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파트너..."  "응, 자기야."  

"우리가 서로 만날때쓰는 거울 있잖아. 뭔가 의문점이 들지 않아? 어떻게 공간을 넘을 수 있고, 서로 만날 수 있는지 말야."

"그러게... 나도 줄곧 궁금해왔어."

파트너와 나는 어떻게 우리가 서로 만날 수 있게 되었는지 추측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때 당시의 내가 너무 외로웠던 나머지 무의식적으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다는 마음이 발현된 것이 아닌가'

라는 결론이 나왔다. 조금 허무맹랑하지만 지금 당장으로써는 그것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뭐, 굳이 지금 당장 생각할 필요는 없잖아? 너랑 이렇게 이어지게 된게 다 저 거울 덕분이니까."

파트너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자기 세계는 아주 흥미로운데? 온갖 신기한 것들이 이것저것 다 있단 말야. 4K UHD TV라든가, 무선충전기라든가...." 

"그렇게까지 관심이 많을 줄 몰랐네 ㅎㅎ 나중에 필요없는 거 몇개 가져가, 파트너. 너 줄려고 옷도 준비해뒀어."

나는 옷장을 열고는 안에서 큼지막한 상자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줬다.

"헉, 나 이렇게까지 많이 필요없는데.... 정말 받아도 돼?"

"응, 당연하지. 사놓고 대부분 꿍쳐놓은거라.... 게다가 더 이상 입을 일도 없고."

"고마워, 자기야. 잘 입을게!" 


다행히도 그녀는 내 선물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흐뭇한 반나절을 보내던 중 파트너가 오늘은 일찍 들어가야겠다고 말했다.

내일 집에 중요한 일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응, 그럼 잘가~ 나중에 또 보자!" "응, 옷 잘입을게~!!"

파트너는 내게 손을 흔들며 거울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 순간 거울 안쪽에서 붉은빛이 뿜어져나오더니 강한 충격으로 그녀가 거울밖으로 튕겨져나왔다.

"꺄아악~!!"  "파트너!!"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왜 들어갈 수 없는 거야?"

갑자기 벌어진 이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다른 거울로도 시도해보았지만 전혀 소용없었다.

파트너는 불안감에 자신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자신의 인생이 1992년에 있는데,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버렸으니 말이다.


"파트너....." 

한마디로 지금 그녀는 2022년에 갇히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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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나 이제 어떡하면 좋아? 원래 세계로 갈 수가 없게 되버렸어...."

"일단 진정해봐, 파트너.....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져야 해."

"응..... 근데 난 내일 꼭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래."

"중요한 일?" "그래, 자기야. 내일 부모님이랑 친척 제사에 갔다 와야 하거든."

"그렇구나. 어쩌면 좋지? 지금 어떤 거울로도 돌아갈 수가 없는 거잖아."

나는 잠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는 파트너에게 당분간은 내 집에서 머물다가 거울이 고쳐지는 즉시 돌아가는게 어떻겠냐고 했다.

"정말 그래도 돼? 너한테 너무 부담될텐데..." "난 괜찮아. 어차피 이 집은 혼자살긴 좀 넓거든."

파트너는 눈물을 글썽이고는 와락 나를 껴안으면서 고맙다고 했다.

'도대체 왜 거울에 문제가 생긴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