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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지키 쇼가 집을 나서자 문 밖에서 기다리던 후루카와 형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쇼쨩! 오랜만이네.”

후루카와는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니지키는 그 옆을 관심없다는 듯,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지나쳤다.

“쇼쨩, 지금 어디 가는 거야.”

후루카와는 니지키가 지나가자 살짝 당황하더니 웃으며 그 뒤를 쫓았다.

“형사님이 여기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야쿠자들이 뭐하나 감시라도 하는 겁니까.”

“큰집에서 나왔으면 선물을 돌리진 못해도 와서 인사라도 하는게 예의 아니냐. 덕분에 새 사람이 되었습니다! 같은 거 말야.”

“언제적 시절인가요. 최소한 제가 태어나기도 전의 옛날 같은데요. 지금 그랬다간 부패경찰로 사이좋게 빵에 들어갈 겁니다.”

니지키가 차문을 열려 하자 후루카와가 손을 뻗어 막았다.

“뭐죠? 저도 바쁜 사람입니다.”

“자자, 너무 그러지 말고. 이래저래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말야.”

니지키는 힘으로 차문을 열려 했지만 후루카와는 몸을 날려 니지키가 문을 열려는 것을 막았다.

“지금 큰형님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늦게되면 책임이라도 지시렵니까?”

“약속이라면 어쩔 수 없지. 야쿠자에게 명분과 의리 빼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니지키가 노려보자 후루카와는 순순히 물러났다. 니지키는 한숨을 쉬며 차문을 열었다.

“이야기는 가는 길에 하는 걸로 하지.”

니지키보다 먼저 후루카와가 차문을 열고 조수석에 올라탔다. 그 모습을 보고 니지키는 진심으로 욕을 하려다 참았다.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라면 차째로 도쿄만에 버릴 테니 그렇게 아세요.”

그렇게 말하며 니지키는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았다.

“첫번째 이야기로는 네 형님의 일은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거야.”

첫번째. 얼마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면 번호를 붙일 정도란 말인가.

“며칠전 장례식에 가지 못한 것도 미안하게 생각해. 신센카이 직계 간부의 장례식이잖냐. 배정된 경찰 외에는 아무도 접근을 못하게 했거든.”

“그러면 가는 길에 부조금이나 놓고 가시죠.”

니지키는 시동을 걸며 말했다. 액셀을 밟자 고급세단은 부드럽게 골목을 빠져나왔다.

“이래봬도 야마다 그녀석이랑은 악연이 많아서 말야. 이렇게 끝날 지는 아무도 몰랐겠지만. 조장이 아니라 3차단체의 말단조직원일 시절부터 알고 지냈으니까. 그때는 그냥 길에 널린 양아치인줄 알았는데 그렇게 클줄은 몰랐어.”

“조의를 표하러 온 건지 시비를 걸러 온 건지 확실히 하시죠.”

니지키는 핸들을 꽉 붙잡으며 말했다. 세간에서 어떻게 보든 니지키에게 야마다는 하나뿐인 큰형님이었다.

“두번째 이야기는 네 큰형님이 왜 죽었는지를 내가 수사하고 있다는 거야.”

그 이야기는 어렴풋이 듣고 있었다. 야마다조를 담당하던 형사가 야마다 켄지의 죽음을 수사하고 있다고. 잘 해보라지. 니지키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자신의 앞에 나타날 줄은 예상도 못하고 있었다.

“이건 명심해야해. 경찰에서는 너를 제1용의자로 보고 있어. 다만 용의자라는 이유로 구속했다가는 무슨 후폭풍이 일어날지 모르니 증거수집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지.”

그렇게 말하며 후루카와는 점퍼에서 액상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가 버튼을 누르자 입에서 흰 연기가 새어나왔다. 니지키는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조수석의 창문을 열었다.

“너무 춥지 않나?”

“담배 피울 거면 그 정돈 참으시죠. 자기 차도 아니면서.”

니지키는 후루카와의 투정에 이를 악물고 말했다.

“여튼, 아직 네가 무슨 일을 했다는 증거가 없는 한 경찰은 너를 안건들 거야. 건들 이유가 없지. 이대로라면 네가 신센카이 직계가 될텐데. 경찰은 범인을 잡고 싶은 거지, 괜히 가만히 있는 조직 들쑤셔서 권력의 공백을 만들려는게 아니거든.”

“그것 참 다행이네요. 아무것도 안하고 빵에서 썩고 있었는데 하지도 않은 죄로 잡혀가지 않아도 된다니요.”

니지키는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야마다의 명령이라면 누구라도 죽일 수 있었지만 누구의 명령이라도 야마다를 죽일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냐. 괜히 경찰 의심 살 일을 받지 말란 거야.”

“이유없이 담당형사랑 차를 타고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심받을텐데요.”

“이건 논외야.”

편하게도 생각하네. 니지키는 후루카와 같은 사람이 싫었다. 능글맞은 것이 자신과 비슷하기 때문이었을까. 아니, 이정도로 옆사람이 짜증나게 할 사람은 아니었다.

“세번째 이야기는 뭐죠? 생각보다 빨리 도착할 거 같은데요.”

니지키는 빠르게 이야기를 듣고 후루카와를 쫓아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세번째 이야기보다는 조금전 이야기의 연속이야. 야마다의 죽음에 대해 생각나는게 있어? 뭐라도 좋아.”

“그게 본론입니까? 경찰서로 오라고 해도 올 것 같지 않으니 불쑥 찾아와서 묻는 건가요?”

“사무소로 출두명령서 보내거나 경찰들이 찾아가면 가오가 안살잖아? 다 너를 배려하는 거야.”

배려는 무슨. 민폐만 끼치고. 니지키는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어차피 뭐라 해도 제 대답은 같아요. 이쪽도 알고 싶어 답답하다고요. 그럼 이쪽이 질문할까요. 큰형님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수사에서 밝힐 수 있는게 생기면 위쪽에서 공식으로 발표할 거야.”

“대답할 수 없는 건가요, 대답할 게 없는 건가요?”

“노 코멘트.”

“대체 대답할 수 있는 게 뭔가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는 것.”

니지키는 주먹을 쥐고 클락션을 때리려다 간신히 참았다.

“우리도 제대로 된 단서가 있다면 이렇게 너를 찾아올 리가 없겠지. 얼마나 답답하면 너를 만나러 오겠냐. 네 큰형님이 하던 돈벌이랑 연관이 있는 거 아닐까 싶은데.”

“저도 빵생활이 길어서 요즘 형님들이 무슨 일로 돈을 버는지 잘 알지 못해요. 그리고 밝힐 수 있는게 생기면 112로 신고할 테니 그쪽으로 기대하고 계세요.”

“24시간 기다리고 있지.”

비꼬는 말도 제대로 공격으로 들어가지 않는 상대였다. 니지키는 반쯤 포기한 상태로 물었다.

“그래서, 세번째 이야기는 뭔가요?”

“경찰 상층부에서는 최근 다발하는 총격사건 때문에 난리야. 그래서 민간인이 아닌 야쿠자가 얽힌 이 사건은 빠르게 종결시키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어.”

도쿄역 근처의 보좌관 총격사건과 전날 있었던 에비스 총격사건. 정말로 뒤숭숭한 요즘이었다. 심지어 에비스 총격사건은 경찰 간부의 오판으로 사건이 더 커졌다는 논란까지 있었다. 어떻게든 다른 일로 물타기하고 싶어 죽을 지경일 것이었다.

“그래서 가장 유력한 용의자에게 뒤집어씌우고 결론을 내자는 이야기가 돌고 있어. 그게 무슨 소린지는 잘 알고 있겠지.”

유력한 용의자. 니지키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니지키만큼 좋은 이야기도 없을 것이었다. 교도소에 간 앙갚음으로 조직원을 살해하고 그 틈을 타 조직의 탑으로 올라가려 했다. 게다가 야쿠자였다. 경찰 입장에서는 진실따위는 상관도 없었을 것이었다.

“왜 제게 이 이야기를 해주는 거죠?”

“나라면 조직은 포기하고 이 나라를 뜰 거니까. 경찰이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인터폴까지 협력해가면서 외국의 용의자를 잡으려 하지 않을 거야.”

“아니, 애초에 왜 그 이야기를 하는 거죠. 형사님이야 말로 이 사건이 종결되면 가장 이득을 볼 사람 아닌가요.”

“나? 첫번째, 나는 네가 범인이 아니라는 걸 믿어. 두번째, 나는 죄인을 잡아 승진하는게 목표가 아니라 진실을 알고 싶은 거야. 세번째, 나는 이 수사에서 참고인역할이지, 담당 수사관이 아냐. 그 짜증나는 공안놈을 훼방 놓으려면 이정도는 해야지.”

능글맞은 형사였다. 아무 이유도 없이 인사나 하고 정보나 얻으려 니지키를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아, 나는 여기서 내려주면 돼. 이 역에서 경시청까지는 지하철로 한번에 가니까.”

니지키는 후루카와의 말에 차를 길가에 세웠다.

“형사님, 이대로 같이 도쿄만 구경이라도 하시죠.”

“농담마. 니네 야쿠자들 만나러 가는 거잖아. 아까도 말했으면서.”

액상담배를 주머니에 넣은 후루카와는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후루카와를 내려준 니지키는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졌다.

“네번째. 네가 사라지면 신센카이 직계 니지키조도 볼 일이 없겠지. 야마다조는 이대로 와해되는 거야. 신센카이의 큰 기둥중 하나가 사라지는 거지.”

니지키의 차가 지난 방향을 바라보며 후루카와 형사는 조용히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