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1   /   2







“혼자 가겠다고?”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사령관님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네, 오늘만 저 혼자 다녀오겠습니다.”

 

“메이와 얘기가 된 거야?”

 

대장 얘기가 나오자 잠시 움찔했다. 내 독단적인 행동인 걸 알면 바로 반대하시겠지.

 

“네. 메이 대장님도 허락하셔서 사령관님께 보고 드리고 수색하러 출발하려고 했습니다.”

 

“그래? 메이가 허락했다니 의외구먼. 둘이 얘기 된 거면 갔다 와도 돼.”

 

“알겠습니다.”

 

나는 사령관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집무실을 나왔다. 이제 메이 대장님의 시선을 피해서 나가기만 하면...

 

“나앤, 사령관님이랑 무슨 얘기 했어?”

 

조심스럽게 나가려다 익숙한 목소리에 몸이 멈췄다. 뒤돌아보니 메이 대장님이 해맑게 나를 보고 있었다. 

 

“아, 아 그게...”

 

빨리 변명거리를 생각해야 한다. 빨리... 빨리!

 

“아아. 사령관님이 오늘은 수색하러 나가지 말고 오르카 호에 있으라는 명령입니다. 네네. 그걸 듣고 오는 길입니다.”

 

“나가지 말라고? 왜애?”

 

“아 그건... 그건! 저희가 일을 열심히 해서 하루 쉬라고 하셔서...”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말이지만 상관없다. 우리 바보 대장님만 속으면 된다. 메이 대장님은 내 말을 듣더니 순수한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속은 건지 안속은 건지 표정으로 알 수가 없어서 더 불안하다. 제발... 제발.

 

“그럼 오늘은 놀아도 되는 거야? 신난다!”

 

모든 게 계획대로다. 바보답게 내 엉터리 거짓말에 속아주다니. 이럴 때는 누구보다 최고인 대장이다. 

 

“그럼 오늘은 나앤이랑 놀면 되겠다.”


“에?”

 

방금 한말은 취소다. 나에게 최악인 대장은 내 생각을 벗어난 말을 했다. 이걸 또 뭐라해야 될지 생각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어쩌지... 어쩌지...

 

“나앤은 나랑 놀기 싫은 거야?”

 

“에? 아뇨. 대장님이랑 노는 건 정말 즐거운 걸요. 헤헤.”

 

“근데 표정이 안 좋아 보여서...”


내가 변명거리를 생각하느라 표정 관리를 못 했나보다. 내 불찰이다. 빨리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짓말이란 게 들통나게 될 거고 결국 삐지게 될 것이다. 그건 너무 최악이다. 어쩌지... 아 그래! 

 

“대장님과 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닥터가 부탁한 게 있어서 놀아주지 못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

 

제발 여기서 끝내줘요. 더는 변명거리가 없단 말이에요. 닥터가 뭘 부탁했냐고 물어보면 정말 끝이다. 그러니 제발... 

 

“그럼 어쩔 수 없지. 빨리 끝내고 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만세! 나는 속으로 외쳤다. 물론 표정은 최대한 실망한 표정을 지어야 한다. 다행히 내 표정 연기에 먹혔는지 메이 대장님은 실망하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미안한 마음도 잠시 꿈속 내용을 더 조사하고 싶은 생각에 곧바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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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아닌가.”

 

저택 내부를 정리한 지도를 들고 다니며 조사하고 있었다. 조사하려고 했던 방들을 돌아다니며 살펴봤지만 별다른 단서는 없었다. 내 착각인 건가. 그러기엔 이 저택을 방문한 뒤로 꿈 내용이 달라졌다. 여기에 분명 뭐가 있는 것이다. 

 

“여긴가 보군.”

 

무너진 방 중 유난히 눈에 띈 방이다. 서적이 있거나 칙칙한 분위기와 다르게 이 방만 밝은 분위기였다. 비록 지금은 건물 잔해들이 있지만, 벽 색깔이 알록달록하고 인형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아가씨가 쓰던 방이 분명하다. 나는 잔해들을 치우며 여기저기 뒤져봤지만 끝내 단서는 없었다. 

 

“여기엔 뭔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여기도 아닌 건가.” 

 

실망한 기분을 감추지 못한 채 나가려고 하다가 한쪽에 쌓인 인형들이 눈에 들어왔다. 

 

“메이 대장님도 인형 좋아하는데...”

 

오르카 호에 두고 온 대장님이 생각나자 마음이 불편해졌다. 내가 뭘 찾겠다고 혼자 온 걸까. 이상한 꿈의 원인을 찾으려고 대장님까지 두고 올 필요가 있었을까. 두 번 다시 혼자 다니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미안한 마음이 든다. 메이 대장님에게 줄 인형이라도 하나 들고 가야겠다. 

 

“어.. 이건?”

 

나는 낯익은 토끼 인형을 하나 들었다. 메이 대장님이 잘 때마다 안고 있는 인형과 비슷하게 생겼다. 메이 대장님이 가지고 있는 인형은 내가 직접 만들어줬는데. 어찌 된 일이지? 잠시 움찔했다. 나도 참. 토끼 인형은 흔한 인형 중 하나인데 비슷한 게 널렸겠지. 나는 토끼 인형을 좋아하는 메이 대장님에게 주려고 그 인형을 챙겼다. 

 

“바로 주면 의심할 테니까 숨겼다가 나중에 슬그머니 주면 되겠다.”

 

이 인형을 받고 기뻐할 메이 대장님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인형을 챙긴 나는 빨리 대장님을 만나러 가기 위해 저택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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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합니다. 아가씨.”

 

“고마워 나앤. 벌써 내가 생일이구나.”

 

아가씨는 침대 위에 앉아서 기뻐하고 있었다. 

 

“아가씨 안색이 좋아져서 다행이에요. 이대로면 산책도 가능하다고 하셨어요.”

 

다른 메이드가 아가씨에게 말했다. 

 

“정말? 그러면 나앤이랑 밖에 나갈 수 있는 거야?”

 

“네. 그러니 조금만 참으세요 아가씨. 아 그리고...”

 

나는 아가씨에게 인형을 건냈다.

 

“와! 내가 좋아하는 토끼 인형이잖아. 고마워, 나앤.”

 

그 순간, 내가 건넸던 인형은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나앤... 나 너무 아파...”

 

아가씨는 온몸에 피범벅이 된 채 인형을 안고 있었다. 아가씨는 입에서 피를 흘리며 나에게 말했다. 

 

“나앤... 나 죽기 싫어. 나앤... 나앤... 나앤!!!”

 

으아아악

 

또 비명을 지르며 꿈에서 깼다. 오늘도 다른 내용의 꿈이었다. 내가 주워온 인형 때문인가. 나는 황급히 불을 켜 숨겨둔 인형을 찾아 꺼냈다. 그 순간

 

“으악!!!”

 

저택에서 주웠을 때는 멀쩡했던 인형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자기 전에도 멀쩡했는데.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점점 미쳐가는 것 같다. 나는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고 인형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