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 [라오문학] 몽구스팀의 실전 훈련 

ㅇㅇ(218.50)



"바보 발견!"



핑크 머리의 그녀가 가볍게 중얼거림과 동시에 경쾌한 사격음이 함께했다.

그녀의 대물저격총에서 발사된 총알은 수백 미터 떨어진 한 여인이 안고있던 갓난아기의 머리를 꿰뚫었다.

연약한 두부와도 같은 아기의 머리는 그녀의 12.7×99mm 탄의 충격을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그 형체는 수박이 터지듯이 비산되어 흩어져 날아갔다.



화약의 냄새

불가사리는 뒤에 걸터앉아 턱을 괴고 자신의 옆에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바보 한명 더!"



머리가 사라진 빈 몸뚱아리를 안고 정신이 나가있는 여인의 머리 역시 사라져 산산히 흩어졌다

자신이 낳은 사랑하는 아기와 함께 마지막 형체나마 섞인 것은 그녀의 숙원이었을지도 모른다



T-14미호.

먼 거리의 적들을 날려버리는 스페셜리스트 스나이퍼.

그 이름에 걸맞게 그녀가 노린 목표는 빗나가는 법이 없다.



이 녀석 혼자 신이 나 있구나

불가사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훈련에 좀 성실히 임하지 그래?"


"난 할게 없는걸... 하음..."



하품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미호는 얼굴을 조금 찡그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에게 귀중한 훈련중의 시간을 투자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는지 그녀는 다시 저격총의 스코프에 눈을 맞추었다.



"훈련도 실전처럼 하라는 홍련대장의 말 못 들었어?"


"하암... 사실 내겐 훈련이나 실전이나 다 비슷비슷하다고"



하긴 그렇긴 그렇다.

불가사리. 그녀의 주 임무는 방어가 엄중한 철통지역에 돌입직전 거대한 파일 벙커로 벽에 구멍을 뚫어 부대원들이 진입할수 있도록 하는 보조병과일 뿐이었다.

전면적인 전투에는 크게 어울리지 않는 병과이다. 총알이 난무하는 전쟁터에 이 짤막한 파일드라이버로 무엇을 한단 말인가. 공격하러 접근하는 도중 벌집이나 되어 버릴 것이니까.



게다가 지금같은 훈련 상황에서도 딱히 쓸모가 없다

생각해보면 참 쓸데없는 기종이로군 나도

불가사리는 하품을 하며 그렇게 생각했다.

굳이 벽을 뚫는데 병과를 만들필요 없이 진입부대원들에게 c4를 소지시키는 것이 훨씬 다재다능하고 상황별 대처도 빠를텐데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불가사리는 그 "훈련"이 벌어지는 지역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어느 한 마을. 어느정도 규모는 있는 마을로 촌이나 읍은 아니고 동 정도는 되려나 그녀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곳이 오늘의 훈련 지역이다.

훈련 개요는 테러리스트 단체의 본거지가 발견되었다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소탕작전



작전 시간은 2시간. 빠른 시간내 적진 소탕을 위해 진행하는 훈련이다.

해당 지역의 인원은 모두 테러리스트와 그 테러리스트들의 가족이라고 가정되어 있다


"그 가족역시 잠재적 테러리스트예요. 그 사슬을 끊어 주어야 합니다"


훈련 시작 전 지휘관 홍련이 그렇게 말했었다.



이들은 시민이 아니라 테러리스트들이다. 소아와 여자들도 그 테러리스트들의 가족이다. 그들역시 아비의 죽음을 앙심으로 삼아 성장하면 폭탄을 쥐고 블랙리버 건물에 뛰어들 잠재적 테러리스트들이다. 그 싹은 모두 없애야 한다.


"하지만 이건 훈련이잖아"



훈련이라 함은 당연히 실전이 아니다. 따라서 지금 몽구스 팀이 학살하고 있는 대상은 당연히 테러리스트들이 아니다. 실전에 대항하기 위해 하는 훈련일 뿐이다.


"아까부터 뭘 계속 쫑알거리는거야!"



미호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보아하니 목표가 빗나간듯 했다.

그녀는 노린 목표가 맞지 않으면 상당히 초조해하며 신경질적이 된다.



"아~아 훈련인데 너무 열내지 말라구~"


"아까 말했잖아! 훈련은 실전처럼! 홍련대장 말을 뭘로들은거야? 이 땡보가!"


"예이 예이 그럼 이 땡보직은 이만 사라질게"


그녀는 자신의 거대 송곳을 챙겨 후방의 저격진지에서 뛰어내려 아비규환의 현장인 마을 안으로 걸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무런 대비나 방어책 없이 터벅터벅 걷는 그녀였으나. 별다른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 그녀가 가는 곳에는 그녀을 해할 수단을 가지고 있는 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미 도시는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변해 있었다. 그녀의 부대 몽구스 팀이 도시를 습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군대와 테러리스트들과는 무관한 단순한 민간인이 사는 마을에 그녀들이 들어와 마을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었기에 말이다.

이것은 모두 예정된 것이며. 그녀들의 폭주가 아니다



지금 이곳은 과거에 북한이라고 불렸던 곳.

연합전쟁 이후 이미 붕괴되어 기업 연합들의 공동 점령지였다.

북한이라는 국가는 이미 붕괴했기에 그 민간인들을 보호해줄 존재는 이미 없다.



마을 전체를 활보하는 그녀들의 총구 앞에서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는 인간들. 과거 이 국가는 독재와 인권탄압으로 악명이 높은 곳이었다고 하더라. 하지만 국가를 운영하던 것은 상층부 몇 사람뿐이며 실제 죽어가는 그들에게는 별다른 죄는 없을 것이다.

히지만 그렇대도 훈련 목표가 그들로 정해진 이상 그녀들은 그들을 말살해야 한다.

불가사리 그녀의 눈 앞에서 스틸 드라코가 샷건으로 한 중년 남성을 다리를 쏘고 쓰러진 그의 머리를 방패로 내려쳐 부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그 남자의 아내인 듯한 사람이 절규하는 모습. 하지만 그녀역시 곧 드라코의 샷건에 맞아 생명이 지워져 간다.

애통과 비탄만이 가득한 거리. 하지만 사신이 된 그녀들이 그 슬픔을 기억하는 것은 없고 또 다른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이동한다.


"아하하! 히어로가 간다 이 악당들아!"



공중을 날아다니는 그녀가 웃을때 사람들은 절규했다. 온몸의 신경이 비명을 지를 정도의 거대한 소리가 대기를 진동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녀의 웃음만으로 사람들은 야차의 천재지변을 만난것 마냥 땅에 웅크리고 번민했다.



분명히 그녀는 지금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그들을 번뇌시키는 것을 보며 분명한 우월감을 느끼고 있을 터이다.



발에 장착된 프로펠러를 의지해 공중을 날며 하늘에서 그들을 쏘아 죽이는 핀토.

3연속 공중제비를 돌 만큼 매우 신나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그녀의 총구 아래 수많은 목숨이 사라져 가는데 어째서 그렇게 웃을수 있는 것일까.



그녀는 핀토가 싫었다. 항상 이야기를 할 때면 불쾌했다. 지금도 쾌락살인범이 된 마냥 환하게 웃는 그녀를 볼 때마다 소름이 끼쳤다.



저편에서 다른 불가사리가 보인다. 그녀는 손에 든 거대 송곳으로 사람들을 차례차례 꿰뚫어 간다.

근접전을 하기에 직접적으로 피를 수차례 뒤집어쓴 그녀의 모습을 보니 불쾌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자신의 모습을 하고 피칠갑을 하고있는 그녀를 보자 왠지 욕지기가 올라올것 같아 다른 골목으로 발걸음을 틀었다.



거기엔 다른 스틸 드라코가 있었다.

이 드라코는 무엇인가 달랐다. 평소의 바보같은 웃음이 감도는 그녀가 아니었다.

무표정이라고 할까 졸린 얼굴이라고 할까. 얼빠진 일반적 그녀와 다르게  얼굴에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쏘아가는 그녀의 자세에 일절 동요하는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담담하게. 너무나 담담하게 도망치는 사람들에게 소지한 샷건을 쏘아 간다.

그녀의 샷건은 탄 퍼짐이 있는 방사형 화기로서 넓은 범위에 소형 탄을 흩뿌린다.

그녀가 한 방을 쏠 때마다 거리를 도망치던 서너명의 사람이 쓰러진다.



하지만 그 탄 한방에 즉사할 만한 타격을 주지는 못하고 쓰러져 신음하는 그들에게 다가가 드라코는 소지한 방패로 그들을 내려쳐 목숨을 끊는다


총에 맞고 쓰러진 사람들은 쓰러져 신음하며 그녀에게 목숨 구걸을 한다.



제발 살려줘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제 아이만은 살려주세요 제발


엄마! 엄마!



주저할것 없이 도망치는 사람들 집단에게 샷건을 쏘고 다른 집단을 발견하며 그들에게 총을 쏜다.

그냥 담담하게 무표정으로 반복 작업을 해 내가는 그녀가 사람들을 더욱 공포시키고 있었다.

우리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단지 기계처럼 담담하게 인간들을 죽여 갈 뿐이다. 죽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처리된다. 그 공허한 눈동자는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데 그녀에게 명걸을 하는 사람들에게 내려쳐지는 철방패엔 주저따윈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일련의 사람들을 전부 살해한 그녀는 뒤에 누군가 그녀를 바라보는 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

굳은 표정의 보라머리 소녀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여기 정리는 모두 끝났어 다음 구획도 대부분 정리된것 같아."



그렇게 말한 그녀는 몸을 돌리려다 불가사리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거대 송곳이 아직 깨끗함을 발견한 드라코는 살짝 슬픈 미소를 지었다.

오늘 처음으로 드러낸 감정표현엔 그동안 숨겨왔던 수많은 오묘한 감정이 모두 담겨 있었다.



"...일단 적당히 무기를 더럽혀 두는게 좋을걸? 대장이 화내는거 보기 싫으면 말이야"



불가사리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고 그대로 그녀는 자신의 피에 젖은 방패를 끌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 찰나 불가사리 역시 그녀의 깊은 고뇌를 눈치채고 나름의 안도감을 느껴왔다.


'나만 이 상황을 이상하게 생각한 것이 아니었어'


바보라며 무시당해왔던 드라코의 내면이 훨씬 복잡했던 것을 깨닫고 안도감을 느끼는 이 상황이 우스워 헛웃음만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그녀의 말이 맞다. 슬슬 작전은 종료될 시간이다.

무기가 너무 깨끗한 것도 이상하니 적당히 흔적을 만들어 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녀는 가까이있던 한 모자의 시체에 다가갔다. 어머니의 시체 아래에 죽은 아들이 깔려있는 모습.

어머니는 근접에서 사격을 당한듯 흘러나온 피가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불가사리는 그녀의 송곳을 모자 사이에 힘껏 집어넣었다가 꺼내었다.

피가 치덕스럽게 묻어 흉악한 자태를 뽐내는 송곳을 들고 그 자리를 떠나려던 그녀는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문득 고개를 들었다.


"사...살려..주세요"



아이가 떨고 있었다

죽은 어머니의 시체아래서 죽은 척을 하고 있었던 듯 했다.

그러다가 어머니에게 송곳을 찔러넣는것을 보고 놀라서 그만 뛰쳐나온 것이겠지.

아마 시체마다 확인사살을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두려움에 오들오들 떠는 소년. 나이는 대략 7~8살쯤 되었을까.

두려움에 흘러나온 눈물이 턱을 적시고 바지는 흥건히 젖어있었다.



불가사리는 그녀의 거대 송곳을 그에게 겨누었다.

최대한 고통없이 보내 주자. 그렇게 생각했다



아마 그가 다른 나라에 태어났었다면 막 초등학교에 입학해 좋은 추억을 만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좋은 어머니 밑에서 학교에 가고 교우들과 친한 친구가 되어 충실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에겐 죄가 없다. 죽어야할 명분 따윈 당연히 없다. 이 땅에 운없게 태어난 탓으로 사랑하던 엄마가 총에 맞아 살해당하며 그 품안에서 숨죽여 울고 있어야 했을 뿐이다.



그런 생각이 미치자 그녀는 도저히 송곳을 그에게 내려칠수 없었다.

덜덜 떨리던 송곳이 바닥에 힘없이 떨어지고 그녀는 그 소년을 끌어안았다.


"도망가"



그녀는 그의 팔을 잡고 어느 건물 안으로 몸을 숨겼다.

건물은 외부에서 사격을 당해 내부는 엉망진창이었으나 두 사람이 일단 몸을 숨기기엔 그리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일단 이 훈련이 끝날때까지 숨어있어. 그리고 훈련이 끝나고 우리가 철수했을때 그때가 도망갈 찬스야. 너무 오래 있으면 뒷처리 담당 팀이올 테니 그 잠깐 사이에 탈출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해"



그러며 그녀는 잠시 이 마을의 지도를 떠올렸다. 작전전에 본 바 이 마을은 북쪽이 산에 연결되어 있었다. 탈출해 몸을 숨기기 쉬운 지역이었지만 그렇기에 당연히 바이오로이드 들도 많이 배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작전이 끝나고 철수하게되면 잠깐 틈이 난다. 뒷 처리 팀은 도로가 연결되어있는 남쪽으로 들어올 것이다.

인수인계를 하는 그 잠깐 틈 새에 탈출하지 못하면 죽은 목숨이다.



하지만 일단 산으로만 탈출한다면 그를 쫒기는 쉽지 않을거고 어느정도 살아날 가망이 생긴다.

물론 그 후 살아난 그가 혼자 살아갈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훈련이랍시고 갑자기 마을들을 덮쳐 학살이 일상화된 시대이다. 과연 어린아이인 그가 제대로 살아갈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는 하였으나 거기까지 그녀가 어떻게 해 줄수 있는 일은 아니었기에 일단 여기서 살아남는 걸로 목표를 잡았다.



그녀는 손에 찬 훈련시계에서 푸른 불빛이 들어와 있는 것을 보았다.

훈련의 종료 신호이다. 밖에서는 몽구스 팀들이 철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내가 먼저 나가서 상황을 보고 신호를 할게. 신호하면 내려와. 내가 북쪽까지 데려다 줄 테니"



최대한 아무도 마주치지 않고 북쪽까지 가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소년만은 꼭 살리겠다 그렇게 결심한 그녀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그곳에는


"..."



문 앞에는 정장을 입고 붉은 머리를 묶어 장식한 여자 한 명이 서 있었다.

몸에 착 달라붙어 풍만한 그녀의 모습을 부각하는 정장. 꽉 끼는 스타킹까지 그녀의 모습은 지적인 그녀의 외관을 더욱 부각하고 있었다



"홍련 대장..."


"좀 들어갈게요"



홍련은 열린 문으로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를 울리며 걸어 들어갔다.

바로 일어난 일이었기에 그에게 도망치라고 할 겨를도 없었다.

문 안에 들어간 그녀가 누군가를 쳐다보고 차가운 얼굴로 자신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조용히 손을 들어 손가락을 까닥거린다.



"설명 부탁해요 불가사리 28호"


"..."


"왜 여기 테러리스트를 보호하고 있죠? 작전 목표를 잊었나요?"



불가사리는 분개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테러리스트라고? 이런 어린아이가?



"설명하라고 말했어요 불가사리 28호. 내 말 못 들었나요?"


"이미 다 알고 왔으면서 그런 말 그만두시죠 대장!"



그녀는 분통을 터뜨렸다. 아마 그녀는 전부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 처음부터 보고 있었겠지 내가 그를 구하는 것을 그를 끌어안은 것을. 그를 데리고 이 집안으로 들어온것 모두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것이 설명이 되지 않으니까



"그리고 이들이 테러리스트는 무슨 테러리스트입니까! 이런 어린아이까지 죽이는 우리가 무슨 테러리스트를 논한다는 말입니까! 이건 마치 우리가 테러리스트 같잖아요!"


"...훈련 상황은 알고 있을 텐데요"


"이게 대체 무슨 훈련이 된다는 말인가요! 이들은 저항조차 하지 못하는 그냥 민간인입니다! 총기를 들고 저항하는 적들이 아닙니다! 그냥 개미를 눌러죽이는거나 다름없는 이 살육전이 대체 어디가 훈련입니까! 이게 재미있으신가요! 이런 단순한 살인마 놀이가!!!"



절규에 가까운 피를 토하는 듯한 목소리로 그녀가 울부짖었다.

홍련은 그 광경을 보며 약간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불가사리 28호 그녀는 항상 매사에 뚱하며 별 관심이나 감정을 크게 드러내는 일이 없었다.

아까 미호 17호 옆에서 농땡이를 피우고 있는 것을 보았을때는 잠깐 한심하다고도 생각했었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크게 감정을 드러낼수 있는지 몰랐다.


마음속으로 그녀에 대한 평가를 수정한 그녀는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인간에 대한 살해를 주저하는군요 불가사리 28호"


"당연한 것 아닙니까! 이런 아무 이유도 없는 살육은 따를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은 이 일을 해야 합니다"



홍련은 조용히 소년의 발치에 크로스보우를 쏘았다.

소년이 놀라 넘어지고 바닥에 박힌 얼음볼트에서 냉기가 흘러나왔다



"정말 이 훈련을 왜 하는지 모르겠습니까? 바이오로이드는 근원적으로 인간에 대한 살인을 거부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군인으로써 있어서는 안될 일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살인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점차 거부감을 줄이고 군인으로써 아무 감정없이 방아쇠를 당길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요!"



그 말을 들은 불가사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랬구나



그렇기에 그 훈련을 오래 받아온 그녀들이 그렇게 무감각해 질수 있는 것이었어.

아무 감정 없이 바보라며 인간의 머리에 총알을 박던 미호.

히어로가 된 듯이 민간인을 학살하며 환하게 웃던 핀토

그리고 평소와는 다르게 무표정한 드라코까지



그래 그랬던 것이었구나


단순히 평소 훈련때 농땡이를 치며 제대로 임하지 않던 자신만이 그 비정상에 무감각해지지 못한 것인가.



문득 아까 보았던 다른 불가사리가 떠올랐다.

그녀는 온몸에 피칠갑을 한채 사람을 꿰뚫고 있었었지.

자신도 언젠가 그렇게 되는 것일까...


"이해하셨다면 저 테러리스트를 사살하세요 이건 몽구스 팀의 지휘관으로서 명령입니다."



그 말을 들은 불가사리는 힘없이 그녀의 거대 송곳을 들고 그 소년을 겨누었다

지휘관의 명령이라면 따를수밖에 없다.

소년은 공포에 질려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엄마...엄마..."


공포에 질려 이미 없는 어머니를 찾는 소년.

소년의 공허한 슬픈 외침을 들은 그녀의 송곳 끝에 미세한 진동이 생기더니 점차 송곳 전체로 퍼져갔다.

송곳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결국 그녀는 천천히 팔을 내리고 말았다



"...못 합니다"


"불가사리 28호.."


"...저희는 인간의 모습을 본따 만들어진 존재라 들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군인이라고 할지라도, 아무리 이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고 할지라도 저는 최소한의 인간의 마음까지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녀의 송곳이 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홍련을 바라보며 답하는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홍련 역시 매우 마음이 아프긴 매한가지였다

불가사리 그녀의 눈동자가 그녀들의 존재에 대해 힐난하고 있는것 같았다.

마치 처음 지휘관으로 부임했던 그때를 떠올리는 것 같아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고보면 자신은 마음을 버린게 언제인가.

언제부터 이렇게 마음을 버리면서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그것에 대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나.



하지만 그녀는 지휘관으로써 해야 할 일이 있다.


퓩!


"아!..."


"안돼!!"



소년의 가슴에 그녀의 냉각 볼트가 박혔다.

그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그대로 뒤로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그 소년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그녀.

그의 가슴에서 나온 피는 냉각 볼트에 의해 얼어붙어 한 방울도 흐르지 않는다



그 광경이 얼어붙은 심장을 가진 자신의 모습 같아. 홍련은 시선을 돌리고 말을 이었다


"오늘 일은 비밀로 하겠습니다 불가사리 28호. 그만 돌아가 쉬세요"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불가사리는 그녀를 쳐다보더니 사망한 소년을 안아들고 조용히 건물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소년을 데려가 어쩌려는 것일까.



"그 소년을 어쩌려는 거죠 불가사리 28호"


"묻어줄 겁니다"



떨리는 뒷모습에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그녀.

문 밖에서 비쳐들어오는 빛과 그녀가 대비되어 묘한 광경을 연상시켰다.

미치 죽은 성인을 안고있는 성모의 모습.


모든 죄악과 슬픔을 자애롭게 받아준다는 그 성모는 지금 그녀로 현신한게 아닐까.



홍련은 슬프게 웃었다.

그녀는 그녀의 부대를 마치 자신의 자식처럼 키우고 훈련시켜 왔다.

그녀를 보니 마치 장성한 자식이 자신의 의지를 펼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 대견한 기분도 들었다.



'당신은 정말 착한 아이로 자랐네요... 친 엄마는 아니지만 당신을 처음부터 봐온 제 입장에선 정말 당신이 대견해요'



그러며 홍련은 자신의 석궁을 다시 집어들고 볼트 하나를 장전했다.

제압용의 빙결 볼트가 아닌 살상용의 강철 볼트를..


'그렇기에...정말 미안해요 불가사리'


불가사리는 문을 나섰고 내리쬐는 태양에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그녀가 힘없이 앞으로 쓰러졌다.



내려쬐는 태양빛 아래서 소년을 안은채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진 그녀

강철화살이 그녀의 후두부를 관통하였기에 아픔을 느낄새도 없이 즉사했을 것이다



결국 그녀는 애정의 대상이었던 소년과 함께 하늘나라로 떠났다.

소년과 함께 쓰러진 그녀는 역설적이게도 마치 이전의 친 어머니와 함께 쓰러져 있던 그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7월의 여름에 가까운 어느 날의 일이었다.


.

.

.

.

.


"흠..."


블랙리버의 한 간부가 홍련이 가져온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훈련은 매우 성공적..다만 불가사리 28호가 아군의 오인사격으로 인해 사망이라"



그는 보고서를 닫고 책상의 재떨이에 담배를 비틀어 껐다.

그러더니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 뻐근한 듯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다.



"뭐 오인사격은 당연히 드라코겠지. 매번 훈련마다 종종 있어왔던 일이니"


"..."


"뭐 좋아 보고서에는 대부분 인간 살상에 감정을 느끼지 않는 실전형 부대가 되었다고 되어있고 상부에서도 아주 좋아하실거야. 그럼 나가봐도 좋아 c-77"


"예 그럼 이만..."



집무실을 나와 블랙리버 시설의 복도를 걸었다.

저 반대편에 그녀를 마중나온 그녀의 부대원들이 보인다.


그들이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그래 내게는 아직 아이들이 많이 남아있다.

결국 전투에서 냉정해지는 것이 인간의 마음을 잃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아이들과 같이 순수해질 때엔 한없이 순수해질수 있는 것이 아닌가.



"대장! 나 아이스크림 사줘!"



그리고 자신을 향해 웃어주는 그녀들이 그녀의 삶의 보람이니까

아무리 자신이 한치앞도 보이지 않을 깊은 어둠속으로 들어선대도 그녀들만 있어준다면 그녀는 그 언제나 힘을 낼 수 있으니까.



그녀는 웃으며 지갑에서 지폐 몇 장을 꺼냈다.

그래. 그만큼 그녀의 지갑은 가벼워질 테지만 말이다.


"와 대장 만세! 난 바닐라 아이스크림!"


"나는 민트! 민초말고 그냥 민트!"


"우엑!!"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