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 얼마면 되는데. "


" 예? "


" 얼마면 되냐고. "




화려한 적갈색 로브로 온몸을 가린 마법사가 한 손에 들고 있던 아뮬렛을 발치로 떨어뜨렸다.

이젠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 부모님이 선물한, 그러나 이젠 쓸모없는 잔해가 되어버린 아뮬렛.



" 실수로 고장 낸 건 미안한데, 별로 비싸지도 않을 거 아냐. 그래서 얼마냐고. "


" 선물 받은 거라 잘 모릅니다. "



미안하다라,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아뮬렛이 이렇게 산산이 부서지려면 대체 무슨 실수를 저질러야 하는 걸까.

마법사는 피식 웃으면서 지갑에서 동화 서너 개를 꺼내곤 바닥에 뿌렸다. 조각난 아뮬렛처럼.



" 그럼, 이 정도로 용서해줄 수 있지? 리아, 우린 동료잖아. "


" 한나 님, 제 이름은 레아입니다. 리아가 아니라. "


" 아, 그런 이름이었나? "



나는 굳이 대답하지 않고, 주저앉아 아뮬렛을 짜 맞췄다.

어차피 무슨 말을 하든 귀담아듣지 않을 게 뻔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여자는 귀족 출신이고 난 그냥 평민이니까.


적지 않은 사람이 오가는 시장바닥에 주저앉아 손가락을 꼬물거리는 건 퍽 쪽팔린 일이었다.

눈물 때문인가, 흐릿한 시야 탓에 헛손질이 늘어만 간다.


왜 울고 있는 거지, 이런 취급은 익숙할 텐데.



" 미안, 레아. 앞으로는 안 잊어버릴 테니까. 아무튼 용서한 거다? "


" ...예. "



나는 떠나가는 마법사한테서 눈을 떼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안 잊어버리겠다는 말만 벌써 몇 번째인지.

무슨 일인가 하며 여길 바라보던 사람들마저 떠나갈 때까지, 나는 묵묵히 조각을 긁어모았다.


그때 정오를 알리는 종소리가 시장에 울려 퍼졌다.

곧 출정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시간을 더 허비하기는 힘들겠지.

전부 모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원래 형체는 유지할 수 있을지도...


됐다. 어차피 진짜 부모도 아니고, 이름도 떠오르지 않는 이 세계의 부모가 준 물건이다.

출정 시간을 놓치기라도 한다면 무슨 취급을 당할지 모르니까, 이런 것보단 빨리 움직여야 했다.


나는 한참을 아뮬렛 조각들이 떨어진 자리를 바라보다가, 달리기 시작했다.




* * *




손이 퉁퉁 부었다.


마법사도 있는데 더운물이 아니라 찬물에 빨래해야만 하는 이유가 대체 뭐란 말인가.

하필 빨래가 끝난 시간이 밤이라, 이대로 잠들면 감기에 걸릴 게 뻔했다.


왜 이 시간에 빨래를 하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정 궁금하거든 내가 아니라 이 시간에 빨래를 부탁하는 정신 나간 성녀에게 말하라.


하긴, 나 같아도 온종일 떡을 친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불에서 잠들고 싶진 않겠다.

이게 다 용사가 절륜한 탓이지 뭐.



" 아직 멀었나요? "


" 다 끝났습니다, 말리기만 하면 돼요. "



막사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온 성녀가 가만히 불을 쬐고 있는 내게 묻는다.

부탁받은 일은 다 했으니, 나는 불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한다.


모닥불 근처에서 빨래를 말리는 건 좀 어떤가 싶지만, 마법사가 협조해줄 리도 없으니 자정 전까지 빨리 말리려면 방법은 이것뿐이다.

성녀라면 자다가 잿가루를 조금 마셨다고 폐병이 날 이유도 없으니 상관없지 않을까.



" 죄송해요, 이런 걸 부탁할 사람이 레아 님밖에 없어서. "


" 괜찮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인 걸요. "



나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입 밖으로 내면서, 제발 성녀가 아무것도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고 기도했다.

하지만 성녀 앞에서 신앙심도 없이 기도를 올린 게 잘못이었을까.


성녀는 막사에서 빠져나와 내 옆자리에 앉는다.

솔직히 말해서, 마법사보다도 더 엮이기 싫은 것이 바로 성녀였다.

그녀가 바란다면 나는 마땅히 그 소원을 이뤄내야만 하는 신분이니.


한밤중에 이불 빨래를 부탁하는 건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딸기가 자라지 않는 곳에서 갑자기 딸기가 먹고 싶다고 중얼거리는 성녀를 위해, 행인들에게 손짓, 발짓으로 개지랄을 떨어가면서 끝내 딸기를 찾아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물론 그 딸기는 끝끝내 누구의 입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갑자기 먹기 싫어졌다나 뭐라나.

일부러 그러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 춥지 않으신가요? "


" 춥죠, 저도 사람인데요. "



나는 여전히 떨리고 있는 몸을 불 쪽으로 바짝 붙였다.

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 혹시, 제 신성력으로 이불을 말릴 수는 없을까요? "


" 안 그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 될 것 같은데... "



나는 처음으로 성녀에게로 눈을 돌렸다.

새하얀 성녀복을 걸친 금발의 소녀는, 천진한 얼굴로 이불 가까이 다가간다.

제발 멈춰달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만.
그녀는 내가 말한다고 들을 사람도 아니고, 내게 그런 소리를 들을 신분도 아니다.


" 성녀님? 그러다... "


" 이렇게 하면, 어머. "



말려지고 있던 이불이 흙바닥에 힘없이 떨어졌다.

성녀가 나온 이상 예상했던 일이다.

나는 한숨을 삼키며 이불을 주워 들었다.



" 정말 죄송해요. 저는 그냥... "


" 아닙니다, 빨래야 뭐 힘든 일도 아니니까요. 다시 하면 됩니다. "



그래, 빨래 자체는 별로 힘든 일이 아니다.

여기가 북쪽 땅이고, 지금이 한밤중이며, 강물이 뒤지게 차갑지만 않았다면 빨래 정도야 몇 번이고 해줄 수 있다.



" 금방 다시 빨아오겠습니다, 죄송하지만 이불을 쓰려거든 조금 더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



나는 뒤로 돌았다.

나도 내 표정이 어떨지 모르겠으니, 성녀가 볼 수 없도록 고개를 돌린다.



" 다녀오세요.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익숙하니까 내색하지 않는 건 쉽지만 할 말을 참는 건 내겐 조금, 아니. 많이 어려운 일이었다.




* * *




무식하게 크기만 한 보아뱀이 저녁밥을 확보하기 위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리 삶이 개 같다고 해도, 죽는 건 싫다.

개똥밭에서 구르더라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그리고, 빨래를 다시 하는 건 죽는 것보다 더 싫다.


나는 빨래를 마쳐 축축한 이불을 등에 지고서 발에 불이 날 정도로 달렸다.

등판이 차갑든 말든 지금 어디 그게 중요한가.


등 뒤로는 풀이 꺾이고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 정도 쫓았으면 포기할 것이지, 끈질기기 짝이 없는 놈이었다.


그러다 문득 쫓아오는 소리가 끊어졌음을 깨달았다.



" 이런 한밤중에 어딜 갔다 오는 길이지? "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청색과 은색이 섞인 갑주를 즐겨 입던 평소와는 다르게, 가벼운 복장으로 피 묻은 세검을 납도하는 여기사.

뒤에는 보아뱀의 시체가 널부러져 있다.



" 나디아 님. "



아는 얼굴이다.

우리, 아니. 용사 파티의 전위를 담당하고 있는 기사였다.



" 빨래를 부탁받아서, 강가에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


" 이 날씨에, 이 지역에서 말인가? "


" 예. "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 여기사 정도면 우리 파티에서 제일 양호한 편이다.



" 또 세라인가.  "


" 예. "


" 그렇군. "



여기사는 한숨을 내쉬면서 얼굴을 쓸어올렸다.



" 그래, 그만 돌아가 보도록. 뒤처리는 내가 할 테니. "


" 어떻게 그러겠습니까. 제가 하겠습니다. "


" 그럼, 그 이불이라도 내놓거라. "


" 아닙니다. "


" 고집부리지 말도록, 두 가지 일을 어떻게 동시에 하겠다는 말인가. "



나는 여기사의 강압적인 표정에 결국 이불을 내놓았다.

하긴, 이번엔 평소의 나랑 달리 냉정하지 못했다.

냉정? 내가 냉정한 성격이던가.


나는 야영지 쪽으로 떠나가는 여기사를 가만히 보고 있다가, 허리춤에 매단 단검으로 갈무리를 시작했다.

소재는 취하고, 시체는 자연으로 돌려놔야 한다.

물론 야영지에 손해를 끼쳐서는 안 되니 멀리까지 옮겨놓기도 해야겠지.


이불 빨래와 마찬가지로 이것도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구역질을 참으며, 빨리 돌아가서 쉬고 싶다는 일념으로 나는 칼을 뻗었다.


그렇게 한 30분정도 지났을까.

시체를 전부 옮기고, 챙길 수 있는 만큼의 소재를 챙겼다.


지저분한 몸과 옷을 씻고 야영지로 돌아오니, 기사가 정말 면목 없다는 표정으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엔 또 뭔가 싶어서 이불을 살피니, 나뭇가지에 걸리기라도 했는지 이불이 걸레짝이 되어 있었다.



" 돌아가는 길에 나이트하운드에게 습격받은 탓에 지켜내지 못했다. 미안하구나. 내 걸 내줄 터이니... "


" 아닙니다. 이 이불은 제가 쓰면 되니까요. "



나는 기사에게 찢어진 이불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내 자그마한 막사에 둔 다음에, 원래 내가 쓰던 이불을 들고 성녀의 막사로 향한다.



" 레아 님? "


" 죄송합니다, 성녀님. 오늘은 제 이불 위에서 주무셔야 할 것 같습니다. "


" 또 무슨 일이 생겼나요? "


" ...면목이 없습니다. "



내가 사과해야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인다.


여기사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으니까.

그녀도 귀족이다, 나 때문에 평판에 손상이라도 입혔다간 그대로 내 목이 달아날 테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숨기는 게 좋을 것이다.

게다가 여기사도 그리 마음씨가 착한 사람은 아니니까, 그녀의 귀에 들어갔다간 처벌을 받을 것이다.


성녀는 가만히 이불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 어쩔 수 없네요. 알겠어요. "


"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는 막사 밖으로 나왔다.

이제 지쳤다.


쉴 시간이다.

나는 모닥불 옆으로 가 앉았다.

그리고 다시 멍하니 손에 불을 쬔다.


왜 막사에 가서 쉬지 않느냐고?

불침번을 서야 하니까 여기서 쉬는 거다.

내가 순순히 이불을 양보한 이유도 바로 이거 때문이었다.

막사든 이불이든 오늘은 별로 필요가 없을 테니까.




* * *




달이 내 머리 위를 지나고도, 한참이 더 지났을 때쯤에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레아. "



당장이라도 감기려는 눈을 뒤에서 나온 남자에게 향한다.

용사 파티의 리더인 용사였다. 이름은 이유진이라고 하던가.



" 이런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


" 아, 그냥. 잠이 잘 안 와서. "



나는 예의상 질문하고는 용사한테서 신경을 꺼버렸다.

소환된 시점에서 이미 귀족 급의 대우를 받는 용사와 오래 대화해봐야 내게 득 될 게 없었다. 관심도 없고.

처음부터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에 대해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용사가 나와 동향이라는 말을 듣고 홀린 듯 짐꾼을 신청했던 게 기억난다. 


용사는 내 건너편으로 걸어가 앉았다.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게, 나랑 얘기가 하고 싶은 듯했다.



" 레아. 많이 피곤해보여. "


" 괜찮습니다. "



나는 잠을 자지 못해 뻑뻑한 눈으로 용사의 얼굴을 바라봤다.


걱정 섞인 표정이지만, 그가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고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용사로 소환됐으니, 아랫사람들에게도 신경을 써야만 하는 입장 아닌가.

모든 임무가 끝났을 때 내가 용사는 좋은 사람이야. 하고 기억하길 바라는 의도의 선전이겠지.


그 왜, 유유상종이라고 하지 않던가.

파티원들이 저 꼴인데 순진하게 용사는 멀쩡한 사람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제대로 얘기도 해보지 않았다. 괜히 트집 잡혀서 잘리고 싶진 않으니까.



" 저 같은 걸 신경 써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


" 저 같은 거라니? "


" 용사님처럼 고귀한 분을 뒤에서 받쳐주는 게 제가 할 일이니, 이 피곤함은 제가 마땅히 짊어져야 할 짐입니다. "



전 짐꾼이니까요.

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피곤한 눈을 끔뻑거렸다.



" 레아... "


" 밤이 늦었습니다, 용사님. 지금 잠들지 않으면 내일이 힘들어질 겁니다.  "


" 레아, 아까 시장에서... "


" 제가 지금 정신이 멀쩡하지 못해서. 나중에 말씀해주십시오. "



나는 노골적으로 대화를 피했다.

말했다시피, 용사와 오래 대화했다간 내게 득 될 게 없다.

게다가 무슨 트집이 잡혀서 쫓겨날지 모른다. 


이런 직장에 악착같이 붙어있을 수밖에 없는 나를 책망한다. 

그냥 때려치워 버릴까.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을 고용해줄 곳이 여기 말고 더 있을 거라곤 생각할 수 없다.

그게 아니었으면 진작에 때려치웠겠지.


하지만 귀찮은 성격의 용사는 계속 내게 말을 붙였다.



" 불침번은 내가 설 테니까, 눈 좀 붙여. "


" 내일이 힘들어질 거라구요? "


" 그건 레아 너도 마찬가지잖아. "


" 저는 피곤해도 됩니다, 용사님은 달라요. "


" 들어가서 쉬어. 안 그러면 나도 안 들어가. "



유치한 고집이다. 아니, 고집을 부리는 건 나인가?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런 곳에서 고집을 부릴 줄 알아야 짐꾼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 그럼, 그냥 같이 서시지요. 불침번. "



나는 팔을 괴고 모닥불을 본다.

미칠 정도로 피곤하고, 졸리지만 아직 버틸 수 있다.


어차피 마물들은 이 근처로 다가올 수 없으니, 불침번이란 아침까지 깨어있기만 하면 되는 쉬운 임무다.


그래, 그런 임무다.




* * *




눈이 뜨였다.


또 잠들었다고 한 소리 들으려나.

일어나자마자 이런 생각이나 하는 게 비참했다.


그냥 다 그만둘까.

어디 길바닥에서 구걸이나 하는 게 지금보단 행복할지도.


그런데, 문득 보이는 게 하늘이 아니라 막사 천장이라는 걸 깨달았다.

밖에서 잠들었으니 밖에서 깨어나야 정상인데 말이다.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뭐가 많은 걸 보면 일단 내가 지내던 막사는 아니다.

그럼 여긴 대체 어디란 말인가.


아직도 뻑뻑한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막사 한쪽에 세워진 성검을 보면서 나는 내가 좆됐음을 감지했다.

아, 이젠 좆도 없지.


하필 고용주에게 잠든 모습을 들키고, 고용주가 잠든 날 직접 자기 막사까지 옮겼다는 거 아닌가.

잠이 확 깬 나는 화들짝 놀라 막사 밖으로 나가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던 중에, 성검 옆에서 무언가 쪽지와 함께 반짝이고 있는 걸 발견했다.

원래라면 그래선 안 되겠지만, 잠결에 가까이 다가가 버렸다.


쪽지에는 그다지 긴 글이 쓰여있지 않았다.



미안, 이것밖에 못 찾았어. 



그 옆에 놓여있는 건 자그마한 청동색 아뮬렛이었다.

한 번 조각났다가 다시 붙이기라도 한 건지, 군데군데 조각이 빠진 낡은 아뮬렛.


이게 왜 여기 있는가.

아니, 애초에 깨졌던 물건이 어떻게 다시 붙어있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건 용사의 마법 정도가 아니라면...

그때 용사가 모닥불 옆에서 말하려던 게 떠올랐다.


시장에 관한 이야기.

내가 얘기를 피해서 무슨 얘기인지는 못 들었지만, 그런 얘기를 하려던 게 생각난다.


설마 거기서 다 보고 있었던 건가

쪽팔렸다. 구경만 하지 말고 도와줄 것이지.

하긴, 그 자리에서 날 도우려면 마법사와 반목해야 했을 테니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야기다.


그 대신 아뮬렛을 고쳤다라.

몇 조각이 빠진 걸 제외하면 깨졌던 아뮬렛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멀쩡했다.

접착제 같은 걸 사용한 모양은 아니니 용사의 고유 마법인 회귀 마법이 사용된 게 분명했다.


용사가 마법 적성이 최악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 아뮬렛을 고치는 데만 해도 꽤 많은 수고가 들었을 것이다.


선전 활동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도 이건 짐꾼 하나에 쏟을 정성이 아니었다.

만약 위선이라고 해도, 지금 그런 게 중요한가.


나는 아뮬렛을 주워들었다.


아뮬렛을 주워든 손 위로 눈물이 한 방울씩 뚝뚝 떨어졌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질질 짜는 건 딱 질색인데.


그냥 추억이 다시 돌아왔다는 게, 누군가 내 고생에 보상을 해줬다는 게 마냥 기뻤다.


그래서 울었다, 바보같이.



" 왜 귀찮게 이런 짓을. "



나는 아뮬렛을 품에 넣었다.

우는 모습을 보이긴 싫으니, 조금만 더 안에 있자.





=================================





https://arca.live/b/tsfiction/35373908?p=1

이 소재를 가져다 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