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할페 삐졌어!



으응?



... 같은 말투를 쓸 것 같은 인상이란 말이지, 하르페이아는...



아하하하~ 뭐야 그런 말투.. 오히려 그런 건 린티가 할 법한 대사 아닐까?



할페가 너무 귀여운 인상이라 그래. 



흐음~ 갑자기 왜 이러실까? 사령관, 지금 살짝 심심하구나?




하르페이아와의 데이트는 이색적인 면이 있다. 

함께 정적인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는 오렌지에이드, 흐레스벨그 또는 뮤즈 등과 비슷하지만 


흐레스벨그는 "흐붕이" 모드가 되어서 덕질 포인트를 열심히 전파하며 설명해주고

오렌지에이드는 어떤 장면을 보고 어떻게 느꼈는지 그리고 자신은 어떤 점이 좋았는지를 쉴새없이 떠들며

뮤즈는 시선은 작곡 작업 중인 화면에 있지만 항상 이쪽을 의식하며 말을 걸 타이밍을 재고 있음이 보였다. 




그럼 잠깐 우리 남친 님 어깨 좀 빌려볼까~




너스레 떨듯이 말하며 다가와서 나의 등에 자신의 등을 기댄 채 책을 마저 읽고 있는 하르페이아의 경우

분명 귀하고 귀한 데이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차분히 책을 읽다가 돌아가는 일이 빈번했다.




할페는 괜찮아?



응? 어떤 게?



혹시 혼자 조용히 책 읽고 싶은 건데 내가 있으면 방해가 되는 건 아닌가 싶어서...



으응?!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거기까지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

내가 사려심이 부족했어.



아니, 난 할페가 괜찮다면 자리를 비워줄까 해서...




하르페이아가 옆에 다가와 어깨에 고개를 기대었다. 




책은 말이야,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환경에서 읽느냐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는거 알아?

일례를 들자면 늘 같은 거리라도 어떤 음악을 들으면서 걷느냐에 따라 인상이 달라지는 것처럼.



내가 가장 편안해지는 사령관 냄새로 가득한 사령관의 방.

가만히 있으면 전해지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의 온기.



정적 속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들려오는 고른 숨소리.

눈이 지쳐 잠시 고개를 올리면 보이는 사랑스러운 모습.



이곳... 으응, 정확히는 사령관의 옆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고

내가 가장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곳이야. 



지금 완전 심쿵했어. 



자신의 감정을 풍부한 어휘로 표현할 수 있는 게 문학 소녀의 장점이지. 



지금은 어떤 책을 읽고 있어?




호기심이 동하여 고개를 돌려 하르페이아가 보고 있던 패널의 화면을 내려다 보자,

하르페이아가 황급히 화면을 가렸다. 




으아앗! 지, 지금은.. 아니, 이 내용은 안 돼!



으응? 어떤 책이길래?



으으음.... 웹소설....

내가 쓴 건 아니고. 요즘 오르카에서 웹소설을 쓰는 게 유행이거든. 



오, 진짜?

근데 왜 보면 안 되는데?



그. 거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어. 배경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필요할 거야.



딱 지금 보고 있는 구절만 읽어줄 수 있어? 



으응?! 내, 내 입으로 직접?



응, 직접 듣고 싶어. 



......




하르페이아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이내 한숨을  푹 내쉬고는 체념한듯이 입술을 떼었다. 




...사, 사령관 님은 하르페이아의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른 엉덩이를 세게 부여잡고는

거침없이 자신의 정액을 콸콸 들이부었다....



으응???!



오, 오해하지 마! 그.... 평소 책을 많이 읽는다는 인상이 있어서인지 검수 요청을 받아서 읽던 거니까!



...누가 쓴 건데?



...일단 오르카 커뮤니티에 게재되는 모든 창작물의 저자는 익명성이 보장되어 있어..



'검수를 요청'했다는 건 요청자의 신원은 알고 있다는 뜻이잖아. 



....혹시.. 사령관이 소설에 나온 게 기분 상한 건 아니지..?

이 아이에게 처벌하지 않는다고 약속해준다면 원작자가 누구인지 알려줄게. 



화를 낼 부분이 어디 있어.

그냥.... 혹시 내가 지금 떠올린 애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야. 



....탈론페더..

으으음, 밀고자가 된 거 같아서 뭔가 복잡하고 미안한 심정이야....



....그럴까? 나는 다르다고 보는데.



으응..? 그게 무슨..




동그란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며 묻는 하르페이아의 무방비한 입술을 덮쳤다. 

놀랐는지 굳어서 잔뜩 올라간 어깨를 살짝 눌러 진정시키고 가녀린 팔뚝을 주무르던 손을

서서히 내려 하르페이아의 풍만한 가슴을 옷 위로 어루만졌다. 




....으응, 너무 갑자기야. 사령관..



때로는 급전개. 어때?



좋아. 좋아해. 사령관.



하르페이아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거칠게 그녀의 셔츠의 중앙을 잡아 양쪽으로 뜯어버렸다. 

바닥에 후두둑 단추가 떨어졌지만 아랑곳 않고 얼굴을 폭신한 가슴 쿠션 사이에 묻고 양쪽 귀를 부비며

한쪽 손으로는 민첩하게 치마의 지퍼를 내렸다. 




이 다음은 스타킹을 찢어서 구멍을 내는 거였지, 아마?



으응? 그게 무슨 뜻... 꺄앗!




등허리를 잡고 무게 중심을 이동시켜 천천히 뒤로 넘어뜨린 다음 이미 반쯤 흘러내려 있는 치마를 벗겨내고

양손으로 허벅지 안쪽을 간지럽히듯 문질러 방심을 유도했다. 갓 구운 빵처럼 말랑한 허벅지 안쪽의 내전근을

엄지 손가락으로 문질러서 스타킹이 일어나자 곧 그것을 잡고 확 찢어버렸다. 


커피색의 스타킹이 찢어지자 그 균열 틈새로 순백의 속옷이 수줍은듯 고개를 내비추고 사령관은 몇일을 굶은

부랑자처럼 주저없이 코를 박고 힘껏 숨을 들이마신 후 목마른 개가 되어 천 위로 핥아서 그 내부를 자극했다. 

머지 않아 실크는 타액과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 반쯤 투명해져 속옷의 용도를 상실했다. 





잠깐 엉덩이 들어볼래.



옆으로 고개를 돌린 채 자신의 검지 마디를 물고 있는 그녀의 귀가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처럼 새빨개진 상태로

마치 복종을 선언한 암캐가 배를 까고 드러누운 것 같은 자세를 한 채 살짝 엉덩이를 들었다. 


흰 팬티의 양옆으로 손가락을 끼운 다음 선물 포장 벗기는 어린아이의 마음처럼 그 과정을 즐기며 찬찬히 벗겼다. 




흐으응, 안 돼... 사령관.. 너무 부끄러워...



이미 어떤 전개가 될지 알고 있잖아? ...내가 알기론, 이제 히로인의 대사는 없고. 




쥐고 있던 팬티를 말아서 앙증맞은 하르페이아의 입안에 문자 그대로 쑤셔박았다. 




시선은 카메라... 아니, 화분을 향할 것. 알지? 



.....!



놀라서 토끼눈이 된 하르페이아가 곧 무언가를 알아챘는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이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한참 후 둘이 재현한 각본의 끝은 예정되어 있었던대로

"하르페이아의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른 엉덩이를 세게 부여잡고는 거침없이 정액을 콸콸 들이부었다."

였다. 





으, 설마 내가 탈론페더의 계책대로 놀아나게 될 줄은 몰랐어..



응, 갑자기 탈론페더가 요즘 오르카에서 유행하고 있는 웹소설이라고 추천해줘서 읽어봤거든.



으으으으음..... 또 '그때 그 영상'처럼 너무 입소문 타면 어떡하지..

그 영상 이후로 우리 부대 애들을 보는 시선이 이전이랑 너무 달라졌단 말야. 



아, 그 '프로젝트 오르카' 때...?



정말, 사령관! 기껏 돌려 말했는데 그렇게 정곡을 찔러버리면 어떡해..



하하.. 미안.

하지만 어쩌면 오르카의 모두가 '웹소설 창작'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로 작용할지도 모르겠네. 



...그거.. 왠지 교보재처럼 활용되는 것 같아서 묘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뭐어, 지금은 솔직히 좋은 게 좋은 거지! 라는 생각밖에 안 드네. 



역시 금발이라 단순한 걸지도.




라며 하르페의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장난스레 말을 하자,




으으, 그런 건 다 선입견이래도...!



라면서 하르페이아는 볼을 잔뜩 부풀리고 뾰루퉁하게 항변했다.

우리 둘은 그후 서로를 바라보며 한바탕 웃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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