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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센카이 본부는 후지산과 스루가만이 동시에 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야마토장. 내부의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다. 초대 신센카이 회장이 붙인 이름이었다. 야마토 정신으로 시대를 관철한다. 지금도, 당시에도 시대에 뒤떨어진 이유로 붙은 것이었다. 당시 누구나 촌스럽다고 생각했지만 누구도 입에 내지 않았다.

그것은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난 지금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이름을 바꾸고 싶었지만 그것이 초대의 결정인 이상 아무도 감히 그럴 수 없었다. 죽은지 40년이 넘은 초대 회장이었지만 그만큼 그의 업적은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니지키는 멍하니 문의 명패를 바라보았다. 大和. 왜 저 한자가 야마토로 읽히는 건지 볼 때마다 궁금한 그였다.

오늘은 신센카이 주요간부들이 모이는 중요 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동시에 니지키의 운명이 결정지어지는 날이기도 했다. 니지키의 조직이 엔도조의 아래로 들어가는 것은 니지키와 엔도의 결정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신센카의 주요 간부와, 무엇보다도 회장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니지키는 문 밖에서 조용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추운 한겨울이었지만 그런 내색은 할 수 없었다. 아무리 한 조직의 우두머리라 한들 이 야마토장의 주인인 현 회장에 비하면 낮은 사람이었으니 말이었다.

야마토장의 주차장에는 수많은 검은색 세단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각 차의 옆에는 신센카이의 주요간부들이 서있었다. 바깥에는 수많은 경찰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방패를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경찰들에게 이 야마토장은 그 존재만으로 시즈오카 현경에 대규모 조직범죄 부서를 배치할 정도의 위용을 가지고 있었다.

니지키는 이 추위에 벌벌 떠는 것은 자기 혼자가 아님에 내심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슬쩍 시계를 보았다. 벌써 2시간이 지나갔다. 회의는 언제나 길었다. 동시에 언제나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니지키가 서있는 왼편의 차량의 뒷좌석 유리창이 스르륵 내려갔다.

“어이, 니지키!”

오쿠하시. 엔도조의 부두목이었다. 예전에는 몇번 본적이 있다 정도의 사이였다.

“일로 들어와봐.”

오쿠하시가 뒷문을 열어주자 니지키는 주변 눈치를 보다 오쿠하시가 탄 차로 들어갔다.

“건방진 새끼가!”

니지키가 앉자마자 오쿠하시는 손바닥으로 니지키의 뒷통수를 때렸다. 순간 니지키의 시야에 별이 보였다.

“형님께 부자의 술잔을 나눠달라고해? 술잔이 니멋대로 주고받고 그러는 건지 알아? 이새끼가 야쿠자가 장난질인줄 아나?”

“형님, 죄송합니다.”

“말만 하면 다야?”

오쿠하시는 다시 니지키의 머리를 때렸다.

“형님은 말야, 네가 한 짓을 변호하기 위해 저 회의장에서 다른 간부들을 설득하고 있어. 자칫하면 우리 조직에도 영향이 갈 수 있는 걸 너를 위해 도와주시는 거라고.”

오쿠하시는 야마토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회의가 길어지는 이유는 아마도 납득하지 못한 간부가 있거나 회장님이 납득하시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너는! 거기서! 멍때리고! 있냐?!”

오쿠하시는 느낌표 한번마다 니지키의 머리를 때리며 말했다. 눈을 뜰 새도 없이 맞은 니지키였지만 불만은 입으로 내지 않았다. 얼굴로도 드러내지 않았다.

“복수하겠다고? 지금이 에도시댄줄 아냐, 이 바보색꺄!”

“죄송합니다.”

니지키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지만 돌아온 것은 뒤통수의 얼얼함뿐이었다.

“형님이 아니었으면 이걸로 끝나지 않았어.”

“감사합니다!”

무엇에 감사한 걸까. 때려준 것에 감사라도 해야 하는 건가.

“감사는 나중에 형님이 나오시면 해. 그래서, 복수는 어떻게 할 건데.”

오쿠하시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복수의 방법. 니지키 역시 찾고 있던 것이었다.

“큰형님께서 조직을 받아주신 덕분에 조직원들을 보내 단서를 찾고 있습니다.”

“단서는 무슨. 그래서 알아낸 건 하나도 없잖아.”

오쿠하시는 혀를 차며 말했다. 니지키는 화가 났지만 사실인 것이 더욱 분했다. 며칠간 조직원을 풀어 정보를 찾도록 했지만 단서라고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단서를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주위 건물들 CCTV나 차량 블랙박스를 뒤져도 누구의 소행인지 알 수 없었다. 알아낸 것은 범인으로 추정되는 몇대의 차량 후보뿐이었다.

“그러면서 뭐가 복수란 거냐. 병신 같은 짓은 그만두고 돈이나 벌 생각을 해. 네가 야마다조에 있으면서 제일 잘 한게 그거잖아. 돈 하나는 기깔나게 잘 벌어오는 애가 돈을 커녕 복수 같은 어울리지도 않는 걸 한다니.”

오쿠하시의 말이 맞았다. 며칠간 니지키가 느낀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정답을 찾을 수 없는 수수께끼는 자신에게는 맞는 일이 아니었다. 차라리 어딘가에 가서 깽판을 치고 협박을 하고 때려서 정보를 얻는 것이 차라리 자신에게 맞는 일이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처음 시작할 때는 명확하게 보이고 있었다. 범인의 차를 찾아서 그것을 토대로 범인들을 추적한다.

그러나 첫 단추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자 그 이후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그 이전에 이후라는 곳으로 진전조차 할 수 없었다.

“아직 늦지는 않았어. 회의장에 들어가서 회장님께 술잔을 달라고 하거나 엔도 형님 아래에서 열심히 일을 하거나. 복수라면 몰라도 후자는 내 힘으로도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저는 무슨 일을 해서라도 이 복수를 마칠 겁니다. 그를 위해 저는 손가락을 바치면서까지 엔도 형님의 밑에 들어갔습니다.”

“손가락은 무슨. 손가락은 사람에게 10개는 있고 마디는 28개나 있어. 그중 하나 없어진다고 별 거 있기나 하냐. 하지만 사람 목숨은 하나야. 그건 명심해라.”

“형님들 나오십니다.”

바깥에서 기다리던 조직원이 창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회의가 끝난 모양이었다. 오쿠하시와 니지키는 서로 반대방향 문으로 나왔다.

“수고하셨습니다!”

바깥에서 기다리던 조직원들이 일제히 몸를 숙여 인사를 했다. 회의를 끝낸 조장들은 각자의 차로 돌아갔다.

“수고하셨습니다!”

엔도가 다가오자 니지키는 다시 한번 몸을 숙여 인사를 했다.

“니지키는 차로. 오쿠하시는 잠시 기다려.”

엔도가 차에 올라탔고 니지키는 서둘러 그 뒤를 따랐다.

“회의에서 결정되었다. 니지키조는 엔도조의 하부조직으로 들어온다. 회장님께서 허락하신 사안이다. 몇몇 간부들이 불만이 있는 모양이다만 니지키조의 하부조직을 분산하는 것으로 어떻게든 협상을 할 수 있었어. 여전히 불만이 있는 자들은 있는 모양이다만.”

엔도는 그렇게 말하며 바깥의 몇몇 조장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니지키는 면식이 없는 조장들이었다.

“회장님은 아무래도 네 추신구라 이야기에 감명한 모양이야. 그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붓으로 이런 글자를 써주시더군.”

엔도는 니지키에게 두루마리를 펼쳐주었다.

“추신구미.”

충신조. 추신구라의 충신과 조직의 조를 합친 명칭이었다.

“회장님께서는 네 조직을 이렇게 불렀으면 좋겠다고 하시더군. 만일 복수에 성공한다면 야쿠자 역사에 길이 남을 조직이 될 거라면서 말야.”

그렇다면 좀 더 있어보이는 이름을 줘도 되지 않았을까요. 그런 말을 간신히 참고 니지키는 말했다.

“감사합니다.”

“혹시 조직 이름에 대해선 생각해둔게 있진 않았겠지?”

“네. 워낙 바빠서 아직 사무실도 정리 못한 참이었습니다.”

이제는 이 두루마리에 적힌 이름의 팻말이 사무실에 달리게 되겠지. 신센카이 직계 추신구미. 그 이름이 니지키의 조직의 이름이었다.

“조금은 서두르는게 좋을 거야. 조만간 너와 내가 술잔을 정식으로 나누게 되면 여러 사람들이 사무실에 드나드게 될 테니까. 좋은 모습은 보여줘야하지 않겠어?”

“짬을 내서 준비하겠습니다.”

“그럼 기다리고 있지.”

그렇게 말하며 엔도는 니지키에게 나가봐도 된다는 손짓을 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니지키는 조심히 문을 열고 나와 엔도에게 인사를 했다. 차문이 닫히고 엔도가 탄 차량은 야마토장을 빠져나갔다.

니지키는 가만히 서서 다른 차들이 모두 야마토장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다.

“형님. 우리도 이제 돌아가죠.”

니지키의 조직원이 다가와 말했다. 니지키는 받은 두루마리를 조직원에게 건네주고 차에 올라탔다.

“히노. 회장님께서도 기대하고 계신다. 이건 절대로 실패하면 안돼.”

야마다를 위해서도 실패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복수를 달성한다. 그것 하나가 니지키 쇼의 유일한 목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