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용살자! 오늘도 놀러 왔어요~

방금 걸어오면서 엄청난 거 떠올렸는데 한번 볼래요?



사령관실의 문이 다 열리기도 전에 문 틈새로 몸을 비집고 쏜살같이 닥쳐들어온 블라인드 프린세스가

축구공을 든 채로 쾌활하게 말을 건넸다. 




흐악?! 야, 아무리 뵈는 게 없어도 노크는 하고 들어와야지!



아, 아니... 아무리 막역한 사이라도 그런 말은 좀.....



앗, 그 목소리는 멀린? 아침부터 어딜 그리 바쁘게 외출하나 싶었더니 여기 있었군요.

마침 잘 됐어요. 제가 지금부터 공을 안 보고 리프팅 50개 하는 것을 봐주세요! 

애시당초 안 보이지만!



어휴, 저거 또 시작이네....




블라인드 프린세스는 아랑곳 않고 축구공 리프팅 묘기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일곱.. 여덟..! 저, 입이 너무 아픈데 대신 카운팅 좀 해주세요!



그래. 



자, 잠깐! 아서...?!



...열 하나, 열 둘, 열 셋..


큿, 읍.. 흐읏...



왜 그러시죠, 멀린? 굉장히 숨이, 가쁜 것, 같은데요!

리프팅을 하고 있는 건, 전데 말이죠?



손에 땀을 쥐게 만들 정도로 긴장되는 묘기라서 그래. 

...이십 오, 이십 육, 이십 칠...



응, 그, 으읏... 윽..



.... 오십~! 

수고했어, 둘 다!



후후후..! 이 정도쯤이야 제게 아무 것도 아니죠!

다리가 좀 아픈데, 혹시 잠깐 앉아도 될까요?



응? 아아, 지금 나랑 멀린이 소파에 앉아있긴 한데...

혹시 안내 필요해?



후후, 아뇨. 괜찮아요. 지금 들린 소리의 반향을 통해 좌표를 얻고 주변 사물도 인지되서

직접 찾아갈 수 있어요. 



블라인드 프린세스가 체온을 식히기 위해 반팔티의 아랫단을 잡고 펄럭거리자 실려온 살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아, 아서 지금 불끈했어. 



....생리적인 부분이라... 미안.



아, 아냐. 


멀린, 잠깐 옆으로 비켜봐요. 



라고 말하면서 블라인드 프린세스가 멀린의 양쪽 어깨를 잡더니 번쩍 들어서 옆으로 옮겨 앉히더니

뒤돌아아서서는 거의 몸을 날려 소파 위로 낙하하듯 멀린이 앉아있던 자리에 엉덩이부터 안착했다. 




으엑?! 뭐야, 축축해! 



아, 땀이야! 



땀을 이렇게나...? 뭐, 방안이 조금 습하고 덥긴 했죠. 그렇게나 제 묘기가 박진감 넘쳤나요? 



굉장히 조마조마했어. 



헤헤헤.. 그랬나요? 아, 갑자기 목 마르다~~ 마실 건 없나요?



내 책상 위에 물이 있는데... 가져다 줄까?



후후, 아뇨! 가만히 있는 건 역시 좀이 쑤셔서... 제가 직접 가서 마시죠~

순서가 좀 반대인 것 같긴 한데, 마셔도 되죠? 아, 멀린도 마실래요?



음? 으응... 그럼 나..



멀린은 마실 거 있어. 



어응??!


앗, 그래요? 그럼 그거 한입만 줘요!



아, 안 돼!



왜요? 치사하게 혼자서만 마시겠다 이건가요?



이익, 이... 이.. 이거 민트초코야!



...............



기껏 몸을 얻었는데 그런 게 먹고 싶나요, 멀린....?



블라인드 프린세스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일어나서 책상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 이야기도 들었어요, 멀린. 당신 하의도 입지 않고 돌아다닌다면서요...? 

다 큰 처녀가 아무리 오르카호에 남성이 사령관뿐이라도 그렇지 최소한의 품위는 지켜야지요. 



파하, 잠깐 아서.

야, 블프! 그러는 지는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돌아다니면서...



처녀 아닌데.



철썩! 하고 멀린이 사령관의 등짝을 쳤다. 




응?

뭐, 아무튼. 또 오르카 호 내에는 '미식연구회'였나... 그런 소모임도 있다고 하던데

기왕이면 그런 데에 가서 귀중한 경험도 많이 쌓고 그래요. 

당신 전투 경험만 많지, 육신으로 체득할 수 있는 경험이나 즐거움에 대해서는 무지하잖아요? 



음.... 그래도 지금은 블프보다 멀린이 더 경험이 많.. 으앗!

알았어, 미안해! 깨물지 마!



후후, 둘이 죽이 잘 맞는 것 같아 보여서 다행이예요. 아, 물론! 진짜로 보이는 건 아니지만!



야야, 그런 농담은 진짜.... 



그때, 경쾌한 노크 소리가 울려퍼졌다. 



용살자여, 들어가도 되겠느냐? 이곳에 블라인드 프린세스가 지금 와 있다고 들었다. 



아! 들어와~!



어??! 아, 아, 아서?!



...... 아! 



문이 열리고 사이클롭스 프린세스가 들어왔다. 




이 망할 성녀 녀석아! 같이 점심 먹기로 11시에 보자고 했는데

여기에 있으면 어떡하라는 거냐!



아아, 작은 저!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요? 

죄송해요! 미처 시계를 못봤네요... 보시다시피 시계를 못보는 몸이라!



말도 못하는 몸이 되고 싶지 않다면 입이라도 다물고 있도록 하거라. 



헤헤, 그렇게 됐네요. 사령관! 우리 같이 점심이나 먹으러 갈래요?

작은 제가 살 거래요!



아, 오늘은 소완이 나랑 멀린한테 직접 요리해주기로 해서... 



그런가요? 아쉬워라, 그러면 다음에는 꼭 다같이 식사해요!

작은 저, 서두르지 않으면 꼬리곰탕 고기가 한 개도 남지 않을 거예요!



블라인드 프린세스는 앞이 보이지 않는 거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민첩하게 날아올라서

사이클롭스 프린세스를 제치고 복도를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



....악의가 없는 건 알고 있다만,

적어도 둘다 옷 정도는 입고 있거라. 



......


죄송합니다....




-fin



바야흐로 대문학의 시대 ~흥! 할페 삐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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