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52141864
편의점에서 맥주를 몇 캔 산 뒤 노점에서 파는 주전부리를 들고 방을 잡아둔 비즈니스 호텔로 돌아갔다.
캔 하나를 따고 가라아게를 입에 넣은 뒤 맥주를 술술 마시고는 '크으' 하는 추임새와 함께 야경을 즐겼다.
그렇게 한 캔 두 캔을 차례로 비워나가더니
또 필름이 끊겼다.
-다음날-
"끄으으윽..."
정말 오래간만에 다시 느끼는 숙취 때문에 머리가 징징 울린다.
"이런 것 까지 구현할 줄이야..."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에 들어가 까치집진 머리를 정리하고 간단하게 씼는다.
거뭇거뭇하게 올라온 수염을 깎으며 오래간만에 몸단장을 했다.
"60년대면 아직 20대일 땐데, 왜 40대 초반 아저씨 몸으로 해준 건지..."
머리를 긁적이며 방으로 나와 어제 닥터가 이야기해준 것들을 정리한다.
야쿠자, 쿄헤이 교단 딱 봐도 뭔가 수상한 단체들과 관련된 사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좀 많겠네"
그렇게 이야기 하고는 나는 방 한구석에 있는 침대의 한 귀퉁이를 잡고 들어 올렸다.
"오우"
꽤 묵직할 것이 분명한 침대가 손쉽게 들어 올려졌다.
"힘도 비정상적이고..."
아마도 지금 이곳의 나는 강화 인간인 듯 하다.
그리고 이전과는 달리 지금은 이곳 저곳에 근육이 붙어 좀 더 큰 체형인 상태이다.
"그러고 보니 이 몸은 그 녀석이 만들어 준 거였지"
이전에 보았던 모니터를 떠올린다.
"챙겨준 걸 보면 분명 어디서 한번 쌈박질 좀 하게 생겼나 보군"
옷가지와 지갑들을 챙기고 방을 나왔다.
체크아웃을 마치고 근처 마트에 들렀다.
등산용품점에서 카라비너를 두 개 정도 산 뒤 케이블 타이로 두 개를 묶고 천을 덧대어 급조한 너클을 만들었다.
이미 몸 자체가 흉기이기도 하지만 이런 게 있다면 좀 더 심리적인 안정감도 있을 테니 말이다.
다른 물건들은 눈에 띄는 건 물론이고 사령관처럼 사건에 얽히면 곤란해질 테니 고민하다 결국 내려놓았다.
물건들을 사고 나와 이곳 저곳을 구경하며 관광하러 온 느낌으로 가볍게 며칠을 보냈다.
그리고 삼 일째 점심에 닥터에게서 연락이 왔다.
-여보세요?-
"사령관 조사는 다 끝났데?"
-응, 그쪽 기준으로 세 시쯤 이면 나올 거야-
"구경할 것도 다 봐서 심심했는데 다행이네"
-솔직히 우리도 이렇게 길어질지는 몰랐었어-
"아냐, 덕분에 술도 마시고 잠도 자고 간만에 쉰 것 같은 기분이라 좋은걸"
-에? 그게 돼?-
"뭐야, 몰랐던 거야?"
-나라고 모든 거를 아는 건 아니거든-
"뭐, 그냥 그랬더라 이거지"
-그러면 이쪽 데이터도 좀 수집해야겠네. 아저씨, 오빠 좀 잘 부탁할게-
"그래, 맡겨둬"
통화가 끝나고 벤치에서 일어났다.
"두부라도 사 갈까"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마트로 향했다.
-경찰서 앞-
익숙한 얼굴과 토모, 그리고 낯선 남자가 밖으로 걸어 나오는 게 눈에 보였다.
"여~! 스즈키!"
낯선 남자와 토모가 나를 쳐다봤다.
사령관은... 눈치채지 못한 듯하다.
토모가 사령관의 옷을 잡아당겨 나를 가리켰다.
내가 팔을 흔들며 그들에게 다가가자 나를 살짝 경계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스즈키, 야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웬 경찰서에 잡혀있다냐"
"어... 라붕씨?"
"짜식, 수염 좀 깎았다고 못 알아보긴"
자연스레 능청을 떨며 다른 두 사람들에게 사령관이 나를 늦게 알아차린 거라는 걸 애써 숨겼다.
"자, 두부"
"에... 이건 왜요?"
"아버지가 그러던데, 한국에서는 감옥 갔다 오면 앞으로는 두부처럼 티 없이 새하얗게 살라고 사준다고 그러더라고"
"저기, 당신은 누구신가요?"
"아,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라붕이라고 합니다. 이쪽의 스즈키 전 상관이요"
"반갑습니다, 저는 셜록 키무라입니다. 기자입니다."
"반갑군요 셜록 씨"
"에헤헷 왓슨 아는 사람이야?"
"어, 예전에 같이 일했던 분"
"그쪽의 아가씨도 안녕하십니까"
"응, 나는 토모! 잘 부탁해!"
"반가워요 토모양. 근데... 왓슨이라니, 꽤 어울리는 별명인걸"
"예 뭐, 근데 무슨 일로 왔어요 라붕씨"
"이쪽 온 김에 니 소식 듣고 근처에서 기다렸지"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뭔 살인사건에 연루되었다며? 무슨 일이야?"
그 질문에 셜록이 내게 지금껏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덕분에 이렇게 시간 낭비만 했죠, 다행히도 진짜 잡혀들어가진 않은 게 그나마 좋은 소식이구요"
"분명 범인도 그걸 노린걸거야!"
"스즈키... 아니, 왓슨 너는 진짜 여기저기 사건에 휘말리는구나"
"예, 방금 셜록이 설명한 대로에요"
"거기, 기자 양반"
"셜록이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그 뭐냐, 이번에는 이 친구한테 용건이 있어서 온 건데 지금 보니 큰일에 휘말린 것 같군... 도와줘도 되겠어?"
"예? 이번처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텐데요"
"그래도 손 하나라도 더 있는 게 든든할 거 아냐"
"나는 찬성!"
"토모, 잠깐만 그렇게 쉽게 정할 일이 아니잖아"
"괜찮아, 현역에서 물러나고 간만에 피가 끓는 것 같은 기분이라 나도 끼고 싶은데"
"왓슨, 괜찮은 거야?"
"라붕씨라면 믿을 만 한 사람이야 셜록"
"저희들이야 뭐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좋기는 하겠지만..."
"하하 사양하지 말라고 셜록, 따지고 보면 순전히 내 흥미로 따라가는 거니까 부담 가지지 말고"
"그러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도 잘 부탁하지"
나는 셜록과 손을 맞잡고 짧은 인사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