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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메이와 리리스의 재생산이 완료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리제는 사령관과 동행해서 두 명을 만나러 가.

현재의 상황과 사령관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를 하고, 앞으로 해줬으면 하는 일에 대한 설명 등도 해두었음.


메이는 이해했다는 짧은 대답 후에는 자신에게는 거의 관심을 돌리지 않고 사령관을 품평하듯 바라보다가,

사령관과 지휘권 등에 대한 몇 마디 대화를 나눈 후에는 자신이 지휘할 둠 브링어의 위치를 듣고 미련없이 휙 떠나가.

쌀쌀맞아 보이지만 사령관을 어느 정도는 인정했다는, 어느 의미 메이답다면 메이다운 행동이었음.


반면에 리리스는 어째서인지 사령관이 메이와의 대화를 끝내기 전까지는 리제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어.

딱히 호불호를 알아볼 수 없는 시선에 괜히 긴장하고 있자니,

잠시 후 생긋 웃어보인 다음 아무렇지도 않게 사령관과의 인사로 돌아감.

뭔가 제발 저리듯 찜찜하긴 했지만 어제 마지막 금고의 에바에게서 얻어낸 좌표를 해석해낸 만큼,

오늘은 사령관이 직접 예의 보관소 - 트릭스터가 깽판을 쳐놓은 - 곳에 뇌파 인증을 하러 가야 하는 상황에서 당장이라도 리리스가 동행할 수 있다는 점은 퍽 든든했으니까, 일단은 넘기기로 함.


그리고 일전에 개통한 열차를 통해 냉동고에 도착했는데,

어째 라비아타가 문 앞에 있었음.


라비아타?! 라비아타 왜?!


*   *   *


사실 라비아타는 라비아타대로 심각했음.

그도 그럴 것이, 저항군 측이 자신에게 접근하는 속도가 (리제가 슬쩍슬쩍 찌른 정보 때문에) 지나치게 빨랐거든.

이전에 만났던 에바 - 라비아타는 아직 모르지만 냉동고 뒤편에 죽어있을 - 에게서 자신은 인간을 보낸 적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을 때부터 '사령관'이 철충 측의 존재가 아닌가 의심하던 와중에 그렇게 되니까 명확하게 적대적인 목적으로 자신을 추적하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지.


그러던 와중에 마지막 금고가 다시 한 번 열린 걸 알아채고, 에바에게 접촉하려면 인간 - 혹은 인간으로 위장한 철충 - 이 직접 나서야 할 테니까 머리를 쳐낸다면 그 때가 기회라고 판단해서 위험을 감수하고 나섰던 거임.

그나마 다행인 건, 결과적으로 병주고 약주고인 꼴이 되긴 했어도 리제랑 마리가 이 상황도 대비해두긴 했다는 점.


선발대가 대놓고 공격하는 대신 사전 설명이 필요하다는 안내를 하고, 포츈이 발행한 진단서랑 마리의 설명까지 더해지고 나니까 '일단 들어는 보자'까지는 쉽게 생각이 바뀌었고, 직접 만난 사령관이 담담하게 자신의 상태를 인정한 후에 자신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아미나의 유산이라는 보험이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것으로 꽤나 스무스하게 이야기가 정리되었어.

라비아타가 의심한 것을 사죄하고 사령관이 받아주긴 했지만 적어도 원작에서의 구금조치나 자학적인 반성으로 이어질 것 같진 않아서 리제는 이래저래 꼬이긴 했지만 내심 해냈다며 주먹을 불끈 쥠.


그 후에 인간 양산 장비 및 에바의 파괴를 확인하고 망연자실해 있다가 일단 라비아타가 자신의 가상현실에 백업해둔 유산이라도 회수하기로 하는 것까지도 예정대로였으니 문제는 없었음.

사령관이 라비아타에게 독대를 신청한 것도, 뭐 물어볼 게 많겠거니 하고 넘겼지.


*   *   *


사령관의 존재에 대한 의심은 거두었지만, 그건 그것대로 - 서로 모순된 발언을 한 두 에바라는 문제는 접어두고서라도 - 라비아타에게 심각한 문제였어.

에바가 남긴 다른 인간들은 파괴되었고, 유일하게 남은 인간인 사령관의 의식은 완전할지언정 철충 감염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건 자명하니까.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부른 사령관이 현재 오르카 호에서 재생산 및 규합한 바이오로이드들의 편제 등을 보여주면서 지휘권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는 내심 한탄을 뱉지 않을 수 없었음.

이 인간님도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가 싶어서.


아무튼 원래부터 저항군을 이끌었던 경험도 있겠다, 머리도 뛰어난 라비아타가 조금 바뀐 정도도 감당하지 못할 리는 없었지.

착착 대답 - 가끔씩은 제안 - 을 하는 라비아타를 보고, 사령관은 안심했다는 듯 끄덕이면서 본론으로 들어가.

부관 업무를 대신해줄 수 있겠냐고.


뭔가 예상에서 45도 정도 빗나간 소리에 라비아타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기억을 반추함.

그러고 보니 예의 '특이한' 리제가 사령관의 부관으로 있었지.

성격적 특이성 외에 능력적으로는 딱히 눈에 띄는 요소가 없어서 조금 의외라고 생각하고는 있었는데... 하고 보니까, 사령관이 굉장히 멋쩍어하는 표정으로 일은 잘 하지만 가끔 부관 업무를 쉬게 될 경우가 늘어날 것 같아서 부탁하고자 한다고 말을 해.


대충 뉘앙스에서 전말을 파악하자니 솔직히 황당한지라 점잖게 주의라도 줄까 하던 라비아타는 무언가를 깨달아.

사령관에게 남은 시간이 길지 않더라도 후계만 만들 수 있으면 - 휩노스 병 대책은 아미나의 유산에 남아있으니 - 인류에게도 희망은 남는 거잖아?

오히려 필사적으로 임해야 마땅한 것이 아닐까?


비장한 표정으로 인수인계도 필요 없으니 당장 내일부터라도 능히 감당 가능하다고 단언하는 라비아타와

그런 라비아타의 모습에서 출처 불명의 후광을 보며 사령관이 감동하는 동안

함교에 남아 있던 리제는 원인 모를 오한에 잠깐 몸서리를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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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제 (내일부터 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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