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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 다시 올 줄은 몰랐습니다.”

 바닐라 A1이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콘스탄챠 S1은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것은 언제나와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슬퍼하고 있을지, 기뻐하고 있을 지 표정으로는 알 수 없었다.

 “언젠가는 올 장소였어요. 이곳은 슬픈 일만 이뤄지는 곳이 아니에요. 기쁜 일도 이뤄지는 곳이지요. 지난번에 이곳에 왔을 때를 기억하나요? 조지 7세 국왕 폐하의 즉위식이었지요. 그때 얼마나 많은 국민이 폐하의 즉위를 축하하셨는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아마 국왕 폐하의 어릴 적부터 그분을 바라보았던 선대 주인님께서도 이곳에서 즉위식을 보시며 기뻐하셨겠지요.”

 콘스탄챠 S1은 바닥에 쓰인 글귀를 보며 말했다. 주위의 오래된 돌과는 달리 만들어진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검은색 돌에는 토마스 브래드버리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것이 그의 묘였다. 보잘것 없는 묘였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묘인지도 모르고 밟고 지나갈 것이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장된다. 그것은 죽은 고인에게 있어서 최고의 영광이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장될 수 있는 사람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했다. 그에 걸맞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런 사람들의 묘라 하면 화려하고 거대하고 모두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모습일 것이라 생각할 것이었다.

 그러나 웨스트민스터에 안장되는 대다수의 명사들의 묘는 묘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역사서에서지워질 일이 없는 몇몇 위인들이나 왕족들의 묘가 아니라면 그들의 묘는 그저 바닥의 거대한 타일에 불과했다. 그것에 적힌 이름과 생몰년도과 짧은 묘비명만이 그곳이 묘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토마스 브래드버리 2021년 8월 – 2090년 12월 위대한 중재자.’

 타일을 드러내 그 안에 작은 구멍을 파고 그 안에 유골함을 넣고 다시 타일을 닫을 뿐이었다. 묘는 바닥과 일체화되어 있었다. 북쪽 익랑의 바닥의 일부일 뿐이었다. 놀랍게도 이것이 가장 영광스러운 묘중 하나라는 것이었다.

 동양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었다. 사람들이 가는 길바닥에 묻는다. 그것은 반역을 꾀한 역모자에게나 할 법한 처벌이었다. 동서양의 문화 차이일지도 모른다. 죽어서도 신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고 싶다. 그런 바램의 결말일지도 모른다.

 종교적 색채가 거의 사라진 현대에 와서도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전통의 하나가 되었고 그곳에 묻히는 영광 역시 전통의 하나였다. 오히려 사원의 바닥에 묻혀 사람들에게 밟히는 것을 영광이라 말하는 사람마저 있었다.

 휴이 브래드버리는 예외였을 것이었다. 그라면 이런 바닥이 아니라 웅장한 묘를 만들어 그 안에 자신을 박제하라고 말했을 것이었다. 먼 옛날 공산주의 진영의 지도자들처럼 자신의 모습을 언제든지 누구든지 보게 만들라고 말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죽음이 찾아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자신의 묘가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물으면 그는 자신은 절대로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을 것이었다.

 휴이 브래드버리가 이곳에 묻히게 된 것은 그의 결정이 아니었다. 그가 아닌 정부 인사들, 그의 가문이 관리하는 토마스 재단의 이사들이 합의해 결정한 사안이었다. 죽은 덴버러 백작의 장례식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국장으로 진행한다.

 콘스탄챠 S1은 자신의 주인이라면 원하지 않을 모습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결정에 아무 토도 달지 않았다. 자신의 의견을 그들이 들을 리가 없으니까. 그리고 선대 백작인 토마스 브래드버리는 분명 자신의 아들이 자신의 옆에 묻히기를 바랬을 테니까.

 그것은 토마스 브래드버리의 묘비 옆을 바라보았다. 타일이 드러내진 바닥에는 작은 사각형의 구멍이 나있었다. 그 작은 구멍이 휴이 브래드버리의 유골함이 들어갈 장소였다. 영국 최고의 부자가 마지막으로 잠들 장소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작고 힘없어보였다. 웅장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비하면 그 묘는 보잘것 없었다.

 사람이란 그런 것이었다. 아무리 평생 명성을 떨쳐도 부를 자랑해도 죽으면 작은 유골함에 들어가는 가루가 될 뿐이었다. 그것이 죽음이었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이었다. 부장품이 아무리 거하다 하더라도 그것은 무덤의 것이지, 그의 것이라고 할 수 없었다.

 이 묘야말로 죽음이란 어떤 것인지 말해주는 것일지도 몰랐다. 사람이란 얼마나 보잘것 없는 존재인지도, 아무리 위대한 자라 해도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것은 단 세줄의 문장밖에 되지 않는것이라는 것도 말이다.

 “작은 주인님을 찾아 그분께서 작위를 물려받으신다면 이곳에서 받으시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바닐라,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 아니에요. 주인님께서는 돌아가셨지만 주인님의 유산은 작은 주인님에게 물려지게 될 거에요. 선대 주인님께서 주인님께 물려주셨던 것처럼 주인님께서는 작은 주인님에게 모든 것을 물려주시겠죠. 작은 주인님께서 돌아가신다면 그 다음 주인님께 말이에요. 죽음은 끝이 아니에요. 새로운 시작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슬퍼할 것은 어디에도 없어요. 바닐라, 울지 말아요. 눈물은 작은 주인님을 다시 만날 그 때를 위해 아껴요. 눈물은 말라 사라지지만 웃음은 언제나 지을 수 있으니까요.”

 콘스탄챠 S1은 바닐라 A1의 얼굴을 문질러주며 말했다. 어느새 그것의 얼굴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곳에는 바닐라의 얼굴 화장을 고쳐줄 자매가 없어요. 저한테 부탁할 셈은 아니겠지요. 아무리 장례식에서는 화장이 더러워지기 마련이라 말하지만 바이오로이드에게는 그럴 권리가 없답니다. 곧 식이 시작할 거에요. 오신 분들을 맞이하러 가시죠. 돌아가신 주인님의 명복은 저분들이 빌어드릴 겁니다. 우리가 아니고요.”

 그것은 다소곳한 자세를 취하고는 문으로 들어오는 조문객들을 향해 걸어갔다. 바닐라 A1은 울음을 삼키고 애써 무표정을 지으려 노력하며 콘스탄챠 S1을 따라갔다. 긴 날이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콘스탄챠 S1이 조문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것의 눈에 낯익은 한 여성이 들어왔다.

 “콘스탄챠.”

 그녀는 콘스탄챠 S1을 보더니 가볍게 목례를 했다. 다른 조문객들에 비해 눈에 띄게 노출이 많은 여성이었다. 콘스탄챠 S1이 그녀를 알지 못했다면 그녀를 바이오로이드라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벨아이아님.”

 콘스탄챠 S1은 벨아이아에게 가볍게 목례로 답했다. 그녀는 자신의 가족의 죽음에도 애도의 기색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속으로는 아무 감정이 없어도 겉으로는 슬픈 내색이라도 애써 보였지만 그녀에게서는 그런 가식조차 느낄 수 없었다.

 “몇년만인지 모르겠군요. 자칫 못알아볼 뻔했습니다.”

 그럴 리가 없었다. 콘스탄챠 S1은 집을 떠났던 벨아이아의 모습을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 후에도 간간히 신문에 실린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이 한 말은 그저 예의상 한 말에 불과했다. 동시에 그 후로 전혀 집에 찾아오지 않은 벨아이아에게 간접적인 잔소리를 하는 것이기도 했다.

 “콘스탄챠, 너는 그 때나 지금이나 하나도 바뀌지 않았어. 얼굴에 주름 하나 늘어나지 않았네. 자, 들어가 앉지 그래. 조문객은 올만큼 왔고 곧 식이 시작되잖아. 보아하니 내게 하고 싶은 말도 있는 모양인데.”

 벨아이아는 자연스럽게 콘스탄챠 S1의 어깨를 잡으며 걸어갔다. 콘스탄챠 S1은 저항하지 않았다. 곧 식이 시작된다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녀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도.

 “억양에서 더이상 용인발음은 들을 수 없군요.”

 콘스탄챠 S1은 벨아이아의 억양을 지적하며 말했다. 벨아이아의 억양은 완전한 미국 동부 억양이었다. 그녀의 말투 어디서도 영국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이 나라 땅에 미련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 내가 그 억양을 버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고서 하는 말이야? 벨아이아, ‘네 말투는 영국 여왕 같아.’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으니까. 난 ‘피투성이 영국인’이 아니라 좆같은 미국인이 되어야 했어. 그래야 미국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 나는 저기 묻히게 될 좆같은 우리 오라버니 덴버러 백작님처럼 멍때리고 살았던 놈과는 달라.”

 벨아이아는 일부러 작은 따옴표로 된 부분에서만 완벽한 용인발음으로 억양을 바꾸어 말했다. 자신은 영국을 기억하고 있지만 일부러 배제한다는 듯한 말투였다.

 “완벽한 미국인이 되셨군요. 말투뿐만이 아니라 생각까지도요.”

 “설마 나를 아버지의 유산을 가지고 집을 나서던 나와 같다고 생각하지 않겠지. 이미 10년도 넘게 지난 일이야. 콘스탄챠, 너는 그보다 10배는 많은 세월이 지나도 바뀌지 않겠지만 사람은 그정도 시간이면 두세번 바뀌고도 남는 족속이야.”

 벨아이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정확히는 그녀의 자리가 아니라 골드윈 브래드버리 2세의 자리였다.

 “그 자리는 골드윈 님의 자리입니다.”

 “알아. 내가 이 자리에 왜 앉았겠어? 그 약해빠진 도련님은 이곳에 도저히 못오겠다고 하더군. 그보다 사촌께서 열심히 매수한 엑세터 경찰을 전부 회유한 건 네 힘인가? 사촌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더라고. 자신의 모든 걸 백작위에 건 모양인데 뉴스 하나에 무너질 줄이야.”

 “저는 벨아이아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군요. 골드윈님께서는 늦으시더라도 이런 자리에 늦으실 분이 아니십니다. 선대 주인님의 장례식에 어느 분과는 다르게 참석하셨던 분이시니까요.”

 콘스탄챠 S1은 자신의 자리에 앉지 않고 말했다. 그것은 벨아이아가 일어서는 것을 보아야 앉을 모습이었다.

 “그래서 내 자리가 이곳에 없는 건가? 내가 이곳에 올 줄 몰랐다고? 정 오라버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다면 저 뒤에서 일반인들과 같이 보라고? 차라리 여기 말고 다른 장례식으로 갈 걸 그랬어. 그 장례식에는 최소한 사촌인 내 자리는 하나 만들어 놓았겠지. 남매와 사촌 중에 그나마 가까운 남매를 찾은 건데 그게 그렇게 실례가 되는 일일 줄은 몰랐어. 하지만 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어. 이 자리에 앉을 사촌은 오지 않을 거야. 사촌은 다른 장례식 때문에 바쁠 거거든.”

 벨아이아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콘스탄챠 S1은 벨아이아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골드윈 브래드버리 2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니까 앉아서 오라버니의 마지막 가는 모습이나 같이 보자고. 평생에 한번 볼 수 있는 모습이니까.”

 그녀는 다리를 꼬며 말했다. 콘스탄챠 S1은 내키지 않았지만 그녀의 옆인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사촌은 말이야, 백작위를 위한 레이스에 걸맞지 않은 사람이었어. 마지막에는 그에 걸맞는 악역이 되려 했던 모양이지만 너무 어설펐어. 옆에 있는 콘스탄챠를 없애면 제대로 된 악역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이미 세월에 무뎌진 거였어.”

 콘스탄챠 S1은 옆에 있는 콘스탄챠가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골드윈 브래드버리 2세가 소유한 콘스탄챠 S2. 그것은 골드윈의 콘스탄챠 S2를 만난 적이 없었다. 그저 그런 바이오로이드를 그가 소유하고 있다는 것만 알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벨아이아의 언급에 따르면 그것은 작동불능이 된 모양이었다.

 “백작위를 위한 레이스라뇨.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주인님의 상속자는 론 브래드버리님이 되십니다. 다른 계승순위권자에게 넘어갈 일은 없습니다.”

 “과연 그럴까? 보아하니 아직도 위대하신 조카님을 찾지 못한 모양인데. 그 조카님께서 살아계셔야 상속을 받는 거 아냐? 이 자리에도 없잖아. 자신의 아비 장례식에 오지 않은 건 나뿐만이 아닌 모양이야. 그러고도 내가 계승받을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겠어? 갓난 아기라며. 언제 어디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아기야. 만일 그 아기가 죽는다면 백작위는 내가 계승받는 거고. 아니, 죽기는 커녕 장기간 실종상태만 되어도 그 작위는 내 것이 될 거야.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를 사람이 언제까지 올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으니까. 라이온킹 봤잖아? 주인공이 살아있어도 죽은 것으로 알려지면 승계따윈 받지 못하는 거지.”

 벨아이아는 자신이 론 브래드버리를 죽인다면 자신이 백작위를 물려받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기가 죽는 것은 할리우드의 금기였다.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되었지만 시대는 바뀌었다. 헐리우드는 사라졌고 영상물의 유행을 선도하는 것은 동양의 덴세츠 사이언스였다. 아기가 죽어서는 안된다는 룰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아직 작은 주인님께서는 살아계십니다. 플리머스에서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작은 주인님을 발견했다는 것이었죠. 확인결과 그들은 작은 주인님을 본 것이 확실했습니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작은 주인님을 찾아낼 것입니다. 시간문제입니다. 벨아이아님께서 등장하실 부분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저 마을 거렁뱅이들이 사례금을 노리고 거짓 제보를 한거겠지. 얼마나 줬지? 십만 달러? 백만? 그 돈이면 어떤 거짓도 말할 수 있어.”

 “십만 파운드였습니다. 그들은 언론으로 공개하지 않은 정보도 알고 있었습니다. 이터니티가 작은 주인님과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그것까지 그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들은 작은 주인님의 입장에서는 적이었죠. 만일 그들을 찾는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미리 말해드리겠습니다. 찾고싶다면 플리머스 인근의 숲을 죄 파뒤집어야 할 테니요.”

 콘스탄챠 S1의 위협을 들은 벨아이아는 웃었다.

 “그래. 그래. 콘스탄챠, 미국에서 너같은 바이오로이드를 뭐라 부르는지 알아? 좆같은 빗치라고. 아, 좆같은은 빼고야.”

 빗치. 미국에서 흔히 바이오로이드를 부르는 멸칭이었다. 바이오로이드라는 말이 길어 부르기 힘든 사람들이 찾아낸 대체어였다. B-워드라 부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빗치보다 긴 말을 굳이 쓰는 사람은 없었다.

 참고로 같이 연재중인 즐거운 토모라는 소설에도 빗치라는 멸칭이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두 소설이 같은 세계관이라는 말은 아니었다. 미국에서 바이오로이드를 부르는 멸칭으로 다른 것을 정하기도 힘들었고 그렇다고 스킨잡이라는 다른 유명한 영화에 나온 단어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빗치가 무엇을 말하는 건지는 알지?”

 너같은 고상한 바이오로이드가 뭘 알겠어. 라는 생각으로 벨아이아가 한 말이었다.

 “무슨 단어인지는 잘 압니다. 벨아이아님과 같은 여성을 의미하는 특정 단어지요.”

 콘스탄챠 S1은 벨아이아를 보며 그녀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벨아이아는 빗치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녀는 관능적인 옷을 입었고 자신의 음부를 남에게 보여주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여성이었으니까.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이 사원에 온 모든 사람과 관계를 맺으라면 얼마든지 할 여성이었다. 상대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관계 없이 말이다.

 “콘스탄챠, 너는 여전히 개같은 빗치야. 아버지의 좆을 탐하던게 어디 안가는 모양이야. 안타깝게도 위대하신 오라비께서는 네 보지를 만족시켜주지 않은 모양이지? 그래서 그 조카의 좆을 탐하게 된 거고. 안타까워. 조카님께서 그걸 알면 얼마나 슬플까. 자신이 살아돌아오기 바라는 것이 자신의 좆만 노리고 있다는 것이 말이야. 나라면 차라리 벨아이아 고모에게 죽는 편이 나을 거라고 말할 거야.”

 벨아이아가 콘스탄챠 S1을 비웃고 있을 때, 회랑으로 웨스트민스터 대주교가 걸어나왔다. 그는 아자젤도 엔젤도 아니었다. 명맥만 남은 영국 성공회의 대주교였다. 이런 행사만을 위해 존재할 뿐인 직책이었다. 웨스터민스터 사원은 종교시설이 아니었다. 다목적 문화공간이라 부르는 편이 더 적절할 것이었다. 국가적 행사를 위한 명목상의 사원이었다. 영국 국가에 있는 신이여 영국왕을 지켜주소서의 신과 같은 것이었다. 그 누구도 믿지 않게 되었지만 전통상 남아있는 것 뿐이었다.

 “맞춰보죠. 이미 저 대주교와 한판 하신 거죠? 주인님의 옆자리에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요. 나중에 죽어서도 백작으로 묻힐수 있게 말이에요. 하지만 그럴 일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작은 주인님은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찾아낼 것이니까요. 덴버러 백작위는 작은 주인님께서 물려받으실 겁니다. 이것은 바뀌지 않을 사실입니다.”

 “과연.”

 콘스탄챠 S1의 경고를 흘려들으며 벨아이아는 그것의 말을 비웃었다. 자신의 뒤에는 블랙리버가 있었다. 벨아이아에게 무서울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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