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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란: 세환씨. 저 일을 해보고 싶어요.




함께 일상을 누리던 어느날, 거실 한켠에서 PC로 인터넷을 하고 있던 금란이 대뜸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 일? 돈 벌려고?



금란: 네. 생각해보니까 마냥 집에서 놀기만 할 순 없을거같아서...




벌써 그런 생각을 다 하다니, 속으론 금란이 대견했지만 곧이어 여러가지 걱정스러운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나: 괜찮겠어? 지금은 나 혼자만으로도 어느정도 생활은 가능한데...



금란: 그래도 이곳에서 조금 살아보니까 다들 놀지 않고 일을 하는 걸 보고 저도 조금 동기가 생겼달까요... 그리고 언제까지 우리 둘만 살 순 없잖아요. 



나: 어...음... 그렇지. 그런데 그렇게 빨리 생각할 줄은 몰랐어.



아, 금란은 이미 우리의 미래까지 생각하고 말하는 거구나. 그래도 아직은 동거이지 정식 혼인관계는 아닌데 말이다. 

그럼에도 금란은 나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나보다. 언제까지 나의 도움을 받아먹지만은 않겠다는 듯이.


물론 금란은 우리집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배틀메이드였던 실력은 어디 가지 않아서 기본적인 가사는 할 줄 알았다.

요리, 청소, 빨래 등등... 


근데 우리집은 애초에 내가 가사를 좀 편히 하려고 세탁/건조기 세트에 식기세척기에 로봇청소기에... 아무튼 손이 많이 가지 않는 방향으로 가전을 구비해놓은 터라 금란의 부담은 많이 적었다. 그리고 내가 같이 도와주기도 하고.





금란: 그러니까 언젠가 우리가 가정을 꾸리면 아이들도 생길꺼고... 그러면 돈이 많이 든다고 들었어요. 세환씨가 돈을 못번다는 게 아니지만 맞벌이로 하는게 나중에 아이 키우는데 드는 지출을 감당하는데 훨씬 좋다고 해요.  



나: 음... 그렇긴 하지... 그래도 금란이 조금 더 세상에 적응해보고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금란은 스스로 계획을 다 세웠구나.




나는 금란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미소지어줬다. 금란도 나에게 좀 더 다가와 내가 편히 볼을 쓰다듬을 수 있게 해줬다.





나: 근데말이야.... 돈을 벌려면 일단 취직을 해야 하는데... 취직할려면 학력이 있어야 하잖아.




금란: 아...그렇죠... 하지만 저는 학력이 없으니...




나: 그럼 취직 전에 일단 검정고시부터 붙어야 할거같은데... 흠... 최소 고졸은 되어야 취직이 수월해지거든. 그럴려면 고졸 검정고시를 봐야 하는데 고졸 검정고시를 볼려면 중졸 검정고시를 먼저 합격해야해. 중졸 검정고시를 볼려면 초졸 검정고시를.... 와.... 몇개를 봐야 하는거야...?




금란: 그런가요?? 처음부터 고졸 검정고시만 보는게 아니에요?



나: 응... 해당 고시의 직전 학력을 증명해야 볼 수 있는거라서.



금란: 많이 어려울까요? 살면서 공부라는 걸 해본 적이 없는데...




나: 그런 사람들을 위해 있는 시험이 검정고시니까. 그리고 금란은 지식이 아예 없는게 아니잖아. 충분히 할 수 있을꺼야.




금란: 음.... 이곳에 와서 계속 도전의 연속이네요.




나: 기다려봐. 혼자 공부하기엔 공부 노하우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까... 학원좀 알아보자.





나는 곧장 인터넷으로 검정고시 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초졸부터 고졸까지 모든 커리큘럼이 있는 학원을 중점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금란도 내 옆에서 진지하게 PC화면을 보기 시작했다.

몰랐겠지. 그저 나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 일을 하겠다는 건데 지금상황은 오히려 내가 더욱 금란을 도와주는 형국이 되어버렸으니.

그런데 나는 오히려 금란이 대견하고 좋은 고양감을 느꼈다. 이렇게 나를 생각해주는 여인을 두고 도움의 손길을 안 보여줄 수 있을까.



이윽고 우리는 가까운 거리에 고시학원 몇 군데가 있음을 알고 돌아다니면서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오늘은 시간이 안되서 포기하고 내일 내가 오후반차를 써서 금란과 함께 돌아다녀볼 생각이다.





나: 일단 멀리까지 가서 학원다니면 힘들기도 하고, 근처에 가까운 곳부터 둘러보도록 하자.



금란: 알겠어요 세환씨. 감사해요.



나: 내가 더 고맙지. 어떻게 돈을 벌 생각을 하다고. ㅎㅎ



금란: 생각나는게 그거밖에 없던걸요 ㅎㅎ



나: 아이구 우리 기특한 아가씨.





나는 금란을 가볍게 안아주며 등을 토닥여줬다. 금란은 쑥스러운지 그저 내 품에 발개진 얼굴을 묻을 뿐이었다.











다음날.






우리는 대충 세군데의 고시학원에서 상담을 받아봤다.


학원마다의 커리큘럼을 비교해보며 강의일정, 등록비용 등을 면밀하게 따진 후 그 중 한 곳을 선택했다.


집과도 그리 멀지 않고 등록비도 비교적 합리적이었으며 -물론 싼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초/중/고 검정고시를 모두 맡아서 해주며 커리큘럼 진행 과정 중 고시를 합격하면 곧바로 다음 단계 커리큘럼으로 이행 가능한 방식이 우리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첫 수업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 매주 월/수/금 수업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번주는 최대한 많이 데이트를 해줘야지. 





나: 금란. 다음주면 학원 다니느라 많이 못 놀 수도 있어.



금란: 그렇겠죠. 그래도 노는 걸 조금 줄여야 제가 목표로 한 것을 이룰 수 이겠죠.



나: 각오가 대단한데?



금란: 처음엔 많이 불안했는데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나: 오오, 좋은 마음가짐이야. 그러면~ 이번주는 데이트를 많이 해볼까~



금란: 뭐에요. 앞으로 자주 못 노니까 이번주에 다 뽑아내려는거?



나: 응? 데이트 싫다고?



금란: 아니 싫은건 아닌데...



나: 하하하, 저녁데이트 후 파스타 먹으러가자고 하면 그렇게 좋아죽으면서.



금란: 아이 진짜 세환씨....



나: 선물같은 데이트 해주려구 그런다 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 부담 덜어주겠다고 스스로의 인생계획을 밝힌건데 그 정도는 해줘야지. 



금란: 으... 세환씨....



나: 응? 나 안사랑해?



금란: 갑자기 그 소리는 왜 나와요?!........이미 얼굴에 다 표시난거 알면서...



나: 내가 이래서 금란을 좋아하는거야. 감정에 솔직한듯 하면서도 결정적일땐 이렇게 쑥스러운 아가씨가 되니까 하하.



금란: .....몰라요....



나: 알았어. 장난 안칠께 ㅎㅎ 조금 더 가면 신촌이니까 가서 맛있는거 먹자.




우리동네에서 지하철로 몇정거장이면 나오는 신촌, 홍대가 우리의 주된 데이트 코스였다. 금란이 유독 좋아하는 데이트 장소이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그 누구보다도 딱 달라붙어 저녁데이트중임을 사방팔방에 보이며 함께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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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란의 QnA]




안녕하세요. 


제 남편이 쓰는 글을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 글은 저와 남편이 부부가 되기까지의 과거 이야기를 다룬 거에요.


처음엔 무슨 생각으로 이 글을 쓰냐고 조금 타박 아닌 타박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달달하다, 부럽다" 같은 반응들이 많아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지금 남편은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어요. 간만에 오므라이스를 해주겠다나요? 


그래서 저는 이 참에 여러분들께 받은 질문을 답해보려 해요. 


어디 질문을 볼까요.



Q: 현실로 넘어오면서 편해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A: 무엇보다도 안전하고 자유로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을 살다가 미래를 계획 할 수 있는 곳에서 사니까 정신적으로 편해진거같아요. 아무리 저항군이 좋은 곳이라고 해도 그곳은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곳이거든요. 바이오로이드로서 갖고 있던 생각의 제약도 사라졌으니 그 점 또한 편하네요.



Q: 만약에 앨리스라던가... 배틀메이드 한명 더 넘어와서... 세환씨 정실 자리를 노린다면??

A: 이건 오히려 간단히 답할 수 있어요. 여기는 현실세계에요. 또 다른 자매가 넘어온다 해도 각자의 삶의 길을 선택할 거라고 봐요. 그리고 우리 남편은 저만 바라보고 저도 남편만 바라보니까... ㅎㅎ 자매들이 더 잘 알고 이해할거라 생각해요.



Q; 메이드니까 가사노동은 잘함?

A: 당연하죠~! 근데 워낙 남편이 가전제품을 잘 구비해놔서 (혼자사는 집이었기 때문에) 가사에 손이 별로 안가요. 



Q: 금란씨의 라스트오리진 최애케는 누구?

A: 모두 사랑하는 자매들인데... 음... 한명만 고르라면... 같은 배틀메이드의 콘스탄챠양? 개인적으로도 친했고 대화도 많이 했거든요.



Q: 오팬무?

A: 금란의 남편입니다. 금란이 부끄러워서 방으로 도망쳤어요. 저도 이거 물어볼려면 각오 많이 해야해요. 그래서 오늘은 분홍....(등짝 스매시) 

(잠시 후) 우리 남편이 했던 말은 그냥 잊어주세요. 잊어야 합니다.



Q: 티라노 vs 트리케라톱스

A: 티라노. 타이런트가 생각나서.



Q: 가장 그리운 순간은?

A: 라스트오리진 하면서 제가 겪었던 일들을 다시 스토리로 접할 때. 그래도 지금은 남편이랑 사는게 더 행복해요.



Q: 애는 몇명이 좋아요?

A: 저는 힘 닿는데까지 인데 남편은 딱 두명만 낳자고... 그러면서 관계가질 때 맨날 마지막순간에 자기가 책임져주겠대요.



Q: 감도 3000배에서 1배로 돌아온 기분은?

A: 내면의 평화. 세상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기쁨.



Q: 오르카로 돌아갈수있는 포탈이 재생성된다면 돌아갈의향은 있는지?  

A: 아니요. 확실하게 아니요. 우리 남편 두고 어딜 가요.



Q: 속궁합은 어느 시절이 더 좋음? 사령관? 아님 폰에서 나왔을때?

A: 게임안에서는 해본 적이 없는데요. 아, 전에 사령관과 잤을 때는 말 그대로 잠만 잔거라서...

남편이랑은 음.... 부끄러워요... 그래도 매번 좋아요. 남편은 밤에 달달해지거든요. 근데 이거 말해도 되나?




아, 남편이 오므라이스 다했대요. 

그럼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