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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이오로이드를 혐오한다 19화


우리가 메론을 먹으면서 TV를 보는 사이, 시간은 어느새 10시 30분정도 되어있었다. 유미가 점점더 눈꺼풀을 껌뻑껌뻑 거리면서 졸린듯 내 어깨에 기댔다. 하긴, 8살 유미한테는 10시 이후는 자는 시간이겠지...


박소한: 유미야 이닦고 침대에서 자는건 어때?


안유미: 우웅~ 졸려...


안수민 <하르페이아>: 우리도 이제 잘까요?


박소한: 조금 피곤하긴 하네요. 그럼...


우리는 각자의 몸을 정리한 뒤 침실로 올라갔다. 유미는 침대에 폴짝 튀어올라 이불 안으로 후다닥 파고들어갔다. 나 또한 침대에 누웠다. 그때, 안수민이 약통을 하나 들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약통은 내가 예전에 먹었던 항우울제가 들어가 있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소한씨, 이건 뭐에요?


박소한: 그거요? 항우울제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원래 좀 우울한 성격이였어요?


박소한: 그랬던거 같긴 한데...


안수민 <하르페이아>: ...물 가져올까요?


안수민은 약통을 침대옆에 둔 뒤 문 밖으로 나가면서 나에게 물어봤다. 항우울제는 항상 악몽에 시달리고, 우울했던 나에게는 필수적이였던 약이였지만, 더이상은 먹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약을 먹을때마다 점점더 정신은 피폐해졌고, 성격은 과격해졌으며, 악몽은 훨씬 더 심해졌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악몽을 꾸지 않을 듯 하다. 미스 세이프티, 아니 그녀를 놓아주지 못했던 나 자신과의 싸움이 끝났고, 더이상 과거에 나를 악몽에 담아두지도 않았다. 현재에 충실해져 있고, 좋아하면서도, 지켜주고싶은 사람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약통을 서랍 옆 쓰레기통에 집어 던진 후 안수민을 불러세웠다.


박소한: 그럴 필요 없어요. 더이상 그 약 안먹으니까.


안수민 <하르페이아>: 예?


박소한: 더이상 우울하지도 않아요. 집안이 하도 시끄러우니까 우울하다는 생각조차 안드는데.


안수민은 나를 보고 씨익 웃더니 침대에 폴짝 뛰어들어왔다. 그리고는 나를 꼬옥 안았다. 나와 안수민의 자리가 바뀐듯 안수민은 내 머리냄새를 '쓰읍' 하고 맡더니 더욱 나를 꼬옥 끌어안았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하아... 잘자요 소한씨...


박소한: 윽... 나만 당할순 없지.


나 또한 안수민의 허리를 팔로 감싼 뒤에 꽈악 조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점점더 서로에게 밀착되어졌다. 이불 안에는 복숭아향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박소한: 그쪽도... 잘자요.


안수민은 아무말 하지 않다 뜬금없는 질문을 나한테 던졌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저기 소한씨...


박소한: ...음?


안수민 <하르페이아>: 혹시... 뭐 먹고 싶은거 있어요?


박소한: 그건 왜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아니에요. 잘자요.


안수민은 그렇게 아무말도 안하고 눈을 감았다. 나도, 아니 우리 모두 눈을 감았다.


1. 새로운 아침밥


그날은 악몽을 꾸지 않았다. 어떠한 꿈도 꾸지 않았다. 검은 세상이 점점더 밝아지다, 눈을 떠본 곳에서 나는 내집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시계는 오전 11시 23분을 가르키고 있었고, 나를 안고있던 안수민과 유미는 침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먼저 일어난 거라 생각하고 이불을 간단하게 정리한 뒤 침실에서 내려왔다. 역시나 유미는 TV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안수민은...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초록색 앞치마를 입은 안수민은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어제 그렇게 혼나고도 칼을 들고 무를 썰고 있었다. 안수민 옆에 있는 인덕션에는 국이 하나 끓고 있었고, 계란 후라이도 몇개 하고 있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어머, 왜 이렇게 늦게 일어났어요?


박소한: ...이거 할려고 어제 그렇게 물어본 거에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아니 그런건 아니고... 그냥...


안수민은 말을 얼버무리다가 국이 끓고 있는걸 보자 화들짝 놀라며 썰던 무를 냄비 안으로 집어넣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엄마야! 큰일날 뻔했네! 소한씨 나 요리하는거 방해하지 말고 유미랑 거실에서 쉬고 있어요!


박소한: 누가 주인이고 누가 손님인지 모르겠네... 거 내가 어제 말했죠? 칼 쓰다 다치면...


안수민 <하르페이아>: 어제는 실수였다니까요!


나는 냉장고에서 물을 한잔 마신 후 거실에 있는 유미한테 다가갔다. 유미는 역시나 매지컬 모모를 틀어놓고 눈을 완전히 고정시켜놨다.


박소한: ...재밌니?


안유미: 어? 아찌 안녕~ 이거 모모 완전 재밌어!


안유미는 나를 보고 실실 웃더니 다시 TV를 반히 쳐다봤다. 매지컬 모모는 생각보다 재밌었다. 뽀끄루 대마왕의 계략, 계략에 넘어간 무고한 사람들, 그다음에 모모가 등장하고 뽀끄루와 싸우는데 모모가 항상 처음에는 밀리는듯 한다. 그러다 백토가 나와 모모를 지원하고, 승부가 역전되서 뽀끄루가 마지막에는 패하고, 어디론가 사라지면서 에피소드가 끝이 난다. 어디서나 본거 같은 이야기였지만, 뽀끄루 대마왕이 만들어내는 계략들도 참신하고, 진짜같아보이는 CG도 한몫했다.


박소한: 재밌네... 실사같기도 하고...


안유미: 아찌 이거 몰랐어? 매지컬 모모는 전부 진짜야!


박소한: ...에? 진짜?


안유미: 웅! 이거 다 진짜야! 모모 언니도, 뽀끄루 대마왕도 전부 진짜라니까?


박소한: ...세상 많이 발전했네...


어느새 TV에서는 뽀끄루 대마왕이 패하고 골타리온 13세위에 올라타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었다. 


뽀끄루 대마왕: 후후... 두고봐라! 언젠가는 내가 다시 돌아와 여기를 파멸로 이끌지니!


매지컬 모모: 절대로 당신 뜻대로 되지 않을거다 뽀끄루! 후우... 오늘도 매지컬 빅토리! 수고했어 백토!


매지컬 모모가 끝나자, 광고가 하나 나왔다. 그리고 그 광고는 유미를 폴짝폴짝 뛰어다니게 만들었다.


광고: 기계왕국의 골타리온 13세와 매지컬 모모 일당의 한판 승부! 극장판 골타리온 13세 VS 마법소녀 모모 마지막 대결! 친구들! 모모한테 힘을 줘! 우리 모두 극장에서 만나요~ 절찬 상영중!


안유미: 우와... 매지컬 모모 영화?! 아찌! 아찌!


안유미는 거실을 방방 뛰며 내 팔을 잡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모처럼 할 일도 없는데 보러 가는것도 나쁘진 않겠지...


박소한: 유미야! 알겠으니까 팔좀 그만 흔들어! 가자! 저녁에 보러 갈테니까!


안유미: 우와! 진짜?! 아찌 최고! 고맙습니다!


안유미는 나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아직도 신이 났는지 펄쩍펄쩍 쇼파 주위를 뛰어다녔다. 그리고 그때, 뉴스 특보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나운서: 속보입니다! 모두의 예상대로 강수찬이 충유 특별 신도시 지방경찰청 청장으로 새로이 발탁되었다고 합니다. 현장에 나와 있는 기자와 연결하는 중이니 잠시만 기다려...


나는 뉴스에 강수찬이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온 신경이 곤두섰다. 그렇게 방방 뛰어다니던 유미의 모습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박소한: 유미야 조용히 해봐!


몇분 뒤, 강수찬이 기자실 맨 앞에 있는 연설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아빠를 물고문 하던 그 새끼는 제복을 간단히 정리한뒤 목을 가다듬고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강수찬: 흠흠! 아 우선... 제가 이 충유시를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을 알아주시고, 저를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연설을 시작하겠습니다.


박소한: 지랄하네 저 개새끼가...


나도 모르게 험한 말이 나왔다. 나는 우리 아빠가 물고문을 당하던 모습이 보였다. 강수찬은 우리 아빠를 평범한 시민에서 테러범으로 만들었다. 강수찬은 말을 이어 나갔다.


강수찬: 우선! 제가 이 청장이라는 자리에 올라왔음으로써, 시티가드와 협력하여 경찰 병력을 더욱더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강수찬은 계속해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이어나갔다. 언제나 시민의 편에 서겠거니, 밤에도 안전한 도시를 만들겠거니... 강수찬의 개지랄은 40분 내내 이어졌다. 마지막 공약인 마약에 대한 강경대응까지 발표한 이후에 강수찬은 연설을 끝냈다.


강수찬: 다시한번 저를 지지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강수찬은 허리를 한번 꾸벅 숙인 뒤에 기자실을 빠져나갔다. 화가 났다. 거실에 우뚝 서있으면서 저 새끼를 죽여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가 내 팔을 잡고 흔들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소한씨!


안수민이 내 팔을 잡아 흔들었다. 나는 깜짝 놀라 몸을 움찔거렸다.


박소한: 에?!


안수민 <하르페이아>: 밥 다 됬으니까 빨리와요! 식으면 맛 없으니까!


안수민은 내 팔목을 잡고 식탁으로 끌고 갔다. 식탁에는 소고기 뭇국과 계란 후라이, 그리고 갖가지 반찬들이 놓여져 있었다.


박소한: 이거 다 수민씨가 한 거에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책 읽은대로 해보긴 했는데...


박소한: 냄새는 괜찮은거 같고...


소고기육수의 은은한 향기가 내 코 뿐만 아니라 혀까지 자극시켰다. 입에는 벌써 침이 고였다. 나는 이게 진짜 안수민이 한 요리가 맞는지 약간 의심이 들어 고개를 한번 갸우뚱 거린 뒤 국물을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박소한: 음...


고소한 맛을 내는 소고기와, 시원한 육수가 감칠맛을 만들어 내 혀를 이리저리 휘몰아치고 있었다. 아주 맛이 좋았다. 마지막에 후추의 매운맛이 살짝 나면서 목으로 넘어가는 것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안수민은 나를 보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어, 어때요? 


박소한: 수민씨.


안수민 <하르페이아>: 네?


박소한: 맛있으니까 그쪽도 와서 앉아요. 같이 안먹어요?


안수민은 그제서야 안심이 됬는지 다리가 풀린듯 몸이 추욱 쳐졌다. 유미도 벌써 식탁에 앉아 수저를 양손에 들고 있었다.


안유미: 엄마! 나도 줘! 나도 국줘!


안수민 <하르페이아>: 아! 맞다! 유미도 조금만 기다려!


안수민은 그제서야 자기와 유미의 국그릇에 국을 퍼왔다. 그리고 우리는 맛있게 밥을 먹기 시작했다. 유미는 밥을 먹는 내내 싱글벙글 웃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유미야 그렇게 맛있니?


안유미: 헤헤... 맛있어! 그리고 오늘 아찌랑 모모 보기로 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음? 집에서  항상 보던 거잖아?


박소한: 그게... 오늘 뭐 극장판인가? 그게 나온다고 해서 저녁에 보기로 했는데 시간 괜찮아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저도 보러갈래요! 치사하게 유미만 데리고 가요?!


박소한: 아니 애들 영화라 안좋아하는줄 알았죠.


안수민 <하르페이아>: 갈래요! 나도 갈거에요! 안데리고 가면 나 삐질 거에요?


안수민은 점점더 얼굴을 내 쪽으로 들이밀었다. 원래라면 데리고 말안해도 데리러 갈려고 했지만, 안수민이 그렇게 보채는 모습을 보자 한번 튕겨보고 싶었다.


박소한: 아... 진짜 갈 거에요? 애들 보는 영화라니까!


안수민 <하르페이아>: 우웅! 진짜 그러지 마요! 나도 보고 싶으니까!


박소한: 나랑 유미만 갔다 올게요. 집에서 TV보고 있어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아니 진짜아! 나 데려가줘요!


안수민은 내 배를 꽈악 꼬집어 비틀었다. 


박소한: 악! 알겠어요! 같이 가자고! 이거좀 놔요!


안수민은 그제서야 내 배를 잡은 손을 스르륵 놨다. 하지만 볼은 아직까지도 빵빵했다. 안수민의 빵빵한 얼굴은 너무나도 귀여웠지만, 그 상태가 계속된다면 기분을 풀어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밥을 먹으면서 혼잣말을 하듯 안수민의 음식에 칭찬을 해줬다.


박소한: 쓰읍... 누가 만든건지 되게 맛있네...


안수민 <하르페이아>: 지, 진짜 맛있어요?


박소한: 음? 내가 뭐라고 했어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 아... 아니에요! 헤헤...


그제서야 안수민은 실실 웃으면서 밥을 입에 넣어 오물오물 씹었다. 우리는 그렇게 밥을 후딱 먹어치웠다. 시계는 12시를 가르켰다.


2. 덤벼라 안수민


아침이라 하기엔 너무 늦은 밥을 먹은 후에 우리는 평소처럼 쇼파에 앉아 있었다. TV를 보는 것도 더이상 재밌지 않았다. TV를 틀어놓고는 우리는 멍을 때리다시피 앉아있었다.


안유미: 우웅... 심심해... TV 재미없어...


박소한: 후우... 진짜 할거 없다...


안수민도 쇼파와 한몸이 되어있는듯 추욱 쳐져있다 갑자기 무슨 좋은 생각이 났는지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아 맞다! 게임기! 소한씨, 게임기 있다 했죠?


박소한: 뭐... 있긴 한데. 지금 할려고요?


안수민은 갑자기 거만한 표정으로 일어나 나를 내려다봤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흐음? 혹시 질거 같아서 그러는 거에요?


안수민의 한마디는 나를 엄청나게 자극시켰다.


박소한: ...당신 그말 책임질수 있어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한번 들어와봐요! 내가 다 이겨줄 테니까!


나는 TV밑 서랍에 있는 게임기 하나를 꺼낸 뒤에 TV와 연결했다. 안수민에게 패드를 하나 던져준 뒤, 게임기를 실행시켰다.


박소한: 축구로 먼저 박살 내줄까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허허~ 소한씨, 그런 호기로운 모습 좋네요. 하지만 그 모습을 언제까지 유지할수 있을지 보자구요?


곧바로 슈퍼리그 23을 실행시켰고, 나는 S.S 라치오를, 안수민은 역시나 BR워싱턴을 선택한 뒤 우리는 게임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리 모두 탐색전을 펼쳐야 했기에 쉽사리 공격을 하지 못했다. 나는 역습 위주의 플레이를 즐겨 했지만, 안수민은 점점더 공격진영에 선수들을 올리기 시작하더니, 수비수를 1명만 두고 올공을 시전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폭격기 요세비치 가자아아! 


박소한: 진심이야?! 뭔 공격을 저리 심하게 해!


안수민은 미친듯한 공격 플레이를 보여주더니 결국에는 골을 집어넣었다. 그자리에서 안수민은 펄쩍 뛰어올리 나를 약올리기 시작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하! 그렇게 호기로운 모습은 어디가고 이젠 또 추욱 쳐졌어요?


박소한: ...한골 넣었다고 좋아하지 마세요. 내가 바로 보여줄테니까.


나는 바로 정신을 차린뒤, 안수민한테 일부로 공을 뺏겼다. 생각하지 못한 공을 얻은 안수민은 이번에도 단독 드리블을 시전하면서 10명을 공격으로 내몰더니 완벽하지 못한 패스로 실수를 범했다. 곧바로 나는 그자리에서 볼을 뺏고 상대 진영에 있던 선수한테 롱볼로 패스를 보냈다. 역시나 1백의 수비수로는 아무런 것도 할수 없던 안수민은 안절부절하다 결국 나한테 골을 먹혔다.


박소한:  공격에 미친 플레이가 이래서 위험하다니까.


안수민 <하르페이아>: 치... 치사해요! 저거 오프사이드!


박소한: 골먹히면 무슨 죄다 오프사이드입니까? 빨리 시작해요!


우리는 그렇게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한경기를 치뤘다. 안수민은 공만 잡으면 모든 선수를 공격지역으로 밀어넣었고, 나는 그 공을 뺏어 역습하기를 반복했다. 안수민의 올공 전략은 과감했지만, 효과가 있었다. 안수민은 추가로 3골을 넣었지만, 나한테도 2골을 추가로 먹혔다. 경기는 그대로 4:3으로 안수민의 승리로 끝이 났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하! 이겼네! 소한씨 별거 아니네!


박소한: 내가 인정할게요. 그쪽이 잘했네.


나는 게임에 온 신경을 쏟아부어 대꾸할 힘이 없었기에 안수민의 말에 맞다고 대답해줬고. 안수민은 내 반응이 재미없었는지 나를 빤히 쳐다보다 팔을 툭툭 밀어댔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뭐야~ 나만 나쁜 사람 만들고... 좀 반응좀 해줘요!


박소한: ...그쪽 잘한다고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아 진짜아! 그러지 말고 조옴!


안유미: 우와! 엄마 짱 잘해! 아찌 이겼어!


박소한: ...유미도 할래?


안유미: 웅! 할래!


약간의 현타가 온 나는 게임패드를 유미한테 넘겼다. 유미는 내 패드를 가져가더니 엄마랑 호기롭게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안수민은 자기가 엄마라는 것 하나는 알았는지, 이번에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시피 게임을 했다. 결과는 13:0 유미의 대승이였다.


안유미: 우와! 이겼다! 헤헤... 엄마! 나 이겼어!


안수민 <하르페이아>: 그래 우리 유미 대단하네? 한판만 다시 할까?


그렇게 한판만 한다는 게임은 점점더 길어지더니, 몇시간동안 그 게임만 둘이서 신나게 해댔다. 게임에 푹 빠져 둘이서 하는걸 지켜보니 어느새 시간은 5시를 훌쩍 넘겨있었다.


박소한: 다들 그만해요. 영화나 보러가게. 


안수민 <하르페이아>: 에에~ 전 좀더 하고 싶은데...


박소한: 유미랑 한 약속 안지킬 거에요? 언제는 가고 싶다고 졸라댔으면서!


안유미: 우와! 우리 모모 보러 가는거야? 신난다!


우리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뒤, 차를 타고 영화관이 있던 백화점으로 향했다. 유미는 백화점으로 가는동안에도 싱글벙글 웃어댔다.


3. 시네마 천국


우리는 영화관 매표소로 가 상영관에서 가장 좋은 자리 3자리를 선택한 뒤 팝콘을 사러 매점으로 갔다.


박소한: 뭐 먹을 거에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달달한게 좋은데...


박소한: 그럼 카라멜 팝콘이랑... 콜라?


안수민 <하르페이아>: 좋아요!


박소한: 카라멜 팝콘 라지 사이즈 하나랑 콜라 라지사이즈 하나, 메론쥬스 라지 사이즈 하나랑... 유미는 뭐 먹을래?


안유미: 모모 복숭아 쥬스!


박소한: ...그거 한병 주세요.


시로마 모델: 알겠습니다.


시로마는 내가 주문한 음식들을 하나하나 전달해줬다. 우리는 팝콘과 음료수를 가득 들고 상영관으로 향했다. 가는 길 도중에 내 눈에는 익숙한 모습이 하나 보였다. 하늘색 긴머리를 가진 여자... 저건...


안수민 <하르페이아>: 소한씨!


박소한: 네?


안수민 <하르페이아>: 뭐해요 안들어오고!


잘못 본거겠다 치고 넘어간 나는 안수민, 유미와 함께 상영관 안으로 들어가 영화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영화는 내가 예상한 그대로였다. 평화로웠던 도시에서, 하수구 괴물들이 나타났고, 모모와 백토가 출동했지만, 그것은 뽀끄루 대마왕의 함정이였고, 또다른 도시에서 골타리온 13세와 나타나 건물들을 부수고 다녔다. 이를 안 모모와 백토는 뽀끄루가 있는 곳으로 가서 뽀끄루와 결투를 펼쳤다. 또 역시나 뽀끄루 대마왕과 골타리온 13세는 패했고, 땅속으로 깊이 사라지면서 영화는 끝이 났다.


안유미: 모모 멋있어! 와아아!


영화가 끝나자 유미를 비롯한 많은 아이들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린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큰 키를 가진 하늘색 머리의 여자도 일어나 소리를 치고 있었다.


흐레스벨그: 최고다 모모쨩! 사랑해요!


박소한, 안수민 <하르페이아>: ...으엉?


저건 흐레스벨그였다! 아무리 모모를 좋아한다고 했어도 저렇게 아이들처럼 좋아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흐레스벨그는 영화의 클로징이 끝날 때까지 환호성을 지른뒤, 같이 데리고 왔던거 같은 블랙하운드와 상영관 밖으로 퇴장했다. 우리는 천천히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 흐레스벨그 옆에 있던 블랙 하운드는 흐레스벨그가 하는 매지컬 모모에 대한 설명을 들어주느라 애를 쓰는듯 했다. 영화관 밖에서 나는 그녀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박소한: ...저기...


흐레스벨그: 흐엣!


흐레스벨그와 옆에 있던 블랙하운드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마주보면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스카이 아이돌즈의 일원이자 랩을 담당하고 있는 흐레스벨그의 스웩있는 모습은 어디가고, 안경과, 모자, 마스크, 티셔츠까지 매지컬 모모의 캐릭터가 새겨져 있었고, 손에도 매지컬 모모의 영화 포스터를 가득 들고 있었다. 나와 안수민은 그렇게 5초정도 가만히 멍을 때렸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흐레스벨그?


박소한: ...흐레스벨그씨 맞아요?


흐레스벨그: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아아!


블랙하운드: 언니!


흐레스벨그는 블랙하운드의 손마저 놓고 그대로 뒤돌아서 도망치려 했지만, 오히려 급한마음에 그자리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콰당!'


안수민 <하르페이아>: 어머!


박소한: 저기요! 괜찮아요?


흐레스벨그는 그렇게 심하게 넘어졌으면서도, 품속에 있던 모모 포스터는 끝까지 사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흐레스벨그는 나를 보자 부끄러운듯 얼굴이 빨개지더니 눈물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아무리 모모를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이정도일줄은...


흐레스벨그: ...흑...


박소한: 아, 아니...


흐레스벨그: 참모니임... 나 너무 부끄러워요... 흐아앙~


그녀는 그자리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우리는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그때, 내 뒤에 서있어 흐레스벨그를 보지 못했던 유미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그녀가 흐레스벨그인 것을 알자, 기쁘게 반기며 흐레스벨그한테 다가갔다.


안유미: 우와! 언니! 모모 좋아하는 언니다!


흐레스벨그: ...유미야?


흐레스벨그는 안유미를 보자마자 울음을 그쳤고, 유미는 울고있는 흐레스벨그를 보고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안유미: 언니는 왜 울고있어?


흐레스벨그: 흑... 너무 부끄러워...


안유미: 왜 좋아하는게 부끄러워? 언니 모모 박사잖아! 모모에 대해서 모르는거 없잖아! 언니 멋있어!


흐레스벨그: ...진짜?


안유미: 그러지 말고 우리 했던거 하자 언니! 매지컬 무우운 파워!


안유미는 포즈를 잡고 흐레스벨그가 따라해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흐레스벨그는 유미의 모습을 보자 슬며시 웃더니, 일어나서 유미의 행동에 대답해줬다.


흐레스벨그: 매지컬 문 파워!


안유미: 우와! 언니 멋있어!


유미는 그렇게 흐레스벨그한테 안겼고, 그렇게 분위기는 차분해져갔다.


박소한: 이제 좀 괜찮아요?


흐레스벨그: 유미 덕분에요...


박소한: 그나저나, 모모를 좀 많이 좋아하나봐요?


흐레스벨그: 멋지지 않아요? 모모가 마법을 쓰면서 악당들을 무찌르는게? 


박소한: 재밌긴 하던데... 근데 이제 그쪽은 뭐할 거에요?


옆에있던 블랙하운드는 내 말을 듣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블랙하운드: 그게... 아직 2회차밖에 안돌았다고 한번 더 봐야 된데요...


블랙하운드의 체념에 흐레스벨그는 눈빛이 확 바뀌었다.


흐레스벨그: 무슨 소리! 진정으로 모모를 좋아한다면 당연히 3번 이상은 봐야된다구요!


안유미: 맞아! 아찌! 나도 한번 더 보고싶어! 한번더! 응? 제바아알~


안유미는 흐레스벨그의 말을 듣자마다 떼를쓰면서 내 다리에 엉겨붙었다. 나는 어쩔수 없이 흐레스벨그한테 부탁했다.


박소한: 저기... 제가 티켓 드릴테니까... 유미랑 한번 봐주면 안될까요?


흐레스벨그는 떨어져있던 동글동글한 안경을 쓰더니 완전히 말투와 행동이 바뀐 모습으로 나한테 감사를 표했다.


흐레스벨그: 오옷! 그렇게 좋은 거래는 항상 환영입니다요~


블랙하운드: 또 시작이시네...


박소한: 말투는 또 왜저렇게 바뀌었다냐...


나는 티켓 3장을 흐레스벨그한테 넘겨주고, 그렇게 셋은 다시 상영관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이제 영화관에는 나와 안수민 이 둘밖에 남지 않았다.


박소한: ...우리는... 다른영화나 찾아볼까요?


안수민은 내 물은에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관에서 상영하던 영화들은 우리가 방금 봤던 '메지컬 모모'와 '오피스 러브'라는 로맨틱 코미디, '화이트캐슬'이라는 공포영화, '그랜파'라는 가족영화 이 4가지밖에 상영하질 않았다. 나는 안수민을 바라봤다,


박소한: 오피스 러브는 어때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볼게 저거밖에 없긴 하네요...


우리는 그렇게 다시 팝콘과 음료수를 리필한 뒤에 다시 상영실로 들어갔다. 오피스 러브는 한 회사에서 벌어지는 두 남녀간의 러브 코미디를 다룬 영화였고, 이야기 또한 무난하게 흘러나갔다. 약간 당황했던 장면은 창고에서의 키스씬이였다. 키스 장면을 3분 내내, 그것도 두 주인공의 얼굴만 클로즈업해서 보여줘서 우리 둘의 얼굴은 서로 화끈해졌다.


박소한: ...무슨 키스를 몇분동안 하냐...


안수민 <하르페이아>: 아우 보는 내가 창피하네...


그 뜨거운 키스씬이 끝나고나서, 두사람이 서로 사랑한다고 밝힌뒤, 결혼식을 치르면서 영화가 끝이 났다. 어이없는 영화의 결말에 우리 둘은 정신이 나갈듯 눈알을 한바퀴 돌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소한: 그냥 매지컬 모모나 한번더 보러갈걸 그랬나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그게 훨씬 더 나았을수도...


밖으로 나와보니 흐레스벨그와 블랙하운드, 유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흐레스벨그와 유미는 마법소녀를 따라하고 있었고, 옆에서 블랙하운드는 머리를 콜라를 마시며 그 둘을 재밌다는듯 바라보고 있었다.


안유미: 마법이니까~


흐레스벨그: 피하기 없기!


안유미: 마법소녀는 언제나 무적!


흐레스벨그: 지구의 평화는 우리가 지키리!


박소한: ...원래 흐레스벨그씨가 저런 사람이였나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저도 약간 혼란이 오는데요...


역시나 흐레스벨그는 우리를 보자마자 다시 소스라치게 놀랐다. 


흐레스벨그: ...엄마야! 어, 언제 오셨어요?


박소한: ...유미랑 놀고 있을 때부터요.


흐레스벨그는 내 말을 듣더니 다시 얼굴이 새빨게졌다.


흐레스벨그: 아, 아니... 저... 그게...


박소한: 됬어요. 유미랑 놀아줘서 고마워요. 근데 그쪽은 아이돌이라면서 뭐 공연같은거 안해요?


블랙하운드: 저번주까지 공연은 다 끝났고, 저희 이제 한달동안 앨범작업해야되가지고... 이번주는 쉬는 기간이에요. 전대장님도 오늘은 게임방송 중이시구요.


박소한: 아...


흐레스벨그: 오늘 유미 덕분에 즐거웠어요! 저희가 아무리 쉬는 기간이라고 해도, 11시까진 숙소로 돌아가야되서 이만 먼저 가볼게요. 유미야 안녕!


안유미: 언니들 우리 또 보자!


그렇게 흐레스벨그와 블랙하운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졌다. 유미는 흐레스벨그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그렇게 활기차던 모습은 어디가고 고개를 꾸벅거리면서 졸기 시작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유미 졸려?


박소한: 오늘 하루만 게임 4시간에 영화도 4시간이나 봤는데 졸리겠지...


유미 또한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졸리다는 표시를 말해줬다. 나는 유미를 들어올려 등쪽으로 업었다. 유미는 우리가 주차장으로 가는중에 잠이 들었는지 새근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유미를 조심스레 차 뒷자리에 태운 뒤, 집으로 갔다.


4. 발각


집에 도착한 우리는 유미를 침대에 내려놓고, 안수민도 피곤한지 기지개를 피면서 옷을 정리하러 옷장에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안수민은 옷장의 오른쪽, 내 비밀창고에 머리를 콩! 하고 부딪혔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아얏!


박소한: 무슨 일이에요?


나는 안수민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서 안수민은 신기한듯 문이 열려진 비밀창고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우와... 여기 뭐에요?


박소한: 그냥 창고니까 빨리 나와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아니 창고가 뭐이리 더러워요? 여기 먼지좀봐...


안수민은 내 말을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가 먼지들을 훑어냈다. 그리고, 바닥금고쪽 손잡이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이거... 금고 아니에요?! 금고잖아!


내가 우리집에 나밖에 없었을 때 금고의 문을 잠가놓지 않은걸 후회하는 순간이였다. 안수민은 금고의 문을 열고 그 안에 있는 엄청난 양의 돈다발과 금덩이들을 발견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소, 소한씨... 이게...


박소한: 내가 모아놨던 돈들이라고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진짜 배달업 하는거 맞아요?


박소한: 제발 밖으로 좀 나와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조금만 더 구경좀 하구요~


안수민은 금고 안으로 터벅터벅 아래로 들어갔다. 안수민은 돈다발들 뒤에 숨어있던 총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권총을 하나 들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총들좀 봐... 혹시 소한씨 밀덕이에요? 이거 진짜같다!


박소한: 초, 총! 그거 내려놔요! 위험하니까!


안수민 <하르페이아>: 우와... 이거 총알까지 완벽하게 만들어져 있어요!


안수민은 총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구경을 했다. 그리고선... 장전을 했다.


'철커덕'


안수민 <하르페이아>: 소리까지! 와 진짜 잘 만들었다...


그리고, 안수민은 방아쇠를 당길려고 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박소한: 총구 내려! 씨발 총구 내리라고!


안수민은 화들짝 놀라며 총구를 바닥으로 내렸다. 


'탕!'


바닥에는 작은 구멍이 하나 뚫렸다. 안수민은 덜덜 떨기 시작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소, 소한씨... 이게... 왜... 집에 있어요?


금고 안에서 우리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19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