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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후유증으로 뻗어 있던 기간을 고려하면 반나절을 더 '착하게' 지낸 거야 불가항력이라지만, 그걸로 여름 휴가가 끝난 건 아니었어.

아무튼 사령관과 서약을 했던 것도 여름의 일이니 기념 삼아 관광 시설 중 하나에서 둘만의 휴가를 보낼 계획은 잡혀 있었거든.

그렇게 둘이 머무르는 곳을 호위팀이 지키고, 습격팀이 뚫어내는 연습을 하기로 한 시점에서 '둘만의' 휴가라는 것에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대규모의 실전 훈련이 되면 또 이런저런 준비가 필요한 법이라 며칠 정도의 텀은 있었지.

스태미너에 좋은 음식을 이것저것 흡입하는 걸 비롯한 '준비'가 좀 있긴 했어도 여유 시간은 여유 시간.

뭘 하며 지낼까 고민한 끝에 리제가 고른 건 대원 사이에서 명성이 자자한 스틸라인 온라인이었어.


각종 이벤트에서 지나가는 식으로라도 계속 언급되고 있기도 하고, 대회까지 열릴 만큼 즐기는 인원이 많으니 일단 해보면 이야기거리가 늘어나기도 할 테고.

거기에 전자 오락을 한다는 행위 자체가 뭔가 문명적(?)이라는 충족감도 매력적이었지.


이왕 이렇게 된 거 각 잡고 해보자.

그러려면 역시 고인물의 가이드가 효과 만점이겠지.

빠른 판단을 마치고, 리제는 뇌물용 맥주를 지참한 채로 그렘린 - 그 중에서도 가장 스틸라인 온라인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명성(?) 높은 개체 - 방문을 두드렸어.


*   *   *


그리고 다시 반나절 후.


- …….

- …….

- 그렘린 씨.

- 네.

- 혹시나, 정말로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 네.

- …저, 소질 없나요?

- ………네.


확신이 담긴 한 마디에 조용히 게임을 종료하고, 리제는 허탈하게 뒤로 누웠지.

어느새 놀러와서 구경하던 유미가 시선이 맞을 새라 화들짝 고개를 돌리는 게 어느 의미론 더 참담하네.

별로 게임 대회에서 숨겨진 다크 호스로 출전해 토모와 리앤의 승부의 향방을 가르는 캐스팅보드가 되고 싶다 같은 생각을 한 건 아니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로 못할 줄이야.


나한테도 그렘린한테도 문제는 없으니, 게임과는 거리가 먼 리제의 몸이 잘못이겠구나.

그렇게 정말 오래간만에 몸 탓을 하며 이불을 돌돌 만 리제의 꼴이 어지간히도 측은했는지, 그렘린이 황급히 덧붙였음.


- 그, 혹시 제가 가르치는 방식이 잘 맞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까요! 다른 랭커에게 배우시면 또 다를 수도…….

- …누구요?

- 으음. 토모들 중에 다크호스급 실력자가 좀 있어요. 물론 최고는 '그 유저' 겠지만….

- 그 유저?

- 네. 완전히 정체불명인데 실력은 겨룰 사람이 없어요.

 피지컬은 뛰어나도 특출난 것까진 아닌데, 동선 파악이랑 전투 설계가 정말 말이 안 되는 수준이라니까요?

 핑 찍히는 대로만 움직이면 무조건 이긴다고 할 정도라 누군지 의견이 분분한데 보이스챗은 절대 하지 않고, 제일 유력한 닥터는 자기가 아니라고 하고….

- …….


원작에서도 그런 설정이 있었던가.

그리고 사령관이 (선택지에 따라서지만) 후보 중 하나였지.

아무리 생각해도 리제가 아는 사령관이라면 물리적으로 게임을 할 시간이 없지 싶긴 하지만, 그래도 확인 정도는 해볼까.


*   *   *


그렇게 얻게 된 대답은 어느 의미로 예상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 있었지.


- 아, 그거? 나라고 할까, 내가 아니라고 할까.

- 선문답이에요?

- 아니, 닥터가 내 지휘 대행 시스템을 응용해서 인공지능을 만들어 봤다고 했거든.

 게임에서도 잘 통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

- ……???


그게 말이 되나?

아니, 사령관의 지휘능력 자체가 말이 안 되니까 괜찮은 걸까?

정작 자기는 시간 문제로 몇 판 해본 적 없다는 말에, 리제는 그냥 깔끔하게 스틸라인 온라인을 머릿속에서 치워 버리기로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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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오늘은 좀 짧스빈다.

저 유저의 정체는 원작에서는 선택지 따라 바뀌는 거라 여기선 그냥 제 멋대로 만든 설정이빈다.


노벨피아쪽에도 올리기 시작했으니 잘 부탁드리빈다.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1216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