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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돌려 말하는 건 취향에 안 맞으니까.


영전에서 돌아오고 사흘만에 면담을 잡고 자리에 앉자마자 이 이야기라니, 전개 참 빠르기도 하지.

그렇긴 해도 앨리스가 영전을 뚫는 동안 리제도 놀고만 있었던 건 아니었으니 그렇게 당황하지는 않았음.

'하하 죽어라 조랭이떡아'가 되면 과연 곤란해서 리리스와 동행하긴 했지만 분위기가 그건 아닌 것 같으니 일단 안심.

그러면 가장 유력한 건 왜 주제도 모르고 거들먹거리느냐 같은 비난이고, 긍정적으로 보면 조랭이떡 주제에 주인님에게 사랑 받은 비결을 불어보라는 추궁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는, 데.


- 왜 아무도 당신에게 불만이 없죠?

- ……네?


뭔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결정적으로 다른 질문이라 리리스에게 눈짓으로 질문함.


- '저한테 불만 없어요?'

- '보고서로는 모자랄 텐데, 책자로 정리해 드려요?'


그치―.

암만 생각해도 뭔가 대단한 착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는데, 이걸 어떻게 설명한다.

고민하는 리제의 모습을 어떻게 이해한 건지, 앨리스는 살짝 질문을 바꿈.


- 좋아요, 그러면 범위를 한정해 보죠. 라비아타 언니가 당신보다 부관으로서 모자란 부분이 있나요?

- 없죠?


그렇달까 지금도 실질 부관 업무를 하는 건 그쪽이고.

너무 태평한 대답에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하는 앨리스에게, 리제는 그대로 한 마디를 덧붙임.


- 하지만 상관 없잖아요.


*   *   *


아르망이나 레모네이드가 합류한 후의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할까.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것으로 한정해도 탈론페더 건으로 칸의 조언을 받았을 때부터고, 막연한 우려 정도라면 부관이 되었을 때부터였으니 어지간히도 오래 끈 문제였지.


가장 그럴듯한 상담 상대로 선택한 콘스탄챠는 "평소대로 지내되 자매들 간의 분쟁이 생기면 중재해 달라"고 했었고.

그렇게 자신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말을 붙이면서.

당시에는 서로 가진 정보의 차이 때문에 관대하게 굴어준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리제는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아.

예지에 가까운 연산능력도, 압도적인 전자전 능력도 없고, 전장에서 멀어진 데다 승급까지 고사한 시점에서 1지역에선 나름 에이스였던 전투 능력도 이젠 별 의미가 없지만.


- 그이, 사령관 님이 사랑하는 건 저인데요.

- ―하?


'뭐지? 자기과시?'


처음 만났을 때도 그러더니, 앨리스는 표정 읽기가 쉽구나. 천성이 숨기는 것과 거리가 멀어서 그런가.

물론 그렇게 멍때리다간 진짜로 자길 구운 조랭이떡으로 만들어버릴지도 모르니까, 리제는 바로 말을 덧붙임.


- 그야 전 머리도 좋지 않고, 별로 강하지도 않고, 눈에 띄게 아름답지도 않아요. 성격도 뭐, 평범? 한 편이고.


리리스가 자신의 뒤통수에 눈빛으로 웅변을 꽂아넣는 걸 리제는 깔끔하게 무시했음.

딱히 핀잔을 듣기 싫어서는 아니고, 이야기를 끊어서는 안 될 부분이었으니까.


- 하지만 사랑이 그런 조건만 따져가며 이루어지던가요?


덤으로 오르카 호에서 유일한 인간 님의 총애가 가지는 무형의 무게감은 결코 적지 않고.

그걸 자기가 잘난 덕분인 줄 알고 휘두르는 건 바보짓이지만, 과분하다며 부담스러워만 하는 게 모범적이라는 것도 아니잖아?

아무튼 사랑하고 사랑받는 건 사실이니까. 필요한 만큼은 활동해야지.


- 그러니까…


앨리스의 목소리는 어딘가 허탈했음.


- 결국 당신에게 뭔가 특별한 점이 있는 건 아니라고요.

- 앨리스 씨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런 거겠죠.

- 다들 그걸 인정할 뿐이고?

- 대부분은?


친한 몇 명 - 좌우좌네 패밀리라거나, 콘스탄챠라거나, 하치코라거나, 욕심 좀 부리면 팬텀이라거나, 아주 많이 부리면 소완이랑 리리스라거나 -은 좀 다르겠지만.

샬럿만 해도 굳이 따지자면 자신이라는 개인이 아니라 '폐하의 반려'를 존중한다는 것에 가깝고.

우글우글 몰려다니는 브라우니 정도 되면 애초에 얼굴이나 알면 다행일 정도일 텐데 뭘.


- 하아….


시시한 듯 내뱉는 한숨이 역으로 앨리스가 불편하게나마 납득했다는 걸 대변해주고 있었음.


- 결국, 주인님의 취미를 교정하면 될 문제였군요.

- 어려울 걸요?

- 나쁘지 않네요. 오늘 나눈 대화 중에서 가장 웃긴 농담이었어.


인사는 생략하죠. 그럴 사이도 아니고.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앨리스는 지체 없이 방을 나섰지.


- 살았다……!


그리고 기척이 멀어지자마자 리제는 의자에 흘러내리듯 눌어붙음.

딱히 한 말에 후회는 없지만 키 차이만 머리 하나는 날 센 언니가 눈을 부라리는데 안 쫄 리가 있나.

전투능력까지 감안하면 더 그렇고.

리리스는 여유고 뭐고 새하얗게 쥐어짜내 버린 모습을 한심한 듯 바라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음.


- 그렇게 무서워할 거면서 시비는 왜 그리 걸었어요?

- 어쩔 수 없잖아요. 한 번 얕보이기 시작하면 흑임자 국수가 될 때까지 자근자근 밟혔을 테니까.

- …흑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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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이 시작할 즈음 해서 슬슬 하렘물 정실 노릇에 각이 잡히고 있는 리제였스빈다.

그리고 자기가 정실이란 걸 받아들였다는 건 역으로 말해서 (리리스 건에서 언급되었듯) 측실이 더 생기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빈다.

정작 작중에서 측실이 생길 가능성은 낮다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

언젠가 IF 특별편으로 빙의리제 + 소완 + 리리스 + 찐리제 + 사령관의 5P를 다뤄보고 싶긴 한데 과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스빈다


그리고 창고글도 하나 적었는데 주말이라 그런가 순식간에 묻혔으니 심심할 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스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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