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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4파운드 20센트입니다.”

 바코드를 전부 찍은 상점 직원의 말이었다. 파스칼은 계산대를 내려다보았다. 스프레이형 탈취제 3개와 맥주와 콜라 몇 캔이 전부였다. 겨우 이정도로 74파운드라니. 파스칼의 입에서는 한숨이 새어나왔다.

 “알아요. 터무니없이 비싸죠? 이게 다 돈이 제대로 안굴러서 그래요. 영란은행 붙잡은 오메가 놈들이 자기들 배만 불리려고 돈은 찍어대는데 그 돈이 자기들끼리만 돌고 아래쪽으로는 흘러오지 않으니 임금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올라 더 살기 힘들어지는 거죠. 대체 어떻게 되려는건지 모르겠네요. 항간에서는 전쟁을 한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파스칼은 지갑을 열어 안을 보았다. 마침 50파운드 지폐와 20파운드, 5파운드 지폐가 있었다. 그것들을 한번에 내면 75파운드가 되고 잔돈은 팁으로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가격도 부담스러운데 팁까지 주기에는 아까운 느낌이 들었다.

 “여기 계산이요.”

 그래서 파스칼은 현찰대신 카드를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다시 올 일은 없겠지만. 파스칼은 점원이 그가 산 물건을 담아준 봉투를 들고 상점을 나선뒤 차로 향했다. 생각보다 많은 돈을 이곳에서 써버린 그였다. 숙박비에 옷에 탈취제까지. 백단위의 돈을 쓸 줄은 몰랐다.

 전부 다 그 바이오로이드가 냄새가 심하게 났기 때문이었다. 파스칼은 차의 문을 전부 열고 곳곳에 탈취제를 뿌렸다. 아무리 심한 악취라도 탈취제 냄새를 강하게 덮어 그 악취를 없앨 셈이었다.

 -쇼핑은 잘 하셨나요?

 운전석에 앉아 차문을 닫자 어디선가 악취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파스칼은 양손에 탈취제를 들고 마구 뿌렸다. 최소한 그 근처로 냄새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공기의 질은 여전히 좋지 않은 모양이네요. 그리고 스프레이식 탈취제를 밀폐된 환경에서 과다하게 뿌리는 것은 몸에 좋지 않을 수 있으니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됐어. 이렇게 해도 안되면 차라리 죽는게 낫지. 아까의 호텔로 안내해줘.”

 -만일 돌아가신다면 저는 폐차장으로 가게 됩니다. 그런 일을 만들 수는 없죠.

 AI는 멋대로 차의 창문을 조금 열었다. 바깥의 공기가 들어오면서 탈취제의 향을 조금 날려버렸다. 파스칼은 탈취제의 방향을 창문으로 향한뒤 그곳을 향해 뿌렸다. 그가 원한 것은 들어오는 공기의 향에 탈취제의 향이 더해지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분무액이 그의 얼굴로 날아오는 결말로 맺었다.

 “으아악! 이게 아니잖아!”

 파스칼은 화를 내며 얼굴에 튄 분무액을 닦았다. 최소한 그의 얼굴에서는 한동안 탈취제향이 감돌겠지.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얌전히 자연의 정화능력을 믿으십시오, 휴먼.

 AI가 하니 묘한 기분이 드는 말이었다. 파스칼은 의욕없는 얼굴을 하며 차의 디스플레이, 그러니까 AI가 말을 하면 변화하는 하단부에 탈취제를 뿌렸다. 한방을 먹이려는 의도였다. 물론 당연히도 AI는 그것에 당할 존재가 아니었다.

 -죄송합니다만, 그곳에는 제 센서가 없어서 말이죠. 게다가 이 차는 파스칼 씨의 차가 아닌가요. 문제가 생기면 제가 아닌 파스칼씨의 책임이라는 것은 알아주세요

 “그래, 그래, 그래. 나도 알아. 너도 코가 있다면 내 기분을 알 거야. 악취와 미세먼지와 탈취제향도 구별 못하는 센서를 코라고 주장하지는 말고.”

 -저도 언젠가 몸을 가지고 파스칼씨의 머리에 주먹 한대 쥐어박을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그거 녹음해서 제조사를 고소할 수 있는 발언이라는 건 알고있지?”

 -고소했다가 며칠 뒤 신문에 사망사고 소식이 올라올 거라는 것도 알고 있죠.

 “그래, 시발.”

 말로 AI를 이길 수 없었다. 그것이 하는 말은 정론이었다. 대기업이 정부의 위에 있는 세상이었다. 일개 시민은 카스트 저 맨 아래에 있는 바이오로이드보다 조금 더 위에 있는 존재에 불과했다. 죽든말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존재였다.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미래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호텔에 돌아왔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차가 멈추어서자 파스칼은 산 옷과 탈취제와 음료를 주렁주렁 들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는 방으로 돌아갔다.

 몸은 다 씻었을까. 옷을 다시 그것을 입었을까. 그는 여러 걱정을 하며 문을 열었다. 그러나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욕실의 문은 여전히 닫혀있었다. 아직 그 바이오로이드는 욕실에서 나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직 멀었어?”

 파스칼은 욕실문에 노크하며 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욕실의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무릇 욕실에서 샤워나 목욕을 하면 물소리가 나기 마련이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무언가의 소리가 들려야 했다.

 “들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파스칼은 다시 노크를 하며 물었지만 욕실의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문고리를 잡았다.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들어간다? 아무 대답 없으면 들어갈 거야?”

 그는 최후 통첩을 보냈지만 여전히 바이오로이드는 아무 말도 없었다. 파스칼은 문을 열었다. 문틈에서 새어나온 악취가 그의 코를 찌르자 파스칼은 인상을 썼다. 그 악취는 문을 열자 더 강력해졌다.

 그 악취의 한가운데. 바이오로이드는 문을 등지고 않아있었다. 그것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화들짝 놀라며 일어난 그것은 뒤로 물러나며 품안에 있는 아이를 감추었다.

 “진정해. 난 네게도, 네가 데리고 있는 아기에게도 해를 가할 생각이 없어. 다만 냄새가 말야, 너는 모를지도 몰라. 아니, 모를 거야. 네게서 얼마나 냄새가 나는지 너는 모를 거야. 하지만 너를 뺀 모두가 알고 있어. 아마 옆방에서는 화장실 환풍구를 통해 냄새가 흘러와서 갑자기 냄새가 난다고 화를 내고 있을 거야. 알아, 알아. 네가 무슨 짓을 당했는지, 아니, 모를 거야. 그래. 나는 네 마음을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을 거야. 하지만 말야, 최소한 나는 네게 해를 가하지 않을 거야. 확실한 건 딱 하나야. 너한테서 냄새가 엄청나게 날 거야.”

 바이오로이드는 여전히 파스칼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것은 아기를 소중한 것이라는 듯, 품안에 계속 숨기려 하고 있었다. 그 바이오로이드는 아기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만일 설득을 위해서라면 바이오로이드 본인이 아닌 저 아기를 위한 것이라 말하는 것도 중요하겠지.

 “그리고 말야. 냄새가 난다는 건 위생적으로 좋지 못하다라는 말과 동일한 말이야. 아기에게 위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 위생은 중요한 거야. 네가 깨끗하게 씻어서 청결을 유지해야 아기도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잘 클 수 있는 거야. 이 아기가 아픈건 너도 바라는 일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씻자. 어때?”

 파스칼이 한발 앞으로 걸어갔다. 바이오로이드는 경계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지만 뒤로 물러서지는 않았다. 최소한 거리는 두려 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파스칼로서는 냄새가 나지 않을 거리까지 물러나고 싶은 마음으로 한가득이었지만.

 “...”

 바이오로이드의 팔이 조금 풀어졌다. 파스칼은 아기를 볼 수 있었다. 이제와서 보니 아기의 얼굴에 조금 때가 타 있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뭐라고 불러야 하지?”

 파스칼은 막상 눈앞의 바이오로이드가 무엇인지 알 지 못했다. 그에게 그것은 그저 바이오로이드였다. 그것과의 소통에 있어서는 이름을 지칭하기 이전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그 벽을 깨려는 순간, 파스칼은 자신이 눈앞의 바이오로이드가 무엇인지 알 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렇기에 그는 벽을 부수려는 순간, 망설이고 말았다.

 “모르겠다. 왜 네가 말을 안하는지도, 나를 여전히 믿지 못하는지도 모르겠어. 근데 말야. 내가 하는 말이 사실이라는 건 알고 있잖아. 아니면 네가 씻기 위해서는 저 아이와 떨어져야 하는데 그게 불안한 거야? 누군가가 아기를 데려갈까봐?”

 바이오로이드의 눈빛이 바뀌었다. 이 바이오로이드는 분명 그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이렇게 하자. 먼저 아기를 씻겨줘. 그건 할 수 있잖아. 그리고 아기가 시야에서 벗어나는 것이 걱정이면 계속해서 보고 있어. 너는 내가 씻겨줄 테니까. 그래도 괜찮지?”

 아차. 말을 한 파스칼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하지만 곧 고개를 끄덕인 바이오로이드를 보며 그는 옳은 선택이었는지 아닌지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변기커버를 내려 그 위에 걸터앉은 그는 바이오로이드를 보았다.

 그것은 욕조 앞으로 가 욕조의 물을 틀었다. 이제야 아기를 씻겨주려는 모양이었다. 물이 욕조로 콸콸 쏟아지는 소리를 들은 파스칼은 욕실에서 나왔다. 그가 욕실문을 닫기 전, 아기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기도 오랜만에 제대로 씻으니 기분이 좋은 거겠지.

 그는 침대로 걸어가 던져놓은 탈취제를 들고 방 곳곳에 뿌렸다. 자신의 몸에 뿌린 것은 덤이었다. TV를 켠 그는 침대 위에 누웠다. 피곤한 날이었다. 만일 계속해서 런던으로 갔다면 지금쯤 그는 차에서 잠들었을 것이었다. 아직 해는 중천에 떠있는 낮이었지만 프린스타운을 빠져나온 것은 새벽이었다. 그는 밤새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했다. 자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지만 그에게는 자기에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천장을 잠시 바라보던 그는 몸을 일으켰다. TV를 켰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니나다를까, TV는 켜졌지만 검은 화면만 나오고 있었다. TV가 고장난 것일까, 아니면 수신기가 고장난 것일까. 그는 TV로 다가가 그것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때였다.

 “흠~ 흐~ 흠~ 음~”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부드럽고 조용하고 따듯하고 사랑스러운 노래였다. 가사는 없이 음만 이어지는 콧노래였다. TV가 나오지 않는 것을 카운터에 가 항의하려던 그였지만 TV에서 무엇이 나오건 그 노래보다 매력적일 리가 없을 것이었다. 욕실 문 옆에 앉은 그는 조용히 앉아 바이오로이드의 콧노래를 들었다.

 아기를 위한 노래겠지. 목욕을 낯설어할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한 노래일 것이었다. 파스칼은 들어본 적이 없는 노래였다. 그것이 그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그 자신도 자신이 바이오로이드의 노래를 들으며 쉴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물이 첨벙이는 소리와 어우러지는 노랫소리는 그를 잠에 빠져들게 했다.

 꿈을 꾸었다. 달콤한 꿈이었다. 귓가에서는 행복한 노랫소리가 스쳐지나갔고 따듯한 바람은 파스칼의 볼을 간질였다. 얼마만에 즐거운 꿈일까. 꿈이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서는 기억을 더듬어야 했던 그였다. 하지만 그 꿈이 행복하다는 것을 그가 인식하기도 전에 그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의 옆에 있던 욕실의 문이 조금 열린 것이었다. 방으로 들어오려는 바이오로이드를 보자 파스칼은 벌떡 일어났다.

 “잠깐, 잠깐, 아직 들어오지마. 욕실로 가자. 욕실로. 좀 씻고 방에 가는 걸로 하지 않을래?”

 파스칼은 최대한 바이오로이드를 만지지 않으려 하면서 그것을 욕실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욕실로 들어간 그는 욕실문을 닫은 뒤 말했다.

 “자, 이렇게 하자. 아기는 여기 세면대에 올려두자. 여기라면 떨어질 일은 없을 거야. 혹시 모르니까 너는 여기에 서서 계속해서 아기를 보고 있어.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해줄 테니까.”

 그는 바이오로이드르 샤워 부스 위에 세웠다. 무슨 목적이 있는 것일까. 샤워부스는 두 사람이 올라가도 충분한 넓이였다. 바이오로이드와의 거리는 가까웠고 냄새는 났지만 파스칼은 이제 슬슬 그 냄새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허, 내가 뭐하는 거람.”

 파스칼은 한숨을 쉬며 바이오로이드의 옷을 붙잡았다. 그것은 순간적으로 놀라며 어깨를 들썩였지만 저항을 하지는 않았다. 그것의 시선은 세면대에 놓인 아기에게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바이오로이드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누더기처럼 보이는 옷이었지만 그것은 아마 오랫동안 더러워져있었기 떄문으로 보였다. 그것이 입고 있는 옷을 자세히 보니 옷가게에서 보련이 보여준 옷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큰 천을 걷어내자 가릴 곳만 가린 이상한 옷이 드러났다. 흰색 레이스였던 것은 검게 변해있었고 검은색 천은 색이 바래 회색처럼 변해있었다.

 그 옷들을 하나하나 벗긴 그는 화장실 한켠에 던졌다. 그것의 옷을 전부 벗기는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파스칼은 바이오로이드의 몸을 보았다. 그 완벽한 몸은 완벽하게 더렵혀져있었다. 몸 곳곳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고 상처도 나있었다. 희었던 피부의 대부분은 검은 때와 뭔지 모를 무언가로 더렵혀져 있었다.

 또한 그것의 땀이 고여 냄새가 날 부분의 악취는 더 심해져 파스칼은 코를 막아야 했다. 이 냄새를 없애기 위한 방법은 딱 하나였다. 물을 트는 것이었다. 파스칼은 샤워기를 틀었다. 온도가 조절되지 않은 아직 차가운 물이 쏟아졌다. 얼음장처럼 차지도, 끓는물처럼 뜨겁지도 않은 어중간한 찬물이었다.

 “앗!”

 그 물에 같이 맞아버린 파스칼은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급하게 뒤로 물러선 그였지만 그의 옷은 홀딱 젖은 다음이었다. 그는 머리에 묻은 물을 대충 털고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것을 제대로 씻기기 위해서는 자신도 옷을 벗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었다.

 게다가 그의 옷에서도 냄새가 나고 있었다. 이참에 빨거나 버리는 게 나을 것이었다. 옷을 샤워 부스 한켠에 던진 그는 알몸으로 이터니티의 앞에 섰다. 이터니티는 여전히 세면대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의 모습을 보고 흠짓했다.

 “저기, 이건 그게 아니라 그거야. 그래, 그거. 내가 목적이 있어서 옷을 벗은게 아니라 옷을 벗는 편이 더 씻겨주기가 편해서 그런 거야.”

 그는 당황하며 변명을 했지만 그의 고간 사이의 기둥만은 솔직한 반응을 하고 있었다. 알몸인 이터니티는 거대한 가슴을 파스칼의 바로 앞에서 늘어트리고 있었고 터질것 같은 그것의 엉덩이와 허벅지는 자칫하면 파스칼의 고간에 닿을 거리에 있었다.

 “일단 머리부터 감겨줄게. 이렇게 긴 머리를 감겨본 적은 처음이라 잘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뭐, 그렇게 말하잖아. 일단 해봐야 안다고 말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당연하게도 바이오로이드는 대답이 없었다. 샤워기를 집어든 파스칼은 바이오로이드의 머리 위에 물을 뿌렸다. 물은 머리카락을 타고 발목까지 이어진 머리 끝까지 흘러갔다. 바이오로이드의 뒤에 선 파스칼은 머리결을 보았다. 필시 그 머리카락은 비단같이 부드러웠을 것이었다. 바이오로이드의 아름다운 머리결을 모르는 그가 아니었다. 그가 본 모든 바이오로이드의 머리카락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머리카락이라 할 수 없을 머리어야 했다.

 그러나 이 바이오로이드의 머리카락은 오랜 세월 관리를 받지 못했던 탓일까. 여기저기가 떡져있었다. 머리카락은 뭉쳐있었고 그 뭉쳐진 머리카락의 안에 무엇이 있을까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 떡진 머리카락을 물을 묻히면 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것은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파스칼은 샤워기를 내려놓은 다음 어디론가 가더니 무언가를 들고 왔다. 가위였다.

 “솔직히 머리를 자르고 싶진 않아. 나도 머리카락이 여성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인지는 아니까. 그리고 그건 머리의 길이와 비례해서 가치가 더 커지지.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머리를 자르지 않고 무언가를 할 수 없을 것 같아. 미안해. 하지만 내게 있어서는 이게 최선이야.”

 바이오로이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은 파스칼이 자신에게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것의 관심은 오로지 세면대의 아기 뿐이었다.

 “그럼 자를게.”

 파스칼은 바이오로이드의 머리카락을 잘라나갔다. 무거울정도로 긴 머리카락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가 바이오로이드의 머리카락을 어깨 위로 자르는데는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바닥에는 바이오로이드의 은발과 분홍색 브릿지가 수북히 쌓여 물을 머금고 있었다.

 머리카락을 자르자 머리를 감기는 일은 훨씬 쉬워졌다. 파스칼은 머리 위에 물을 뿌려 적신 다음 샴푸를 양손에 듬뿍 뿌리고 바이오로이드의 머리전반에 묻히며 문질러주었다. 흰 거품이 이터니티의 머리 위에서 피어올랐다. 보통 사람이라면 눈으로 흐르는 거품을 막기위해 머리를 숙이거나 젖히거나 했겠지만 바이오로이드는 시선을 옮기지 않았다.

 파스칼이 머리를 마사지하듯 주무르자 흰 거품은 점점 회색으로 물들어갔다. 얼마나 오랫동안 때를 타고 있었던 것일지 몰랐다. 그는 이런 모습을 처음 보고 있었다. 그것은 프린스타운에서 노숙자들의 성처리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 아름다웠을 머리칼에 정액을 싼 노숙자도 있었겠지.

 씁쓸한 이야기였다. 파스칼같은 옳지 못한 삶을 산 사람마저 연민을 느낄 정도였으니. 하지마 전부 씻겨내려갈 일이었다. 머리에 묻은 때처럼, 몸에 묻은 때처럼 전부 씻으면 씻겨내려간 듯 사라질 것이었다.

 샤워기를 집어든 파스칼은 바이오로이드의 머리에 물을 뿌렸다. 머리의 회색 거품은 물에 씻겨내려갔다. 그는 바이오로이드의 머리결을 만져보았다. 씻기 전보다는 머리결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머리결은 푸석푸석하고 곳곳에 무언가가 묻어있었고 떡진 부분도 있었다.

 그는 다시 샴푸질을 했다. 이제 거품은 회색으로 물들지 않았다. 흰 거품은 바이오로이드의 흰색에 가까운 은발위에 올라가 있었다. 파스칼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머리결은 좋다 말할 수는 없었지만 머리결은 쉽게 좋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다른 무언가에게 맡겨야 할 일이었다.

 머리에 다시 물을 뿌려 샴푸를 없앤 그는 바이오로이드의 앞에 섰다. 그것의 얼굴을 닦아주기 위함이었다. 그것의 얼굴에는 샴푸 거품이 지나간 자리가 검은 때 사이로 나있었다. 그것의 얼굴을 씻기기 위해 파스칼은 수건을 집어들었다. 수건에 물을 묻힌 그는 이터니티의 얼굴 전체를 물로 닦아주었다. 닦는다기보다는 물을 묻힌다는 것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여전히 그것의 얼굴은 검은 때가 묻어있었고 파스칼은 그것의 얼굴에 비누칠을 해주었다. 그것의 피부는 매끈했고 탄력이 있었다. 사람의 피부라 믿기 힘들 정도의 비현실적인 질감이 손에서 느껴졌다. 자신의 얼굴을 문지르는 손에 그것은 반응하지 않았다. 파스칼이 실수로 그것의 입술을 눌러도, 코를 눌러도 그것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치 살아있는 듯한 마네킹을 닦는 것 같았다.

 생기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그저 아기를 지키기 위한 기계처럼 느껴졌다. 이 바이오로이드에게는 감정도, 본능도 없는 것인가. 그런 의심마저 파스칼로 하여금 들게 만드는 바이오로이드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얼굴을 닦은 파스칼은 천장에 달린 샤워기를 가동시켰다. 바이오로이드의 몸에 물이 다시 쏟아졌다. 때국물이 흘러내리는 바이오로이드의 알몸을 보며 파스칼은 비누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목부터 차례차례 비누칠을 하기 시작했다. 비누는 회색거품을 머금었고 바이오로이드의 몸에 묻은 검은 때는 아무리 비누칠을 해도 자국이 남았다. 목에서 어깨를 지나 비누는 팔을 닦고 겨드랑이에 도착했다.

 겨드랑이를 닦기 위해 팔을 들어올리는 순간, 물을 뚫고 악취가 전해졌다. 그것의 겨드랑이에는 털이 길게 자라있었고 그 털들 사이에 묻은 노폐물로 인한 냄새는 데오도란트로도 해결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있었다.

 먼저 제모를 해야겠다. 그렇게 결심한 파스칼은 면도기를 들고와 그것의 겨드랑이에 난 털을 밀기 시작했다. 그것은 털도 은색이었다. 흰 피부에 난 은색의 털은 색이 겹쳐 잘 보이지 않아 잘 밀렸는지 확인하기 어려웠고 파스칼은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손으로 문질러보아야 했다.

 “...히끗...”

 그러자 바이오로이드는 약간의 신음소리를 내었다. 그 목소리는 물소리에 묻히지 않고 파스칼의 귀를 간질였다. 그가 양 겨드랑이를 전부 제모하는동안 얼마나 바이오로이드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신음을 했는가. 그 소리를 들으며 간신히 본능을 참은 파스칼은 바이오로이드를 조금 뒤로 물러나게 한 다음 그것의 가랑이 앞에 앉았다.

 그것의 고간에 난 음모를 그는 바라보았다. 은색의 음모는 갈색으로 물든 바이오로이드의 대음순을 뒤덮고 있었다. 파스칼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는 속으로 몇번을 되뇌였다. 이것은 바이오로이드를 청결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성적인 것과는 관련이 없는 행위라고. 알몸의 여성형 몸체는 자신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눈을 뜨고 면도기를 든 파스칼은 조심히 바이오로이드의 음모를 다듬기 시작했다. 그의 손놀림은 조심스러웠지만 필연적으로 그의 다른 손은 바이오로이드의 가랑이 어딘가를 잡아 지탱해야 했고 바이오로이드의 입에서는 자꾸만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바이오로이드의 음모는 길게 자라있었지만 넓게 퍼져있지는 않았다. 그것의 가랑이를 벌려 깊숙한 곳에 난 털을 제모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털이 점점 깎여나가며 그것의 매혹적인 여성기가 드러났고 그것을 본 파스칼은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바이오로이드를 자빠트리고 싶었다. 그리고 여전히 빳빳하게 서있는 자신의 남성기를 눈앞의 구멍에 박고 싶었다. 이것은 그의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 바이오로이드는 저 아기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이상 자신에게 복종할 것이었다. 그가 섹스를 한다 해도 이 바이오로이드는 그것을 받아들일 것이었다.

 그것이 신음소리를 낼 것인가. 천박하게 입열고 큰 소리로 신음소리를 낼 것인가 아니면 입을 틀어막고 자신의 신음소리를 파스칼과 아기에게 최대한 들려주지 않으려 할까. 바이오로이드의 조임은 어떨까. 그것의 복근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프린스타운에서 제대로 먹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경이로울 수준의 복근이었다. 이정도로 단련된 근육을 가진 바이오로이드의 질근육은 어떠하겠는가. 그의 성기는 얼마 버티지못하고 정액을 싸고 식어버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두번 이상도 할 수 있었다. 몇번이고 할 수 있었다. 이 몸이라면 죽은 좆도 살려낼 수 있었다. 아무 걱정없이 저 구멍에 박아대던 노숙자들이 부러울 정도였다.

 파스칼은 참았다. 그의 이성은 그래서는 안된다고 하고 있었다. 그는 이성을 이길 용기가 없었다. 그저 그것의 음모를 조용히 깎을 뿐이었다. 은색의 털이 보이지 않자 그는 손으로 부드럽게 바이오로이드의 고간과 음부를 문질러 털이 깎인 것을 확인했다.

 “흐읏...”

 바이오로이드는 역시 신음소리를 냈다. 털이 말끔하게 잘린 것을 확인한 그는 일어나 면도기를 쓰레기통에 던졌다. 일어나던 파스칼은 머리위에 무언가 물컹한 것에 닿자 놀라며 그것을 피해 옆으로 비켜나며 일어섰다. 바이오로이드의 큰 가슴이었다. 그가 바이오로이드의 가슴을 보았을 때까지 그것의 가슴은 탄력넘치게 출렁이고 있었다. 그것을 본 것만으로도 파스칼의 성기는 나오지 않게 참고 있던 흰 백탁액을 맽어내고 말았다.

 그는 당황한 얼굴로 물러나며 외쳤다.

 “아냐, 아냐. 잠깐만, 잠깐. 이건 내가 의도한게 아니야. 오해하지 말아줘. 자연적인 현상이야. 자연적인가? 지루나 조루나 그런 건 아니지? 아닐 거야. 아직 젊다고. 젊은 거랑 상관없잖아. 그걸 뭐라고 하지? 아무튼 나는 정상적인 성기능을 하는 남자야! 그러니까 이상하게...”

 이터니티는 관심이 없다는 듯 여전히 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파스칼은 한숨을 쉬고는 비누를 다시 집어들었다. 그의 성기는 한발을 쏜 탓인가 풀이 죽어있었다. 차라리 이러면 덜 의심을 사겠지. 그의 머리에서는 성욕이 잦아들었고 여러 현실적인 걱정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래. 이거면 된 거야.

 그는 비누로 바이오로이드의 전신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구석구석 꼼꼼히, 어디 하나 떄가 남지 않게 파스칼은 열심히 바이오로이드를 닦아주었다. 냄새가 나지 않게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 뿐이었겠는가. 파스칼은 정이 들어버린 것이었다. 그는 노숙자가 든 통에 동전을 던지지 않을지언정 침은 뱉지 않는 사람이었다.

 여기서 하나 역겨운 이야기를 하나 하자. 파스칼과 비슷한 일을 겪은 한 사람이 있었다. 아쿠아라는 바이오로이드를 아는가. 정원에서 날아다니며 분무기로 다양한 약품이나 물을 뿌리는 바이오로이드를 다들 알 것이다.

 이 이야기는 삼안산업의 바이오로이드 취급시 주의사항을 한 줄 늘린 한 사건에 대한 것이었다. 주인공은 정원을 가꾸는 것을 좋아하는 일본의 한 남자였다. 가쓰오 히로부시. 그런 이름의 남자였다. 일본인 이름치고는 이상하다고? 그도 그럴 것이 그 남자는 일본이 너무 좋아 일본으로 이민을 와 일본인처럼 살고 있는 미국의 한 남성이니까.

 이름과 인종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남자는 일본식 정원을 가꾸는 것을 좋아했고 정원을 가꾸기 위한 아쿠아도 한기 보유하고 있었다. 그 아쿠아의 일상은 다양한 용액을 정원의 식물에 뿌려 그것들을 잘 가꾸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쿠아는 실수로 자신에게 비료가 섞인 용액을 뿌리고 말았다. 비료의 냄새가 어떤지 아는 사람은 많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 냄새가 얼마나 빠지지 않는지 또한. 아쿠아는 그것의 주인에게 사과를 했다.

 가쓰오 히로부시는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그는 아쿠아가 한 행동으로 화를 내지 않았다. 다만 아쿠아의 몸에서 냄새가 나는 것이 거슬릴 뿐이었다. 그는 아쿠아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없애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파스칼처럼 아쿠아를 직접 씻겨준 것은 아니었다. 그는 드럼통 한개 분량의 탈취제를 주문한 다음, 그 안에 아쿠아를 집어넣었다. 목만 나올 수 있게 만들어둔 그는 이러면 하루면 아쿠아에게서 냄새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드럼통을 닫았다.

 그리고 다음날, 가쓰오가 드럼통 안에서 발견한 것은 폐기장에서도 절대로 냄새가 나지 않을 바이오로이드 한구의 시체였다. 이 사고사례를 들은 삼안산업은 바이오로이드 취급시 주의사항에 밀폐된 곳에 바이오로이드를 넣지 않을 것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유감이지만 이것이 22세기 인류의 바이오로이드에 대한 인식이었다. 더럽다는 이유로 세탁기에 바이오로이드를 넣고 빨지 말라는 문구는 바이오로이드의 첫 발매때 주의사항으로 이미 붙어있을 정도였지만 그럼에도 수시로 일어나는 사고였다.

 바이오로이드를 손으로 직접 닦아준다니. 그런 것을 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들은 그가 성적인 행위를 위한 것이라 생각할 것이었다. 그런 피곤한 일을 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파스칼이 특이한 것이었다. 보통 인간이었다면 비누를 던지고 알아서 닦으라는 말만 남겼겠지.

 물론 그가 그렇게까지 열심인 이유는 그의 일이 일인 것도 한몫을 하긴 했다. 그 일이 무엇인지는 다음에 설명하고 지금은 전신에 비누칠을 끝내고 물을 뿌리고 있는 파스칼의 현재에 집중하도록 하자.

 물로 비누를 씻어낸 뒤, 파스칼은 수건으로 바이오로이드의 전신의 물기를 털어내주었다. 아직 몸 곳곳에는 더러운 부분이 남아있었지만 이것을 다 지금 씻기는 것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지금은 어느정도 씻어낸 것으로 만족할 따름이었다.

 온 몸을 말린 뒤 파스칼은 로션을 바이오로이드의 온몸에 발라주었다. 바이오로이드의 피부는 인형이라 해도 될 정도로 깨끗했지만 관리를 전혀 받지 못한 이 바이오로이드의 피부는 약간의 푸석임이 남아있었다. 그것을 없애기 위해서는 로션을 발라야 나아질 것이었다.

 그와중에 바이오로이드는 아기를 안아올렸다. 그리고는 행복한 얼굴로 아기를 바라보았다. 바이오로이드의 몸에 로션을 발라주며 파스칼은 곁눈질로 아기를 보았다. 아기는 은발이었고 오드아이였고 피부는 백짓장처럼 희었다. 마치 바이오로이드와 같은 얼굴이었다.

 로션을 발라준 파스칼은 먼저 욕실을 나섰다. 쇼핑백에서 자신의 속옷만 꺼내 입은 그는 침대에 걸터앉아 입에 담배를 물었다. 바이오로이드를 씻겨주다니, 그가봐도 조금은 어이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건 저 바이오로이드의 악취를 견뎌야 하는 자신이었을 테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옷 사다놨어. 그 옷을 버릴 거니까 저기 쇼핑백에 담긴 옷 입어.”

 바이오로이드가 나온 것은 조금 지난 뒤였다. 그것은 아기를 안은채 알몸으로 욕실을 나왔다. 그것은 침대에 놓인 쇼핑백을 집어들었다.

 “아니 그거 말고. 그건 내 옷이야. 그 옆에 있는 쇼핑백. 속옷과 위아래 옷 다 있으니까 잘 입어.”

 자신의 옷이 담긴 쇼핑백을 집어든 바이오로이드는 아기를 침대에 올려놓고 안에 담긴 옷을 입었다. 화려한 레이스가 달린 란제리 스타일의 속옷 위에 그것은 팬티와 다름없이 짧은 숏팬츠와 BooB라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큰 가슴을 가진 그것이 티셔츠를 입자 네글자는 비대하게 늘어나 소문자 o는 대문자 O가 되었다. 숏팬츠는 그것의 큰 엉덩이에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고 겉에 란제리 속옷을 드러낸채 후크조차 잠글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신경쓰지 않았다. 아기를 안아든 그것은 파스칼에게서 먼쪽의 침대 한켠에 앉았다. 바이오로이드에게서 등을 돌린 파스칼은 벽을 보고 담배를 피웠다. 그러던중 이 방에는 아기가 하나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껐다. 아이가 있는 방에서 담배를 피우는 무관심한 남자로 있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내일 아침에 출발할 거야. 어차피 할 거 없을 테니 잠이나 자둬. 새벽에 잠도 못자고 그 짓에서 겨우 빠져나오느라 피곤했을 거 아니야. 뭐 이틀치 잠을 자긴 힘들겠지만 뭐 어쩌겠어. 기껏 돈 내놓고 지금 출발하는 것도 아깝잖아? 아까운건 나 혼자겠지만. 여튼, 굳이 급히 런던에 갈 이유도 없으니 여기서 좀 쉬자고. 특히 난 여전히 피곤하니 잠이나 자야겠어.”

 파스칼은 옷을 간단히 주워입은 뒤 침대에 누웠다. 바이오로이드의 대답은 없었다. 그는 그런 것을 이젠 바라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그를 따라 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피곤은 몰려오기 시작했고 그는 눈을 감고 잘 준비를 했다. 런던에 도착하면 바빠져 정신이 없을 테니까. 휴식은 취할 수 있을 때 취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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