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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구미호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 물었다.

"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바람을 핀다고 하잖아?"

"그건 개소리야."

남자는 칼같이 반응했다.

"나는 아직도 다른 여자의 몸엔 안 꼴리는데 너의 복실복실한 꼬리와 거대한 가슴만 보면 나의 쥬지가 뇌를 지배해서..."

"아 좀 닥쳐봐. 그런 얘기가 아니라고."

벌써부터 음흉한 표정을 지은 남친에게 반쯤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여자는 물었다.

"난 몇 백년 전부터 살아오면서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었단 말이야. 근데..."

"네, 할머니. 몇 백년 전엔 남자가 그리 바람을 피웠었나요?"

"... 안 닥칠래?"

조금 더 하면 때릴 분위기여서, 남자는 말을 멈췄다. 물론, 진짜 때리더라도 포상으로 받았겠지만.

"남자건 여자건 바람 필 연놈들은 다 피고, 안 피는 분들은 안 피더라고. 근데 유독, 남자가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바람을 핀다는 말이 왜 있을까?"

순수한 호기심으로 묻는 여친에게, 이번에 태클 걸면 진짜 주먹 한 두대로는 안 끝날 것을 직감한 남자는 골똘히 고민하다 답했다.

"그거야, 여자는 체력과 성욕이 있으면 무한히 섹스를 할 수 있지만, 남자는 체력과 성욕과 정액이 있어야 할 수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숟가락 들 힘이 있다면 정액 생성할 능력이 있다는 거..."

"아니 씨ㅂ... 길거리에서 정액 정액 그럴래? 다른 표현도 있을 거 아냐!"

"아니, 물어봤잖..."

반 농담, 반 억울한 표정을 짓는 남친의 뺨을 한 대 후려갈길까 하다가 참은 여자는, 한 번 심호흡을 한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궁금하니까, 한번 실험해보자. 우리 집 갈래?"



집으로 들어간 지 다섯 시간 후

다리가 후들거려서 일어나지 못하는 남친에게, 여자가 물었다.

"음, 아직 서?"

"끄으으으.... 삼십 분 전부터는 세우면 아프긴 한데, 그래도 자기가 내 꺼 빨면 서긴 설 거 같은데?"

분명 강한 건 구미호인 여자다.
그리고 주도권도 여자가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에 지지 않는 남친도 경이롭다. 다른 사람이면 울면서 빌 텐데.

"...어, 그럼 좀 더 해보자. 안 설 때까지."

"...콜!"

더 이상의 쾌락은 고통을 동반한다는 것을 남자는 알고 있다.
하지만 자타공인 미친놈이라는 평가를 받는 남자에게는 이것 또한 나쁘지 않은 일이었고
여자는 감사하면서도 아연해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젠 아프다기보다는 배고파서 못 하겠어..."

두 시간이 더 지나서야, 남자가 항복을 선언했다.

"우리 치킨 시켜먹자, 치킨. 간장 반 양념 반. 내 고통은 오직 치킨으로 치유할 수 있겠어..."

"닥쳐. 설렁탕 시킬 거야."

기껏 실험을 도와줬는데 메뉴 선정의 횡포를 부리는 여친을 보며, 남자는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아 왜애애애~ 다른 때면 몰라도 이번엔 내가 많이 도와줬잖아아아. 입맛도 몇백년 전 할머니 같아서는...."

물론, 진짜 화가 나서가 아닌, 연인끼리의 장난으로 그치는 남친을 보며, 여자는 웃었다.

"왜냐면, 내가 살 거거든."

"누나 사랑해!"



도착한 설렁탕 앞에서, 젓가락을 드는 남친을 보며, 여자는 웃었다.
구미호의 요사스러운 웃음 앞에, 순간 남자는 멈칫했다.

"...어, 자기... 왜?"

"숟가락, 들었네?"

"...어?"



세 시간 후.

"아파... 더 안 나와..."

포장도 뜯지 않고 반쯤 식은 설렁탕 앞에서, '숟가락을 들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실험을 지속했다.

"이제... 안 서... 배고파..."

"일어나야 먹지."

대자로 뻗어버린 남친에게, 구미호가 웃으며 숟가락을 건넸다.

"... 못 일어나겠어......"

손 끝 하나 까딱하지 않고 대자로 뻗은 남친의 손 위에
구미호는 숟가락을 얹었다.

"...어?"

"숟가락, 들었네?"



p.s. 글 세개 중 두개가 베스트 가니까 은근 쪽팔리네 이거. 더 억울한건 제일 마음에 드는 아라크네 하녀장 이야기 빼고 다른 두개만 감. 시발...

과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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