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랑 같은 지역에서 15년 살다가

아버지 사업차 해외나가시고 나도 따라서 유학간동안

어머니가 할머니랑 오손도손 살림 합치고 잘 사심

고모들은 명절에나 얼굴 비추는 정도
둘은 같은지역이고 셋은 타지역


그러다 나 성인 되고 할머니 암 말기 판정받으셔서 아버지 사업 접고 돌아오시고

나도 외국 대학 지원한거 걍 포기하고 한국 들어와서 모시고 삼

병원에서 6개월 시한부 불렀는데

걍 항암치료 안하시고 집에서 다같이 살면서 여행도 많이다니고 즐겁게 살아서그런가

병원서 6개월 부른거 훌쩍넘겨서 2년 넘게 사심. 물론 아프시기도 했지만 성당도 다니시고 친구들도 만나로 다니시고 잘 사심

그러다 고모들이 자기들도 자식노릇 하고싶다고 모신대서 그쪽 지역 요양병원에 모셨는데

모시긴 개뿔

난 군대가느라 자주 못뵙고

부모님은 주말마다 3시간 넘는거리 오가면서 뵙고오심

고모들은 얼굴 거의 비치지도 않고

그러다 나 1차정기 끝나고 복귀하는길에 병원 들렀는데

이미 기면상태에서 울기만 하시고 얼굴도 못알아보시는 상태여서 진짜 씁쓸하게 복귀했는데

복귀한지 이틀만에 돌아가심

청원휴가나와서 장례식장에있는데 이런 저런 생각 많이들더라

화장해서 모셔드리고 집으로 오는데 아버지 너무 힘들어하시니 내가 운전하고 오면서 아버지가 하신 말이

그때 할머니 보내면 안됬다고

억지로라도 우리가 모시고 살아야했다고

시한부 받으시고도 2년 넘게 잘 사셨는데

병원 들어가신지 반년도 못되서 돌아가셨으니 아버지 말씀이 이해가 되지.


아버지 외아들에 고모만 다섯분이라 유산가지고 말 많을줄 알았는데

그냥 깔끔하게 나눠 갖기로 하고 마무리함

할머니 유서엔 이런 저런 말 많았지만

아버지가 그냥 깔끔하게 맘 접고 고모들 안보는 걸로 털어내심

그 뒤로 아버지는 다시 사업차 출국하시고 내가 어머니랑 살면서 대학다니는데

그 해 추석에 차례상 모시고. 혹시나 고모들 오지 않을까하고 어머니 음식이랑 열심히 준비하셨는데 오기는 개뿔 연락도 제대로 안옴

그래서 다음 설에는 내가 어머니 모시고 외갓집으로 끌고가다시피 했는데

그때도 어머니는 행여나 고모들 오실까봐 노심초사 하시더라

근데 막상 외갓집 도착하니까 너무 좋아하심

시집오고 20년넘게 명절에 외갓집 못와봤다고 하시면서 이모들이랑 진짜 너무 즐겁게 보내심

고모들은 역시나 연락조차 없었고

그렇게 한 두해 지나니까 이젠 명절은 고사하고 제삿날에도 안오더라



지금은 내가 요양병원에서 일하고있는데

코로나 덕에 보호자들 안와서 편하긴 한데
명절에도 병원에 혼자계시는 어머니 아버지들 생각하면 맘 찢어진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