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설이 있었다.


아니, 이제는 불쏘시개 라고 해야겠지. 나는 피폐 순애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피폐하지만 그 끝엔 달콤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는 마치 사막위의 오아시스 같은 보상 심리적인 걸 좋아하는 거였지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아래로 내려가는 이야기는 싫어했다. 그것이 썸타는 사이든 본격적으로 연애를 하던 사이였든, 나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겠지만 그래, 이 모든건 작가의 문제였다.


주인공급 서사시를 가진 히로인과 영웅담을 보여주는 주인공, 그 둘중 누가 페이크 주인공인지 진 주인공인지 경쟁하는 댓글 마라톤들도 빈번히 일어났던 소설이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화에 대한 비난 댓글이 수두룩 했다. 꼭 그렇게 둘을 갈라버려야 시원했냐 왜 남주가 감정을 되찿는데 히로인이 뒤져야하냐는 둥 대부분이 히로인에 관한 글이었지만. 그래 이 모든건 작가의 문제가 맞다. 이야기를 전개하며 극악 시나리오 이후 의견 분열로 인한 인간계 내전이라던지


솔직히 극악까진 좋았잖아, 아니 근데 인간계 내전까지는 참아줄수가 있어요. 근데 왜 내 최애캐를 죽이냐고


작가여 저장된 멘탈의 양은 충분한가?


솔직히 거짓말 같았다. 왜냐고? 나는 내가 소설에 애정을 품은 만큼 현실 도피처를 위하여 그 소설만을 기다려왔고 그만큼 현실을 낭비했다.


내가 정신을 잃기 전까지 적었던 작가에게 보낼 비평문은 적어도 20장이 넘었으니까, 그래. 내 애정은 작가의 비평문 양에 비례한다.


[ 아 시발 그럼 니가 용사 해보던가.]


어딘가 짜증난다는 어감과 함께 그것은 갑자기 머릿속을 울려왔다.


"큭, 크아악..."


 그와 동시에


마치 머릿속에서 뜨거운 칼날이 회전 하는 것 만 같았다. 역시 점잖게 쓰지 말고 욕이라도 하나 더 얹어서 줄걸, 후회도 잠시. 이마에서 느껴지는 한기에 절로 눈이 뜨였다.


모르는 천장이다.


"죶같은 새끼"


"네? 도련님?"


"아니, 아.. 잠시 옛날 생각이 났다."


내 머리 위에서 물수건을 갈아주는 사용인, 그녀는 잘 못들었다는 듯이 이내 수긍하고 지 할일을 했다. 지금도 머리가 울렸다. 마치 파노라마처럼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재생이 되었는데 내 기억이 아니었다.


이건 내 몸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의 기억, 정확히는...주위에 곁눈질 하다 벽에 걸린 초상화를 보고 알았다.


이거 돼지새끼 몸이잖아?


물렁, 소설속의 묘사만 봐왔지 실제로 만지는건 처음이었다. 피부는 귀족 영애보다 더럽게 허여멀건 하면서 그래도 이정도면 다행이었다.

주인공 아닌게 어디야, 그놈은 진짜 미친듯이 구르니까 그나마 뱃살 조금 잡히는 과체중인게 좀 더 괜찮지


"이보...아니, 이봐 거울 좀 줄수 있겠나?"


싸늘하다. 정적에 숨이 막힐것만 같다.하지만 걱정되지 않았다. 나는 "도련님"이니까. 평소와 달라도 그저 불장난 같은 변심이라고 볼 수 있겠지.


역시나 묘했다. 잠시 나를 바라보던 사용인의 표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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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베랄 아르투스



이 부분에서 주인공이 들어온 육체 주인의 배경을 설명해야하는데


설명충마냥 상투적으로 설명해야 되는거냐?


아니면 뭐 시발새끼 등등으로 미사여구 붙여가면서 유머런스하게 해야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