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2편



예전에 올린 2편을 2편과 2.5편으로 나누어 수정한 것입니다.








3. 보련샾





마침내 모모의 라디오 방송이 끝났다.


모모는 일정을 마치고 매니저와 함께 현장을 벗어났다.



" 사령관님, 모모 님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



" 응. 모모의 다음 일정은 뭐지? "



" 1시, 아침 방송 <오르카마당>의 녹화입니다. 이 녹화는 SBS방송본국이 아니라 SBS 문화방송국에서 실시될거에요. "



흐레스벨그가 페더 대신 대답했다.


지금 페더와 모모가 있는 곳은 '벨루가 시티 SBS 방송 본국' , 뉴스와 라디오 방송을 송출 하는 곳.


내 기억이 맞다면 SBS 문화방송국은 본국에서 건너편에 있는 건물이다.



" 그렇다면 앞 건물로 이동하는 건가? "


" 맞아요. 지금 저도 그쪽으로 이동할게요. "



페더는 그 말을 마치고 카메라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시후. 흔들리며 복도만을 비추던 카메라 화면은 방송국의 로비를 지나 곧 도로가를 비추었다.


페더가 문화방송국으로 가기 위해 도로가로 나온 모양이다.



" 어라? "



" 페더, 왜 그래? "



" 저거, 모모님 차량인데. "



페더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카메라 화면에 검은 승용차가 지나갔다.


경황을 파악할 틈도없이 승용차는 빠르게 화면을 벗어났다.



" 뭐? 방금 그 검은색 차? "


" 네. 맞아요. 그리고 안에 모모님도 타고 있는거 같던데. "



어라. 이러면 안되는데.



" 이런! 도대체 어딜 가는거지? "



" 아마.. 보련샾에 가는 거일 거에요. "


" 뭐? 보련샾에? "



보련샾이라..


보련샾은 보련이 운영하는 바버샾이다. 남성전문 바버샾이긴 하지만 바이오로이드들이 주로 많이 이용한다. 


예전에 내가 벨루가 시티를 방문했을 때 보련샾에서 홀라당 벗은 채 머리카락을 제외하고 온몸의 모든 털을 다 밀어버리는 서비스를 받은 적이 있다.. 아픈 건 둘째치고 보련샾 밖에서 날 지켜보던 오르카 대원들의 헤벌레한 표정들이 아직도 떠오른다..



" 설마.. "


" 맞아요. 아무래도 <오르카마당>은 공개방송이다 보니 스타일리쉬가 필요할테니까요. "



이런. 페더의 말대로라면 지금 모모를 놓쳐버린 셈인데?



" 어떡하지? "



" 걱정마세요~ 사령관님. "



...?



그때, 카메라 화면이 전환되었다.


그리고..



" 어? 모모..? "



어딘가에 앉아있는 모모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아무래도 차 내부인거 같은데..?



" 어.. 어떻게 한거야? "



" 이건 소속 연예인들을 위해 차량안에 설치한 일종의 내부 블랙박스에요.


이 것도 제가 관리하고 있고요. "


" ... "



나는 신기한듯 블랙박스 캠화면을 보았다.


모모는 가만히 앉아 창밖을 보고있고 매니저는 묵묵히 운전중이다.


차 안에는 그저 적막이 감돌았다.



" 아참, 혹시나 모모님이 보련샾에 가더라도


보련샾에 설치된 CCTV도 제가 관리하니깐 걱정하지 마세요! "



" 뭐? 거기에 CCTV는 왜..? "



" 아. 전에 사령관님께서 벨루가 시티로 오셨을 때 미리 준비해둔거..


아차, 말해버렸네. "



....


이 녀석, 도대체 카메라를 설치해놓지 않은 곳이 어디일까..


이정도면 벨루가 시티 하나를 통째로 감시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 일단, 넌 <오르카마당> 촬영현장으로 가있어.


내가 연락하면 카메라 전환 잘해주고. "



" 네~ 사령관님! "



나는 페더와 무전을 끊고 홀로그램 화면에 잡힌 모모의 모습을 보았다.


다소곳하게 다리를 모으고 양 손을 무릎위에 올린채 앉아있는 모모의 시선은 창 밖을 향했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읽을 수는 없었다.



한 5분쯤 지났을까,



" 모모님. 도착했습니다. 내리시면 됩니다. "


" 네. 감사해요. 린지 씨. "



곧 모모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매니저의 이름이 린지였구나.


매니저가 모모를 대하는 말투로나 대답하는 모모의 말투로 봤을 때 둘은 그닥 친하진 않은 모양이다.



" 페더, 모모가 차에서 내렸어. "


" 네~ 지금 보련샾의 CCTV로 화면을 돌려드릴게요. "



페더의 무전이 끝남과 동시에 화면은 미용실로 보이는 곳으로 전환되었다.


보련이 자리를 펴놓고 흥얼거리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 띠링 띠리링~ "



잠시후 출입구의 종소리가 울리며 모모가 보련샾으로 들어왔다.



" 어서오세요! "



" 안녕하세요! 보련 씨! "



" 어머, 모모님! 안녕하세요~


마침 자리도 셋팅 다 해뒀어요~ 어서 여기 앉으세요! "



보련이 상냥한 목소리로 모모를 맞아주었다.



곧 모모가 미용실 의자에 앉자 보련이 흰색 천을 모모의 몸에 둘러주었다.



" 차는 어떤 걸로 준비해드릴까요~? 녹차~? "


" 네! 녹차로 주세요! "



모모가 힘차게 대답했다. 보련이 카운터로 달려가 전기포트에 물을 올리는 사이


CCTV는 직캠처럼 모모의 정면 샷으로 전환되었다.


페더.. 지금 이 화면 보고 있는 모양이네..


근데 CCTV를 왜 이렇게 손님의 정면을 향해서 설치해놓은거지?



" 페더? "


" 네. "



내가 무전으로 페더를 부르자 페더가 곧장 대답했다.



" 페더. 손님자리에 CCTV는 왜 있는거야? "



" 아~ 사실 저건 CCTV가 아니에요. 예전에 설치했었던 제 카메라에요. "



" 뭐? 저기엔 왜? "



" 저 자리가 예전에 사령관님께서 이용하셨던 자리거든요. "



... 이젠 사실대로 대답하는 데 거리낌이 없네.



" 그때 설치해놓고 그냥 그대로 두었어요. 혹시라도.. 사령관님이 다시 이용하실지도 모르니까.. 우흐흐...


그때 사령관님이 홀라당 벗은 채로 털이 깎이는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흥분됐었는지 아시나요~?


옆에 칸 대장님도 있었으면 그렇고 그런... 꺄아! 몰라요~ 우흐흐흐.. "



페더가 흥분한 듯 숨을 껄떡거리며 쓸데없는 소리를 이어갔다.


자유의 몸이 되더니 이젠 나를 몰래 찍는 것이나 자기 망상을 이야기하는데 부담이 전혀 없는 모양이다..



" ...이번 일 끝나면 너가 도시 곳곳에 몰래 설치해놓은 카메라는 다 떼어내. 알았지? "



" 네? 하..지만.. "



" 나만 손님인건 아니잖아. 날 찍는건 괜찮다 치더라도 손님들은 불편해하면 안되지.


알았지? 이건 명령이야. "



" ...네. ....알겠어요. "



곧 기어들어가는 페더의 목소리와 함께 무전이 끊어졌다.


아무리 자유의 몸이라도 내 명령을 함부로 어기진 않겠지?


우리가 함께 지내온 세월이 몇년인데.



나는 다시 화면에 집중했다.



모모가 눈을 감고 보련이 모모의 머리를 손질해주고 있다.



" 매번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모모님 머릿결이 정말 많이 상하셨네요. "


" ...헤헤헤.. 죄송해요. "



모모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렇게 웃으니 수척해진 모습이 더더욱 눈에 띈다.



" 모모님이 저에게 죄송할건 전혀 없어요~ 제가 금방 살아있는 모발로 만들어 드릴테니까요~


전에 제가 드렸던 트리트먼트는 잘 쓰고 계시죠? "



" 물론이에요. 오늘 아침에도 쓰고 나왔는걸요. "



" 아주 좋아요.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할게요옹~ "




그때,



" 덜컹. "



" 주인님, 점심식사 준비가 완.. "



내 방 문이 힘차게 열리며 바닐라가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깜짝 놀란 나와 흐레스벨그의 시선이 바닐라와 마주쳤다.


그리고 바닐라의 시선은 우리가 보고있는 홀로그램 화면으로 향했다.


...


내 방에 잠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 ...주인님.. 저건.. "



정적을 먼저 깬 건 화면을 보며 경멸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바닐라였다..



" 아.. 바닐라.


그.. 노크하고 들어왔어야지.. "



당황한 나는 바로 딴소리를 했다.



오해사기 딱 좋은 그림인데. 아니지, 오해라고 할게 없는데.


지금 우리가 모모를 도촬하고 있는건 맞으니까..



" 주인님. 지금 손님이랑 보고 계시는게.. 설마.. "



싸늘해진 표정을 한 바닐라가 내게 다가오며 묻는다.


이런, 어떻게 해야하지?


이대로라면 난..






그때,



" 우.. 우리는 지금.. 그.. ㄷ..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습니다!


매지컬 모모님의 일상을 볼 수 있는.. "



흐레스벨그가 어색한 말투로 둘러댔다.



잠시 적막이 감돌았다.



곧 바닐라의 표정이 평소의 날 한심하게 쳐다보는 그 표정으로 바뀌었다..



" ...식사는 여기로 갖다드리겠습니다.. "



바닐라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방을 나섰다.




" 휴우... "



" 덜컹! "



" 아참, 주인님. "



안심하고 있는데 또 바닐라가 문을 힘차게 열고 들어왔다.



" 어우! 깜짝이야! 이번엔 또 왜? "



" 식사하시기 전에 닥터 양이 준 약은 꼭 드시길 바랍니다. "



" ... 알았어. "



" 덜컹. "



다시 문이 닫히며 바닐라가 방을 나갔다.



" 휴우.. "



하마터면 바닐라가 도촬장면을 알아볼 뻔했다. 그녀가 도촬사실을 알았더라도 바닐라의 성격상 날 시티가드에 신고를 하진 않았겠지만 만약 흐레스벨그가 둘러대지 않았다면 나는 바닐라에게 욕 몇바가지는 얻어먹었을 것이다.


내겐 시티가드보다 무서운게 바닐라의 끝없이 이어지는 욕짓거리니까..



예전에 집에서 혼자 파이를 만들다가 그릇 하나를 깨먹은 적이 있는데 그때 바닐라에게 장장 20분동안 아주 험한 욕을 얻어먹었다.


그땐 정말 정신 나갈뻔 했다고..



" 잘했어. 흐레스벨그.. 아니, H 모씨. "


" H 모씨라는 이름으로는 그만 불러주세요.. "



흐레스벨그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아직도 난 그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온 흐레스벨그의 사연을 잊을 수 없었다.



나는 다시 화면을 보았다.


어느새 조용해진 보련샾에서는 보련이 모모의 머리에 무언가를 섬세하게 발라주고 있었다.


반면 모모는 세상모르게 곤히 잠들어 있었다.



피곤했던 모양이다.



end.






3435자




16370 / 20000자



작 중 등장하는 도시 이름이 정립되었습니다.


오르카 시티 - 사령관이 사는 인류재건 세상의 수도.

벨루가 시티 - 현재 모모를 비롯한 엔터테이먼터들의 활동지이자 제 2의 수도

바키타 시티 - 공장들이 많이 모여있는 공업도시



다음편은 오늘아니면 내일 올라올 듯


또 다음편이면 공약 걸었던대로 20000자 넘길거 같음



항상 재밌게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건 공약소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