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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초기지의 건설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어.

되고 있었지만 - 정작 또 다른 목적 중 하나였던 그 후의 탐사에 대해서는 사령관이 별반 말을 꺼내지 않고 있었지.

의문을 가지는 대원도 없지는 않았지만, 섬 자체가 도시 하나 정도 크기에 불과하니만큼 이후의 항해에 필요한 기반 시설을 완전히 구축한 후에 나서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내밀면 다들 그러려니 납득하는 정도였지.


오히려 리제 쪽이 괜찮은가? 싶어서 당황하면서도 사령관이니까 무슨 생각이 있겠거니 하고 있었고.


- 혹시 제가 좌표를 잘못 알려줬나요?


아무래도 에바 쪽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전조도 없이 걸어온 통신에는 살짝 당혹한 기운이 서려 있었지만-


- 그 정도로 큰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아서.


사령관의 대답을 들은 순간 단번에 흥미 어린 미소로 바뀌었음.


- 심해 탐사용 바이오로이드의 장비라면 정찰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텐데요?

- 그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잖아?

- 역시 당신은 총명하군요. 그와 똑같아…….


시험 삼아 던진 엉뚱한 질문에도 사령관이 확신을 담아 대답하자 이내 만족감이 더해지게 되었고.

사령관과 라비아타, 에바 사이에서 흐르는 미묘한 기류를 읽어낸 멤버는 적지 않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그 아르망조차도 계산할 수 없었지.

딱 한 명, 어째 생각보다도 이야기가 훅훅 나가서 당황 중인 리제 빼고.


*   *   *


사실,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었어.

사령관의 꿈 속에서 떠오른 '깊고 깊은 곳에서 기다리는 별의 아이'와, 스피커의 연설에서 나온 '별의 아이'를 같은 존재라고 본다면 심해에서 FAN파를 내보내는 근원이 그 철충들조차 종족 전체의 힘을 모아 대적해야 하는 적대적 존재라는 것 정도야 간단히 유추해낼 수 있으니까.


다만 원작에서는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숨기느라, 혹은 다른 일에 집중하느라 사령관 본인도 기억 속에 묻어두곤 했던 키워드들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라비아타 덕분에 다소 정리가 쉬워졌을 뿐이지.


아무튼 그런 뒷사정은 리제는 물론이거니와 에바도 짐작할 수 있을 리 없었으니, 이야기는 다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어.


- 그래서 이대로 손을 놓고 있을 생각인가요?

- 방법을 알려주려고 연락한 것 아니었어?

 나도 알려주는 것 이상을 캐묻지는 않을게.

- ……그런 뻔뻔함은 대체 어디서 배운 건지.


한탄에 가까운 에바의 대답에도 사령관은 빙글빙글 웃어 보일 뿐이었지.

……어쩐지 남일이 아닌 듯한 얄미움에 에바의 편을 들어주고 싶다는 생각도 잠깐 들긴 했지만, 리제가 그걸 실행으로 옮기기도 전에 에바는 무적의 용을 불러낼 수 있는 해군 기지의 위치와 코드를 넘겨주고 통신을 끊었음.


*   *   *


무적의 용을 깨우는 코드를 전송하는 것과, 철충을 몰아내며 재차 베이스 캠프를 건설하는 작업은 맥빠질 만큼 간단하게 이루어졌음.

누가 어떤 작전에 투입되는지를 정한 건 추첨도 감정도 아니고 철저히 합리적인 전력 계산의 결과였고, 사령관을 수행하는 것을 어필할 찬스로 여기기에는 애초에 이 오르카 자체가 그런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었으니까.


아스널이 다시 한 번 리제를 현장에 부르려고 해서 리제가 질색팔색한 정도가 특기할만한 사건이었을까.


하지만 변한 것은 오르카였을 뿐, 일어나야 할 일은 일어나게 마련이었지.


- 사령관! 여기! 이상한 괴물이… 바다 속에서 올라왔어!


패닉에 빠진 레오나의 통신이 그렇듯이.


*   *   *


익스큐셔너와의 싸움을 신화적이라고 한다면, 별의 아이와 네스트의 싸움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 답은 '표현할 수 없다'였어.


무수하다고 해도 좋을 숫자의 페어리 드론 - 명백히 자체의 부피를 초과한 듯 보이는 - 을 뿜어내며, 오르카 호 전체를 능가할 화력을 투사하고 있는 네스트의 위용 때문도 아니었고,

50m에 달하는 네스트가 장난감으로 보일 만큼 거대한 괴생명체 - 별의 아이의 크기 때문도 아니었지.


좀 더 근원적인 부분.

마치 얇은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무저갱이 입맛을 다시고 있는 듯한, 존재 자체의 불안함을 자극하는 원초적인 공포.

눈을 질끈 감으려고 해도 순간 펼쳐지는 어둠이 자신을 잡아갈 것 같아서, 그저 바라보게 될 수 밖에 없는.

전의 같은 단어를 떠올리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 포츈. 내보내 줘.


사령관의 서늘한 목소리가, 단번에 모두의 의식을 현실로 되돌렸음.


- 으, 응! 준비되어 있거든!

- 알바트로스. 가능한 한 정밀 타격에 적합한 전력을 차출해 주겠어?

- 무모하군. 멸망 전의 인간이 저지른 실수를 되풀이할 생각인가?

- '인간'이 실패했을 뿐이잖아? 전권을 맡길게.

- ……편성을 시작하겠다.


그야말로 기다렸다는 듯한 대응에 아연히 집중되는 시선에도 사령관은 태연히 몸을 추스르고 있으라고 당부할 뿐이었지.

그리고, 네스트가 별의 아이를 쓰러뜨린 순간-


- ▄▄▄▀▀███▄▄▄█▀▀▀▀██▄▄-------!!!!!"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포효와 함께 뿜어진 플라즈마 기둥이, 단번에 사출 장치를 포함한 머리 부분을 관통해 버렸어.

이어지는 것은 쿵, 쿵 하며 땅을 울리는 발소리.

그것이 뜻하는 바를 깨닫고 일제히 숨을 삼키는 대원들 중에는 물론 리제도 포함되어 있었지.


이런 미친.

이게 무슨 괴수 대결전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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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지를 다룬다면 꼭 쓰고 싶었던 부분이었스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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