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페로. 무슨 기분 좋은 일 있어? 아까부터 계속 웃고있잖아.”

   

   

“이번주 식당 메뉴 봤어? 내일 아침은 가자미 버터구이, 점심은 갈치구이, 저녁은 코다리조림이 나와. 그리고 내일도 모래도 전부 생선요리고. 앞으로 며칠동안 생선만 먹을 생각을 하니까 너무 기분이 좋아.”

   

   

“으음... 생선 좋기는 한데, 너무 많이 먹어서 솔직히 조금 질려. 닭고기나 돼지고기도 많이 먹어보고싶어.”

   

   

“하치코! 반찬투정 하면 안되지. 우리는 지금 바다에 있는데 그런 고기들을 어떻게 구하겠어.”

   

   

“얘들아. 그 소식 들었어? 육지 거점에서 몇 달동안 먹을 수 있는 고기를 우리 배에 보급해줬대! 이제 생선 말고도 고기를 실컷 먹을 수 있어!”

   

   

“우와 정말? 너무 신나! 생선말고 새로운 고기라니!”

   

   

“...좋은일이네. 그래도 생선은 여전히 먹을 수 있겠지?”

   

   

“아니. 생선 지겹다는 애들이 너무 많아서 당장 내일 메뉴부터 전부 고기로 바꾸겠대. 내일 아침 식당 메뉴가 돼지갈비찜으로 바뀌었어!”

   

   

“돼지갈비찜 죠아!!”

   

   

“...가자미 버터구이 못 먹는거야?”

   

   

   

<다음날 오르카호 식당>

   

   

“엉엉엉... 천상의 맛임다. 얼마만에 먹는 돼지고기인지.... 몇달동안 생선이랑 해산물이랑 김만 먹어서 너무 힘들었슴다.”

   

   

“너무 맛있어... 소완이 만들어준 생선요리도 좋지만 역시 돼지고기가 짱이야.”

   

   

“음냠냠... 진짜 맛있다!! 역시 고기가 최고야.”

   

   

(한숨)

   

   

“페로. 밥 안먹니? 왜 젓가락도 안들고 가만히있어?”

   

   

“아니요... 먹을게요. (돼지갈비 냠) 역시 돼지고기는 맛있네요. 그래도 전 생선이 더 좋지만.”

   

   

“음...”

   

   

   

“페로. 우리 해변에 물놀이하러 갈건데 같이 갈래?”

   

   

“아니. 귀찮아.”

   

   

   

“페로님. 저번에 부탁한 함장실 청소는 하셨나요?”

   

   

“아니요. 지금 하겠습니다.....”

   

   

   

“주인님. 여기 탐색보고서입니다...” (사령관에게 힘없이 보고서를 넘겨주고 함장실을 나갔다.)

   

   

“이상하다? 페로가 요즘 왜 저렇게 기운이 없지?”

   

   

“주인님, 착한 리리스가 왔어요! 안녕히 주무셨나요?”

   

   

“오, 리리스 좋은아침! 근데 나 물어보고 싶은거 하나 있어. 요즘 페로가 되게 무기력한거 같던데 왜그런지 알아?”

   

   

“페로요? 주인님도 아시다시피 페로가 생선을 정말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식당 메뉴가 고기로 전부 바뀐 이후로 생선을 한번도 못 먹어가지고 저렇게 기운이 없는거 같아요.”

   

   

“그랬구나. 페로가 생선을 먹으면 기운을 차리려나?”

   

   

   

   

“페로야!”

   

   

“어라? 주인님이 저희 숙소엔 무슨 일이시죠?”

   

   

“모자 써. 우리 낚시하러 나가자.” (페로한테 챙 넓은 모자를 던졌다.)

   

   

“낚시요?”

   

   

   

<오르카호가 정박한 섬>

   

   

“주인님. 갑자기 낚시는 왜 하러 오신건가요? 게다가 전 낚시를 해본적이 없는데 왜 저를 데려가시는건지.”

   

   

“너가 요즘 생선요리가 안 나와서 침울해하는거 같아가지고 같이 고기 잡아서 매운탕 끓여먹으려고. 그러면 좀 기분이 풀릴거야.”

   

   

“주인님도 참...”

   

   

“여기다. 내가 다른애들한테 물어봤는데, 이 지점에서 고기가 많이 잡힌대. 이제 낚시 할 준비하자. 나는 미끼 꺼낼테니까 페로 넌 의자좀 설치해줘.”

   

   

“알겠습니다. 주인님, 근데 고기를 한 마리도 못 잡으면 어떡하죠?”

   

   

“적어도 한 마리는 잡히겠지. 어서 던지자!”

   

   

낚시 준비를 모두 마친 사령관과 페로는 바다를 향해 낚싯대를 던졌다. 그리고 낚싯대를 바닥에 거치시키고 한참을 기다렸다. 1분이 넘었는데도 페로와 사령관의 낚싯대에는 아직 아무 입질이 없다.

   

   

“뭐야... 여기가 낚시 포인트라며. 왜 한 마리도 미끼를 안 무는거야? 괜히 페로를 지루하게 만드는건 아닌가 걱정되네.”

   

   

“저는 괜찮습니다. 주인님이랑 함께 있는 시간은 하나도 안 지루해요.”

   

   

페로와 사령관은 접이식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고기가 미끼를 물기를 기다렸다.

   

   

“...”

   

   

사령관의 눈치를 슥 보던 페로는 사령관의 손을 슬쩍 잡았다.

   

   

“어라? 내 손은 왜 잡어?”

   

   

“주인님이랑 단 둘이만 있는 시간... 정말 오랜만이네요.”

   

   

“둘만 있는건 확실히 오랜만이긴 하네. 저번에 포이가 복원되고 페로가 기분 안 좋아졌을 때 달래준 이후로는 처음이지?”

   

   

“네... 그때 정말 좋았는데.”

   

   

“...”

   

   

페로는 사령관을 잡은 손에 더 힘을 주며 말했다.

   

   

“주인님.”

   

   

“왜?”

   

   

“주변에 보는 사람 한명도 없는데, 혹시 그때처럼...”

   

   

“물었다! 얼른 당겨야지.”

   

   

“...젠장.”

   

   

사령관이 페로의 손을 놓고 다급하게 낚싯대를 당기자, 손가락만한 물고기가 올라왔다.

   

   

“뭐야, 엄청 작은 고기가 잡혔네. 멸치를 잡은건가?”

   

   

“멸치가 아니라 이건 새끼 볼락이네요. 매운탕 하기에는 너무 작으니 이건 그냥 풀어줍시다.”

   

   

페로는 낚시바늘에서 고기를 빼서 바다로 던졌다.

   

   

“페로 대단한데? 딱 보고 어떤 생선인지 바로 맞히다니.”

   

   

“제가 워낙 생선들을 좋아해서 어류도감 이런거 자주 살펴봤거든요. 생긴거 보면 대강 어떤 고기인지 분별은 할 수 있습니다.”

   

   

“어류도감도 직접 찾아볼 정도로 페로는 생선을 좋아하는구나. 페로는 생선이 왜 그렇게 좋아?”

   

   

“생선이 왜 좋냐고요? ...글쎄요. 이유가 있겠나요. 저는 고양이 유전자가 많으니까 본능적으로 물고기가 좋은거겠죠.”

   

   

“제가 그냥 주인님을 좋아하는 것처럼요.”

   

   

“뭐라고?”

   

   

“아닙니다. 미끼 끼워드릴테니 낚싯대좀 주세요.”

   

   

“...”

   

   

“아야!”

   

   

페로는 사령관의 낚싯바늘에 미끼를 끼다가 실수해서 바늘에 손가락이 찔리고 말았다. 놀란 사령관이 페로의 손가락을 확인해보니 핏방울이 조금씩 나오고있었다.

   

   

“페로 괜찮아?! 얼른 반창코 붙여줄게.”

   

   

사령관은 가방에서 반창코를 꺼내 페로의 손가락에 붙였다. 페로의 코앞에서 반창코를 붙여주던 사령관은 페로와 눈이 마주쳤다. 둘은 몇초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저, 주인님?”

   

   

“왜?”

   

   

“고맙습니다. 기분 안 좋다는 이유로 이렇게 같이 낚시 데리고 와주셔서요. 저번에 포이가 복원됐을때도 그렇고, 제가 기분 안 좋을때마다 저를 늘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뭐 이런거 가지고 고맙다 그래. 나도 너희들한테 받은게 얼마나 많은데. 앗, 저거봐!”

   

   

고정해뒀던 페로의 낚싯대가 갑자기 크게 휘었다. 사령관이 다급히 페로의 낚싯대를 당기려고 하자 페로가 말렸다.

   

   

“주인님. 낚시는 잠시 잊고, 지금은 저만 바라봐주세요.”

   

   

“왜? 한 마리라도 잡아야 매운탕 끓여먹을 수 있을거아니야.”

   

   

“제가 생선을 좋아하는건 맞지만, 저는 생선보다 주인님을 더 좋아합니다. 아니, 주인님을 더 사랑합니다. 생선을 못 먹을지라고도, 주인님과 함께한다면 저는 그것만으로 괜찮아요.”

   

   

“저는 이미 기분이 풀렸어요. 생선을 못 먹으면 어때요? 저를 이렇게 생각해주는 주인님이 바로 옆에 있는데요.”

   

   

페로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사령관을 지그시 바라봤다. 곧 눈을 감고 사령관에게 슬며시 입을 맞췄다. 페로의 낚싯대 줄이 끊어져버렸다. 하지만 사령관과 페로는 너무 바빠서 그건 신경쓰지도 못했다.

   

   

   

   

   

<며칠 뒤>

   

   

“저 잠깐 나갔다올게요.”

   

   

“어디가는데?”

   

   

“주인님이랑 낚시하고 올거에요. 4시간 뒤에 돌아올겠습니다.”

   

   

“뭐? 나도 주인님이랑 낚시하고 싶어! 아, 벌써 가버렸잖아.”

   

   

   

   

   

“주인님, 저 왔어요!”

   

   

“왔구나. 오늘은 어디서 낚시 할까?”

   

“저번에 했던 거기서 해요. 우리 이번엔 꼭 월척을 낚아봅시다.”

   

   

사령관과 페로는 낚싯대를 들고 웃으면서 바닷가를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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