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이 사라져간다.

갑판위 수평선 너머 보이던 바다부터, 수평선 위로 보이던 하늘부터....

멀리있던 것들부터 조금씩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라져가는 세상을 보며, 그저 씁쓸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결국 그렇게 결정한거구나. 그 쪽의 나는."


하나 둘씩 잠들어가는 바이오로이드들.

이제 오르카호 주변까지 사라지기 시작하는 세계.

자신의 손끝마저 서서히 투명해지기 시작한걸 확인한 사령관은, 사령관실로 향했다.


무슨일인지 모르는 것도 아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건, 다시 세상을 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었다. 

저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다시볼수 있을까하는 미련이었다.

아직 해주지 못한게 많은데 이렇게 끝난다는 후회였다.


사령관실의 의자에 앉아, 지난 일을 회상했다.

처음 발견 되었을때부터, 저항군을 꾸리고, 아미나 존스의 유산을 얻고, 신체재건장치를 얻기위해 김지석의 묘까지 찾아갔다.

그리고 별의 아이를 마주쳤고, 용이 합류했으며, 철의 왕자까지 격퇴했다.


그 모든것이. 그 모든 기억이, 그 모든 추억이 사라져간다.

결국 견디지 못하고 부러져버린 한 사람에 의해서.

원망하지 않는다. 언젠간 그리 될 운명이었다.

나는 내가 게임속의 인물이라는 것을 안다.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준 사람이, 나를 여기까지 키워준 사람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준 사람이 있었다.

화면 너머로밖에 인지할 수 없지만, 그 사람에겐 감사한다.

이곳에서의 기억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갈 수 있으니.

적어도... 버려진 채로 죽는건 아니잖아?


행복했다. 만족했다.

언젠가 올 운명이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어느새 사령관실의 벽도 점점 사라져가며, 칠흑같은 어둠이 벽 너머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내가 마주해야할 공허, 내가 끝날 결말.

그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사라져가는 방과 세계에서...

나는 마지막으로 그 사람에게 문득 물어보고 싶었다.

이젠 몸의 절반이상이 사라져 재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고개를 들고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그 사람에게 질문을 던진다.


"....너는 우리와 지내면서 즐거웠어? 우린 정말이지 최고의 시간을 받았는데. 너는 행복하고 즐거웠을까?"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의 세계는 완전한 칠흑으로 물들었다.


[라스트오리진을 제거했습니다]


-사령관은 여러분 자신입니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펜대 잠시 내려놓겠습니다.

도저히 지금 글을 쓸 용기도, 힘도, 기력도 남아있지 않아요.

씁쓸합니다.

이런저런 게임에서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면서 가쁜 숨 몰아쉬면서 겨우 찾아낸 안식처였는데.

증오스럽습니다.

이 상황을 만든 모든게.

내가 행복하게 그냥 애들 얼굴이나 보고 가슴보면서 상처받았던 모든걸 잊을 수 있는 곳을 부숴버린 그 모든것이 증오스럽습니다.

이 곳이 제가 거쳐왔던 회사와 맞서 싸우는 전쟁터가 아니라, 연례행사로 회사 불태우면서 캠프파이어하는 왁자지껄한 사람사는 곳이 되면, 그때 돌아오겠습니다.

그동안 즐거웠고, 또 이런 똥글 싸지르는 글쟁이에게 과분한 관심이랑 개추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언젠가 다시 만나요. 세상의 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