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실화라서 여기 적어보겠음



약 10년전, 2012년 9월 24일 화창한 가을날...

당시 활동하던 사진 모임에서 수원서울농대폐교 촬영을 가자고 해서 촬영을 가게 되었어. 딱히 서울농대폐고에 괴담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폐교분위기가 상당히 싸했고,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곤 했지.


▲실제 당시 서울농대폐고에서 찍은 사진 인증



그리고 농대폐교 촬영이 끝난 뒤, 같이 갔던 멤버들은 다들 돌아가고, 난 간만에 멀리 나온것이 아까워, 당시 구입한지 몇달 안된 신차를 끌고 최대한 한적한 곳을 찾아가기로 했어. 


원래 예전부터 별을 찍는것이 취미였던 터라, 별 촬영할 장비를 가져온건 없었지만, 가져온 여분의 배터리도 많이 남았고, 날씨도 워낙 좋으니 타입랩스라도 찍어서 가자는 생각으로 달렸지.


그리고 용인인건 확실한데, 정확하게 어딘지 모를 누렇게 익은 논이 가득한 시골풍경이 나왔어.


▲ 당시 논두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찍은 사진. 저 논의 한가운데까지 가서 촬영을 진행했음


보다시피 주변에 진짜 집도 몇채 없고, 근처에 가로등도 노란 백열전구 달린 가로등 딱 하나밖에 없는 그런곳이었지. 거기다 나는 사진에는 잘 안보이지만, 차로 갈 수 있는 논두렁이 있어, 차를 끌고 한가운데까지 갔고, 거기서 자동차 헤트라이트를 끄자 정말 저 멀리 건물 불빛 몇개와, 하늘에 가득한 별, 그리고 저 멀리있는 가로등 불빛에 은은하게 다 익은 쌀이 비치는게 너무 환상적인 풍경이었지.


당시만 해도 별 찍으러 온 것이다보니, 깜깜하니 아무것도 안보이는게 너무 좋았고, 그대로 열심히 타입랩스 촬영을 시작했어.


▲ 아무 문제 없는 평범한 촬영샷. 원래는 이 느낌으로 4시간 ~ 6시간 정도 별의 일주를 촬영할 생각이었음


보다시피 정말로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논 한가운데에서 별 촬영을 시작했지. 시원한 가을밤에 논에서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며 촬영하니 기분이 참 좋았어. 그리고 당시 시간이 밤 10시경, 촬영 셋팅을 한 20여분 정도 한뒤에, 10시20분정도 부터 본격적인 타입랩스 촬영에 들어갔지


릴리즈로 4시간 짜리 인터벌 촬영 셋팅을 해두었기에, 그냥 카메라 세워두고 그 뒤에서 담배한대 피며, 차에 가지고 다니는 캠핑용 의자를 꺼내 편하게 쉬면서 시간만 떼우고 있었어


그러던 도중,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며, 저 멀리, 곳곳에서 개들이 미친듯이 짖어대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 나중에 찍힌 사진에서 확인한것이지만, 일정 순간부터 하늘의 색감조차 붉게 찍힌걸 확인할 수 있음


아무도 없는 깊은 밤에, 논밭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개들이 짖어대니, 나도 조금은 기분이 안좋더라구. 그리고 개들이 짖는 소리가 그냥 한마리가 웡웡 해서 다른 한마리가 웡웡 거리는 그런 수준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동네 개들이 미친듯이, 진짜 딱 들으면 개들이 뭔가 심각하게 필사적으로 짖는듯한 그런 소리였어. 하지만 원래 별찍으러 다니면서 어두운 밤에 빛이 하나도 없는곳만 찾아다니는 터라, 개짖는 소리 정도로는 그냥 찝찝하다 정도였지.


그런데 그리고 잠시후... 아무리 가을밤이라지만, 저때 그렇게 춥지 않아서 가벼운 차림이었는데, 갑자기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서늘해지기 시작하며, 언제 그랬냐는듯, 개들이 순식간에 짖는걸 멈추고 사방이 조용해졌어. 


저때 저 뒤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내가 타고왔던 작은 국도가 하나 있었는데, 그전까지만 해도 그 도로로 간간히 대형차량들이 지나가서 사진에도 헤드라이트가 찍히고 했는데, 딱 그 시점부터 차도 안지나다니고, 그냥 세상이 쥐죽은듯이 조용해진거야. 심지어 가을에 흔하게 들리던 귀뚜라미 소리조차 안들리더라...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전사진과 비교해봐도 확실히 안개가 자욱해진 모습


갑자기 빠른 속도로 엄청난 양의 안개가 피어오르며, 주변이 쌔까맣게 뒤덮히기 시작했어. 진짜 30초짜리 장노출 사진에서도 주변이 제대로 안찍힐 정도였으니, 나에게는 그냥 세상에 아무것도 안보일 정도로 그냥 깜깜해져 버렸지. 바로 눈앞에 있는 카메라랑, 바로 옆에있는 자동차도 겨우 보일 정도로 안개가 짙었지. 거기다가 분명 배터리를 빵빵하게 챙겨왔던 카메라가 미러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그냥 꺼져버린거야. 4시간 이상, 잘되면 6시간~8시간까지도 촬영하려고 풀충전된 배터리로, 배터리 체크까지 해서 끼워놨었거든. 


그리고 그와 동시에 주변에서 뭔가 스스슥~ 스스슥~ 하며 논 안에서 돌아다니는 듯한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는거야. 진짜 오싹 하더라고. 그 있잖아. 사람이나 커다란 개가 논 안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닐때, 벼에 스치면서 나는 그런소리. 그 소리가 앞에서만 들리는게 아니라 진짜 왼쪽에서 오른쪽, 오른쪽에서 왼쪽, 뒤에서도 들리고 하며, 진짜 뭐가 논 안에 있는듯 했어.


거기다가 주변에 그 소리 말고 아무것도 안들리니까 진짜 소름돋으며 오싹하더라고. 그래서 빠르게 카메라를 정리하고, 바로 옆에 있는 차 안으로 들어갔어. 그리고 헤트라이트라도 키려고 하는데 켜지질 않는거야. 시동은 커녕 아예 먹통이었지.


배터리가 나간거면, 드드득 드드득 하면서 배터리 없다고 따다닥 따다닥 하는 그런거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냥 키 꽂고 돌려도 아무 반응이 없는거야. 진짜 그때부턴 서늘한 기운에, 계속 차 밖에서 들리는 스스슥~스스슥~ 하는 소리까지 겹쳐서 소름이 엄청 끼치더라구.


사실 신차에다가, 그날 운전도 많이했었기에 배터리가 완전히 나간다는건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는데, 그래도 혹시몰라서 보험사라도 불러볼 생각이었어. 그리고 여기가 어딘지 네이버지도로 확인이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핸드폰과 태블릿을 집어들었지 (당시 갤S1과 갤럭시탭 2개 가지고 있음)


근데 정말 소름끼치게도, 분명 운전중에 항상 충전기를 꽂아놨던 스마트폰은 물론, 방금전까지도 촬영하면서 유튜브 보고있었던 갤탭이 둘다 꺼진채 아무 반응이 없는거야.


진짜 그때 나에게 빛이라고는, 가지고 있던 지포라이터 말곤 아무것도 안켜졌어. 좀전까지도 담배피느라 썼던 그 지포라이터마저 안켜졌으면 정말 공포에 질려서 기절했을지도 몰라


그리고 차안에서 온갖 짜증을 내며, 솔직히 너무 무서워서 큰소리로 노래도 악쓰고 불러대고, 괜히 허세부리며 랩도 해보고, 신나는 음악을 억지로 불러대며 견뎠어. 그리고 딱 노래 3곡 부르고 나니까 갑자기 번쩍! 하며 자동차 실내등이 들어오고, 띵딩딩 하는 음악소리가 들리며 핸드폰이랑 태블릿 둘다 동시에 전원이 켜지는거야


진짜 그때 갑자기 옆에서 S시절 부팅음 들리니까 화들짝 놀랐다구...


그리고 혼란스런 상태로 핸드폰 확인해보니 시간은 밤 12시 10분이 조금 넘은 시간, 당연히 핸드폰은 배터리 90% 이상, 태블릿도 40%이상 충분하게 표시되어있고, 자동차도 아무 문제없이 시동이 걸렸어


심지어 그 자욱하던 안개는 어디로 갔냐는 듯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어. 그리고 귀뚜라미 소리도 다시 들리고, 개들도 월월 대며 평화로운 시골느낌으로 짖어대고, 도로에 트럭 달리는 소리도 들리니까, 더욱 소름끼치더라...


▲당시에 찍은 사진 메타데이터


보다시피 마지막 사진은 밤 11시 47분, 그런데 저때 카메라에 약 3분정도 시간 오차가 있었기 때문에, 실제 저당시 마지막 촬영시간은 11시50분이라고 봐야해. 그리고 저게 찍힌 뒤로 나는 진짜 자욱한 안개속에 갇혔으니, 약 20분 정도 그속에서 공포에 떨며 노래를 불렀던거지. 


진짜 귀신을 직접 보거나 한것은 아니지만, 당시 상황이 처음가본 어딘지도 모르는 논두렁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카메라 핸드폰, 태블릿, 심지어 자동차까지 모든 전자기기가 먹통이 된채, 20여분간 알 수 없는 소리에 공포를 느껴야 했어.


▲절대 주작아님. 오른쪽에 이중노출된 것 같은 사람형상이 찍혀있음


그리고 집에와서 사진을 정리하다 발견한 섬뜩한 사진....


보다시피 사진 오른편에 사람 비슷한 형상이 찍혀있어. 조금만 사진을 아는 사람이 본다면, 그냥 내가 움직이다가 잔상이 장노출에 찍힌거라 생각할거야. 근데, 나는 사진으로 먹고사는 놈이야. 심지어 저때도 이제막 사진 배워가며 돌잔치나 결혼식 다니기 시작하던 초보 사진작가로, 서울의 한 스튜디오에서 막내 작가로 배워나가던 시절이야. 


에초에 타입랩스 찍으려고 구도 다 잡고 인터벌 걸고 찍힌 첫 사진이기 때문에, 저때 절대 나는 화각 안쪽에 들어가지 않았어. 릴리즈도 무선도 아니고 유선릴리즈 인데다가, 선이 짧아서 애초에 저 위치에 내가 가서 촬영하는것 자체가 불가능해. 거기다가 인터벌 걸고 첫 사진이라, 카메라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자연스럽게 내 위치는 카메라 뒤에, 캠핑의자 놓고 앉아서 리모콘 손에 쥐고 있는 채로 찍은것이었다구.... 그러니 절대 내가 찍힐 순 없는 사진이야. 


당연히 당시에 나 말고는 당연히 아무도 없는 상황이었고, 나는 저 위치에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데, 대체 무엇이 찍힌건지 아직도 미스테리야. 사실 나는 UFO나 귀신같은건 믿지 않는 성격이라,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술자리나 이런데서 이 이야기를 할때도, 귀신은 아닌것 같은데 정체는 알 수 없어서 오싹하다고 말해... 



이걸 읽는 친구들에겐 그다지 안무서울 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에겐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진짜 살면서 정말 공포를 제대로 느꼈던 경험이라 적어봐.



그리고 아래 영상은, 이게 위에 설명했듯이, 별 일주 타입랩스 찍으러 갔던거라, 카메라가 꺼지기 직전까지 촬영된 타입랩스가 남아있어. 그래서 내가 직접 내 채널에 그 타입랩스 영상을 자막좀 붙여서 넣은거야. 


채널홍보하려는거 아니니까, 영상 굳이 안봐도 되고, 처음엔 사진만으로 설명하려다가, 영상으로 봐야 더 리얼해서, 급한대로 이글 쓰면서 영상 만들어서 올린거야. 영상 약 10초 언저리부터 갑자기 화면이 어두워지는거 절대 후보정 하거나 한거 아니야. 순수하게 찍힌게 저래. 즉 잘 찍다가 10분도 안되는 사이에 갑자기 엄청난 안개가 피어오르며 카메라가 11시 50분에 꺼진거지....

그러니까 다른건 증거가 없어도, 최소한 갑자기 10분정도의 짧은 시간에 안개가 피어오르며 주변이 어두워진 그 사실만큼은 확실한 사진 증거가 남아있는거지. 카메라 메타데이터 기준으론 7분만에 안개가 가득 차오르며 주변이 안보일 정도가 되었어.


2012년 당시에도 활동하던 사진 동호회 네이버 카페에 같은 글 올렸었었고, 아직도 원본 사진 200장 고이고이 가지고 있을 정도로 나한테는 진짜 평생 술자리에서 한번쯤 풀어보기 좋은, 인생에서 가장 소름돋았던 경험이야.

어느덧 사진 경력이 10년을 넘었는데도, 왜 하필 밤 12시에 딱 맞춰서 앞뒤로 10분씩 20분간 그런 경험이 있었던 건지...
그리고 사진에 찍힌 형상이 뭔지 알수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