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문학] 뱀과 꽃 / 브라우니는 오늘도 유능한가? / 리:제로


[댓글문학] 1+1 = 1 / 옛날 빙수는 언제나 옳다 / 헤픈 엔딩(매운맛)


[댓글문학] 아르망은 역배의 꿈을 꾸는가? / 세이렌은 대형견 하나를 키운다


[댓글문학] 돗대 / 얀데레


[댓글문학] 부부싸움은 칼로 싸우면 위험하다 / 오늘 저녁은 해산물 / 플라잉 하치코


ㅡㅡㅡ



오늘도 나는 느긋하게 아침을 만끽하기 위해 카페의 테라스에 준비되어 있는 선배드에 누워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향긋한 아메리카로 한 잔과 간단하게 먹을 치즈 쿠키 몇 개. 이 얼마나 지적이고 유능한 자의 아침인가. 날씨는 맑음. 햇살도 쾌청. 그리고 가슴이 만들어낸 그림자. 그림자?


“어머. 주인님. 여기 계셨군요?”


청아하고 낭낭한 목소리. 누군가는 옥구슬 굴러가는 목소리라는 올드한 표현(나도 동의하는 부분이다.)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레아였다. 그리고 그 옆에서 울리는 냉랭한 목소리도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나에게 다가왔다.


“너. 왜 여기있어. 여왕에게 죽고 싶은거야?”


고양이들. 레아와 티타니아. 저들은 고양이로소이다. 치즈 쿠키와도 같은 나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아웅다웅 하는 꼴이 참으로 우습기 그지 없소이다. 츄르 같은 남자. 그것이 바로 나라는 남자. 하. 이 죄 많은 남자. 


근데 귀찮으니까 다른 곳에 가서 해 줬으면 좋겠다. 진짜로. 사령관을 케이크처럼 쉽게 먹는 방법이라도 보고 온 것인지 서서히 나에게 다가오는 레아와 티타니아. 그리고 일 해야 하는 나. 일 해야 하니까 당장 내 눈 앞에서 꺼져 이 가슴 덩어리들아. 라고 말 할뻔 했다. 그건 안되는 일이지. 상처 받는 말이잖아. 나처럼 지적이고 유능한 사람은 그런 말 안써.


“주인님. 티타니아 대신 저를 봐주시면 안될까요?”


어느새 입에 치즈 쿠키를 입에 물고 천천히 나에게 다가오는 레아와 그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티타니아. 나는 자연스럽게 쿠키를 입에 물어 힘을 주고는 반으로 쪼갰다. 실망하는 표정의 레아는 남은 반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더 맛있나요. 주인님?”


아니. 그냥 쿠키 맛인데? 진짜 절대로 쿠키 맛인데? 빨리 비켜. 난 지금 존나 카페인이 마렵다고. 멸망 후에도 현대인의 필수품. 그것은 카페인과 니코틴. 나는 급하게 뻗은 손으로 아메리카노가 담긴 잔을 집어 빨대로 쭉 빨아대었다. 아. 입안의 치즈 맛이 사라지면서 커피향과 같이 섞여 화음을 만들어내는 쌉쌀함. 이게 성관계지. 내가 보증한다. 이것이, 행위다.


“먹을만하네.”


나는 그렇게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다시 패널을 집어들려했다. 그런데 다시 들어오는 치즈 쿠키가 있었다. 백옥 같은 피부를 붉게 물들이며 부들거리는 티타니아의 입에는 아까의 레아처럼 치즈 쿠키가 물려 있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이야. 우리 티타니아, 질투해?’라고 말할 뻔 했다. 물론 그렇게 말하는 순간 동결건조햄이 되어버렸겠지만. 어쨌든 나는 그녀의 행동에 답할 의무가 있었다. 아까보다는 조금 더 깊이 그리고 가까히 쿠키를 입에 물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티타니아의 입에서 떨어진 쿠키가 내 입으로 들어가면서 화들짝 놀라는 그녀는 몇 번 뒷걸음질 치더니 입을 수십번은 닦아대었다.


“잘 먹었습니다.”


다시 아메리카노 한 입. 오늘의 쿠키는 조금 더 달았기에 조금 더 많이 먹었다. 이봐.  운디네 동전 좀... 아 이건 아니다. 이것도 하나의 장사 방법이겠지. 단 쿠키를 더 먹기 위해서 아메리카노를 더 주문하게 하려는 간악한 술책. 하지만 나는 당하지 않는다. 절제할 줄 아는 남자니까. 하지만 그녀들은 그렇지 못했다.


“어머. 티타니아. 주인님에게 꼬리 치는거에요? 그것도 저를 따라하면서? 여왕이라는 자존심은 어디로 가버린건가요?”


“너. 멍청한 소리야. 자의식 과잉이야. 여왕은 하고 싶어서 했어. 가슴만 크니까 밀리는거지.”


앞에서 쫑알거리니까 일을 할 수 가 없었다. 이쯤되면 진짜 귀찮은데. 나는 오늘 일은  텃다고 생각하며 선 배드에 기지개를 펴며 쭉 누웠다. 이왕 이렇게 된거 쉬기라도 하자. 그렇게 생각하던 시기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어느새 가져온 선배드를 내 옆에 딱 붙혀놓은 둘은 나를 사이에 두고 껴 안으면 쫑알거렸다.


“주인님은 당신 같은 차가운 여자는 싫어하세요. 저 같이 파릇파릇하고 포근한 여자를 좋아하시죠. 그렇죠? 주인님? 원하신다면 지난 밤처럼...”


“네가 하는건 여왕도 할 수 있어. 그리고 이제 여름이라 차가운 게 더 좋아. 너. 누구야. 선택해. 원한다면 레아가 했던 것을 해 줄수도...”


이쯤되면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서로를 향해 앞 발을 세우며 투닥거리는 고양이들 사이에 낀 츄르가 아니라 장난감이 된 기분이다. 아. 꺼졌으면 좋겠다. 나는 이제 반 쯤 포기한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 오늘 점심 뭐먹지. 차돌 짬뽕 먹고 싶다.


ㅡㅡㅡ



어쩌면,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드라마나 소설, 또는 웹툰에서 보는 것 처럼 몸을 던져가며 서로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불 같은 사랑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은은하고 잔잔한 사랑을 원하는 부류도 있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다프네가 그런 부류의 인간이었다. 다소곳하고 예의바르며 존중을  전제로 한 상호 존중의 애정 표현. 그 증거로 나는 다프네에게 간식을 받아 먹고 있었다. 두 사람이 간신히 앉을 수 있는, 서로 피부가 맞 닿는 좁은 곳에서 붉으스름해진 얼굴로 연신 내 입에 먹을거리들을 쑤셔 넣는 다프네에게 사랑을 느끼지 않는다라는 선택지는 없었다. 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이것도 사랑이라고.


“주인님. 마음에 드세요?”


나는 당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다프네가 만든 간식들이었다.  세상 그 누가 거부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싱긋 웃으며 그녀를 내 품으로 조금 더 당겼다. 약한 비명이 울렸지만 상관없었다.


“이제 내가 줄 차례인가?”


그때 내 눈에 적당한 크기의 초콜릿이 보였다. 내 손가락의 절반 정도 되는 초콜릿이 내 입에 물렸다. 그 뒤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입으로 그것을 까딱거렸고 다프네는 머뭇거리다가 입에 물었다. 정확히는 입에 물려고 했다. 내 손이 없었다면.


자연스럽게 나는 그 소파에 누웠고 다프네는 내 위에 얹어지는 형태가 되었다. 사실 이것을 노렸다. 그녀를 품에 안기에는 이 자세가 제일 편했으니까. 소파의 안 쪽에서 내 팔을 배게 삼아 누운 다프네는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몇 번 문지르더니 아직 내 입에 남아 있는 초콜렛을 야금야금 먹어갔다.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몇 번의 그윽한 눈빛 교환. 둘 다 같은 것을 원했다. 나는 그녀를 잡아당겼고 다프네는 내 볼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말은 필요 없었다. 사이에서 오가는 거친 숨결과 타액. 그리고 부드러운 해면체의 섞임만이 대화였다. 천천히 떼어지는 서로의 사이에서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나도 그랬고 그녀도 그랬다. 저 사람을 애타게 하는 눈빛. 금방이라도 쏟아낼 것 같은 욕망. 하지만 조금 참기로 했다.


“다프네. 조금만... 참자?”


“네... 주인님.”


다프네는 아쉽다는 표정으로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럼에도 받아줄 수는 없었다. 나와 그녀 둘이 파 놓은 함정이었다. 이제 곧 그녀들이 올 것이었다. 다프네의 간식을  나눠 받기 위해 올 아이들. 예를 들어 LRL라던가 알비스라던가. 혹은 안드바리와 아쿠아. 아. 지난번에는 타이런트랑 더치도 왔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나는 그런 생각을하다 웃음을 참지 못하고 다프네를 품에 더 끌어 당기며 말했다.


“아. 참... 자충수네. 자충수야.”


“제가 잘못한걸까요?”


“아냐. 다 괜찮아. 이렇게 조금 애태우는것도 좋지않아?”


“음... 이게 밀당일까요?”


“아..닐껄?”


뭐,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지금 나랑 그녀가 같이 있는 것 만으로도 괜찮지 않은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프네를 아예 품에 안으며 중얼거렸다.


“다프네. 그런데, 나... 더 이상...”


그리고 그 순간 문이 열렸다.


“인간! 짐에게 공물을 바쳐라!”


“실례합니다. 사령관님.”


“주인! 케이크! 케이크를 바쳐라!”


참 눈치 없는 꼬맹이들이었다.


ㅡㅡㅡ



그르렁거리는 울림이 분홍과 빨강이 적절히 섞인 방 안에 낮게 내리 깔렸다. 타이런트의 울음소리였다. 그녀는, 혹은 그 생물은 구석에서 기지개를 피며 일어나 주위를 둘러 보았다. 여전히 익숙하면서고 불편한 무언가 잃어서는 안 될 것 까지 잃어버리게 만드는 풍경이었지만 그녀는 더 이상 신경쓰지 않기로했다. 적어도 카페트를 깔아 바닥이 차갑지도 않았고 기계음과 용접소리가 수시로 들리지도 않았으며 귀찮게 하는 꼬맹이들도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타이런트는 갓 깨어나 늘어지는 하품을 하며 가장 가까이 숨겨 두었던 상자를 집어 뚜껑을 열었다. 분명 누군가의 선물이었다. 그녀는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간식을 뜷어져라 쳐다보다가 누가 준 선물인지 떠올렸다. 푸른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묶고 달콤한 냄새가 나는 여자. 아우로라라고 불리는 생명체가 만든 것임을 인지했다.


그녀는 초콜렛 하나를 집어 입에 넣어 우물거렸다. 달콤한 맛이 짜르르하게 온 몸을 타고 흘렀다. 혀에서 천천히 녹아드는 기분 좋은 단 맛에 손이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상큼한 맛이 가득 퍼졌다. 간식이 하나씩 타이런트의 입에 집어 넣어졌다.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몸을 이리저리 흔들면서 생각했다. 다음 번에 받을 때에는 화를 내면서 물어 뜯는 것 보다는 팔만 우물거려야겠다. 라고.


상자의 간식이 절반정도 사라졌을 때, 타이런트는 상자의 뚜껑을 닫았다. 아쉬움이 가득 남아 있는 눈빛이었지만 조금 더 먹는다면 자신을 ‘해피’라고 부르는 초록 단발(그녀는 바닐라라는 이름을 아직 외우지 못했다.)에게 크게 혼이 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밀려오는 뿌듯함과 자기 만족이 고개를 들었다. 내가 이렇게 절제할 수 있다. 나는 감정을 지배할 수 있다. 라는 어린아이들의 사소하지만 장족의 발전을 느낀 타이런트는 방 안의 이곳 저곳을 뒹굴었다.


십 여분이 지난 그녀는 새삼 이 방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자신을 돌보아주는 초록 머리도 없었고 종종 자신에게 간식을 가져다주던 여자들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 방을 나가기로 정했다.


방 문이 열리고 복도의 주변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돌아다녔다. 타이런트는 자연스럽게 그녀들의 사이에 끼기 위해 걸었다. 물론 모두의 시선이 꽃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두발로 걸어다니는 이들 사이에서 네 발로 걸어다닌다면 누구라도 신경쓰이지 않겠는가. 그러다가 한 명이 네 발로 걷던 타이런트를 바로 세웠다. 그녀는 당장에라도 팔을 깨 물 생각으로 입을 쩍 벌렸다. 그리고 바로 닫았다. 초록 머리의 여자였다.


“해피. 짐승새끼도 아니고 네 발로 걷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크르르... 이 몸은 전투와 파괴의 화신! 두 발로 걷는 것은...!”


“그래서 뭐라고?”


“두 발로 걷겠다.”


타이런트는 한 마디라도 더 했다가는 지난번 당했던, 무릎에 올려 놓아져 엉덩이를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초록 머리의 손을 잡고 두 발로 걸었다. 절대로 이 몸은 엉덩이를 맞기 싫어서가 아니라는 자기 위안을 되뇌이기도 했다. 여전히 북적이는  복도에서 수 많은 인사가 오갔다. 타이런트는 이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다. 안전장치가 없는 본체였다면 벌벌 떨면서 올려다보지도 못할 살덩어리들이 이런 나약한 몸에는 친절과 감정이 담긴 인사와 간식거리를 제공했다. 최근까지 AGS였던 그녀에게는 알 수 없는 느낌이었다.


“인간.”


“뭐죠?”


“인간들은 왜 나에게 잘해주는 것이지?”


원론적인 질문이었다. 사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과 시야도 달라지는 법. 타이런트는 초록 머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녀는 가벼운 한 숨을 쉬며 반 쯤 녹아있는 사탕을 타이런트에게 쥐어주며 말했다.


“그러고 싶은 것이니까.”


“왜지?”


“이유는 없어. 그냥 그러고 싶으니까. 우리가 주인님께 배운 것은 조건 없는 상냥함. 다들 그걸 아는거야.”


타이런트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런 어려운 것은 잠시 치워두고 사탕의 포장을 까 입에 넣었다.


“... 홍삼!”


그것만은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ㅡㅡㅡ


늦어서 미안함


이걸로 소재는 마무리. 단편 3개인가 4개 남았네. 소재 하나는 2~3편 분량 나와야할거같은데...


어쨌든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