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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쪽이 사령관님? 포츈 누나가.. 어?"


"만나서 반갑군. 저비스다."


"어.. 음.. 사령관님? 누ㄴ. 나는, 아니 저는 포츈이거드ㄴ, 입니다."



"..젊어보였는데 현장에 아주 오래 계신 기술공이신가 보군. 뇌졸중일 수도 있으니 한 번 건강검진을 받아보는 건 어떤가? 나도 꽤나 고생을 했었지."

*뇌졸중: 뇌졸중 자가진단 방법인 'F(ace). A(rms). S(peech). T(ime)' 중 Speech의 '발음이 어눌하고 대화를 잘 이어가질 못하는가' 를 의심 중.


"아하하.. 주인님, 아마 포츈 씨는 주인님이 생각보다 나이가 많으셔서 당황하신 걸 거에요."



"하아.. 어딜 가나 나이가 문제로군. 포츈 양, 나이 좀 들었기로서니 개개인의 특성도 못 맞춰줄 정도로 앞뒤가 막히진 않았네. 사령관 자리에 있긴 하지만, 부디 개의치말고 편하게 대해준다면 기쁘겠어."


"으음.. 그럼 고맙거든.. 누나 이름은 포츈이고, 오르카호의 설비 관리 및 로봇 아가들의 개발을 담당하고 있거든?



"누, 누나? ...크흠. 앞으로 잘 부탁하지."


"오르카호에 온 걸 환영해주고 싶지만 기지가 공격당하는 바람에 인원들이 많이 흩어져서 파티를 할 여유가 없거든? 온 지 하루만에 부탁을 해서 미안하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길을 잃은 아이들을 데려오고 싶거든?"



"그럼 이 주변 숲을 탐색해서 자네가 말한 그 '아이들' 을 한 명씩 데려와야 하는건가? 그건 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되네만."


"후후. 역시 사령관님. 예리하거든. 그래서 미리 신호 발생기를 만들어뒀거든? 철충들은 감지 못하면서 우리 애들만 찾을 수 있는 신호 발생기니까 안심하고 지도에 표시한 곳에 설치해주면 되거든?"



"음.. 알겠네. 콘, 잠시 이쪽으로."


"네, 주인님."


"?"



..



"그.. 포츈 양은 항상 저런 느낌인가? 호칭이라던가, 옷이라던가.. 여러가지로 말이야."


"어머, 불편하신 부분이라도 있으신가요?"



"반대로 없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아무리 평소대로 한다지만 보통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 앞에서 누나를 자청하진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리고 옷도 조금.."


"옷이요?"



"그.. 속이 비치지 않은가. 나도 일단은 정정한 남성이야. 저런 노출은..."



"?"



"..니 앞에서 노출을 얘기하자니 내가 바보가 되는 거 같군. 이만 돌아가지."



..



"목표는 총 세 개인가. 요안나가 가장 가까운 A지점, 그리폰이 가장 먼 B지점, 그리고 콘과 내가 중간에 있는 C지점으로 가도록 하지."


"맡겨두시게!"


"잠깐만, 저비스. 왜 콘이랑 둘이 가?"



"그럼 늙은이한테 이 무거운 신호기를 들고 혼자 가라고 할 셈인가? 노인공경은 어디에 팔아 먹었나."


"철충이랑도 싸우는 인간이 늙은이는 무슨! 그리고 나도 너 정도는 충분히 보조할 수 있어!"



"아무래도 노인공경과 상명하복을 사이좋게 팔아드신 듯 하니, 마지막 남은 인내심으로 상냥하게 설명해주지."


"단순 속도로 보면 그리폰 니가 제일 빠르다. 하지만 아군과 속도를 맞추지 못한다면 너 혼자 떨어지게 될 거야. 그 상황에서 교전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 셈이지? 만약 당장 전투하고 있던 깡통이 집단에서 떨어진 개체가 아니라 대규모 군대의 정찰대라면 어떻게 할 생각이냔 말이다."


"그러니 니가 혼자 가는 게 맞아. 방금 말한대로 제일 빠르고, 지형의 제한을 받지 않고 이동할 수 있으니까. 난 사령관으로서 여기에 있다. 여기에 있는 인원들 중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하나도 없다. 그건 그리폰. 너도 마찬가지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으으.. 알았어! 빨리 출발이나 해!"



"예절은 글러먹었지만 이해력은 좋아 다행이군. 그리폰 학생. 빠른 시일내로 자네의 예절교육 선생을 준비하지."


"하! 그땐 너도 같이 듣는거야, 저비스! 먼저 간다!"



"..많이 늘었군. 출발하지, 콘."



...



"이쪽의 신호기 설치는 끝인가. 이 나이에 장비들고 등산하려니 삭신이 쑤시는군. 무릎이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고소당해서 패가망신했겠어.


"그러게 제가 든다고 말씀드렸는데... 주인님, 저도 일단 메이드예요. 이런 일도 맡겨주시지 않으면 제가 곤란해요."



"흥, 메이드 이전에 여자다. 나같은 노인보다도 약해보이는 애한테 짐을 맡길 거 같나."


"예전부터 말씀드렸지만, 저희는 인간님이 아닌 바이오로이드예요. LRL처럼 등대경비에 특화된 아이 정도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인간님들보다 육체적인 능력이 뛰어나니까 마음놓고 맡기셔도 된다구요."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대체 그 '님' 자는 왜 붙이는거지? 잠자코 있자니 거슬려서 참을 수가 없어."


"..바이오로이드는 처음부터 인간님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과 호감이 머리 속에 있는 회로에 각인된 채 태어나게 돼요. 인간님들의 힘과 지능을 초월하는 바이오로이드의 성능에 무의식적인 경계를 느끼셨던 건지, 말 잘 듣는 도구가 필요하셨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그럼 그 '님' 이라는 경칭도 거기에 포함된다는거군."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마음에 들지 않으시다면.."



[팅 화륵]



"후우우...."



"마음에 들고 자시고, 그냥 좆같아. 지들한테 무릎꿇고 좆이나 빨라고 명령한 놈도 좆같고, 빨지 말지를 남한테 물어보는 것도 좆같아. 그딴 거에 흥분하는 놈도 있긴 하겠지만, 난 아니다. 어차피 만든 놈들도 다 묻혔겠다, 경칭같은 거 붙이던 말던 마음대로 해라."


"..알겠습니다. 주인님"



"쯧.. 후우우..."


"콘스탄챠.. 콘스탄챠.. 네이밍센스 한 번 좆같이 끝내주는군..."

*Constantia: 콘스탄챠 S2 이름의 원형이 된 난초. 혼자 움직이지도 못하는 식물과 다를 게 없다는 뜻.


"..."



"돌아간다, 콘."


"네, 주인님"



...



"나 왔네, 포츈 양. 별 일 없었는가?"


"아, 사령관님 왔어? 사령관님이 마지막이거든."



"이거 미안하군. 걸음이 좀 느려서 말이야. 그런데 옆에 있는 로봇은 뭔가?"


"안녕하신가! 내 이름은 펍 헤드. 6급 경찰 공무원 로봇이지. 인간 시민을 만나는 건 처음이로군. 반갑네!"



"하하. 반갑구나. 꼬마야. 포츈 양이 만든건가? 잘 만들었군. 말투가 좀 낡긴 했지만, 꽤 귀엽지 않나."

*인게임 펍 헤드의 음성은 전자음 낀 소녀.


"꼬마라니! 무례하군. 6급 공무원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그래그래. 무례를 범해 죄송합니다. 펍 헤드 양."


"으으.. 뭔가 바뀌지 않은 것 같지만 상황이 급하니 넘어가겠네."



"급한 상황? 벌써 간식 시간이 되었나?"


"간식? 아! 혹시 리튬 전지가 있는가? 톡톡 튀는 짜릿한 맛이 참으로 진미에.. 이익! 이게 아니라!.."


"에휴.. 저러다 한나절 걸리겠네. 저비스, 걘 포츈이 만든 게 아니라 내가 데려온거야. 지점 근처에서 구조 신호가 탐지되길래 정찰 겸 가봤더니 그게 있더라고."


"아, 그렇지! 이보게, 사령관! 지금 내가 속해 있던 부대의 AGS 로봇들이 현재 고립된 상태라네. 오자마자 염치없지만 그들을 구해줄 수 있겠나?"



"흠.. 구해주고는 싶지만, 이곳도 상황이 여의치는 않아. 당장 흩어진 녀석들을 찾는 것도 급한 상태라 좀 힘들겠군."


"사령관님, 누나도 부탁할게. 누나는 로봇 아가든, 바이오로이드 아이들이든, 하나같이 소중한 동료고 가족이라고 생각하거든. 어떻게든 안될까?"



"..그리폰, 콘, 어떻게 생각하지?"


"뭐, AGS 애들이랑 친한 건 아니지만, 전투성능 자체는 우리들보다 좋으니까. 구해줘서 나쁠 건 없을거야."


"맞아요. 거기다 오래전부터 전투를 하던 개체라 정보도 경험도 더 많아질 거예요. 다만, 기계라 철충에 감염 문제가 있어서.."



"...티타임 시간이로군, 펍 헤드."


"응?"


"아! 주인님! 잠시만!.."



[탕]


"으악! 무슨 짓인가!"



[철컥]



"콘, 포츈 양, 비키시게. 자네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아.


...펍 헤드, 목을 내놓게나. 방금은 빗맞혔지만 방금까지의 정을 생각해 다음 한 발로 보내주겠네. 내 약속하지."


"아니, 못 비키거든! 갑자기 무슨 짓인지 모르겠거든!"



"임무 전에 내가 말하지 않았는가. 자네들 중 어느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인원이 없다고. 자네들의 안전을 담보로 언제든지 깡통이 될 수 있는 놈들을 이곳에 들일 수는 없네."


"요안나 씨! 주인님 좀 말려주세요!"


"미안하지만, 콘스탄챠, 짐도 주군과 같은 의견이라네. 언제든지 자매들을 노리는 철충들로 변할 수 있는 AGS를 오르카호로 들여보낼 수는 없네. 외부의 난민보다는 국경 내의 백성들이 수십, 수백 배는 중요한 법. 단순히 감성적으로만 처리할 일이 아니란 말일세."


"그럴수가..."



"포츈 양. 나도 이러고 싶진 않아. 하지만 위험성을 남겨둘 수는 없네. 오래 끌수록 뒤에 있는 펍 헤드만 고통스러워질 뿐이야. 자, 이제 그만하고 비켜주시게."


콘, 자유의지에 따라 행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구나. 하지만 우리 모두를 위험하게 만드는 행동에 참가하는 건 반대다. 아무리 너라도 이건 양보 못 해."


"..그럼, 사령관님. 누나가 애기들에게 철충이 감염되지 않도록 개조를 해주면 되는거지?"


"포츈 씨?!"



"가능하다면... 그렇겠지. 방법이라도 있나?"


"철충이 로봇을 감염시키는 경로는 외부의 부품이 아니라 내부에 있는 기계회로를 통해 시작돼서 전체적으로 퍼져나가거든? 그러니까 회로를 생체회로로 대체할 수 있다면 감염예방은 이론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거든."



[팅 화륵]


"후우우... 그 생체뭐시기의 연구는 얼마나 진행됐나."


"감염 프로세스는 알아냈으니까 이제 중반 단계거든.. 회로 연구부터 생체회로 제작까지 3주 정도면 충분하거든. 그러니까.."



"넉넉하게 한 달 주지. 만약 연구가 끝나지 않았거나 회로에 문제가 생겨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다면 AGS의 전량 폐기는 물론, 자네에 대한 처분까지도 고려하겠네. 이견 있는가?"


"...맡겨두는 거거든."



"..펍 헤드,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네. 포츈 양에게 수리를 받고 지도에 목표 지점을 표시해주게."


"으흐... 알겠네."



"좋아, 총기 점검과 탄약 보충, 그리고 간단한 휴식을 취한 후 출발한다."



..


"주인님, 아까는 좀.."


"방금은 저비스답지 않게 상냥하네. 뭐 잘못 먹었어?"


"그러게나 말일세. 처음 만났을 땐 귀기가 서려있던 눈이 오늘은 자식을 혼내는 어버이의 것과 같더군."


"..네?"


"그렇잖아. 일부러 다리에 빗맞힌 것도 그렇고, 쏘기 전에도 좀 망설였지? 철충 쏠 때는 고민도 안 하고 약점만 기가 막히게 쐈으면서."


"혹여나 하는 마음에 묻는 것이네만,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는가?"



"..로봇을 '아가' 라고 하면서 제 자식 대하듯 아끼는 사람 앞에서 어떻게 방아쇠를 당기겠나. 그런건 쏴봤자 사기만 떨어질 뿐이야. 하지만 집단의 안전 또한 중요하지. 난 그저 양극간의 균형을 기다렸을 뿐이다."


"답지 않게 따뜻해졌네? 사람은 초심이 중요하지만, 뭐~ 나쁘지 않네."


"음! 굳센 모습을 보여주되, 가능한 많은 이들이 살도록 궁리한다. 우리 주군께서는 그야말로 철인이자 책략가시군."



"시끄럽다. 됐으니까 가서 준비나 해라. 한 시간 뒤에 집합이다."


'역시 주인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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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같아선 한 번에 한 부씩 써서 하루 이틀동안 8시간 주기로 풀고 싶은데, 스토리 보고 재창작하는 것도 꼴에 창작이라고 시간 꽤나 걸리네요. 사실 장기를 염두한 것도 아니라 1편 빼고는 짜내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그래도 꾸준히 쓰면 입소전까진 못해도 2부는 써질 듯 하네요. 대단한 글을 쓰지는 못합니다만, 읽는 순간이나마 '재밌었다' 란 생각이 들도록 노력하는 글싸개가 되겠스빈다. 쓰다보니 답지않게 진지해졌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하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