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이후로 찐따의 길을 걸어왔다고 자부했는데
대학 입학하고 난 직후, 왠지 근거없는 자신감이 솟더라고.
그래서 나름 이런저런 노력들, 살을 빼라면 살도 뺐고, 운동도 하라면 운동도 했고, 패션도 공부하라면 패션도 공부해보고, 사람들하고 많이 사귀어보고 친밀하게 지내보라면 또 그렇게 하는 식으로, 이런저런 조언들을 닥치는대로 다 받아들여서 온 힘을 기울여 '나를 가꾼다'라는 걸 했었지. 친구를 많이 사귀는 것을 넘어서 최종적으로는 연애전선 성취라는 걸 목표로 해서.
그렇게 얼마간 짝사랑을 키워가다가 어느 날 진심을 다해서 고백했었는데
공개적으로 아주 개망신당하고 개박살났었음.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 뒤로는 연애전선 자체에 더 이상 흥미도, 관심도 안 생기더라. 정말 온 진심을 다해서 맞부딪혔고 그게 산산이 바스러지니까 더 이상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스스로 회의하고 자조했던 것도 있거니와, 그 데미지 어떻게든 상쇄하려고 군대 갔다가 다시 복학하니 나라는 존재는 완전히 은따마냥 묻혀져 있었음.
그래서 이 뒤로는 그냥 모든 인간관계에 대해 적당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더 이상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대부분 들이지 않고 오직 최소한도로만 들이며 나머지는 그냥 학과 공부에 죄다 쏟아부었던 것 같아. 그나마 학과 수석으로 졸업할 수 있었던 건 다행이라 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