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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아라크네 마을에 재해가 나서

한 남자 상인이 다른 마을에서 수복 자재를 구해다 주는 거지


처음 한두번은 감사합니다 하고 끝났는데

이익이 덜 남는 일인데도 생명 구해보겠답시고 여러번 구해다 주고 하니까 애정이 싹튼 거지




결국 마을 재공사는 너무 큰 일이라서 할 수 없지만

마침 은혜도 갚고 싶겠다

마침 일족이 의탁할 곳도 얻고 싶겠다


아라크네 촌장이 상인에게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 드릴 테니 우리 일족을 하녀로 고용해주세요' 라는 계약을 제시하고

상인은 '돈도 잘 벌고 하녀도 생기는 거면 개꿀 아니냐?' 라는 생각에 덥썩 제안을 받아들였지.


그게 함정인 줄도 모르고.




매일 밤이 되면 아라크네 하녀장이 찾아와 기절할 때까지 착정을 시작하고

아침에 이불 속에서 아라크네 하녀 두셋이 펠라로 깨우고 있으며

식사할 때는 잔반이 하나도 남지 않을 때 까지 식탁 밑에서, 그리고 등 뒤에서 애무가 끊이지 않고

옷도 아라크네 하녀들이 직접 짜낸 실로 만든 옷을 입어서 아라크네의 페로몬에 뇌가 반쯤 잠식되고

업무 역시 하녀장이 가져온 문서에 도장을 찍는 것 뿐인데 책상 밑에는 언제나 하녀가 있고

가져온 문서 중 몇몇은 본인에게 미약을 투입하는 데 대한 동의서인데도 불구하고 승인해야 했으며

주인의 '욕구와 피로'를 푼다는 명목으로 하루에 두 시간씩 두 번의 낮잠 시간동안 하녀들에게 침실에 감금당하고


혼자서 있는 시간은 완전히 박탈당한 채로 살아가게 되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라크네 일족은 집도 있겠다 남자도 생겼겠다

마음의 안정과 몸의 휴식을 가지게 되었으니 건강도 되찾고

그러니 질이 좋은 아라크네의 실이 점점 많이 나와


주인의 옷을 만드는데 쓰는 것과

주인의 몸을 묶어놓는데 쓰는 것을 제외하고도

한참 많은 실이 나와


질이 좋은 실들을 마법 도구점과 의상점에 팔아서

경제 사정은 점점 윤택해지고

덕분에 사람 몸에 좋은 건 엄청 먹이면서

그 비싸다는 노화 방지의 물약까지 먹게 되었어.


주인을 짜낼 때를 제외한 시간은

청소, 세탁, 요리 등 하녀의 일도 제대로 해내는데다가

경비, 상거래 등 외적인 일까지 모조리 도맡아 해내니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 드릴테니'

계약은 끊임없이 지켜지고 있어.


'우리 일족을 하녀로 고용해주세요.'

그래서 계약위반을 빌미로 파기하지 못해.


죽어서야 간신히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죽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아.





결국 어느 날 밤 남자는 직접 계약한 아라크네 하녀장에게 얘기하는거지.


"계약을 끝내자. 날 풀어줘. 돈도 집도 다 줄게. 나한테 있는 걸 다 줄게."


그러니까 아라크네 하녀장이 씩 웃는거지.


"원하신다면 풀어드리겠사옵니다. 정말 원하신다면..."


얼굴에 화색이 도는 남자 앞에서 차갑게 미소지으면서 말을 잇는 거지.


"그 다음을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사옵니까. 주인님에 대한 애정이 골수에 깊이 박혀버린 우리를 감당하실 수 있겠사옵니까."


순간 섬뜩한 느낌이 든 남자가 뒷걸음질을 치려고 하는데, 발이 이미 실에 묶여 있어.


"주인도 아니게 되고, 힘도 연약하며, 여기서 사라져도 증거조차 남지 않을 주인님에게, 우리가 어떤 짓을 하더라도 정말 감당하실 수 있겠사옵니까."


창문에서 달빛이 비쳐와서, 아라크네 하녀장의 얼굴은 너무 잘 보였어. 그 뒤로 서서히 다가오는 아라크네 하녀들도.


"공포에 질리지 마시옵소서. 저희가 필요 이상으로 더 즐거워지옵니다."

"웅크리려 하지 마시옵소서. 저희의 가학적인 욕구가 점점 강해지옵니다."


덜덜 떠는 남자의 몸을 억지로 실로 침대에 묶고, 양 팔을 벌리게 고정시킨 다음, 약을 주사하면서 계속 하녀들이 말을 이어갔어.


"약기운이 돌면 웃게 되실 것이옵니다. 주인님도 즐거워지실 것이옵니다."

"팔을 벌려 우리를 안아주시옵소서. 우리 모두를 포용해주시옵소서."


하녀들이 주인에게 다가가는 동안

주인에게 주사한 약기운이 퍼지는 동안

시녀장은 창문을 닫으면서 마침표를 찍었어.


"모든 걸 주겠다고 하셨사옵니까. 몸을 주시옵소서. 마침 오늘은 보름달이 뜨는 날이니, 계약이 끝날 때 어떻게 될 지 직접 보여드리겠사오니..."



도망갈 길 없이

영원히 젊음에 갇혀

영원히 계약에 갇혀

영원히 쾌락에 갇혀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 드릴 테니'

'우리 일족을 하녀로 고용해주세요.'


'여기에 있는' 우리들을 고용해 달라는 게 아닌

우리 '일족'을 고용해달라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하녀의 수는 점점 늘어나는 길밖에 보이지 않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




p.s. 와 아카이브에 내 글 남아있네. 바로 복사해다가 일부 묘사 강화해서 다시 올림.

그리고 마나 정수기 글은 왜 부끄럽게 베스트까지 가있는거야 대체;;


과거글


마나 정수기를 구매한 악마녀 이야기 : https://arca.live/b/monmusu/4336919?mode=best&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