가 드러났다. 붉게 하늘을 물들이는 태양이었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