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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사령관은 둠 브링어와 스카이 나이츠가 머무르는 중심 업무지역에 도착해 있었음.

스카이 나이츠는 지휘관 내지 지휘관 대행을 할만한 기체가 합류하지 않은 만큼 현재로서는 규모도 작은 편이었고, 대규모로 움직일 필요가 있을 때는 메이의 지휘를 받는 것이 보통이었던지라 이번에도 함꼐 활동하고 있던 거였어.


호드는 사령관이 오고 나서야 워울프의 야유가 인사를 대신했고, 발할라는 레오나가 고르고 고른 정예로 마중을 나왔는데, 둠 브링어는 어떨까.

-하는 사령관의 의문에 주어진 답은 상당히 의외의 것이었지.


- 다른 대원은?

- 나 혼자야. 불만이라도 있어?


배웅을 마치고 세인트 오르카로 돌아가는 운디네가 당황한 표정을 짓건 말건, 메이는 짐짓 태연함을 가장하며 심판의 옥좌에서 사령관을 내려다봤어.

사령관이 거의 곧바로 웃어 보이는 바람에 눈싸움(?)은 오래가지 않았지만-


- 아니, 마침 잘 되었네.

- 잠깐, 사령관!?


그 대신 사양 없이 심판의 옥좌 가장자리에 걸터앉는 바람에 메이가 화들짝 놀라기는 했지.


- 응? 혹시 위험한 버튼이라도 있었어?

- 전시도 아닌데 그럴 리가 없잖아. 허가를 받으려 하지도 않는 무신경함에 놀랐을 뿐이야.

- 동승을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메이 소장님?

- ……마음대로 하던가.


이동을 재개한 심판의 옥좌 위에서, 두 명은 천천히 주변의 경관을 둘러봤어.


- 마침 잘 되었다는 건 뭐야?

- 아, 지휘관들에게 부탁할 게 있었거든. 이번 휴가 마무리 즈음 해서…….


레오나에게 했던 이야기를 똑같이 전달하자, 메이는 흥미 없다는 얼굴로 고개만 까딱였지.


- 그 정도야 손쉽지.

- 응. 메이라면 그렇게 말해줄 거라고 생각했어.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옥좌는 천천히 상승해서, 이내 주인이 목표로 한 곳 - 옛 청사 건물에서도 한참 높아진 고고도까지 올라갔음.

둠 브링어가 차지한 행정 구획이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동시에-


- 멋진걸.


사령관이 둠 브링어와 스카이 나이츠의 휴가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기들끼리 비행 기술을 겨루는 그리폰이라거나, 둥실둥실 떠 있는 다이카처럼 비행 중인 인원도 있었고, 적당한 옥상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실피드나 아무튼 우르르 몰려다니며 식당을 초토화하는 지니야처럼 지상에서 움직이는 경우도 있었지.

삼삼오오 각자가 흥미를 보이는 쪽으로 흩어져 있는 건 발할라랑 비슷했지만, 대형 쇼핑몰처럼 집중적으로 모일 장소가 없다는 점과 공간을 입체적으로 쓸 수 있다는 특색이 혼란스러우면서도 인상 깊은 연결을 만들어냈지.


- 감상은 그걸로 끝이야?

- 모두를 위해서 힘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건 어때?

- 너무 틀에 박혔어. 3점.

- 저런, 엄격하네.


사령관은 조금 더 너스레를 떨까 하다가, 평소의 오만함조차 걷힌 채 진지한 메이의 표정에 기다리는 것을 택했음.


- 평소와 다를 것 하나 없는 풍경이야. 나에게는.

 나란히 걷거나 날면서 바라볼 때는 바이오로이드일 수도, 건물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부감하는 순간부터는 크고 고정된 것과 작고 움직이는 것이라는 차이 밖에 남지 않아. 


―아무런 차별 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표적이 될 뿐.

자수정처럼 빛나던 보랏빛 눈은 독백과 함께 깊이 가라앉았다가 곧 평소의 반짝임을 되찾았음.


- 그-러-니-까. 평소의 사령관은 이 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단 소리야.

 알아 들었어? 그러니 앞으로는 조금 더 두려움과 존경심을 가지고――

-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


사령관의 대답을 듣는 순간 한 차례 더 파문이 일어나긴 했지만.


- 뭐야, 그 근거 없는 자신감은?

- 근거야 있어. 네 전투를 지휘하거나 관전한 적은 적잖이 있었으니까.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에키드나의 복원을 우선하자고 주장했을 때일까?

- 내가 구상하던 전투 교리를 완성할 기회라고 여겼을 뿐이야. 과대해석에도 정도가―


- 단순히 돌파할 뿐이라면, 너는 에키드나가 없더라도 충분히 해낼 수 있었을 거야.


메이가 에키드나에게 바란 것은, 더 강한 파괴력이 아니라 작전 수행의 안정성 - 요컨대 부하의 안전이었으니까.


- 물론 부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지휘관은 없다고 생각하긴 해도, 메이 네가 다루는 힘은 좀 특별하니까.

 그런 부분은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어.

- …….


*   *   *


메이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이번에 사령관을 맞이한 건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져 있었지.


- 휴가 중인 대원들 괜히 귀찮게 하지 마시고, 이럴 때나 대장으로서 책임을 보이시죠.


나이트 앤젤은 저렇게 밉살맞은 소리를 했지만, 사령관과 둘만 보낼 시간을 조금이나마 주려고 했다는 것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어.

어차피 부관에게 푹 빠진 사령관이 이제와 둘만의 비행 정도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줄 리는 없으니, 그냥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보내는 정도로 만족하려고 했는데.


어째선지 생각지도 못하게 내심이 새어나가 버렸고, 그걸 덮으려고 짐짓 으스대는 소리를 해 봐도.

저 남자는 일상에선 어리버리한 주제에 이상한 곳에서만 예리해서―


- 그걸로. 끝이야?

- 메이?


메이는.


- 그 잘난 존경이, 네가 나에게 줄 수 있는 끝이냐고 물었어.


지난 여름에는 흘려보내야만 했던 마음을, 다시 한 번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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