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한숨처럼 내뱉는 말에 사령관은 굳이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전생같은 건 없다고 하였다."


고개를 돌려보면 어느틈에 돌아누웠는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온통 꼬리 뿐이다. 땀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액체로 엉망으로 떡진 털을 보니 사령관은 자신이 너무 심했나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녀가 이런 말을 꺼낼 리가 없지 않았겠는가.


"아니지, 그대 잘못은 아니다. 그저 새삼스레 고백할 따름이다."


잠시 공백. 


"참으로 오랜 시간을 지독히도 외로웠으니, 무언가 자위할 거리라도 필요했던게지. 슬프고 외로워서, 또 아프고 무서워서. 그러니 첩은 이렇게 스러질 존재가 아니라고, 운명같은 만남이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믿는 수밖에 없었던게다."


히루메, 하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 되었다는 듯 어깨 너머로 손사래를 친다.


"그 어떤 미혹도 시간 앞에서는 풍화되기 마련이지. 그렇다면 어찌 하겠는가. 다시한번 자신을 속이는 수밖에. 이번 생이 아니라면 이전 생, 그렇잖으면 다음 생, 무량대수의 시간 너머 어딘가에 나의 안식처가 있다고."


그녀의 목소리는 축축했다. 축 늘어진 빨랫감 같다. 물기가 어렸다고, 그렇게 점잖게 표현하기에는 그 목소리가 머금은 감정이 무거워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축축한 목소리를 한 여자가 몸을 다시 돌려 사령관을 껴안았다. 그녀의 몸도 축축했다. 축축하고 차가웠다. 


"바보같은 계집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첩 또한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저, 지금뿐이라도 소첩과 어울려 주겠다고 약조해다오. 참으로 긴 기다림이었다. 일말의 희망도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러니 이 어리석은 여자가 잠시라도 꿈 속에서 잠들게 해다오."


이럴 땐 뭐라고 말해야하나, 사령관은 당혹스럽다. 지금껏 여러 여자들과 잠자리를 가졌다. 어떤 여자는 기뻐했고, 또 어떤 여자는 부끄러워했다. 개중에는 조금 특이한 반응도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히루메같은 경우는 처음이었다.


사령관은 자신의 행동이 틀리지 않기를 바라며 히루메의 허리를 감아 안았다. 고맙다. 풍만한 몸으로 채 감싸지 못한 살결을 꼬리를 움직여 덮으며 히루메가 속삭였다. 평소와 다르게 늘어진 꼬리털에서 달큰한 정사의 악취가 났다. 사령관은 그저 그 냄새를 감내하며 그녀를 계속 껴안고 있었다. 


전생도, 후생도 아닌 현생의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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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떡밥보고 생각나서 누운 채로 써봄


백신맞은 어깨 존나 아프네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