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 이야기인데


귀농을 해서 농사를 짓는 분이셨어.


품앗이를 한다고 그 마을 토박이시던 이장님이랑 같이 아침부터 모종을 실은 리어카를 끌고 언덕을 넘는중이었대.


그러다가 길 중간에 여우가 엎드려서 꾸벅꾸벅 조는걸 발견하셨대.


그런데 꽤 가까이 갔는데도 얘가 일어날 생각도 하지 않고 계속 자고 있는거야.


길도 좁고, 얘가 자고있으면 리어카가 지나갈수가 없어서 이 분이 호통을 치시면서 삽으로 땅을 딱딱 두드렸대.


그랬더니 여우란 놈이 천천히 눈을 뜨더니 기지개까지 거하게 키고는 느릿느릿 옆의 수풀속으로 사라지더래.


그걸 보고 이장님이 "보통 여우가 아닌거 같은데, 좀 잘 달래서 보내지 그랬어." 라고 이야기하셨대.


그 후에 밭에 도착해서 모종을 심고 일도 무리없이 잘 되서 그저 그런 해프닝으로 끝나는가 했는데


점심시간이 되어서 점심 도시락을 먹겠다고 도시락을 열었는데 도시락통이 텅 비어 있더래.


이 분이 당황해하고 있으니까 이장님이 껄껄 웃으시더니 "그러게 잘 달래서 보내라니까." 말씀하시곤 내거 절반 나눠먹자고 하면서 본인 도시락통을 열었는데





이장님 도시락통 안에는 밥이 반밖에 안 들어 있더란다.


여우란 놈 참 치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