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 바이오로이드의 여명기에 생산되어 숱한 전장을 거치고도 결국 인류 멸망 후까지 살아남은 브라우니 28호


스틸라인 생존개체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떠돌던 그녀의 이야기가 그 브라우니 28호와 만났다는 최근 구출된 스틸라인 1개분대의 보고로 다시 달아오른다.

마찬가지로 멸망전의 전장에서 활약했던 현 오르카호 스틸라인 지휘관 불굴의 마리 4호가 그녀의 전술안이라면 전력에 큰 도움이 될수 있으니 수색 및 접선을 건의한다.

그리하여 오르카호의 사령관이 직접 28호와 접선, 오르카호에 합류할것을 권유하지만, 28호는 그 제안을 거절한다.

대신 즐거운 토모의 사례를 거론하며 자신의 부탁을 들어준다면 자신의 유전자 샘플과 기억 백업 소자의 데이터를 제공하겠다는 이야기에 바이오로이드의 재량권을 존중하는 사령관은 기꺼이 이를 수락한다.


28호의 부탁은 인근의 어느 지역의 정리. 

허나 철충과 레모네이드 오메가를 필두로한 펙스 콘소시엄 세력의 접경지에 위치한 곳이라 자칫 잘못하면 오르카호의 병력들이 협공을 당할수도 있는 장소다.

결국 내부회의 결과 28호의 요청에는 3개 분대가량의 소규모 병력만을 투입할수 있다는 결론이 난다. 사령관은 28호에게 매우 미안하다며 오르카호의 입장을 표현하지만 28호는 마음만이라도 고맙다, 오히려 3개분대씩이나 투입할수 있다니 이쪽이 감사한다는 말을 한다.


작전 결행일 당일, 오르카호를 눈치챈 레모네이드 오메가가 오르카호에 병력을 보내고 전자전을 거는 바람에 28호에게 제공된, 자원자들을 중심으로 파견된 분대들은 사령관의 지휘를 받을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허나 28호의 전술지휘와 저 신속의 칸을 방불케 하는, 불가사의할정도의 과감한 전투로 해당 지역에 주둔한 철충뿐만 아니라 펙스 콘소시엄의 병력들을 일시 소강시키기에 이른다.

뒤늦게 레모네이드의 기습을 처리하고 사령관과 그 호위들이 28호를 지원하러 오지만, 엄청난 열세 속에서도 소대원 사상자 없이 목표를 달성한 28호를 보고 경악한다.

그리고 28호는 밤하늘을 보며 자신의 무리한 부탁을 들어줘서 감사하다며 자신이 이 지역을 정리해달라고 한 이유를 밝히는데


역전의 용사인 28호도 한때, 전투가 불가능하다 여겨질만한 부상을 입고 퇴역하여 뒷골목 쓰레기신세였던 적이 있었다.

그런 그녀를 거두어주었던 한 남자.

처음에는 측은지심 반 호기심 반에 성욕처리용 바이오로이드를 주웠다는, 당시의 인간답다면 지극히 인간다운 생각이었고 28호도 그러한 남자에게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측은지심이 앞선것이었을까, 아니면 적어도 인간과 비슷한 상태의 여자를 안고 싶었던 것인가, 

남자는 28호를 상대로 성욕을 해소하는것보단 부상의 치료를 우선했다.

다행히도 28호의 상처는 당장 전투가 불가능하다 뿐이지 적절한 휴식과 치료가 동반된다면 충분히 회복할수 있는 수준이었고, 특유의 바이오로이드 경시 사상으로 인해 전투부적합으로 처리되어 퇴역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지내는 사이에 어느덧 서로에게 관심이 생기고 관심은 곧 정이 되어 서로가 서로를 갈구하는 사이가 되기에 이른다.

퇴역한 군용 바이오로이드와 평범한 하층민 인간의 동거가 순탄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생애 처음으로 애정이란 감정을 경험한 28호에게 그건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날, 하늘에서 철의 군세가 강림하고 바다로부터는 휘프노스의 낫이 인간들을 수확하기 시작했다.

다시 전장에 설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28호는 남자를 데리고 철의 군세를 피해 여정을 떠났다.

숱한 전장에서 단련된 생존력으로 28호와 남자는 철의 군세를 때로는 격파하고, 때로는 피해가며 어찌저찌 살아남았으나 휘프노스의 마수에서 남자를 구해낼 수는 없었다.

나날이 수면시간이 늘어만가는 남자를 보며 28호는 무력감에 절망하였지만, 우연히 만난 앵거 오브 호드의 부대원으로부터 희망을 얻게 된다.

프로젝트 얼음별대모험. 오비탈 와쳐의 협력 하에 인간을 냉동수면하여 철충의 위협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위성궤도에 보관, 철충의 군세가 절멸하고 휘프노스병이 해결되었을때 다시 데려오는 계획이다.

온갖 고생 끝에 불굴의 마리 4호가 지키고있는 고성 로켓기지에 합류한 28호는 자신의 본대 복귀를 대가로 남자를 프로젝트 얼음별대모험에 참가시키는데 성공한다.

철충의 습격으로부터 간신히 로켓을 발사시키는데에는 성공, 로켓은 무사히 인공위성궤도에 올라갔으나 28호와 불굴의 마리 4호의 스틸라인 방위대는 괴멸. 살아남은 바이오로이드들은 뿔뿔히 흩어지게 된다.

그 난리통 와중에 28호는 인공위성의 추적장치를 챙겨서 절대로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자신의 오른쪽 어깨에 강제로 이식한다.

인류 전멸로부터 100년. 그 기나긴 세월동안 28호는 저 인공위성이 가는 길을 따라서 전 세계를 유랑한 것이다.

오직 자신이 사랑했던 그 남자를 올려다보기 위해서.


그러한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뱉어낸 28호는 어딘지 후련한 표정으로 사령관에게 자신의 기억 백업 소자와 혈액 샘플을 건네주고선 다음에 언젠가 바람과 함께 다시 만나자는 이야기와 함께 여정을 떠난다.

붉게 물든 어깨를 늘어트린 채로.


28호의 유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T-2 브라우니의 개조는 다소 까다롭게 이루어졌다.

20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변질된 28호의 유전자는 대부분의 브라우니들에게 거부반응을 일으켜 지극히 소수의 브라우니들만이 28호의 유전자를 바탕으로 한 개조에 성공했다.

그렇게 개조된 브라우니들이 극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지휘관의 부재가 컸던 스틸라인으로써는 크나큰 전력 상승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그날 전설과도 같은 28호의 활약을 기려 개조된 브라우니들은 새로운 이름, T-28 레드숄더로써 불리게 되었다.

다만 이따금씩, 레드숄더들은 아련한 눈빛으로 밤하늘을 쳐다본다고 한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만한 패러디긴 한데 괜찮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