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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엠프리스. 소규모 철충 반응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 수고했어. 주변 조사는 시티 가드에게 맡기고, 고향 풍경이라도 즐겨둬.

- 아, 진짜! 고향 아니라고!

- 알래스카에서도 활동한 기록은 있다던데?

- 그건… 그렇지만, 아무튼 난 아니야!

- 괜찮아, 어울려.

- 그거 무슨 의미야?!


으응, 이 깐족거리는 솜씨란.

엠프리스의 성격에 맞춰주는 느낌이 강하니 뭐라고 할 생각은 없지만서도.

엠프리스는 통신기 너머로 이래저래 꿍얼거리다가 볼을 부풀리면서 다짐하듯 말했음.


- 아무튼, 여기 일이 끝나고 나면 탐색 허가도 해주는 거다?

- 응. 당연히 그래야지.


와쳐 오브 네이쳐의 기후 조사 시설 중 하나가 알래스카에 있는지라 그 쪽에 들러보자는 약속이었어.

아마 엘라가 이렇게 합류한 거려나. 그보다 위성을 다루는 건 과연 실제로는 어떨까.

대 속성 코팅 장비 자체는 이쪽에도 존재하니까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하다고 생각하는 동안, 켈베로스들은 리앤과 사디어스의 지휘 하에 일사분란하게 뛰어다니며 - 눈밭이 신나서 뛰어다는 강아지 같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음 - 함정이 없는지 조사하고 다녔고.


리앤이 오케이 사인을 보낸 것과, 끝없는 설원을 감시하던 미호의 보고가 들어온 건 거의 동시의 일이었지.


- 도착했어. 인상착의는 틀림없는 것 같아.


두터운 방한복을 입었지만, 틀림없는 레모네이드 알파가 그 자리에 서 있었지.


*   *   *


- 처음 뵙겠어요, 마지막 인간님.

 레모네이드 알파,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바짝 긴장한 켈베로스들 옆에서 레모네이드는 허리를 깊이 숙였지.


- 그래. 반가워.

- 생각 이상으로 관대하신 분이라 놀랐어요.

 ……이곳까지 케스토스 히마스를 장비하는 것을 허옹해주실 줄은.


평온한 말투와 달리, 담긴 뜻은 케스토스 히마스를 지닌 비서 레모네이드를 조치 없이 오르카 호에 들인 것에 대한 경고에 가까운 조언이었어.

재미있는 건 사령관의 대답도 비슷한 뉘앙스였다는 것일까.


- 덕분에 너를 조금 더 신뢰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 정도 가치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 정말로 멋지면서 무서우신 분이네요.


리앤의 복원 이후로 오메가와의 전자전에 대한 대비는 지독할 만큼 해놨으니까, 알파가 수작이라도 부렸다면 최소한 무력화할 시간 정도는 벌고도 남았지.

뭐, 대비해둬서 나쁠 게 없는 건 사실이지만.


- …오메가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건가요?

- 성공하지는 못했으니까, 크게 신경 쓸 것 없어.


자기가 조사한 것을 한참 넘는 적대감에 알파가 반 농담 반 진담으로 기막혀하는 것도 당연했어.

그러게요. 어짜다가 사령관이 이렇게 수상할 정도로 오메가를 싫어하게 되었을까요.

어쩐지 자기가 불편한 기분이 들어서 시선을 피하는 리제의 모습에 라비아타는 소리 없이 웃었음.


- 저희 레모네이드에겐 명령권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계신가요?

-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확신은 방금 걸로 하게 되었네.

- 저에게 시도 정도는 해보셔도 좋았을 텐데요.

- 전투 상황이 아니면 안 쓰는 편이라… 레모네이드 알파.

- 말씀하세요.

- 그런 의미에서 이건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 되지만….


허공에서 둘의 시선이 마주치고.


- 네가 회장의 부활을 막으려 하는 이유를 들려줄 수 있겠어?

- …당연히 그래야지요..


자신의 것과 비슷한 자홍색 눈동자에 새파란 불꽃이 퍼지는 것을 확인한 후, 리제는 가볍게 고개를 숙인 다음 자리를 피했어.

어쩐지 직접 듣기는 거북하기도 했고, 시티가드의 안내를 마친 다음 발할라와 합류해서 물자 조달을 시작한 엠프리스의 상황도 확인해두고 싶었거든.


*   *   * 


"추추추춥구나…… 어째서 이런 오지에 와 있는데도 이렇게나 보안이 철저한 것이냐…?

 이대로 이 동토에서 얼어죽는 것이 정녕 첩의 운명이란 말이더냐……?"

"아."

"히익?!"


소원 합류라고 생각해서 완전히 까먹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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