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20000자 소설 쓰기) 공약(캐릭 추천 받은 글)


1편

2편 2.5편

3편



설정 설명 :


현재 시점 : 철충 전쟁이 끝난 뒤 7년 뒤의 인류 재건 세상


오르카 시티 - 사령관이 사는 인류재건 세상의 수도.

벨루가 시티 - 현재 모모를 비롯한 엔터테이먼터들의 활동지이자 제 2의 수도

바키타 시티 - 공장들이 많이 모여있는 공업도시






6. 환상 속의 그대




모모의 손에 든 전투 자극제를 본 이후,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느낌에 나는 별 생각없이 곧바로 옷을 갈아입었다.

같은 방에 흐레스벨그가 있다는 것도 신경쓰지 않았다. 흐레스벨그의 당황한 얼굴을 뒤로하고 나는 재빨리 나갈 채비를 했다.



" 흐레스벨그. "


" ㅇ..예! "


" 지금 당장 벨루가 시티로 가자. 모모를 막으러. "


" ....네. 무조건 가겠습니다. "



흐레스벨그가 가져온 짐을 대충 싸는 사이, 나는 옷을 갈아입으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모모 손에 쥔 전투자극제를 보고 나서야 모모가 위험하다고 했던 백토와 뽀끄루의 말이 제대로 실감이 갔다. 그동안 계속 저런식으로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면서 배우활동을 이어온 거란 말인가. 저렇게 전투자극제를 쓰면서까지 활동을 한다는 것은 모모가 이미 지칠대로 지쳐버렸다는 뜻인걸까. 아니면 전투자극제에 중독되어 버린 걸까? 아니, 왜 저렇게까지 하는걸까? 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굳이 저렇게 배우 일에 목숨을 거는 이유가 뭘까?



많은 의문이 머릿속을 파고든다. 머리가 아플지경이다. 이 의문들을 해소하려면 그녀를 직접 찾아가야한다. 더 늦기 전에 모모가 있는 벨루가 시티로 가야한다.





" 주인님..? "



나와 흐레스벨그가 방을 나오자, 바닐라가 영문도 모른 채 나를 불렀다.



" 두 분, 외출하시려고요? 어디로..? "



" 벨루가 시티로 갈거야. "



" 네? 벨루가 시티로 말씀이십니까?


차로 2시간이나 걸립니다만. "




" 시간 없어. 빨리 가야해. "



나는 차키를 챙기고 서둘러 주차장으로 향했다.

영문도 몰라하는 바닐라를 뒤로 하고 저택을 나와 주차장으로 나온 나는 바로 앞에 주차된 차에 올라 운전대를 잡았다.




" 사령관님! 같이 가요! "



흐레스벨그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다. 나는 급한 마음에 그녀가 달려오는 것도 신경쓰지 못하고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다.



" 끼기기긱.. 부우우웅.. "



" 덜컹. "



곧 흐레스벨그는 자동차의 조수석을 열어젖히고 조수석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는 조수석 문을 닫고 안전벨트를 맸다.




그때,



" 덜컹. "



갑자기 운전석 문이 열렸다.



" 주인님. "


" 으악!? 깜짝이야! "



그리고 열린 운전석 앞에는 누군가 서있었다.



" 바닐라..? "



바닐라가 열린 운전석 앞에 서서 나를 싸늘하게 내려보고 있었다.



" 내리세요. 당장. "


" 뭐? "



" 내리시라구요. "



바닐라가 싸늘하게 말했다. 밑에서 올려다본 그늘진 바닐라의 얼굴이 무섭게만 느껴진다. 바닐라의 파란 눈에서 마치 안광뿜어져 나오는 듯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이에 나는 금세 꼬리를 내렸다.



" 왜..? "



벙찐 내가 멍청하게 되묻자 바닐라의 그 무서운 표정은 평소에 날 한심하게 보는 그 표정으로 바뀌었다.



" 에휴. 주인님의 그 형편없는 운전실력으로 어딜 가시려는겁니까?

대원들이 기껏 만들어놓은 도로가를 주인님이 개박살낼 바에 차라리 제가 운전하겠습니다. 당장 뒷좌석에 앉으세요. "







그렇게 나는 운전석에서 쫒겨나 뒷좌석에 앉게 되었다.



바닐라가 운전하는, 조용한 자동차는 벨루가 시티를 향해갔다.



나는 운전에 집중하는 바닐라를 가만히 보았다.



생각해보니, 바닐라는 언제나 그랬다.


바닐라는 평소에는 나에게 독설과 같은 험한 말을 많이 했다.



내가 취미로 파이를 만들었을 때 파이를 맛본 바닐라는 '주인님은 철충을 재창조할 생각이십니까?'라면서 독설을 아끼지 않았다. 내가 바닐라에게 무슨 일을 시키면 그것도 혼자 못하냐면서 나를 갈구기도 했다. 이런 자유 의지를 심어준 뒤로 유독 심해졌다. 분명 바닐라는 날 주인으로 섬기고 있음에도 바닐라와 대화를 할 때마다 나와 바닐라의 상하관계가 뒤틀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바닐라는 날 주인으로 생각하는건 진심이여서 내게 번거로운 일은 절대 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바닐라는 내가 그런 일을 하려고 하면 늘 자신이나 다른 메이드 자매들이 다 도맡아서 할테니 자기 일이나 똑바로 하라면서 독설을 날려댔다.




운전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내 생각에 내 운전실력은 절대 나쁘지 않다. 아직 무사고 2년차라고. 그럼에도 바닐라는 내 운전실력이 형편없다는 핑계를 대고 늘 운전석을 뺏었다. 내가 걱정되어서 그런 것이겠지.


자유의 몸이긴 해도 메이드로써의 자신의 신념은 여전히 확고했던 것이다.





셋이 탄 승용차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그리고 뒤에선 다른 승용차들의 무리가 우리 뒤를 쫒아오고 있었다. 컴패니언 녀석들이다. 리리스를 비롯한 컴패니언 자매들은 항상 외출 할 때가 되면 굳이 연락을 취하지 않아도 저렇게 알아서 자기들의 역할을 다하러 나왔다. 가끔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유독 나에게 심하게 붙어있었던 1년전에 비하면 지금은 꽤 나은 편이다. 근데 또 하치코를 운전시키는건 아니겠지..?


경호원들의 차들은 우리 뒤를 밟으며 우리와 점차 속도를 맞춰갔다. 뒤를 돌아보던 나는 다시 똑바로 앉으며 앞좌석에 앉은 흐레스벨그를 불렀다.



" 흐레스벨그. "


" 네. 사령관님. "


" ...모모의 다음 일정이 뭐라고 했지? "


" 드라마 <요리여왕 모모>입니다. 요리학원 수강생 모모와 어떤 남자 수강생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



나는 남자 수강생, 그것도 사랑이야기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 ...뭐? 남자? 남자배우가 있어? "


" 아니요. 남자배우는 없습니다. "


" 그럼 어떻게 남자를 출연시킨거야? "


" 그 분은 마키나님의 환상 기술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배우입니다. 진짜 인간이 아닙니다. "


" ... 마키나의 환상을 드라마 촬영에 쓴다고? "


" 예. 예전에 우리가 낙원에서 당했던 그 기술을 변형시킨 것으로 배우를 환상 속에 투입시켜 자기세뇌로 각인시켜놓은 대본대로 말과 행동을 행하면 그걸 그대로 촬영하는 기법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



흐레스벨그가 자신의 수첩을 보며 술술 설명했다.



" 그럼 모모는 마키나의 AR로 드라마 촬영을 하는거구나. "


" 맞습니다. 그리고.. 오늘 촬영이 아마 마지막화일겁니다. "



" 두 분, 무슨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시끄러워서 운전에 집중이 안되니깐 제발 조용히 좀 해주세요.. "



운전대를 잡은 바닐라가 인상을 쓰며 우리에게 차갑게 말했다. 백미러 너머로 급격하게 어두워진 바닐라의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시끄러워서 짜증난 모양이다. 바닐라.. 운전 할 때는 정말 운전에만 집중해야 하는 스타일이네..



30분후. 차는 어느새 이전에 엘븐들이 만든 메타세콰이어 길을 지나고 있다.



그 때, O-엔터테이먼트에 있는 페더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방금 모모가 O-엔터테이먼트 촬영장에 도착했다는 소식.

곧장 나는 페더에게 문자를 보내 다시 도촬을 지시했다. 그리고 바닐라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이어폰을 귀에다 끼웠다.



곧 페더의 캠 화면이 HUD화면 너머로 나타났다. 카메라는 이전처럼 화면이 미세하게 흔들리거나 하진 않았다. 아무래도 카메라가 페더의 품을 벗어나 어딘가에 설치된 모양이다. 화면을 보니 예전에 낙원에서 봤던 마키나의 AR기계에 모모가 들어가있었다. 이미 촬영은 시작된 모양이었다. 커다란 AR기계 안에서 모모는 눈이 기계로 가려진 채로 다소곳하게 누워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서는 마키나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턱에다 손을 얹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리고 마키나가 고개를 약간 드니 그녀의 표정이 카메라에 얼추 들어온다. 꽤 어두운 표정이다. 자기 일에 대한 집중? 촬영에 대한 생각? 아니면 모모에 대한 걱정이었을까? 어떤 것인지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었다.




10분 후.



" 촬영이 오래걸리는군. "


" 환상속 촬영이긴 해도 환상 속의 시간과 바깥의 시간은 똑같이 흘러가니까요. "



내 혼잣말에 앞에서 나를 힐끔힐끔 보고있던 흐레스벨그가 대답했다. 그야말로 10분동안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다 마키나의 움직임 외에는 미동도 없는 화면. 그리고 아직 벨루가 시티까지는 1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 사령관님. "


" 응? "



" 제가 <요리여왕 모모>의 VOD 파일을 갖고 있습니다만.. 혹시 관심 있으시면.. "


" 보내줘. 지금 당장 보내줘. "


" ...알겠습니다. "



흐레스벨그는 곧 태블릿을 꺼내 화면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내가 흐레스벨그의 제안을 덥썩 받아들인 것은 계속 의미도 없고 미동도 없는 화면을 보고 있을 시간에 모모가 출연했다는 드라마를 보며 뭐라도 알아내야겠다는 생각으로 행한 것이었다. 도대체 모모는 왜 그렇게까지 일을 하는걸까? 드라마를 보면 아주 약간의 정보라도 알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곧 내 HUD화면에 <요리여왕 모모>의 파일이 도착했고, 다운로드가 완료된 직후 나는 동영상을 실행시켰다.





....




" 으흐흠~ "



화면에 주방으로 보이는 곳이 나타났고, 곧 화면이 내려가며 앞치마를 입은 모모의 모습이 나타났다.

모모는 흥얼거리며 유리그릇 속의 반죽을 열심히 만져대고 있었다.



평소에 모모에게서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을 보니 나는 홀린 듯이 모모의 옷을 보았다. 앞치마 안에 메이드복을 연상케하는 드레스를 입은 모모의 모습이 왠지 아름답게 느껴졌다. 늘상 모모는 그 마법소녀복만을 입고 다녔으니까. 이런 모습은 내게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나는 점점 홀린 듯 화면 속 모모에게 몰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 뭐해? "



" 앗!? "



모모의 뒤에서 누군가 나타나 모모를 끌어안았다. 그 순간 몰입도 순식간에 깨져버렸다. 모모를 끌어안은 의문의 남성이 화면에 클로즈업된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인물이었다. 약간 태닝이 된듯한 몸에, 올린 갈색머리.. 그리고 얼굴은 좀 느끼하게 생겼다. 아무래도 흐레스벨그가 말한 환상으로 만들어낸 그 남자 배우인것 같군.




" 다..당신이었군요. "


" 아니, 뭐하냐니까? "


" 그게.. 헤헷.

수강생들을 위해 쿠키를 만들고 있었어요. "





두 사람 너머로 레시피가 적힌 책이 잠시 클로즈업된다. 그리고 다시 화면은 남자를 비추었다.




" 뭐? 거짓말 하지마~ 밀가루 양 조절 실패해서

반죽 엄청 키운거 다 알고있거든? "



" 그게 무슨 소리에요. 아니거든요? "



" 너 저번에도 양 조절 못해서 반죽이 계속 불어나는 바람에 쌤한테 엄청 혼났잖아. "



" 그.. 그건.. "



" 모모. 항상 생각하는건데.. 흐흐. 넌 쪼끄만한게 손은 참 크구나. "



이에 모모가 뒷걸음질을 하면서 남자를 밀며 발끈했다.



" 아니라니까요! 흥! 사실~ 이건 누구 주려고 했던거였는데~

그냥 저 혼자 먹어야겠네요. "



남자를 뒤로 한채 모모는 화가난 표정으로 주걱으로 반죽을 괜히 힘껏 휘저었다.



" 언제는 수강생들 줄거라면서. "



" .... "



" ...내가 좀 도와줄게. "



남자가 모모를 뒤에서 안았다. 남자는 모모를 안은 채로 주걱을 든 손위에 손을 포갰다. 그리고 유리그릇 안에 든 반죽을 함께 휘저었다. 곧 삐친듯한 모모의 표정이 피어나며 얼굴이 점점 붉게 변하는 모습이 화면에 클로즈업된다. 둘은 아무래도 설정상 연인인 모양이다.





" 근데 뭘 만들고 있는거야? "



" ...파이요. "



" 파이? 올~ 너 그런 것도 만들줄 알아? 


난 해본적도 없는건데. "




" 그래요? 그럼.. 제가 조금 가르쳐 드릴까요? "



" 뭐래. 너도 지금 책 보면서 하고 있는거 다 알고 있거든? "



나는 말없이 계속 VOD를 지켜보았다. 둘은 어느새 반죽을 납작하게 만들고 있었다.

꼭 붙어있는 두 사람은 곧 몇 초동안 말없이 웃기만 했다.




" 히힛.. "


" 흐흐.. "





그런데..




" ...... "





왜 보면 볼수록.. 





" ...씨발... "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기분이 들까.





end.





공약이행 문학이지만.. 1달전 3화를 올린 뒤로 쉬고 있었음


그 이유는 요 근래, 그니까 2편을 올린 시점부터 컨디션이 심각하게 좋지 않았거든..

예전부터 저렸던 왼팔도 계속 심해져서 제 멘탈을 자꾸 건들여대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어..

그래서 쓰던 장편문학들의 연재를 좀 늦추거나 쉬고 있었음



아무튼.. '20000자 문학 써오기' 공약은 이미 3편에서 끝났지만, 이왕 시작한거 끝을 내고 싶어서

1달만에 재연재를 시작함

여전히 컨디션이 좋지않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