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 모음 : https://arca.live/b/lastorigin/23316232

이전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2144133

--------------------------------------------------------------------


이러니 저러니 해도 리제는 블랙 리리스에게 막연한 호감이 있었어.

원작에서 리제랑 다이나믹 듀오로 엮이기도 했고, 삼얀이네 뭐네 해도 꽤나 상식인인 것도 알고 있었고.

뭣보다 바이오로이드의 등급에 따른 전투력 차이가 얼마나 넘사벽인지 몇 번이고 두 눈으로 확인한 입장에서

6지 끝난 다음 출몰할 소완을 억누르기 위해서라도 리리스는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메이의 경우에도 이래저래 놀림받긴 하지만 괜히 인기캐가 아닐 만큼 캐릭터성도 좋은 데다가

실질적으로 봐도 슬슬 규모가 늘어나면서 대규모 화력을 투사할 필요성을 인식하던 차에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같은 존재기도 했음.

단지 굳이 동시에 나온게 여러모로 공교롭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


뭐, 지금 당장은 잡상일 뿐이지.

가상 현실 접속 기기의 입수 방식이나, 개수가 모자랄 경우의 보충안을 논하다 보니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사령관과 함께 접속할 인원을 선별하는 부분으로 진행되었음.

거기서 당연히 리제를 포함해서 계산하는 면면을 보다가, 리제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발언해.


자기는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현실 쪽에 남겠다고.

단번에 몰리는 시선에 가볍게 침을 삼키고, 리제는 바통을 마리에게 넘겨.

상대적으로 접속 인원 수가 한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개개인의 전투력이 높은 쪽이 좋다.

반면 현실 쪽은 병력의 수로 커버가 가능하니까 좀 더 고급 기체가 접속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정보를 선별하는 것에도 자신보다는 더 아는 것이 많은 기체가 동행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다들 납득하고 마리가 동행하는 것으로 결정된 와중에,

마리랑 리제는 거의 동시에 지난 회의록의 특정한 부분을 보고 있었음.

리제가 좌우좌보다 빠르게 신호기를 제공하고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준 결과 원작보다도 빠르게 진척된 라비아타의 수색이

그 라비아타 또한 가상현실에 접속하고 있을 가능성에 이르렀음을 시사하는 보고서였음.


라비아타와 조우하고, 라비아타가 사령관의 상태에 의심을 품을 경우 사전에 설명 혹은 설득을 해둘 필요가 있는데

저항군에서도 다소 아웃사이더에 가까웠던 리제보단 고위직에서 오래 안면을 트고 지낸 자신이 적합하다.

- 라고 마리는 리제의 생각을 짐작했을 거야.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실 진짜 정답인 것도 아니었음.

리제는 그냥 가상 현실에 접속하는 것 자체를 피하고 싶었으니까.


*   *   *


가상 현실에서의 아바타는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으로 나타나지.

그렇기에 원작의 사령관의 아바타에는 감염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고,

철충들은 어째서인지 이족보행을 하는 인간형 사념체로 등장했어.


하지만 자신은 어떨까.


물론 반세기를 훌쩍 넘기는 시간을 시저스 리제로서 살아왔고,

전생의 모습이 어땠는지는 기억에서조차 흐릿한 것도 사실이었지.

그래도 무의식의 어딘가에서 영향이 남아 있다면.

그렇게 되어서 어딘가 다른 모습을 사령관에게 보인다면.


만에 하나가 아니라 천만에 하나의 확률이라고 해도 리제는 도저히 그 위험성을 감수할 수 없었음.


설령 그로 인해 그가 겪을 고난의 일부를 함께하지 못한다는 상황을 감내하더라도.

가상 현실 접속 기기를 쓴 채 가만히 누워있는 사내의 손을 꼭 잡으면서,

리제는 갈 곳 없는 시선을 그저 수면을 향해 던질 뿐이었어.


그날 밤, 리제는 스스로 함장실로 찾아갔음.

아무 말 없이 베개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시선만 보내던 리제에게, 사령관은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이불에 리제를 들여보내 줘.

사령관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로 가만히 심장 소리를 듣자니 서서히 눈이 감겨서,

리제는 그대로 그냥 서로를 끌어안은 채 잠에 듬.

이 평온함이야말로 자신의 현실이라고 다시 한 번 강하게 인식하면서.



뭐.

분위기를 읽어서 차마 야릇한 짓은 못 했지만 순조롭게 게이지는 쌓아가던 사령관이

꼬박 하루를 쉬게 만들고야 만 첫날밤과 오늘 회의에서도 적지 않았던 리제의 업무량을 고려한 결과

'부관 일을 분담해줄 누군가를 뽑아야 안심하고 자주 야스할 수 있겠구나!' 라는 발상에 도달해 버렸다는 참으로 냉혹한 현실도 있었지만

리제가 그걸 당장 알 방법은 없으니까 아무튼 지금은 평온했지.


--------------------------------------------------------------------

리리스 외전 보면서 리리스쟝이 21스쿼드에 있을 만큼 초창기 멤버였다는 걸 뒤늦게 알았지만 고치기엔 너무 늦어버렸으므로

어디부터 뜯어 고칠지 고민하다가 그냥 이 평행세계에서는 라비아타가 뽑기 운이 없어서 페로까지만 나왔다고 퉁치겠스빈다


이것도 리제가 좌우좌랑 같이 합류하면서 난수에 문제 생겨서 그런 것이빈다


그리고 라비아타가 대뜸 칼질하려 들고 소완이 그 깽판을 치는 동안 경호실장이 얼굴 한 번 못 비춰서 당연히 없을 거라고 생각하게 만든 스토리도 문제이빈다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22487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