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0055745


2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0209595


3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0369956


(잘못올린) 5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048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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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지고의 사랑



사령관은 소완이 준 약을 먹었다. 물론 먹기 전까지 온 힘을 다해 거부하느라 사소한 충돌이 있었으나 콘스탄챠가 괜찮다고 한 것, 소완이 믿어 달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눈망울을 반짝여서 손을 떨면서 겨우 먹었다.

약을 꼴깍 삼키자마자 참을 수 없는 잠이 몰려온다. 이게 뭐야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눈이 감겨서 할 수 없다.

사령관이 쓰러진 것을 확인하고 소완은 시계를 보았다.


“앞으로 24시간 뒤에 일어날 것이옵니다. 슬슬 준비를 하는 것을 권장드리옵니다.”


“요안나 아일랜드 도착까지 8시간 남았어요. 그리고..”


콘스탄챠는 패널을 본다.


“그쪽도 시간은 걸리겠죠. 그래도 준비는 철저할 수록 좋으니까 아르망양에게 가봐야겠네요.”


콘스탄챠는 소완에게 부탁한다는 말을 하고 서둘러 수복실에서 나간다.

소완은 콘스탄챠가 나가자마자 사령관이 누운 침대 앞에 앉아 사령관의 얼굴을 주시한다.


“후후.. 항상 요리하느라 바빴는데, 주인과 단 둘이 있는 시간이 어찌나 값진지 모르옵니다.”


잠 든 사령관의 입술과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비록 사령관의 입술은 열리지 않았으나 혀로 사령관의 입술을 맛있는 사탕마냥 정성스럽게 핥았다


“일어나시고 원망하지 마시옵소서. 첩이 하는 행위는 모두 주인을 위한 것이오니..”


소완의 하얀 손이 잠든 사령관의 목을 타고 내려간다. 그 뒤로 소완의 상기된 얼굴이 손을 따라 내려가며 구석구석을 핥는다.

목, 가슴, 골반 그리고 더 아래까지..



#11.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메이드장,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준비해주셔서 감사해요. 낯선 곳에 두고가서 잘못되는건 아니겠죠? 철충이 나타난다던가.. 야생동물이 나타난다던가..”


아르망은 잠깐 눈을 감고 생각했다.


“폐하께서 안전하실 확률은 98.2%입니다. 그럼에도 조심하고자 요안나경께 미리 연락을 보내놨습니다. 


아르망의 미소가 사라졌다.

굳은 얼굴로 콘스탄챠를 쳐다보는 아르망의 얼굴에 긴장이 역력했다.


“다만 이번 새로 온 인간에 대한 데이터가 없습니다. 예측이 되지 않아요.”


“주인님을 위한 일이예요. 주인님께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쉬셔야하기도 하고, 로크님의 의견을 생각하면 여기보단.. 그 곳이 안전하겠죠..”


아르망의 푸른 눈이 흔들린다.

예지의 가까운 예측 능력을 가졌으나 결국 중요할 땐 정보가 부족하며 자신의 능력 부족을 원망한다.


“부디 로크의 생각이 틀렸기만을 바랍니다.”



#12. 나르시시즘



“그래서 사령관을 대충 떨구는게 끝이라고?”


“엄밀히 말하면 퇴출이지.”


“그래, 근처 섬에 잠깐 두고 온 사이에 이 잠수함을 먹자는거야? 흠.. 별로 마음에 안드는데?”


레오나는 한쪽 눈썹을 움찔했다. 레오나는 다리를 쭉 벌리고 앉은 그의 앞에 다소곳하게 앉아 있었고, 메이는 고개를 돌리고 가슴 아래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어느 부분이 마음에 안든다는거지? 쉽고 합리적인 제안이야.”


“아니, 그렇잖아. 그 사람이 없으면 내가 이 오르카호의 사령관인데 뭔가 남기기도 싫고.. 내린 사이에 그냥 펑펑!! 안되나?”


그는 자신이 소심한 사령관하고 비교하려는 듯 일부러 허세를 부리며 말했다.  사실, 바이오로이드가 없는 비무장 인간따위 무섭지도 않았다. 마음 내킬 때 쏴서 죽이면 되는 것 아닌가?

오르카호가 자신의 것이 된다면 사령관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벌레와 같을 뿐이다.


“멍청하긴, 둠브링어의 화력을 그딴 곳에 사용하자고? 인간 하나 죽이자고 미사일을 쏠 바에 차라리 녹이 슨 미사일을 정비하는게 낫겠네.”


“하하, 메이 농담이야, 그냥 해본 소리라고."


레오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두 눈을 감았다.

두통이 밀려오는 듯 한쪽 관자놀이를 꾹 꾹 누르며 말을 이어간다.


“얼마 전에도 말했듯이 아직 현 사령관을 죽이는건 안돼. 명분도 없을 뿐더러 사령관을 지지하는 인원이 많아. 뭘 하던 당신이 지금의 사령관보다 잘났다는 것을 증명한 후에나 가능한 일이야.”


그는 곰곰히 생각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사령관만 사라지면 명령권 하나로 움직일 수 있는 년들이다.

그러나, 레오나의 의견도 어느정도는 맞는 말이다. 자신의 세력도 건재하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충돌을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도구에게 감정이입하여 소심하게 싸우는 사령관보다 자신이 못하다는 것은 죽어도 인정할 수 없다.


그러니 보여줄 수 밖에 없겠군.


그는 혀를 핥으며 입맛을 다셨다.

동시에 메이의 가슴골이 눈에 들어오지만 금방 눈을 돌렸다.

그래, 아직이다.

이틀만 기다리면 저 커다란 젖통을 내 손에 쥐고있으리라. 그는 속으로 음탕한 생각을 하며 웃었다.


“잘 해놔.”


그는 레오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방에서 나갔다.

그래, 대업을 이루는데 성급할 필요는 없다. 안에서부터 쥐고 흔들어주지.



#12. 어서오세요, 요안나 아일랜드에.



사령관은 낯선 곳에서 눈을 떴다.

간이 천막에 방금까지 누군가 있다간듯한 모닥불, 그리고 가지런히 놓여진 패널.. 뭐지? 내가 뭐하고 있었더라? 라는 말을 하며 이마를 손으로 짚는다.

흐릿한 기억에 머리가 조금 아프지만 패널을 들어 키자 패널에서 지직- 지직하는 소리가 잠깐 났다가 이내 익숙한 얼굴이 나타난다.


[어? 연결 됐다! 오빠!]


“닥터? 뭐야? 설명해줄 수 있어?”


[응, 오빠가 지금 가지고 있는 패널은 닥터가 만든 영상통신장치야. 급하게 만들어서 통신은 양방향인데 오빠가 연결할 수 있는 곳은 닥터의 연구실뿐이야~]


패널 안의 닥터는 자신의 연구실을 소개하듯 카메라를 잡고 빙 돌리며 연구실 내부를 보여줬다.


“닥터,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닌데?”


[치, 오빠 얼마 전에 코피 흘렸다면서?]


사령관이 다치면 다프네에게 가볍게 치료를 받지만 전체적인 건강에 대해서는 항상 닥터에게 일임한다.

때문에 사령관을 안고 가던 라비아타에게 부끄러움을 꾹 참고 숲 속에서의 사건을 떠올렸더니 코피가 난 것 뿐이다 라고 말했더니 라비아타는 웃으면서 닥터에게 가던 발걸음을 돌려 수복실로 갔다.


[오빠는 항상 우리를 생각하고 있어서 좋지만, 쉬라고 해도 안쉬니까 이런 극단적인 일을 벌이는거야. 그러니까 이건 오르카호 대원들이 오빠에게 주는 벌이자, 상이라구.]


대원들이 사령관을 걱정하고 있는건 잘 알고 있지만 업무랑은 별개의 이야기다.

쌓인 업무야 라비아타나 콘스탄챠의 도움을 받아 천천히 처리하면 되지만 전투 같은 긴급 상황에선..

사령관의 표정이 좋지 않자 닥터가 웃으면서 다시 입을 연다.


[걱정하지마 오빠, 레오나언니가 그러는데 오빠가 휴가 나간 사이에 새로 온 인간님이 업무를 체험할 겸 대신 봐준대. 그러니까 오빠는 우리 걱정하는 것 절반만큼이라도 쉬었다 와! 알겠어?]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이자 닥터는 웃으면서 좋은 꿈 꾸라는 말과 함께 영상이 꺼졌다.

닥터의 얼굴이 사라지자마자 사령관은 패널을 조작해 자신의 업무를 확인할 수 있는지 지휘채널로 돌리고자 했으나 닥터의 캐릭터가 나와서 혓바닥을 내밀며 X표시를 그리는 모습을 보곤 웃음이 터졌다.


“그래, 이렇게까지 하는데 대원들이 걱정 안할 정도로 푹 쉬어야겠지.”


사령관은 일어나 기지게를 쭉 키곤 천막 안을 둘러보았다.

간단한 생존 필수품하고 여분의 옷, 사령관의 개인화기가 담겨있는 상자를 뒤적거린다.


“근데 얼마나 쉬라는거야?”

 

뒷머리를 긁적이며 천막 안에 눕자 풀벌레 소리와 모닥불이 타닥 거리면서 타오르는 소리가 머리 속을 정리 해주는 편안한 기분을 느끼며 눈을 감자 천천히 잠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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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4편을 올린다는 것을 5편을 올려버렸네요.. 이거 실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