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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 골목이다.

 

날씨는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 우중충하다.

 

사령관의 눈 앞에 좁은 골목길이 굽이굽이 펼쳐진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곧장 내달리기 시작한다.

 

익숙하지만 동시에 낯설게 느껴지는 길을 따라 쉬지 않고 달린다.

 

그저 이번에는 늦지 않기를, 무사한 그녀를 만날 수 있기를 염원하며 다리를 재촉한다.

 

벽을 짚으며 달려나가는 그의 손에 상처가 늘어갔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는 것 같아 멈출 수 없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조금 넓어진 공간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그는 누군가 자신의 다리를 가격하는 것을 느꼈다.

 

속절없이, 이번에도 그는 넘어졌다. 땅을 짚고 일어나려 하지만 외력에 의해 머리가 땅에 다시 처박힌다.

 

시야가 흐려지며, 쓰러져 있는 그녀가 눈에 비친다. 어김없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의식을 잃은 그녀가.........

 

의식을 가까스로 붙잡고 그녀에게 손을 뻗는다.

 

제발, 그녀에게 닿을 수 있게 해 다오. 이번만은 내 손으로 구해낼 수 있게 해 다오.

 

“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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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꿈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사령관을 노크 소리가 가차 없이 일으켜 세웠다.

 

갑작스러운 누군가의 방문에 자신이 잠옷을 제대로 입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한 사령관은, 머리를 정돈하지도 못한 채로 달려가 잠겨 있던 문을 안쪽으로 열어젖혔다.

 

현재 시각을 보고 바닐라가 조금 일찍 서류를 전해주러 온 것으로 생각했으나, 그의 앞에 서있는 자는 에이드리언 대위였다.

 

“대.......대위님? 어쩐 일이십니까?”

 

사령관은 눈을 비벼 잠을 떨치고 자신이 깜빡한 사항이 있는지를 기억해내려 노력했다.

 

에이드리언 대위는 못마땅한 눈으로 잠시 그를 내려보다가, 대뜸 보고서 하나를 내밀었다.

 

“오늘 벌어질 방어전을 맡아 지휘해주었으면 좋겠군. 네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15. 방어전

 

“오늘 우리 군이 대규모의 철충 소탕 작전을 개시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겠지. 그런데 여기 이 정찰 결과에 따르면, 철충 잔당이 현재 오르카호가 정박한 곳 주변의 스틸라인 막사를 습격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확실히 소탕하기 위하여 내가 직접 지휘하고 싶지만, 소탕 작전이 진행되는 도중에 빈 스틸라인 막사를 기습할 확률이 매우 높아 자네에게 부탁해야겠군.”

 

최근 며칠 동안 전투원들이 바쁘게 무기를 정비하는 모습을 보았지만, 대규모 소탕 작전을 위해서라는 사실을 방금 알게 된 사령관은 건네받은 보고서에 집중하였다..

 

다이카의 레이더에 잡힌 것은 소규모의 철충이 오르카호를 향해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었고, 그마저도 나이트 칙이나 와습, 스나이퍼 칙과 같은 개체들로 구성된 기습조로 보였다.

 

정찰 결과가 정확하다면, 자살행위와도 같은 공격. 이렇게 위장도 없이 숲속을 헤치며 위치를 드러내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었다.

 

석연찮은 점이 있었으나, 운 좋게 살아남은 철충 잔당들의 발악으로 보인다는 대위의 설명을 듣고 사령관은 의심을 거두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대위의 판단이 틀렸던 적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알겠습니다. 바로 지휘할 준비를 하겠습니다.”

 

“미리 병력 200명 정도에게 전투 준비를 명했다. 잔당들을 처리하기에는 충분하겠지.”

 

"늦어도 정오 전에는 전투태세를 갖추도록. 자네라면 쉽게 해낼 수 있을 거다."

 

"..........무운을 빈다."

 

그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 통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지휘 콘솔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긴장되는 일이었지만, 그는 대위가 자신의 능력을 믿고 전투를 맡겨주었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꼈다.

 

사령관이 고개를 돌려 방 안을 돌아보자, 자신 침대의 옆 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콘스탄챠가 아침식사를 준비해 주기 위해 먼저 일어났을 것이라고 사령관은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어제 밤, 밤일을 치른 후 그들은 서로에게 안겨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사령관은 그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은 쏟아내었다. 학창시절에 소중한 친구와 채신없이 놀러 다닌 경험,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에 가까스로 합격한 후 등록금을 벌기 위해 노력한 이야기 등을 아낌없이 풀어내었다.

 

콘스탄챠는 비록 편돌이, 지잡대와 같은 생소한 단어들을 알아들을 순 없었으나, 주인의 멸망 전의 삶에 대한 소중한 이야기들을 귀 기울여 들었다.

 

자신에게 남아있는 기억들을 그녀와 공유한 사령관은, 사랑스러운 그녀를 어루만지며 잠을 청했다.

 

“주인님.”

 

“네, 콘스탄챠 씨.”

 

“언젠가 세상이 평화로워진다면, 우리 소풍을 가요. 둘이서만. 다른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요.”

 

"...........좋아요. 콘스탄챠 씨 부탁이라면, 당연히 가야죠."

 

“언젠가는..............”

 

그녀와 사랑을 나눌수록, 아쉬움은 커져만 가는 것이었다.

 

잠시 그녀가 누워있던 자리를 보며 고민하던 사령관은, 결심한 듯 에이드리언 대위의 뒤를 쫓아 그를 불러 세웠다.

 


16. 열등감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친 후, 사령관은 환복하며 거울 앞에 섰다.

 

체중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몸무게가 부쩍 늘었기 때문인지, 몇 달 만에 입어보는 제복은 그에게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오르카호에 온 순간부터 그는 자신의 자질을 스스로 의심해왔다.

 

지휘관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몇 개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을 때는 잠시 자만에 빠지기도 하였으나, 금방 자신의 보잘것없는 능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의 방식을 긍정하던 지휘관들은 점점 그에게서 돌아섰고, 그는 사령관으로서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갔다.

 

그러던 와중에 막대한 양의 자원과 함께 대위가 나타나준 것은 사령관에게 축복이나 다름없게 느껴졌다.

 

우려하던 것과는 다르게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제법 친절하게 대해줬고, 그녀들을 하대하였으나 그저 도구로 취급하던 구인류와는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였다.

 

어느 면에서 보아도 대위는 사령관으로서 손색이 없었고, 그녀들 또한 그와 함께하는 것을 즐겼다.

 

그를 찾아낸 스카이나이츠는 처음의 포상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대우를 받고 있었고, 에이드리언 대위의 최측근이나 다름없는 위치에서 중요한 임무들을 수행하며 공을 세우고 있었다.

 

군용 바이오로이드가 아니더라도 그녀들은 대위와 가까워지기 위해 여념이 없었고, 사령관의 곁을 떠나 이전보다 행복하게 매일을 보내고 있었다.

 

자신과 함께하는 것보다 더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다면, 그녀들을 행복으로 이끌어 주는 것이 나의 마지막 의무일 것이라.

 

그는 이제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완전히 에이드리언 대위에게 넘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저 자신의 책무에서 벗어나기 위한 핑계로 보이기도 하였지만 멸망 전이나 지금이나, 존재감 없는 한낱 대학생에게 이 제복이 어울릴 리 없었다.

 

결심을 한 듯 사령관은 디바이스를 켜 충성스러운 메이드에게 통화를 걸었다.

 

“아, 주인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곧 아침식사를 준비해 드릴게요. 주인님께서 좋아하시는 양송이 수프에요.”

 

“고마워요, 콘스탄챠 씨.”

 

지금 그녀는 분명히 디바이스의 저편에서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저, 그, 드릴 말씀이 좀 있는데.......”

 

그의 입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얼굴을 맞대고 말할 수 있을 리 만무했고, 전화로도 전하지 못한다면 방법은 없으리라.

 

“........오늘부터, 에이드리언 대위님을 모시도록 해요.”

 

“........네?”

 

그녀가 무어라 더 말을 꺼내기 전에 그는 말을 빠르게 내뱉었다.

 

“대위님께 미리 말씀드려놓았어요. 전투 지휘하랴 업무 보랴 바쁘셔서 훌륭한 비서를 찾으시던 참이었는데, 누가 봐도 콘스탄챠 씨가 최적의 후보니까 말이에요.”

 

“대위님께 찾아가면 기쁘게 맞이해 주실 거예요. 오르카호의 귀중한 인재를.......” 

 

“농담하시는 거죠? 깜짝 놀랐잖아요, 주인님.”

 

“그런 거짓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대답하는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지만, 예상하지 못한 답변은 아니었기에 그는 말을 이어갔다.

 

“아니요. 진지하게 말씀드리는 거예요. 대위님은 좋은 분이니까 즐겁게 일할 수 있을......”

 

“.........어째서죠?”

 

화가 섞인 목소리에 사령관은 말을 멈추었다.

 

“어제 제가 주인님께 무슨 잘못을 했나요?”

 

“제가.........제가, 부족한 모습을 보였나요.......?”

 

“제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제발 말씀해 주세요, 이런 식으로 제게 화풀이 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바뀔 테니까, 주인님께서 하라면 무엇이든 할 테니까, 제발, 제발............”

 

“...........어젯밤에 나눈 이야기는..........전부 거짓이었나요?”

 

화난 목소리는 점점 울먹임과 같이 변해가며 더는 이어지지 못했다.

 

“..........”

 

“.......죄송해요.”

 

사령관은 미안함에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가 그의 염원을 바로 이해해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으나, 그 이전에 그녀의 사랑을 너무 얕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 그래도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는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때 만나서 같이........!”

 

“제가 관리하는 주방에서 과한 소란을 일으키는 것은 윤허하지 않겠사옵니다.”

 

주저앉아 흐느끼는 콘스탄챠의 디바이스를 빼앗아간 소완의 목소리였다.

 

“그건 그렇고, 주인께서는 여성을 내치는 악취미가 있으셨던 모양이옵니다.”

 

“......콘스탄챠 씨를.........위해서입니다.”

 

“변명은 그만하시옵소서. 식사는 포티아양이 전해드릴 것이옵니다.”

 

소완은 가차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


콘스탄챠는, 분명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오직 그녀를 위해서 말을 꺼낸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 경솔한 행동이 그녀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그래.”

 

“나는, 이렇게 눈치 없는 새끼였었지.”

 

오히려 목적은 달성한 듯 보였다.

 

이제 그녀는 한심한 내가 아닌 에이드리언 대위에게 의지할 수 있으리라. 나를 원망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지만 말이다.

 

사령관은 전투를 지휘하기 위해 차분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지만,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밀려오는 후회와 서글픔 속에서, 자신의 분수를 다시금 떠올리며 그는 이를 마치 운명인 것처럼 생각하고자 했다.


'그래, 애초에 나에게 사랑받을 자격 따위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지.'



17. 경솔함

 

사령관은 HMD가 있는 소규모 관제실에 도착했다. 에이드리언 대위가 사령관실을 차지하면서 유미와 포츈이 사령관을 위해 조그맣게 꾸며준 장소였다.

 

전력 생산 시설을 개조해서 만들었으나, 필요한 것은 전부 있었다.

 

그는 의자에 앉아,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HMD를 착용했다.

 

익숙한 문구가 보이며 잠시 후 전투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오랜만의 상황에 긴장이 신경을 타고 전신으로 전해지는 듯 했으나, 전투원들을 보니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대위의 배려였는지, 전투 준비를 마친 200명 중 대부분은 사령관과 오래 전부터 함께해온 바이오로이드들이었다.

 

사령관의 지휘에 따라 용감하게 싸워준 그녀들이 없었다면, 현재의 오르카호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프레스터 요안나, 하치코 등 사령관에게 변함없는 충성을 보이고 있는 그녀들은 사령관이 접속한 것을 확인한 듯 웃어 보였다.

 

하치코는 처음에 사령관을 경호하고 싶어 했으나, 그는 자신보다 브라우니들을 보호해주기를 원했기에 전방에 배치되었다.

 

브라우니나 레프리콘들도 많았지만, 사령관은 그녀들을 각각 구별할 수 있었다.

 

사령관과 함께 싸워온 그녀들은 사령관과 자신들의 생환을 믿었고, 머리스타일을 바꾸는 등 외형적으로도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고마운 그녀들을 최선을 다해 이끌기 위해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 전투만 끝나면 콘스탄챠에게 사과해야겠어.’

 

‘내가 한 잘못은....... 내가 책임져야만 해.’

 

속으로 다짐한 사령관은 현재의 상황에 집중하였다.

 

‘보급에는 이상이 없으며 현재 병력은 약 200명. 잠시 후 맞서게 될 철충을 무사히 처리하기에는 충분하다.’

 

‘철충 놈들이 오르카호 바로 옆의 스틸라인 막사를 향해 북서쪽에서 접근하고 있었지. 대위의 조언에 따라 앞으로 나가서 먼저 적들을 맞이한다면 비어 있는 막사의 피해도 최소화하고, 빠르게 정리할 수 있을 거야.’

 

사령관은 전투원들에게 짧은 격려의 말을 전한 뒤, 진군을 명했다.

 

“전군, 앞으로! 철충들을 먼저 맞이해서 박살내줍시다!”

 

이에 화답하듯 그녀들은 전투태세를 갖추고 앞으로 나아갔다.

 

소수의 대원들에게 보급해준 드론이 정찰을 위해 날았고, 사령관은 드론의 카메라 화면을 유심히 관찰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철충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이트 칙, 와습 등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고,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두 군대가 격돌할 것이었다.

 

사령관이 전투원들을 준비시키려 지시를 내리려던 찰나, 철충들이 숲을 헤치고 오는 모습에 위화감이 느껴졌다.

 

크기가 작은 와습 등이 선두에 나서 이동하고 있었으나, 그 뒤로는 나무들이 과하게 흔들리며 부러지기도 하였다.

 

마치 큰 무언가가 나뭇잎 속에 몸을 숨기고 접근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대위가 전해준 정찰 결과에는 수조차 적은 작은 철충 개체들뿐이었다. 하지만 분명 그들 사이에 카메라나 정찰 기기에는 나타나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빠르게 이동하며, 탐지기나 광학 기기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거대한 기동형 철충..........

 

“제기랄, 레이더다!”

 

사령관이 소리친 순간 타이밍 좋게 열 마리 정도의 레이더가 위장을 풀고 모습을 드러내었다. 충분히 접근했다고 생각하자 방해전파를 발산하는 것을 그만두고 공격할 태세를 갖추는 것이었다.

 

사령관은 서둘러 전투원들에게 교전을 준비하라고 외쳤지만, 그 순간 모든 레이더가 끔찍한 비명소리를 지르며 교란 파동을 내뿜었다.

 

사령관이 보고 있던 드론과의 교신이 순식간에 끊겼다. 그와 동시에 HMD에 나타나는 화면이 마구 전환되며 혼란스러운 전장의 모습을 비추었다.

 

레이더의 등장에 놀라 총알을 쏴갈기는 레프리콘, 콘크리트 방벽을 여기저기 설치하다가 다가온 나이트 칙의 총알 세례를 맞는 노움, 갑작스러운 레이더의 공격을 피하다가 총알에 맞은 지니야, 와습의 자폭 공격을 맞고 방패가 녹아버린 드라코, 숲속에서 튀어나온 트릭스터에게 몸이 찢긴 브라우니.

 

사령관의 지시가 전혀 전달되지 않는 전장 속에서, 그녀들이 혼비백산하며 쓰러져가는 모습이 사령관에게 여과 없이 전해져 왔다.

 

‘어째서 레이더의 존재를 의심해보지 않았을까?’

 

‘너무 정찰 결과에 드러난 사실만을 생각한 탓일까?’

 

‘지휘관 개체들이 없는 탓일까?’

 

.........

 

‘내가 너무 대위의 말에만 의존한 것인가?’

 

갖은 후회와 질문들이 그를 울력하는 듯이 눈 앞을 지나가며 그의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그는 쉬지 않고 지시를 외쳐보지만 그 무엇도 전달되지 않는 듯 그와 함께해온 전투원들이 하나 둘 씩 죽어간다.

 

시스템이 과부하된 것인지 뜨거워진 HMD가 그의 눈 주변에 화상을 입히자, 사령관은 그것을 벗어던지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다.

 

자신에게 조언을 해줄 사람도, 이 상황을 해결해줄 사람도, 자신을 경호해줄 사람도,

 

그 누구도 남아있지 않았다.

 

절망이 그를 완전히 삼키기 직전, 사령관은 자신이 콘솔 위에 놓은 물건을 기억해 냈다.

 

두 개의 방어 역장.

 

마지막 희망을 움켜쥔 사령관은, 방을 빠져나와 곧장 내달렸다.

HMD 화면에는 레이더의 전파로 모습을 숨기고 있던 몇 마리의 스펙터들과 스토커, 그리고 칙 엠퍼러가 철충 정예부대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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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 써보는 글 시리즈 => 오타, 개연성 지적 등 피드백 대환영

2. 사령관의 신체는 키 168cm에 체중은 약 69kg

3. 매 화 올릴 때마다 부족하고 쓸데없이 긴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마무리 지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